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의 리와인드
그냥 떠나보내기 아쉬운 공연, 지금 놓치면 안되는 공연들의 이야기를 ‘돌려감기’ 합니다. 생생한 라이브 무대에서 놓친 명장면과 공연의 뒷이야기도 함께 담았습니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그냥 떠나보내기 아쉬운 공연, 지금 놓치면 안되는 공연들의 이야기를 ‘돌려감기’ 합니다. 생생한 라이브 무대에서 놓친 명장면과 공연의 뒷이야기도 함께 담았습니다.
오감이 깨어난다…빵냄새에 담긴 ‘연대의 맛’ [고승희의 리와인드]
17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23일까지, 연극 ‘동백당:빵집의 사람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살아있잖아. 우리 지금, 뜨겁게 익어가고 있잖아.” 극장 문이 열리면 달콤한 빵 냄새가 코끝에 와닿는다. 좋은 냄새는 좋은 날의 기억을 불러온다.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을 생애 ‘첫 빵’의 기억이 오븐 안에서 부풀어 오르는 빵 반죽처럼 따뜻하게 피어난다. 연극은 시작도 전에 그윽한 향으로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빵 굽는 냄새와 함께 무대 양끝에 마련된 객석으로 향하면, 정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연극 ‘동백당:빵집의 사람들’은 1947년 해방 직후 군산의 어느 작은 동네 빵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17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이곳엔 미움을 동력 삼아 생을 견뎠고, 살기 위해 적(일본인)에게 먹거리를 팔았으며, 침탈한 나라에 버려져 숨죽여 지낸 사람들이 공존한다. 각자의 생을 살아내며 서로에게 스미는 사람들, ‘모두가 주인공’인 연
2025.02.22 09:46오보에가 부른 종현의 목소리, K-팝 만난 클래식, 新 장르 개척 [고승희의 리와인드]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위드 서울시향’ K-팝과 클래식이 만나 새 장르로 영역 확장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우린 참 별나고 이상한 사이야~” 목관과 금관악기가 레드벨벳 ‘사이코’를 새처럼 노래하고, 따뜻한 오보에가 종현의 목소리를 대신해 ‘하루의 끝’을 부른다. 강력한 맹독을 가진 블랙맘바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합창석 벽면을 빠르게 움직이면 피아노 선율이 전위적인 춤을 추며 모험의 세계로 이끈다. 완전히 ‘새로운 장르’가 탄생했다. ‘K-팝의 시작’이자 ‘모든 것’으로 불리는 SM엔터테인먼트의 오랜 유산이 클래식과 만나자 ‘음악의 신세계’가 열렸다. 단언컨대 ‘최고’와 ‘최고’의 만남이었다. K-팝과 K-클래식의 맏형인 SM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만나 빚어낸 성취다.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위드 서울시립교향악단(SM CLASSICS LIVE 2025 with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지난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양일간 열렸다. 이
2025.02.16 21:17영화 vs 뮤지컬 ‘그해 여름’…넘지 못한 이병헌과 수애의 멜로 눈빛 [고승희의 리와인드]
겨울의 한복판에 만나는 뮤지컬 ‘그해 여름’ 영화의 동화 같은 사랑이 소박한 무대 위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969년 여름, 석영의 매일은 무료하다. 삼선개헌 반대 투쟁으로 시대는 사람들을 거리로 쏟아내도 석영은 세파엔 무심하다. 그 시절의 ‘금수저’, 모두가 선망하는 ‘엄친아’인 석영에겐 모든 것이 시큰둥할 뿐이다. 그러다 맞은 대학생활의 다섯 번째 방학. 그 여름, 석영의 따분한 날들에 첫사랑이 스민다. 겨울의 한복판에 ‘그 여름’을 다시 만난다. 2006년 초겨울, 아련한 첫사랑을 안고 왔던 영화 ‘그해 여름’이 2025년 한겨울의 대학로를 찾아왔다. 동명의 원작 영화를 무대로 옮긴 뮤지컬 ‘그해 여름’(3월 2까지, 서경스퀘어). ‘시간의 간극’을 세심히 이어붙인 무대는 풀벌레 소리와 함께 닿지 않을 것 같은 여름날의 기억을 소환한다. 영화를 무대로…단순해진 구성과 인물, ‘사랑의 메시지’에 집중 사랑은 예고 없이 날아든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예기치 못한 순간에
