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5개월 만의 단독 콘서트

K-팝 최초 솔로ㆍ그룹 공연

케이스포돔 전석 매진 가수

이틀간 1만 8000명 관객 만나

“삶의 시기마다 함께 했다”…태연, ‘죽을 때까지’ 노래할 ‘솔로퀸’ [고승희의 리와인드]
가수 태연이 3년 5개월 만의 단독 콘서트로 팬들과 만났다. 3~4일 이틀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태연은 이번 공연으로 솔로와 그룹으로 케이스포돔을 매진시킨 K-팝 첫 아티스트라는 역사를 썼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김태연 사랑해! 김태연 사랑해!”

3년 만에 쏘아 올린 ‘태연의 축제’에 ‘K-팝 성지’는 그의 이름을 부르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6인조 밴드와 함께 ‘INVU’의 전주가 흐르자, 9000명의 관객은 한 마음으로 ‘김태연’을 연호했다. 함성의 질감은 충성도 높은 팬덤을 갖춘 보이그룹 못지 않았다.

“여러분, 너무 오랜만이죠? 일단, 오랜만에 만났으니 제가 좀 둘러봐야 될까요?”

가수 태연이 3~4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다섯 번째 솔로 콘서트 ‘태연 콘서트 - 디 오드 오브 러브(TAEYEON CONCERT - The ODD Of LOV)’를 개최, 1만 8000명의 팬들과 만났다. T자형 무대를 걸어내려온 태연이 시야제한석까지 가득 채운 관객들과 눈을 맞추자, 팬들의 함성은 잦아들지 않았다.

이번 공연은 팬데믹 직전 연 2020년 1월 ‘태연 콘서트 - 디 언신(TAEYEON CONCERT - THE UNSEEN)’ 이후 무려 3년 5개월 만에 여는 단독 콘서트다. 태연은 2015년 첫 솔로 데뷔 앨범 ‘아이’(I)를 낸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콘서트를 열었다. 지난 3년은 코로나19로 팬들과 만날 기회가 없었다.

태연은 “3년 동안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았겠냐”며 “어떤 말부터 해야할지 머릿속이 어지러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정규와 미니앨범으로만 7장의 솔로 음반을 내놓은 태연은 K-팝 사상 가장 성공한 ‘그룹 출신 보컬리스트’다. 태연의 성장은 그의 공연 기록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코엑스 아티움(약 800석)을 시작으로 2016, 2017년 올림픽홀(약 3000석), 2017년 경희대 평화의전당(약 4500석), 2018, 2019년 잠실 실내체육관(약 6000석씩 2회), 2020년 핸드볼 경기장(약 5000석 3회)으로 매 공연 규모를 키웠다. 이번 콘서트로 태연은 K-팝사에 다시 없는 기록도 하나 쓰게 됐다. 솔로와 그룹으로 케이스포돔 공연을 매진시킨 첫 가수라는 기록이다.

“삶의 시기마다 함께 했다”…태연, ‘죽을 때까지’ 노래할 ‘솔로퀸’ [고승희의 리와인드]
가수 태연이 3년 5개월 만의 단독 콘서트로 팬들과 만났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내 삶의 일부…삶의 시기마다 함께했다”…충성도 높은 팬덤 집결

콘서트에선 9년차 솔로가수의 시간을 되짚었다. 수많은 히트곡이 줄을 이었다. ‘INVU’로 시작해 ‘사이렌’, ‘어른 아이’로 내달리더니, ‘위크엔드’(Weekend)로 분위기를 바꿨다. ‘유 베터 낫’(You Better Not)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공연을 함께 즐겼다. 태연의 “언제까지 앉아있을 거냐”는 이야기에 대한 화답이었다. 공연 중 태연의 멘트는 많지 않았다. ‘보컬리스트’로의 자존심을 보여주듯 쉴 틈 없이 노래를 이어갔다. 한 시간 동안 12곡을 부른 뒤에 두 번째 멘트가 나왔다.

그는 “이번 공연은 쉼없이 달리는 공연이다. 벌써 집에 갈 시간이 됐나 싶은 공연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갔나 싶은 생각이 들겠지만, 그만큼 멋진 추억을 만들어드리겠다”고 말했다.

2007년 소녀시대로 데뷔한 태연은 지난 16년간 탄탄한 팬덤을 이끌었다. 성별과 연령을 초월한 팬들이 많지만, 원조 ‘여덕 몰이’라 할 만큼 보이그룹의 여성 팬덤처럼 충성도가 높은 팬이 많다. 대부분 10대 초반 ‘입덕’해 변함없이 태연의 곁을 지켰다. 특히, 20~23세 정도의 갓 성년이 된 여성팬들이 상당수였다.

이날 태연 콘서트 현장에서 만난 김채림(22) 씨는 “2010년 소녀시대가 ‘소원을 말해봐’를 냈을 때부터 좋아하기 시작했다”며 “태연 언니는 내 삶의 일부다. 삶의 어떤 시기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태연 언니와 소녀시대가 생각날 만큼 한 시기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 때부터 태연을 좋아했다는 김민경(22) 씨도 “내 인생의 어떤 시절을 떠올릴 때 항상 소녀시대와 태연 언니의 노래가 먼저 생각난다”고 했다.

