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지 않는 자유를 향해 달렸다…동시대 문제작 ‘블라인드 러너’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달렸다. 말을 하는 대신 달렸고, 화를 내는 대신 달렸다. 울분을 삼키고 달렸다. 오로지 자유를 향해, 억압된 현실을 넘어, 잡히지 않는 희망을 찾아 달렸다. 지옥 같은 터널 너머 한 줄기 빛을 향해 달렸다. 그 곳이 또 다른 터널일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달려야 했다. “‘달린다’는 것은 자유의 의미이고, 자유를 속박하는 것에 대한 저항이에요.” 이란 출신으로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연출가 중 한 명인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의 연극 ‘블라인드 러너’(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가 한국 관객과 만났다. 동시대 예술을 조망하는 세종문화회관의 여름 공연 축제 ‘싱크넥스트24’를 통해서다. 이 연극은 지난해 벨기에 쿤스테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2022년 ‘히잡 시위’로 불리는 ‘마흐사 아미니 시위’의 시발점이 된 마흐사
2024.07.21 17:47브레이크 걸린 창극 신드롬…최전성기의 실책 ‘만신:페이퍼 샤먼’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치유사, 힐러, 무당, 마녀, 마법사, 수호자, 위치 닥터, 드루이드, 투앗드다나안, 만신, 샤먼… 수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예민한 자들이여.” (‘만신: 페이퍼샤먼’ 중) 신과 인간 사이에 선 ‘중간자적 존재’. 땅을 딛고 사는 이들에게 하늘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위무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인다. 한도 많고 절망도 많은 ‘불안의 시대’를 어루만지기 위해서다. 국립창극단의 ‘만신:페이퍼 샤먼’은 ‘오대륙 샤먼’들의 치유의 굿판이다. 이 작품은 국립창극단 2023~2024 시즌의 마지막 작품이자 박칼린 연출가의 첫 창극 도전작이다. ‘오늘의 창극’을 끊임없이 고민해온 국립창극단이 내놓은 신작은 여러 면에서 시의적절했다. 올초 김고은이 무당으로 나온 영화 ‘파묘’
2024.07.08 19:18“네가 왜 거기서 나와?” 서울시향 등장한 KBS ‘팀찢남’, “친정 온 기분”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네가 왜 거기서 나와?” 클래식 음악계의 세계관 대통합이 이뤄졌다. 일명 ‘팀찢남’(팀파니 찢어진 남자·KBS교향악단 787회 정기공연 중 팀파니가 찢어졌으나 무사히 공연을 마쳐 엄청난 박수를 받았고, 당시 영상이 무려 50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해 붙은 별명)이라는 별칭을 가진 ‘KBS교향악단의 스타’ 이원석 팀파니 수석이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의 객원 연주자로 등장했다. 할리우드로 치면 마블의 영토에 DC 히어로의 슈퍼맨이 등장하고, K-팝으로 치면 SM의 광야(SM 컬처 유니버스에 존재하는 가상 공간)에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뉴진스가 등장해 에스파와 한 무대를 꾸민 셈이다. 이원석 KBS교향악단 팀파니 수석은 지난 20~21일 이틀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 공연을 마치고 “친정으로 돌아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원
2024.06.23 17:25‘국민 남매’ 악뮤의 10년, 모든 곡이 히트곡…“체조, 우리 것”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체조, 우리 건데요?” 이틀간 2만 1000명. 14세, 17세에 노래하기 시작한 ‘남매 듀오’는 데뷔 10년 만에 ‘K-팝 성지’인 케이스포 돔(KSPO DOME, 옛 체조경기장)에 입성하며 명실상부 ‘국민 남매’로 발돋움했다. 악뮤 이찬혁은 “악뮤 노래가 소극장에 어울린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케이스포돔에 너무 잘 어울린다”며 뿌듯해했다. 아이돌 그룹처럼 거대한 팬덤을 몰고 다닌 것은 아니지만, 악뮤는 어느새 2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탄탄한 ‘티켓 파워’를 갖춘 듀오가 됐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로는 빅뱅을 시작으로 2NE1, 블랙핑크, 위너, 아이콘, 트레저에 이어 7번째 케이스포 돔 입성 기록이다. 악뮤의 공연 현장에서 만난 연인 관객 박주선(26), 김계민(26) 씨는 “지금 이 시기에 공연
2024.06.17 10:41박진영 노래하고, 방시혁 기타치고…‘K-팝 거물들’ 최초 한 무대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음악은 국경, 나이, 인종을 뛰어넘어 모두를 하나로 연결합니다.” (박진영) 단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던 무대가 현실이 됐다. ‘BTS의 아버지’ 방시혁은 기타를 쳤고, 한국 대중음악계의 ‘리빙 레전드(Living Legend)’ 박진영은 ‘난 여자가 있는데’를 불렀다.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 거물이 ‘음악’으로 하나 되는 순간이었다. 16일 오후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열린 ‘2024 위버스콘 페스티벌(Weverse Con Festival)’에서 박진영과 방시혁이 한 무대를 꾸몄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의 경영권 분쟁 이후 어수선한 상황이었으나, 이날 방시혁 의장은 영락없는 음악인이었다. K-팝 거물들의 한 무
