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160분’ 라 바야데르, ‘박세은·김기민’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중력의 법칙을 거슬렀다. 하늘을 날아오른 그는 좀처럼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래도록 비상하고자 했던 ‘인간의 꿈’은 비로소 김기민을 통해 이뤄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소음을 거세한 최고급 12기통 엔진의 슈퍼카처럼 땅과 하늘을 순식간에 질주했다. 새처럼 두 팔을 펴고 뛰어오른 그의 발은 바닥에 닿을 새도 없이 다시 날아오르길 반복했다. 객석엔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을 마주했을 때의 충격이 함성 안에 담겼다. 지난 1, 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선 2020년대 이후 ‘최고의 마스터피스’가 탄생했다. 발레계의 두 슈퍼스타인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첫 동양인 수석 무용수 박세은(35)과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최초의 동양인 수석 무용수 김기민(32)이 만나면서다. 두 사람의 무대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었다. 명실상부 세계 최정상 ‘월드클래스’.
2024.11.04 14:51“마침내 우리가 돌아왔다”…2NE1, K-팝 기강 잡으러 온 원조 여제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마침내 우리가 돌아왔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여전사들이 돌아왔다. 각자의 길을 갔던 2NE1이 다시 뭉치기까진 무려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번 콘서트의 제목 역시 ’웰컴 백(Welcome Back)‘. 다시 뭉치길 기다린 시간이 길었던 만큼 2NE1의 콘서트는 티켓 오픈과 동시에 화제였다. 당초 2회로 예정했던 공연은 3회로 늘려 지난 4~6일까지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올림픽홀에서 1만 2000명의 팬들과 만났다. 2NE1이 데뷔 콘서트를 열었던 곳이다. 공연은 시작부터 벅차 올랐다. 모두가 기다렸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2NE1의 모습 그대로, ’마침내 우리가 돌아왔다‘며 여왕들의 귀환을 알렸다. 첫 곡 역시 ’컴 백 홈(Come Back Home)‘. 흐트러짐 없는 라이브와 퍼포먼스로 공연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떼창과 함성으로 네 멤버를 환영했다. 2NE
2024.10.06 20:22린킨파크도 놀란 1만 4000명 떼창…“외국인 관객만 30%”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인천)=고승희 기자] “여러분이 부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노래해 주세요!” “한국은 처음”이라는 린킨 파크의 새 보컬 에밀리 암스트롱은 관객들의 엄청난 함성과 떼창에 다소 놀란 듯 보였다. 첫 곡 ‘섬웨어 아이 빌롱(Somewhere I Belong)’부터 관객들은 참지 않고 놀라운 떼창으로 린킨파크를 맞았다. 암스트롱은 두 번째 곡에선 아예 인이어를 빼고 한국 관객들의 ‘떼창’을 들으며 활짝 웃었다. 그러더니 이내 “여러분 모두 정말 뜨겁고 멋지다”며 “여러분들의 소리가 훌륭하다”며 감탄했다. Y2K 열풍과 함께 마침내 린킨 파크가 왔다. 전 세계가 기다려온 2000년대 가장 성공한 밴드 중 하나인 린킨 파크가 한국을 찾은 것은 무려 13년 만이다. 린킨 파크는 지난 28일 오후 7시 30분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새 월드투
2024.09.30 00:28“감히 저 따위가” 최초, 또 최초…‘K-팝 여왕’ 아이유의 100번째 콘서트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다 날 볼 수 있게, 날아줄게.” (‘홀씨’ 중) 홀씨가 돼 훨훨 날아올랐다. 5만 명이 가득 메운 상암벌에서다. 어느새 계절의 옷을 바꿔입은 9월의 저녁은 마치 2년 전 잠실구장을 달군 ‘오렌지 태양 아래’ 공연처럼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마법같은 순간이었다. 아이유가 “오늘 집에 돌아가면 오프닝의 모든 기억이 지워질 것”이라며 최면을 걸자, 순식간에 30분의 시간이 사라져 버렸다. ‘최면을 거는 듯한’이라는 제목을 붙인 콘서트의 첫 챕터였다. 명실상부 K-팝 퀸이다. 아이유가 지난 21~22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2024 아이유 허 월드투어 콘서트 앙코르 ‘더 위닝’(2024IU HEREH WORLD TOUR CONCERT ENCORE: THE WINNING’)’을 열고 10만 명의 관객과
2024.09.22 22:35젠지·여성·우리의 이야기…올리비아 로드리고, 韓도 삼켰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오 마이 갓, 여기서 보니 다들 정말 아름다워요. 너무 사랑스러워요.” 2003년생, 여성, 필리핀계 미국인, 나와 우리의 이야기…. ‘젠지(Z세대)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21)를 상징하는 키워드다. 반짝이는 은색의 스팽글 탱크톱에 한 뼘 짜리 스커트를 입은 로드리고가 등장하자, 공연장에선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인간 콜라겐’처럼 팡팡 튀어오르는 로드리고의 발차기는 세상을 향한 목소리였고, 관객들을 향한 ‘멋짐의 찬양’은 로드리고 식(式) 응원이었다.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마침내 한국을 찾았다. 로드리고는 지난 20~21일 이틀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첫 내한 공연 ‘올리비아 로드리고 : 거츠 월드 투어(Olivia Rodrigo : GUTS World Tour)’를 통해 1만 5000명의 한국팬을 완전히 홀려 버렸