콘서트 현장에는 해외팬들도 적지 않았다. 중국, 대만은 물론 동남아 각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팬들도 있었다. 심지어 현장에는 티켓을 구하지 못했는 데도 한국을 방문, 공연장까지 찾아온 팬들도 눈에 띄었다. 중국에서 온 왕위판(23) 씨는 “일찍 매진돼 티켓을 구하지 못했는데, 혹시 현장에서 구할 수 있을까 싶어 와봤다”며 “결국 티켓은 못 구했지만, 공연장 밖에서라도 함께 즐기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삶의 시기마다 함께 했다”…태연, ‘죽을 때까지’ 노래할 ‘솔로퀸’ [고승희의 리와인드]
가수 태연이 3~4일 이틀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다섯 번째 단독 콘서트로 팬들과 만났다. 태연은 이번 공연으로 솔로와 그룹으로 케이스포돔을 매진시킨 K-팝 첫 아티스트라는 역사를 썼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보컬리스트 태연의 진가…“죽는 날까지 노래할” 솔로퀸

두 시간 동안 쉼 없이 이어진 공연은 ‘보컬리스트 태연’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태연의 목소리는 청아하지만 단단하고, 꾸미지 않아도 짙은 감성으로 마음을 움직이며, 깊이를 담으면서도 산뜻하다.

공연에선 발라드, 록, 댄스까지 장르를 초월한 다양한 무대가 이어졌다. ‘아이’, ‘사계(Four Seasons)’, ‘불티(Spark)’ 등의 히트곡부터 ‘세트 마이셀프 온 파이어’(Set Myself On Fire), ‘콜드 애즈 헬’(Cold As Hell), ‘스트레스’(Stress)처럼 퍼포먼스를 강조한 곡, ‘그런 밤(Some Nights)’, ‘품 (Heart)’, ‘파인’(Fine) 등 감성과 가창력을 드러낸 곡까지 선곡했다.

태연을 지지하는 팬들이 그를 ‘최고’로 꼽는 이유 역시 음악과 보컬리스트로의 역량이다. 중국팬 유이(21) 씨는 “수많은 K-팝 가수가 있지만 태연은 그 중에서도 최고”라며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가수이자, 파워풀한 가창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태연의 16년은 팬들에겐 오랜 기억이자 추억이며, 삶의 고비를 버티게 해준 위로의 시간이었다. 이날 공연에서도 한 곡 한 곡이 나올 때마다 팬들은 지나온 시간과 나아갈 시간을 떠올렸다.

김채림 씨는 “정규 1집에 수록된 ‘날개’는 스스로의 한계를 벗어던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 위로를 받았던 순간들이 떠올라 울컥한다”고 말했다. 김민경 씨는 “1집에 수록된 ‘타임랩스’라는 곡의 노랫말이 지나간 순간들을 많이 돌아보게 한다”며 “재수를 하면서 많이 듣고 위로받았던 곡이라 특별히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삶의 시기마다 함께 했다”…태연, ‘죽을 때까지’ 노래할 ‘솔로퀸’ [고승희의 리와인드]
태연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틀간의 콘서트를 준비하는 시간이 태연에게 그리 수월하진 않았다. 그는 “밴드 합주를 하면서도 어마어마한 세트리스트인 탓에 내내 ‘할 수 있다’고 다짐하며 준비했다”며 “연습을 하면서도 조금 힘든가 싶었는데 오늘 더 큰 힘을 받아가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이 찢어질 것 같은데 너무 신난다”라며 “제가 앞으로 어떻게, 어디까지 공연을 해나갈지 궁금하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태연의 한 마디에 관객들이 저마다 “우리도 기대된다”, “죽을 때까지”라고 답하자 태연 역시 “대략 죽을 때까지라고 해주신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해 더 큰 함성이 쏟아졌다.

두 시간 동안 22곡을 소화한 태연은 ‘불티’와 ‘엔딩 크레딧’을 앙코르 곡으로 들려주며 공연을 마쳤다. 다음 콘서트에 대한 기약도 잊지 않았다. 이날 태연은 “오늘 태연을 처음 본 사람 있냐”며 “난 한 번 봐선 모른다.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봐야한다. 양파같은 계집애라서”라며 다음에도 또 와달라고 했다. 이날 공연엔 소녀시대 멤버인 윤아 티파니 수영 효연이 찾아와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기도 했다.

김채림 씨는 “마지막으로 왔던 언니 콘서트는 성인이 되기 전이었다”며 “성인이 된 이후 스스로 번 돈으로 언니의 활동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마침내 성인이 되고 나서 오게 된 첫 공연이라는 점에서 너무나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공연을 마친 태연은 오는10일 홍콩, 24일 대만으로 아시아 투어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