2024.06.16 21:55‘아미’를 부르던 떨리던 목소리…BTS 진 “자꾸 군대 얘기 해서 미안”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안녕, 나의 우주야! 다시 만나 반가워.” 1년 6개월, 진은 5사단 신병교육대가 아닌 미지의 행성을 찾아 떠난 우주여행사처럼 푸른별을 향해 자전거를 타고 날아왔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18개월 전과 변함없는 모습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아미(방탄소년단 팬덤)의 함성은 잦아들지 않았다. 이 순간을 기다린 것처럼 진도 이름을 불렀다. “아미~”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떨렸다. 방탄소년단의 맏형 진이 돌아왔다. 진은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2024년 6월 13일의 석진, 날씨 맑음’을 열고 4000명의 팬들과 만났다. 불과 제대 하루 만에 연 ‘초특급 선물’이었다. 진은 전날 오전 경기도 연천 육군 5사단 신병교육대에서 동료 장병들의 박수와 함께 만기 전역했다. 슈퍼스타 출신 조교로 군 복무한 그는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특급 전
2024.06.14 01:01‘천부적 스토리텔러’ 임윤찬, 순도 100% 예술의 경지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전람회 안으로 들어선 그의 걸음은 빨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새로운 세상에 당도한 설렘과 경쾌함은 아니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곳에서 정해둔 목적지가 있는 사람처럼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하트르만의 첫 그림 ‘난쟁이’로 향하는 길이었다. 임윤찬은 굳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분명히 전하기 위해 본색을 드러냈다. 그 안에서 발견한 것은 지극히 순수하고 찬란한 ‘예술의 경지’였다.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의 리사이틀이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시작됐다. 전국 6개 도시, 7개 공연장(9일 충남 천안예술의전당 대공연장, 12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15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17일 경기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 19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어지는 일정의 첫날이었다. 임윤찬은 이번 리
2024.06.09 12:25소년이 된 김선욱·조성진, 포핸즈 시작되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두 사람의 얼굴에 소년이 내려앉았다.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하는 동안 이토록 활짝 웃는 김선욱(36) 조성진(30)의 얼굴을 본 적은 없었다. 지난 2일 강원도 평창 방림면 계촌마을. 열 살이 된 계촌클래식축제의 최대 이벤트는 단연 피아니스트 선후배 김선욱 조성진의 앙코르 무대였다. 쇼스타코비치 1번 교향곡을 무사히 마치고 난 두 사람은 여러 번의 인사를 마친 뒤 마침내 하나의 피아노 앞에 앉았다. 이들이 피아노 앞에 앉자, 6000명의 관객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고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이 시작되자 다시 숨을 죽였다. 익숙한 멜로디 선율은 ‘피아노 달인’들의 손끝에서 속도를 높여 시작됐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첫 음을 누르는 순간 둘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 찼다. 제10회 계촌클래식축제의 대미를 장식한 무대는 두 사람이었다. 올해 축제는 ‘클래식계 슈퍼스타’ 조성진의 강림으로 음악
2024.06.04 00:22상암벌 빗속의 열창…10만 ‘영웅시대’를 위한 ‘인생찬가’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어허야 내가 내가 간다, 그리운 내 님 곁으로,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구슬프고 애처롭다.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리듬을 쏙 뺐지만, 영웅시대는 기가 막히게 알아차렸다. 이내 ‘계단 말고 엘리베이터’라며 수백 번 불러본듯 완벽한 음정으로 떼창을 들려준다. 만족한 듯한 임영웅의 미소에 팬들의 함성은 더 커졌다. 올초 유튜브 영상에서 전국투어를 통해 “영웅시대와 더 친해졌다”고 했던 임영웅의 이야기처럼 ‘완벽한 호흡’이 팬과 가수에게서 나왔다. 가수 임영웅이 상암벌에 입성했다. 임영웅은 25~26일 이틀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주경기장에서 2024 임영웅 콘서트 ‘아임 히어로-더 스타디움(IM HERO - THE STADIUM)’을 열고 10만 명의 관객과 만났다. 임영웅은 지난 2020년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미스터트롯
2024.05.26 21:39최악의 ‘가짜뉴스 피해자’, “추악한 창녀, 마녀” 마리 앙투아네트?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음란하고 방탕한 추악한 창녀, 마녀를 감시해!” 가장 높은 곳에서 순식간에 추락했다. 고작 10대의 나이에 프랑스의 왕비가 돼 단두대로 향한 때는 서른 여덟 살. 처참한 굶주림으로 가난이 들끓던 프랑스의 ‘눈엣가시’로 ‘최악의 평판’을 달고 다닌다. 세상은 그를 힐난하며 가장 밑바닥으로 끌어내렸다. 뮤지컬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최초의 ‘가짜 뉴스’ 희생양으로 그리며 ‘진짜 정의’를 묻는다. 10주년 그랜드 피날레 시즌을 맞은 만큼 이 버전의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 지난 3개월의 여정을 이어온 ‘마리 앙투아네트’는 선거철과 맞물려 막을 올리며 한국 정치 풍자 뮤지컬로 불리기도 했다. 올초 김경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
2024.05.26 1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