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의 리와인드
그냥 떠나보내기 아쉬운 공연, 지금 놓치면 안되는 공연들의 이야기를 ‘돌려감기’ 합니다. 생생한 라이브 무대에서 놓친 명장면과 공연의 뒷이야기도 함께 담았습니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그냥 떠나보내기 아쉬운 공연, 지금 놓치면 안되는 공연들의 이야기를 ‘돌려감기’ 합니다. 생생한 라이브 무대에서 놓친 명장면과 공연의 뒷이야기도 함께 담았습니다.

이건 꼭 봐야 해! 티켓팅만 성공한다면…헤비급 도파민 ‘킹키부츠’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무엇을 상상하든지 그 이상’(‘킹키부츠’ 롤라 넘버 중)이고, 무엇을 기대하든지 그 기대를 뛰어넘는다. 막이 오르면 혼이 쏙 빠져 한눈팔 새가 없고, 입꼬리와 광대가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지루하고 무기력한 일상을 뒤흔들어버릴 새빨간 활력소다. 아직도 안 봤다면, 지금 당장 공연장으로 향하는 것이 좋다. 올 한 해, 당신에게 가장 잘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공연의 여운으로 최소 3주간 행복할 수도 있다. 물론 티켓을 구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이제 쇼츠(Shorts)는 그만, 장장 155분 넘게 도파민이 풀충전되는 강력한 보상이 이 무대에서 시작된다. 바로 ‘킹키부츠’다. “나는 나쁜 기지배, 육감적인 지지배, 그댈 위한 깜짝선물, 아니 신이 내린 요물” 심장을 부여잡자. 무대 위 ‘붉은 반짝이’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고, 어렴풋이 ‘롤~라~’를 찾는 목소리가 메아리치면, 그때부터 무대는 ‘대반전’의 시작이다.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
2026.02.17 18:04
“우리 집은 왜 트리마제가 아닐까”…아이들의 눈으로 본 ‘오감도’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붉은 커튼 뒤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사실 세상은 무서운 것투성이다. 90년 전 경성의 도로를 질주하며 ‘무섭다’고 외치던 13인의 아해는 2026년 서울에서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만큼 ‘무서운 것들’이 많다. 아이들만이 아니다. 어른이 돼도 왜 그리 ‘무서운 것들’이 많은지, 9명의 아이가 뱉어낸 무서움은 그들의 전유물을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의 근원적 공포로 전이된다. 1934년, 한국 문단의 거대한 ‘형이상학적 스캔들’과 같았던 시인 이상의 ‘오감도’가 90년의 시공간을 가로질러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로 환생했다. 극단 공놀이클럽을 이끄는 강훈구 연출가를 통해서다. 이상의 시 ‘오감도’에선 ‘근대’라는 전례 없는 변화와 공포를 마주한 아이들이 탈출구가 없는 ‘막다른 골목’을 질주하는 모습을 그린다. 띄어쓰기를 침묵한 파격적 형식의 시(詩)가 품은 신경증적 불안은 오늘과 만나 눈앞에 잡히는 두려움으로 무
2026.02.09 19:43
다빈치 스승 된 장영실…‘국뽕’ 치사량 넘은 ‘한복 입은 남자’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너였다. 내가 그토록 닿으려던 별.”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중) 시공을 초월해 두 사람이 만났다. 조선의 시간을 설계하고, 백성의 삶을 구원한 ‘실용주의 과학자’ 장영실(1385~1442년 이후, 미상)과 르네상스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 ‘인류의 미래’를 캔버스에 그린 세기의 천재 다빈치에게 장영실은 그리운 조선을 품은 채 이렇게 말한다.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의 한 장면이다. 이 낭만적 상상력은 ‘한 장의 그림’에서 출발한다. 바로크 미술의 거장 페터 파울 루벤스(1577~1640)가 1617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드로잉 ‘한복 입은 남자’다. 그림이 세상에 나온 것은 1983년 11월 29일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다. 미국의 석유 재벌 J.폴 게티는 당시 드로잉 경매 사상 최고가인 32만4000파운드(당시 한화로 약 6억6000만원)에 그림을 낙찰받았다. 현재에도 그가 설립한 게티 미술관에서 소장 중이다. 그림 속