2025.02.08 12:40“울지 않겠다”던 ‘가황’ 나훈아…마지막곡 ‘사내’ 부르고 눈물 [고승희의 리와인드]
은퇴 콘서트로 가수 인생 59년 대장정 마무리 청년 나훈아·백발 가황의 콜라보 무대 인상적 “하늘에서 내려와 땅 밟으며 장날 한잔 하고파”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긴가민가하면서 조마조마하면서, 설마설마하면서 부대끼며 살아온, 이 세상을 믿었다 후회 역시도 없다, 훈아답게 살다가 훈아답게 갈 거다.” 59년 노래 인생을 ‘사내’에 실어 보냈다. 가황 나훈아(78)는 후회도 미련도 없다 했지만, 목소리는 끝내 떨렸다. 나훈아는 지난 10~12일까지 사흘간 서울 송파구 케이스포(KSPO) 돔에서 총 5호 공연으로 은퇴 공연 ‘라스트 콘서트-고맙습니다’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그는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은 마이크를 놓는다는 이 결심”이라며 “저는 이제 마이크를 내려놓는다. 이제 여러분이 대신 불러달라”고 말했다. 마이크를 드론에 실어 하늘로 띄우는 퍼포먼스는 그의 오랜 여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이벤트였다. 나훈아는 지난해 2월 자필 편지로 “박수 칠 때 떠나라는 진리를 따르고
2025.01.13 10:15‘숨막히는 160분’ 라 바야데르, ‘박세은·김기민’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중력의 법칙을 거슬렀다. 하늘을 날아오른 그는 좀처럼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래도록 비상하고자 했던 ‘인간의 꿈’은 비로소 김기민을 통해 이뤄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소음을 거세한 최고급 12기통 엔진의 슈퍼카처럼 땅과 하늘을 순식간에 질주했다. 새처럼 두 팔을 펴고 뛰어오른 그의 발은 바닥에 닿을 새도 없이 다시 날아오르길 반복했다. 객석엔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을 마주했을 때의 충격이 함성 안에 담겼다. 지난 1, 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선 2020년대 이후 ‘최고의 마스터피스’가 탄생했다. 발레계의 두 슈퍼스타인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첫 동양인 수석 무용수 박세은(35)과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최초의 동양인 수석 무용수 김기민(32)이 만나면서다. 두 사람의 무대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었다. 명실상부 세계 최정상 ‘월드클래스’.
2024.11.04 14:51“마침내 우리가 돌아왔다”…2NE1, K-팝 기강 잡으러 온 원조 여제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마침내 우리가 돌아왔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여전사들이 돌아왔다. 각자의 길을 갔던 2NE1이 다시 뭉치기까진 무려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번 콘서트의 제목 역시 ’웰컴 백(Welcome Back)‘. 다시 뭉치길 기다린 시간이 길었던 만큼 2NE1의 콘서트는 티켓 오픈과 동시에 화제였다. 당초 2회로 예정했던 공연은 3회로 늘려 지난 4~6일까지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올림픽홀에서 1만 2000명의 팬들과 만났다. 2NE1이 데뷔 콘서트를 열었던 곳이다. 공연은 시작부터 벅차 올랐다. 모두가 기다렸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2NE1의 모습 그대로, ’마침내 우리가 돌아왔다‘며 여왕들의 귀환을 알렸다. 첫 곡 역시 ’컴 백 홈(Come Back Home)‘. 흐트러짐 없는 라이브와 퍼포먼스로 공연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떼창과 함성으로 네 멤버를 환영했다. 2NE
