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멘의 플러팅·돈 호세의 스토킹…시대성 반영한 ‘카르멘’?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세 남녀가 있다. 사랑도 삶에도 자유로운 여자, 한 남자와의 사랑에 ‘올인’하는 또 다른 여자, 오랜 사랑을 떠나 새로운 사랑에 몸부림치는 남자. 엇갈린 마음은 왜곡된 사랑의 태도를 낳고, 그것은 뒤틀린 관계의 비극으로 향한다. ‘카르멘’이 다시 태어났다. 1845년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원작 소설이 세상에 나온 이후 180년 가까이 고정된 여성상, 남성상을 보여줬던 이 작품이 2023년 연극 무대에서 새로운 인물상을 제시했다. 서울시극단의 연극 ‘카르멘’(10월 1일까지)이다. ‘카르멘’은 대대로 팜 파탈(femme fatale·치명적인 여자)의 상징이었다. 원작 소설을 무대에 올려 가장 명성을 떨친 작품인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초연 이후 여주인공은 ‘착한 남자’를 파멸케 한 ‘악녀&rsquo
2023.09.30 18:50블랙핑크 입고, 태극기 걸리고…예의바른 ‘유교 보이’ 포스트 말론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에 초대해줘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K-팝 걸그룹 블랙핑크의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 포스트 말론(28·오스틴 리처드 포스트)은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열심히 공부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온몸을 타투로 뒤덮은 ‘유교보이’의 90도 인사와 귀여운 발음의 한국어 인사에 3만 관객은 마음을 완전히 홀려 버렸다. ‘시대의 아이콘’ 포스트 말론이 마침내 한국에 왔다. 지난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테스 제1전시장엔 3만 인파가 몰려들어 금세기 최고의 팝스타 중 한 명인 그를 반겼다. 이날 일산 일대는 포스트 말론의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로 심각한 교통 체증을 겪었다. 공연 한 시간 전부터 킨텍스로 향하는 전 1.2㎞부터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성인 인증’을 해야 하는 공연이어서 관객들의 입장도 지연됐다. 오후 7시 15분이 넘어서야
2023.09.24 14:03담백한 위로가 건넨 완전한 치유…김도현의 ‘달에게 부치는 편지’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깊고 검은 호수 위로 제 모양을 잃어가는 하현달이 떠오른다. 물 위에 살포시 앉은 ‘달빛’(드뷔시)은 화려함을 뽐내지 않았다. 고단함이 그득해진 누군가의 곁으로 살며시 다가와 가만가만 어루만진다. 먹먹한 피아노 선율은 한낮의 열기를 덜어내는 밤바람을 움직이고, 호수 위로 그려진 윤슬처럼 잔잔하고 조심스럽게 어깨를 감싸안는다. 피아니스트 김도현이 ‘달에게 부치는 편지’의 첫 장이었다. 가을의 문턱에서 만난 김도현은 섣부른 낭만을 강요하지도, 질척이는 감정을 묻히지도 않았다. ‘담백한 위로’가 건넨 ‘완전한 치유’였다. 최근 서울 월드컵공원 수변무대에선 마포문화재단의 여덟 번째 ‘M 클래식 축제’의 일환으로 ‘문 소나타(Moon Sonata)’(9월 8일)가 열렸다. 올해 마포문화재단이 도입한 ‘M 아티스트’ 제
2023.09.19 19:05‘여왕의 귀환’ 블랙핑크, “나의 20대를 함께 해줘 고마워”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자, 오늘 밤이야. 난 독을 품은 꽃” (‘핑크 베놈’ 중) ‘여왕의 귀환’이었다. ‘K-팝 성지’로 불리는 케이스포 돔(KSPO DOME)에서 시작, 전 세계 34개국을 돌고 돌아온 블랙핑크는 마치 ‘오늘’을 기다린 것처럼 본때를 보여줬다. 밀도 높은 소울을 채워넣은 로제의 목소리가 “오늘 밤이야”(‘핑크 베놈’ 중)를 외치자, 마침내 블랙핑크의 밤이 시작됐다. 그룹 블랙핑크가 16~17일 양일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본 핑크(BORN PINK)’ 월드투어의 마침표를 찍었다. 블랙핑크는 지난해 10월 서울을 시작으로 북미,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중동 등 34개 도시에서 66회에 달하는 걸그룹 사상 최대 규모의 투어를 통해 180만 관객과 만났다. 이날의 서울 공연은 월
