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연 태양의 단독 콘서트

빅뱅 지드래곤ㆍ대성 깜짝 출연 

‘빅뱅 신호탄?’ 태양 곁에 GD·대성 뜨자 지축이 흔들렸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태양 콘서트 [더블랙레이블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예고에도 없던 ‘깜짝 출연’이었다. 덕분에 단 한 번도 본 적 없던 ‘쓰리샷’이 완성됐다. GD(지드래곤), 태양, 대성 버전의 ‘빅뱅(BIGBANG)’이었다.

“어제도 공연을 했는데 오늘 안 오면 제가 나쁜 놈이 돼서….” (지드래곤)

태양의 단독 콘서트 ‘태양 2024 투어 ‘더 라이트 이어’ 인 서울’(9월 1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 그의 두 절친이 출격했다. 한국 대중음악사를 뒤흔든 2세대 K-팝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과 대성이다.

태양이 단독 콘서트를 여는 것은 2017년 여름 ‘화이트 나이트 월드투어’ 이후 무려 7년 만. 빅뱅의 멤버로도 입대 전이었던 2017년 ‘라스트 댄스 투어’가 마지막이었다. 이틀간 이어진 이번 태양의 콘서트는 오픈과 동시에 2회차 6000석 전석이 빠르게 매진됐다.

7년 만에 돌아온 태양의 공연은 그야말로 축제였고 파티였으며 선물이었다. 그리고 추억이었다. 모두가 그 시절로 돌아갔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빅 그룹’ 빅뱅이 데뷔해 활동 기간 내내 최정상을 군림했던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에 이르는 지난 18년의 역사가 이 자리에 있었다.

태양의 콘서트 제목인 ‘더 라이트 이어’는 빛이 진공에서 1년 동안 이동하는 거리의 단위인 광년을 뜻한다. 첫날 무대에서 태양은 “우리가 함께 걸어왔던 길을 회상하는 의미에서 공연명을 정했다”며 “많은 분이 좋아하는 노래지만 무대에서 보여드릴 기회가 잘 없었던 곡을 포함해 그동안 활동한 다양한 곡을 들려드리겠다”고 했다. 첫날엔 2시간여 동안 무려 28곡(대성 솔로곡 포함)을 불렀고, 둘째날엔 예고에도 없던 지드래곤의 출격으로 ‘굿 보이’까지 더해져 29곡으로 세트리스트가 채워졌다.

‘빅뱅 신호탄?’ 태양 곁에 GD·대성 뜨자 지축이 흔들렸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태양 콘서트 [더블랙레이블 제공]

‘공연장 대란’ 시대에 열린 콘서트였던 지라 비교적 작은 크기의 공간이었음에도 태양의 아우라는 여전했다. 돌출형 무대에 화려한 조명과 레이저를 사용했고, 2층에서도 등장해 팬들을 가까이에서 만났다.

공연의 시작은 2층에서 열렸다. 태양은 공연장의 2층에서 ‘기도’를 부르며 등장, 지난해 발매한 솔로 앨범에서 방탄소년단 지민이 피처링한 ‘바이브’로 무대를 이어갔다. 댄서도 없이 혼자 시작한 무대에선 태양의 엄청난 가창력과 바이브를 만날 수 있었다. 이날 태양의 공연은 보컬리스트 태양과 춤꾼 태양의 면모를 두루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풀밴드를 뚫고 나오는 실력파 보컬리스트이자 손 끝, 발 끝에서 군더더기 없이 이어지는 춤꾼의 면모에 ‘역시 태양’이라는 찬사가 절로 나왔다.

데뷔 18년차이자 전 세계가 사랑한 그룹 빅뱅의 멤버답게 태양은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로 능수능란하게 공연을 이끌었다. 그의 시그니처 인사인 알앤비 창법을 더한 “여러분, 정말 보고싶었어요~”를 팬들과 주고받으며 공연을 꽉꽉 채워나갔다. 2009년 나온 ‘웨어 유 앳’ 노래를 시작하기 전엔 “2009년에 나온 곡”이라며 “혹시 2009년생 있냐”며 팬들과 소통했다. 실제로 2009년생 관객들이 앳된 목소리로 “여기요!”를 울부짖기도 했다.