2024.10.06 20:22린킨파크도 놀란 1만 4000명 떼창…“외국인 관객만 30%”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인천)=고승희 기자] “여러분이 부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노래해 주세요!” “한국은 처음”이라는 린킨 파크의 새 보컬 에밀리 암스트롱은 관객들의 엄청난 함성과 떼창에 다소 놀란 듯 보였다. 첫 곡 ‘섬웨어 아이 빌롱(Somewhere I Belong)’부터 관객들은 참지 않고 놀라운 떼창으로 린킨파크를 맞았다. 암스트롱은 두 번째 곡에선 아예 인이어를 빼고 한국 관객들의 ‘떼창’을 들으며 활짝 웃었다. 그러더니 이내 “여러분 모두 정말 뜨겁고 멋지다”며 “여러분들의 소리가 훌륭하다”며 감탄했다. Y2K 열풍과 함께 마침내 린킨 파크가 왔다. 전 세계가 기다려온 2000년대 가장 성공한 밴드 중 하나인 린킨 파크가 한국을 찾은 것은 무려 13년 만이다. 린킨 파크는 지난 28일 오후 7시 30분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새 월드투
2024.09.30 00:28“감히 저 따위가” 최초, 또 최초…‘K-팝 여왕’ 아이유의 100번째 콘서트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다 날 볼 수 있게, 날아줄게.” (‘홀씨’ 중) 홀씨가 돼 훨훨 날아올랐다. 5만 명이 가득 메운 상암벌에서다. 어느새 계절의 옷을 바꿔입은 9월의 저녁은 마치 2년 전 잠실구장을 달군 ‘오렌지 태양 아래’ 공연처럼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마법같은 순간이었다. 아이유가 “오늘 집에 돌아가면 오프닝의 모든 기억이 지워질 것”이라며 최면을 걸자, 순식간에 30분의 시간이 사라져 버렸다. ‘최면을 거는 듯한’이라는 제목을 붙인 콘서트의 첫 챕터였다. 명실상부 K-팝 퀸이다. 아이유가 지난 21~22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2024 아이유 허 월드투어 콘서트 앙코르 ‘더 위닝’(2024IU HEREH WORLD TOUR CONCERT ENCORE: THE WINNING’)’을 열고 10만 명의 관객과
2024.09.22 22:35젠지·여성·우리의 이야기…올리비아 로드리고, 韓도 삼켰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오 마이 갓, 여기서 보니 다들 정말 아름다워요. 너무 사랑스러워요.” 2003년생, 여성, 필리핀계 미국인, 나와 우리의 이야기…. ‘젠지(Z세대)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21)를 상징하는 키워드다. 반짝이는 은색의 스팽글 탱크톱에 한 뼘 짜리 스커트를 입은 로드리고가 등장하자, 공연장에선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인간 콜라겐’처럼 팡팡 튀어오르는 로드리고의 발차기는 세상을 향한 목소리였고, 관객들을 향한 ‘멋짐의 찬양’은 로드리고 식(式) 응원이었다.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마침내 한국을 찾았다. 로드리고는 지난 20~21일 이틀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첫 내한 공연 ‘올리비아 로드리고 : 거츠 월드 투어(Olivia Rodrigo : GUTS World Tour)’를 통해 1만 5000명의 한국팬을 완전히 홀려 버렸
2024.09.22 14:06‘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이유있는 흥행…버릴 것 없는 ‘창극의 근본’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옹녀 문안이요.” 등장부터 ‘생기탱천(生氣撑天)’이다. 남편 복은 남 얘기, ‘청상살(靑裳煞), 상부살(喪夫煞)’을 타고 나 열다섯부터 상 치르느라 바빴다. 처량하고 서글퍼도 요염한 색기를 감출 수가 없다. 2월에 핀 복숭아꽃처럼 화사한 얼굴, 초승달 같은 눈썹, 그 사이로 달빛이 내려와 훑고간 듯 반질거리고 매끄러운 자태가 새하얀 상복마저 ‘반사판’으로 만든다. 한 많은 옹녀 뒤로 관짝이 하나씩, 둘씩 줄줄이 들어오자 마침내 알아차린 관객은 웃음을 터뜨린다. 다소 뻔뻔한 ‘옹녀의 신고식’ 장면. 자신의 외모를 칭송하는 대목을 스스로 읊어대다 ‘드센 팔자’의 한풀이로 방향을 틀어버린다. 불과 5분도 안되는 첫 등장 장면에서 옹녀는 팔색조마냥 변신한다. 상부살에 ‘변강쇠의 저주’까지 더해져 줄초상 뒷수습에 삶
2024.09.12 1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