2026.02.09 15:26
건반 위로 내려앉은 그리움의 암호… 정명훈과 임윤찬이 연 ‘신세계’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클라라의 이름이 건반 위로 내려앉았다. 암호가 된 ‘CHAA’는 임윤찬의 미동도 않는 호흡에 실려 C-B-A-G#(도-시-라-솔#)으로 시린 겨울 저녁의 문을 열었다. 선율의 간격마다 숨을 멎고 기다리는 것처럼 미세하게 늦춰진 그 흐름은 다름 아닌 ‘그리움’이었다. 모든 음표와 악보에는 저마다의 숨은 이야기가 있다. 임윤찬은 슈만이 숨긴 그리움의 암호를 해독하며 피아노를 어루만지듯 사랑의 대화를 나눴다. 어린 피아니스트가 속삭일 때마다 거장 마에스트로는 눈을 감고, 충분히 음악을 읊조렸다. 1845년 12월 4일 독일 드레스덴의 호텔 드 작스에서 페르디난트 힐러가 지휘하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클라라 슈만이 협연했던 슈만 피아노 협주곡(A단조, Op. 54)이 181년의 세월을 지나 한국에서 울려 퍼졌다. 그때처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SKD)가, 악단 역사상 최초의 수석객원지휘자인 정명훈, 그리고 지금 세계 클래식 음악계를 완전히 사로잡은 피아니스트 임
2026.02.03 17:13
시(詩)를 입은 무대의 ‘도파민 디톡스’…극장이 경험을 파는 법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한국 시에 전에 없던 목소리를 내는 새로운 종족의 등장.” 젊은 시인 신이인을 수식하는 문장을 눈에 담자, 그가 공연 도중 무대로 걸어 나왔다. 객석은 등진 채 80명의 남자, 여자, 중년, 청년, 혹은 아이 앞에서 시를 읽는다. ‘꿈의 고백’이었다. “친언니가 피자를 사와서 내게 한 조각 먹이고 말했다 / 나 외계인이 될지도 몰라 /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외계인이었는지도 몰라. (중략) 지구는 재미있구나 가족이 이종족일 수 있다니 / 외로워도 홀로 이종족인 편이 낫겠지.” ‘외계인’, ‘이종족’과 같은 낯선 시어 덕에 시인의 중저음 목소리와는 무관하게 시는 재기발랄하고 귀여워진다. 귀여움이 외로움을 집어삼키진 않았으나, ‘별종’의 ‘별종들’을 향한 시선엔 따뜻한 이해가 담긴다. 이 시가 불시착한 곳은 오는 6월 개막을 앞둔 뮤지컬 ‘더 트라이브’(6월 9~27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런던의 한 박물관을 배경으로 성소수자인 남자와 슬럼프에 빠진 작가
2026.01.26 15:26
한 서린 광활한 저음…“약 때려 넣고” 노래한 임재범의 마지막 콘서트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첫 공연에서 술에 취한 미군 세 명 앞에서 노래를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올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전부 여러분 덕분입니다.” 이태원 ‘락월드’에서 3명뿐이던 관객을 앞에 두고 노래하던 청년은 40년 노래 인생의 문을 닫고 영혼의 쉼터를 찾기로 했다. 지난 17~18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을 휘감은 ‘작별의 공기’는 겨울바람처럼 시렸지만, 뜨거운 애틋함이 피어났다. 임재범의 ‘마지막 콘서트’가 된 데뷔 40주년 전국투어 ‘나는 임재범이다’의 서울 공연이다. 오래도록 견딘 시간이었다. ‘상실의 비명’을 부정하다, ‘후회로 자책한 눈물’을 흘렸고, ‘온 세상 소리를 보두 잠그고 적막에’(이상 ‘내가 견뎌온 날들’ 가사 중) 자신을 가뒀던 날들. 그 시간을 꺼내는 임재범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하지만 객석으로 날아든 담담한 작별 편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9000여명의 관객 앞에서 그는 무겁게 입을 뗐다. 임재범은 “알고
2026.01.19 09:45