이틀간 이어진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빅뱅 멤버들과 함께 한 시간이었다. 완전체 예고의 스타트는 태양이 피아노를 치며 ‘눈물 뿐인 바보’를 시작할 때였다. 2006년 빅뱅의 데뷔 음반의 수록곡이다. 그는 “이 노래를 불러본지 10년이 넘었다”며 감미로운 목소리로 1절을 마치자, 무대 위에서 대성이 게스트로 등장했다. 대성의 출격에 올림픽홀엔 ‘지축을 뒤흔드는’ 데시벨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빅뱅 신호탄?’ 태양 곁에 GD·대성 뜨자 지축이 흔들렸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태양 콘서트 [더블랙레이블 제공]

노래를 마치고 태양은 “원래 대성이는 어제만 게스트로 함께 할 예정이었는데 첫날 너무 좋았는지 오늘도 오게 됐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대성은 “어제 둘이 무대를 하면서 태양이 형 눈을 보는데 뭔가가 (가슴에) 확 왔다”며 “두 사람이 무대를 했던 건 군대였는데, 어제 함께 하니 무척 좋아 공연을 마치고 형한테 내일 한 번만 더 오게 해달라고 했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의 진짜 깜짝 선물은 지드래곤이었다. 공연 첫날엔 없던 일이었다. 태양과 대성이 ‘뱅뱅뱅’, ‘판타스틱 베이비’를 마친 뒤 ‘위 라이크 2 파티’를 시작할 무렵 두 사람은 ‘지디 소환’을 흘리기 시작했다.

태양은 “그 친구가 오늘 왔는데 대기실에서 이따 기분 좋으면 올라오라고 했다”고 말했고, 대성은 “형이 기분이 좋아 보였다”고 했다. 이후 본격적인 무대가 시작하자 지드래곤이 등장해 ‘위 라이크 2 파티’ 라이브를 함께 했다. 예고도 없이 소환한 무대였지만 데 사람이 함께 하는 무대는 이 곡이 나온 2015년 그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세 사람의 무대 뒤엔 지디&태양의 ‘굿 보이’ 무대가 이어졌다. 관객을 미치게 만드는 리듬과 그루브, 까랑까랑하게 꽂히는 지드래곤의 래핑에 도파민이 치솟는 두 절친의 완벽한 댄스합이 나오자 관객들의 함성은 그칠 줄을 몰랐다.

두 시간여의 시간은 마치 20분처럼 지나갔다. 태양은 지지 않았고, 늘 그 자리에 있었다. 건강하고 성실하게 한 자리를 지켰던 태양과 함께 지드래곤과 대성 역시 찬란했던 18년의 긴 시간을 온전히 품고 여전한 모습으로 존재했다.

태양이자 빅뱅인 그의 공연은 관객층도 다양했다. 특정 세대의 아이돌이 아닌 ‘국민 그룹’이라 할 만큼 세대와 성별을 뛰어넘어 다양한 관객들이 이곳을 찾았다. 특히나 객석에선 유달리 남성팬들의 목소리가 도드라졌다. “형 사랑해요!”, “영배형, 보고 싶었어요”라는 성인이 된 ‘소년팬’들의 함성과 포효가 튀어나왔다. 심지어 중국, 대만, 일본에서 본 중년팬들도 적지 않았다.

공연 첫날 현장에서 만난 30대 커플 관객인 김나래(34) 박준형(34) 씨는 “빅뱅은 내 인생 첫 아이돌이자 마지막 아이돌이었다”며 “그 시절 노래방에서 빅뱅 노래 부르면서 춤 안 춰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랜만에 진짜 아티스트의 무대를 만난 기분이다. 빨리 빅뱅이 돌아와 K-팝 업계의 기강을 잡아주길 바란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