조성진, ‘사계절의 사랑’ 노래한 ‘피아노 앞의 지휘자’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사계절의 사랑이야기였다. 아름답고 아득한 첫사랑의 기억이었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 봄날의 따뜻한 설렘, 여름날의 싱그러운 만남, 무르익은 가을만큼 깊어진 갈등, 계절의 끝에 마주하는 시련. 열아홉 살 쇼팽의 첫사랑을 향한 기억이 애틋하게 되살아났다. 피아노 앞에서 계절이 남긴 사랑을 연주하던 피아니스트는 싱긋 웃기도 하고, 슬픔을 감춘 채 실연을 감내하기도 했다. 25일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조성진과 발트앙상블의 공연을 찾은 50대 관객 이지숙 씨는 공연의 마지막곡으로 연주한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공연을 마치고 이 씨는 “너무나 애절하고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K-클래식 열풍의 주역 조성진이 오랜만에 국내 팬들과 만났다. 베를린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등 국내외 유수 악단들에 활동하고 있는 젊은 연주자들의 음악 하나로 뭉친 발트 앙상블과 함께다. 불과 1분 만에 전석 매
2023.06.26 02:0815년째 빛나는 샤이니…3만 팬덤, 드레스코드까지 맞췄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케미스트리(Chemistry)’부터 미공개 신곡 ‘라이크 잇(Like It)’까지, 내리 다섯 곡을 줄줄이 부른 후 건넨 첫 인사에 샤이니월드(샤이니 팬덤)는 아쉬움의 함성부터 질렀다. 연속 3일간 케이스포돔을 꽉 채운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자주 보겠지. 재입대는 없어. 우리 이제 나이도 안돼.” 멤버 키의 말에 케이스포돔은 다시 함성이 터졌다. 열여섯 살에 데뷔한 막내 태민이 서른 한 살이 될 때까지,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 시장에서 K-팝 그룹으로 첫 깃발을 꽂은 샤이니가 긴 기다림 끝에 팬들과 만났다. 6년 9개월 만의 대면 콘서트이자, 15주년 기념 공연이다.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샤이니 월드 VI ‘퍼펙트 일루미네이션’(SHINee WORLD VI ‘PERFECT ILL
2023.06.25 22:49‘부소니 2인방’ 박재홍·김도현…진화하는 음악·자유로운 날갯짓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피아노 앞에서 비로소 자유로웠다. 콩쿠르의 무게를 내려놓은 두 명의 피아니스트는 매일 조금씩, 꾸준히 진화했다. 이들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예술가의 ‘등장’과 ‘성장’을 마주하게 했다. 2021년 제 63회 페루초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나란히 1, 2위에 오른 두 한국인 피아니스트 박재홍(24), 김도현(29)이다. 클래식 음악계 전문가들은 “두 사람이 같은 콩쿠르에서 만난 것은 어쩌면 비극”이라고 말한다. 콩쿠르라는 제도와 그 안에서의 순위 경쟁 때문이다. 이를 걷어내면 이 둘은 각각 한 사람의 음악가로 오롯이 존재한다. 콩쿠르 이후 지난 2년을 보내며 두 사람은 각자가 추구하는 ‘음악의 길’로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말과 행동에 그 사람이 드러나듯, 연주엔 음악가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다. 박재홍 김도현이 그렇다. 자기 감성으로 설득력 있는 &l
2023.06.22 14:47‘떼창의 민족’다웠다…“최고, 최고, 최고” 브루노 마스도 감탄했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보고 싶어요, 마이 베이비. 마이 코리안 베이비(my baby. my korean baby)” ‘콜링 온 마이 러블리즈(Calling All My Lovelies)’를 부르던 브루노 마스는 커다란 전화기를 들고 연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물론 실제 상황은 아니다. 이 곡의 ‘특별 퍼포먼스’다. 진짜는 지금부터. 그는 “헤이 베이비, 아임 인 코리아 라잇 나우(hey baby, im in korea right now)”라며 한국어로 “보고싶어요. 보고싶어요”라고 소리쳤다. 잠실 주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 500명의 관객은 세계적인 팝스타의 고백에 함성으로 화답했다. 브루노 마스가 9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17~18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7 - 브루노 마스’를 통해
2023.06.19 01:26엄정화부터 뉴진스까지…국경·세대 초월한 작은 지구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어제 오늘 장르를 초월한 무대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다들 K-팝에 큰 사랑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요.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이곳에 온 여러분들이 K-팝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코) 국경도 세대도 성별도 초월했다. 강원도 인제에서 올라온 열네 살 소녀부터 태국, 중국, 일본, 영국, 미국, 멕시코 등 전 세계 K-팝 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곳이 바로 작은 지구였다. K-팝 공룡 기획사 하이브가 10~11일 이틀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KSPO)돔과 88잔디마당에서 연 2023 ‘위버스콘 페스티벌(Weverse Con Festival)’은 전 세계를 아우른 지구촌 박람회를 방불케 했다. 이틀간 이어진 위버스콘 페스티벌로 인해 올림픽공원 일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K-팝 성지’로 불리는 케이스포돔에서 K-팝 그룹들의 콘서트가 무수히 열렸지만, 관