가왕 조용필, ‘친구여’에 울고 ‘위탄 케미’에 웃었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옛일 생각이 날 때마다, 우리 잃어버린 정 찾아, 친구여 꿈속에서 만날까, 조용히 눈을 감네” (‘친구여’ 중) 백 마디 말이 무용했다. 꾹꾹 눌러 담은 짙은 그리움이 마디마디 실려 왔다. 관객들은 금세 직감했다. 미세하게 떨리는 음성, 짙은 선글라스로 숨긴 눈동자에 고인 눈물이 60년 지기인 고(故) 안성기를 소환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성악처럼 단단한 발성을 감정의 지렛대 삼아 뱉어낸 가왕을 향해, 객석 곳곳에선 “울지 마세요”라는 응원이 터져 나왔다. 가왕과 밴드 ‘위대한 탄생’의 리더 최희선, 베이스 이태윤이 어쿠스틱 기타를 메고 나선 이 무대는 이른바 ‘떼창 섹션’이다. ‘허공’, ‘추억 속의 재회’ 같은 발라드 명곡들에 관객의 목소리가 하나 되는 시간. 하지만 서울 공연 첫날의 ‘친구여’는 이전과는 달랐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고인의 발인일이었다. 올해로 데뷔 58주년을 맞은 가왕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2025~26 투어가 11일 서울 공연을
2026.01.12 08:27
또 ‘인생캐’ 만났다…‘관객 조련사’ 된 ‘비틀준수’ 김준수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비틀쥬스, 비틀쥬스, 비틀쥬스!” 딱 세 번만 부르면 그대로 ‘홀릭’이다. 그러더니 대뜸 “넌 세 번을 보라”며 최고 아이돌 시절엔 꿈도 못 꿨던 팬 소통을 시작한다. ‘비틀준수’(비틀쥬스+김준수를 합친 말)는 명실상부 ‘조련사’였다. 다름 아닌 ‘관객 조련사’. 코미디의 기본은 반복, 여기에 ‘한 명’만 타깃 삼아 잊혀질 때쯤 치고 빠지면 주도권은 금세 ‘비틀준수’의 것이 된다. 1열 우측 객석을 향해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하니, 18만원짜리 OP(Orchestra Pit)석이 삽시간에 동이 날 수밖에 없다. 뮤지컬 ‘비틀쥬스’(3월 22일까지·LG아트센터)가 돌아왔다. ‘천군만마’를 얻었다. 한국 뮤지컬계 톱스타 김준수와 함께다. 이름만 올리면 전석 전회차 매진을 기록하는 흥행 보증수표. 그는 지난해 ‘알라딘’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비틀쥬스’를 통해 ‘신상’ 캐릭터에 연이어 도전하고 있다. ‘알라딘’이 몸풀기였다면, ‘비틀쥬스’는 캐릭터 확장
2026.01.06 17:40
‘고독의 끝’에서 마주한 ‘내일’… 바리톤 박주성, ‘나’를 노래하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제 또 하루가 지나갔구나. 사랑스러운 것이든 괴로운 것이든, 그것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모든 것이 다시 한번 마음속을 스쳐 지나간다.’ (슈베르트 ‘고독한 사람’ 중) 담담한 독백으로 음악은 시작됐다. 고독을 응시하고 찬미하는 읊조림은 겨울밤의 시린 귀를 녹이는 따스한 낭독이었다. 충만한 고요의 여운을 안은 것도 잠시. 아름다운 음성은 이내 낯빛을 바꿨다. 사랑, 이별, 욕망, 분노, 그리고 신앙…. 삶의 장면마다 스민 희로애락의 서사가 과장 없이도 애절하고, 담백하면서도 장엄했다. 지난 6일, ‘M 아티스트’로 1년을 보낸 바리톤 박주성(32)과 관객의 마지막 대화였다. 세 번째 무대를 앞두고 박주성의 고심은 깊었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가 예술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았던 빈 국립오페라극장의 솔리스트답게, 지난 4월 첫 독주회에서 말러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들로 짙은 인상을 남겼다. 상주 음악가로서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2025.12.16 15:31
‘19금 쿨한 언니’ 도자 캣에 20대女가 열광했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음, 걘 악마야. 나쁜 기집애고 반항아지, (중략) 난 내가 할 말을 했을 뿐이야. 차라리 난 그냥 유명해질래. (Mm, she the devil. She a bad lil‘ bitch, she a rebel(중략)I said what I said. I’d rather be famous instead.)” (2023년 ‘페인트 더 타운 레드’ 중) 20대 젠지(Z세대, 1995년 이후 출생) 여성들의 대동단결이었다. 무대 바닥에 주저앉아 눈을 희번덕거리며 마이크를 물어버리고, 꼭두각시 인형 같은 표정을 짓더니 뒤돌아 운동으로 단련된 엉덩이를 흔들며 육감을 발산한다. ‘착한 여자 콤플렉스’ 따위는 벗어던지고 ‘빌런’을 자처하는 자기 주도형 팝스타. 달콤한 멜로디에 맞춰 플러팅을 던지며 관계를 이끌고, 스스럼없이 욕망을 드러낸다. 쿨하고 솔직한 ‘센 언니’ 도자 캣은 키치와 클래식을 오가는 관능적 무대로 한국의 20대 여성팬들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세계적인
2025.12.14 1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