2024.09.22 14:06‘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이유있는 흥행…버릴 것 없는 ‘창극의 근본’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옹녀 문안이요.” 등장부터 ‘생기탱천(生氣撑天)’이다. 남편 복은 남 얘기, ‘청상살(靑裳煞), 상부살(喪夫煞)’을 타고 나 열다섯부터 상 치르느라 바빴다. 처량하고 서글퍼도 요염한 색기를 감출 수가 없다. 2월에 핀 복숭아꽃처럼 화사한 얼굴, 초승달 같은 눈썹, 그 사이로 달빛이 내려와 훑고간 듯 반질거리고 매끄러운 자태가 새하얀 상복마저 ‘반사판’으로 만든다. 한 많은 옹녀 뒤로 관짝이 하나씩, 둘씩 줄줄이 들어오자 마침내 알아차린 관객은 웃음을 터뜨린다. 다소 뻔뻔한 ‘옹녀의 신고식’ 장면. 자신의 외모를 칭송하는 대목을 스스로 읊어대다 ‘드센 팔자’의 한풀이로 방향을 틀어버린다. 불과 5분도 안되는 첫 등장 장면에서 옹녀는 팔색조마냥 변신한다. 상부살에 ‘변강쇠의 저주’까지 더해져 줄초상 뒷수습에 삶
2024.09.12 13:33조선판 클럽 ‘금란방’ 매직…금기는 깨지고, 이자상은 슈퍼스타가 된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여기는 금~란~방!” ‘조선의 힙스터’들이 20~21세기 어딘가에서 멈춘 춤사위를 입고 무대를 휘젓는다. 어깨춤이 자동 입력되는 반복적 비트에 주입식 교육처럼 외치는 ‘금란방!’. 지금 이곳은 그 어디도 아닌 조선의 밀주방. ‘음주’가 허락되지 않은 이 나라에서 매일 술시(戌時, 19~21시)에 몰래 열리는 ‘금란방’이다.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금란방’(28일까지·국립극장 하늘)이 2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2018년 초연,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맞은 ‘금란방’은 국립극장 하늘극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동그란 원형의 극장 한가운데 세워진 무대, 그 무대를 감싸안은 객석 구조는 공연 관람객을 금세 금란방의 손님으로 뒤바꾼다. 이곳에서 ‘금란방’ 마법이 시작된다. &ls
2024.09.10 16:48‘빅뱅 신호탄?’ 태양 곁에 GD·대성 뜨자 지축이 흔들렸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예고에도 없던 ‘깜짝 출연’이었다. 덕분에 단 한 번도 본 적 없던 ‘쓰리샷’이 완성됐다. GD(지드래곤), 태양, 대성 버전의 ‘빅뱅(BIGBANG)’이었다. “어제도 공연을 했는데 오늘 안 오면 제가 나쁜 놈이 돼서….” (지드래곤) 태양의 단독 콘서트 ‘태양 2024 투어 ‘더 라이트 이어’ 인 서울’(9월 1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 그의 두 절친이 출격했다. 한국 대중음악사를 뒤흔든 2세대 K-팝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과 대성이다. 태양이 단독 콘서트를 여는 것은 2017년 여름 ‘화이트 나이트 월드투어’ 이후 무려 7년 만. 빅뱅의 멤버로도 입대 전이었던 2017년 ‘라스트 댄스 투어’가 마지막이었다. 이틀간 이어진 이번 태양의 콘서트는 오픈과 동시에 2회차
2024.09.02 01:08“박근혜가 부릅니다. 인순이의 ‘아버지’”…코미디에 성역은 없었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긴장될 때 술 한 잔 하면 풀리잖아요. 그래서 저도 초보 때 술 마시고 운전했어요. 김호중 노래 틀고요. 차 아니었어요. 전동 킥보드였어요. 아, 아니다 아니다. 전동 스쿠터예요.” (손동훈) “전 교도소에 에어컨을 틀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교도소가 관광지가 돼야 해요. 교도소의 엔터테인먼트화에 찬성하는 죄수들만 에어컨을 틀어주는 거예요. 사람들이 와서 ‘와, 유영철 아직도 살아있어’ 하면서 구경하고, 박근혜가 인순이의 ‘아버지’를 부르는 거죠. 그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와서 ‘공주님, 하지 마세요’ 하면서 맨날 울고, 박근혜는 에어컨 방 가고요.” (송하빈) 지난 17일 저녁 9시.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가 발칵 뒤집어졌다. 세종문화회관의 여름 공연 축제 ‘싱크넥스트24’의 일환으로 열린 메타코미디클럽의
2024.08.18 23:35라벨·루이뷔통·어린왕자…‘프랑스의 자부심’ 새긴 다시 없을 개막식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모리스 라벨과 에릭 사티를 연결한 피아니스트 알렉산드르 캉토로프, 한 때 도난 당했던 루브르의 모나리자와 재건 중인 노트르담 대성당, 시대를 초월해 동심을 잇는 어린왕자와 미니언즈, 파리오페라극장을 무대로 한 ‘오페라의 유령’과 이 극장에 출근하는 기욤 디옵(파리오페라발레 최초의 흑인 수석 무용수), 프렌치 캉캉과 유로 댄스, 에디프 피아프를 오마주한 희소병을 앓고 있는 셀린 디옹까지…. 2024 파리올림픽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프랑스의 자부심’이자 ‘파리의 모든 것’이었다. 프랑스를 지탱해온 ‘문화와 예술의 나라’라는 오랜 역사와 ‘자유와 평등의 나라’, ‘혁명의 나라’라는 정신을 이번 개회식을 통해 아로새겼다. 100년 만에 프랑스로 다시 돌아온 2024 파리올림픽이 27일(한국시간) 성대한 막을 올렸다. 개회식
2024.07.27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