2023.06.11 21:59늙음과 낡음의 공존, 그리고 ‘쓸모의 증명’…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온수 파이프 수리비 50달러, 세탁기 수리비 90달러. 매달 16달러씩 내던 지긋지긋하던 할부가 끝이 난 냉장고는 기어이 쓸모까지 내놓고 만다. 낡음과 늙음이 공존한다. 낡아가는 것들 옆에 늙어가는 자들이 존재한다. “아버진, 돈을 엄청나게 벌어본 적도 없고, 신문에 이름이 난 적도 없지만, 한 인간이야. 관심을 가지라고. 36년이나 돼. 회사에 다닌 거. 이제 늙었다고 봉급을 안 준대. 아버지한테 무서운 일이 일어나고 있어.” (윌리의 아내 린다 로먼의 대사 중) 꼰대 같은 아버지는 늙어갈수록 잔소리가 늘었다. 어릴적과 달리 부자 관계는 나날이 냉랭해졌다. 부쩍 실수가 잦은 아버지의 모습이 혈기왕성한 아들들에겐 답답하고 한심하기만 하다. 대단한 ‘삶의 혁명’ 같은 것은 없었다. 평범하고, 성실한 욕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니 어느덧 나이테가 늘었다. 무대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돌아본다. 현대 희곡의 거장 아서 밀러의
2023.06.11 21:40“삶의 시기마다 함께 했다”…태연, ‘죽을 때까지’ 노래할 ‘솔로퀸’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김태연 사랑해! 김태연 사랑해!” 3년 만에 쏘아 올린 ‘태연의 축제’에 ‘K-팝 성지’는 그의 이름을 부르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6인조 밴드와 함께 ‘INVU’의 전주가 흐르자, 9000명의 관객은 한 마음으로 ‘김태연’을 연호했다. 함성의 질감은 충성도 높은 팬덤을 갖춘 보이그룹 못지 않았다. “여러분, 너무 오랜만이죠? 일단, 오랜만에 만났으니 제가 좀 둘러봐야 될까요?” 가수 태연이 3~4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다섯 번째 솔로 콘서트 ‘태연 콘서트 - 디 오드 오브 러브(TAEYEON CONCERT - The ODD Of LOV)’를 개최, 1만 8000명의 팬들과 만났다. T자형 무대를 걸어내려온 태연이 시야제한석까지 가득 채운 관객들과 눈을 맞추자,
2023.06.04 20:24“얼음송곳처럼 날카롭다”…‘일무’, 이게 바로 K-칼군무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티끌 하나 없는 순백의 무대, 칠흑같이 검은 벽, 음표 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이 이어진다. 그 위로 무대보다 더 빛나는 백색의 의복을 갖춘 무용수들이 등장해 임금의 문덕(1막 1장 ‘전혜희문지무’)을 칭송한다. 압도적인 미장센과 오차 없는 오와 열. 시시각각 동선을 바꾸면서도 칼 같이 맞아 떨어지는 질서가 숨막히는 위압감을 준다. ‘일무’의 정신을 고스란히 드러낸 무대. 안무가 김성훈 김재덕은 이 신을 ‘일무’의 명장면으로 꼽았다. “시작이 전체의 절반을 이야기해주잖아요. 어떤 공연의 형태를 한 번에 보여주는 장면이에요. 거기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강렬하죠.” (김성훈) ‘일무’의 두 안무가와 54명의 무용수들은 첫 장면으로 그 답을 증명했다. K-팝 그룹의 상징인 ‘칼군무’의 원조가 있다면, 바로 여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무형
2023.05.29 15:32‘오르간 버전’ 지수 ‘꽃’…이토록 위험한 모험극이라니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오, 에오에…(중략) 구름 한 점 없이 예쁜 날, 꽃향기만 남기고 갔단다.” (블랙핑크 지수 솔로곡 ‘꽃’ 중) 몽환적인 보컬이 사라진 자리에 복잡한 음표가 내려앉는다. 생소하고 이질적인 현대음악 같기도 하고, ‘절대 반지’를 찾아 떠나는 판타지 영화 같기도 하다. 2분 55초 짜리 K-팝이 10분을 훌쩍 넘긴 ‘오르간 대곡’으로 다시 태어났다. 블랙핑크 지수의 첫 솔로 앨범의 타이틀곡 ‘꽃(FLOWER)’이다. “모든 곡은 오르간으로 연주할 수 있다”던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의 말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지난 16일 저녁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선 6년 만에 내한한 올리비에 라트리의 리사이틀이 열렸다. 올리비에 라트리의 리사이틀은 관객과 호흡하는 이벤트가 많다. 공연 시작 전 홀 앞에서 즉흥연주로 듣고 싶은
2023.05.17 10:47“더 하고 싶다”…‘가왕’ 조용필, 여전히 젊었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가왕의 시간’은 누군가에겐 추억이고, 누군가에겐 ‘일생’이다. 데뷔 55주년을 맞은 2023년, 잠실주경기장에서의 여덟 번째 단독 콘서트에서 내리 세 곡을 연속으로 부른 뒤 꺼낸 첫 마디도 그랬다. “여러분과 평생을 함께 했어요. 제 나이가 몇인 줄 아시죠? 오십 다섯이에요. 아직 괜찮습니다.” ‘재미없기로 소문난’ (‘찰나’ 가사 중) 가왕식 농담에 세대를 초월한 팬들은 동그란 응원봉을 흔들며 아낌없는 환호를 보냈다. 손에 쥐고 놓치 않는 같은 빛깔의 응원봉이 가왕을 향한 한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1975년 ‘돌아와요 부산항에’부터 2023년 최신곡인 ‘필링 오브 유’(Feeling of you)까지….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막을 올린 ‘2023
2023.05.14 1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