2023.09.17 20:59‘오케스트라 버전’ 마마무 플러스 ‘댕댕’…“원곡 연습만 2~3주”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머리가 띵해, 댕댕댕댕, 자꾸 너 땜에 댕댕댕댕~” 유려한 현악 선율에 맞춰 마마무 플러스의 솔라와 문별의 청량한 음색이 더해졌다. 심벌즈와 타악으로 댄스음악의 비트를 더하고, 솔라와 문별의 음색을 돋보이게 하는 멜로디를 현악과 목관악기가 들려줬다. 관악기는 짧고 굵게 시원한 소리로 클래이맥스로의 질주를 알렸다. ‘댕댕댕댕’이라는 노랫말에서 으레 들려온 ‘떼창’은 터지지 않았고, 두 사람의 안무도 없었지만 마마무 플러스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만남은 잘 어울렸다. 청와대 헬기장에서 열린 ‘2023 블루하우스 콘서트’(9월 9일)에서였다. 마마무 플러스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댕댕’ 노래를 위해 정말 고생을 많이 해주셨다”며 “조금 낯설었지만, 너무 멋진 연주와 지휘를 해주셔서 저희가 좀 얹혀가는 느낌이었다&rdqu
2023.09.17 08:0115년 내내 뜨거운 오후 2시…“2PM은 계속 된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잇츠 2PM(It’s 2PM)’ 한순간도 뜨겁지 않은 적이 없었다. 3시간 30분에 달하는 공연 동안 셔츠는 두 번이나 찢어졌다. 2008년 데뷔, 15년을 지내온 지금까지 이들에게 24시간 내내 오후 두 시였다. “넌 다시 나를 찾을거야. 그 때 내가 다시 올거야.” (‘아이 윌 비 백(I’ll Be Back)’ 중) 2PM이 다시 돌아왔다. 9~10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 ‘잇츠 2PM(It’s 2PM)’을 열고 수많은 팬들과 만났다. 2017년 6월 열린 ‘식스나이츠(6NIGHTS)’ 이후 약 6년 만에 열리는 단독 콘서트였다. 마치 이날을 위해 만들어진 곡처럼 2010년 발매한 ‘스틸 2PM(Still 2PM)’에 수록된 ‘아이 윌 비 백’
2023.09.10 20:24‘절망의 시대’에 길어올린 치유…류재준의 ‘미사 솔렘니스’ [고승희의 리와인드]
류재준의 ‘미사 솔렘니스’ [국립합창단 제공][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상상도 못한 리듬이 고개를 내밀었다. 니체가 ‘찬란한 태양의 음악’이라는 찬사를 보낸 비제의 ‘카르멘’을 떠올리게 하는 하바네라 풍의 리듬이었다. 솔로 바이올린이 살며시 고개를 내밀며 시작한 하바네라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서서히 밀고 들어와 위세를 떨치는 리듬은 거룩함을 찬미하다 이내 사라졌다. 금세 밝은 행진곡으로 옷을 갈아입고 진군이 시작됐다. ‘미사 솔렘니스(Missa Solemnis·장엄미사)’ 중 ‘상투스(Sanctus, 거룩)’에서였다. 묵직한 주제를 다룬 이 작품에서 가장 다채롭게 튀어오르는 악장이었다. 6년을 숙성한 작곡가 류재준의 ‘미사 솔렘니스’가 지난 31일 국립합창단의 여름합창축제를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2008년 루트비히 판 베토벤 음악제에서 울려퍼
2023.09.04 07:01아버지를 죽였다…“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넌 걸레야. 우유 한 병도 못 가져오는 쓸모없는 놈.” 매일같이 지독한 폭언이 쏟아졌다. 아버지는 말 끝마다 ‘걸레’라고 불렀다. 아들이 성매매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다. 폭언은 언제나 폭행은 함께였다. 폭행의 종류는 가지가지였다. 지나고 나니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할 수도 있다. “제일 최악은 허리띠예요. 허리띠가 최악인 건 버클 때문에 자국이 남아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엌에서 아버지를 포크로 찔러 죽였다. 21번을 찌르고 나니, 아버지는 숨이 끊어졌다. 냉장고에 꾸덕하게 달라붙은 붉은 핏줄기를 닦아냈다. 그런 다음 냉장고를 열어 주스 한 잔을 마신 뒤, 경찰에 신고했다. “나는… 아버지를 죽였어요.” 연극 ‘테베랜드’는 우루과이 출신 극작가 세르히오 블랑코가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다.
2023.08.20 17:14“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르세라핌, ‘내면의 목소리’ 따라 온 성장 서사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음악을 통해 이야기한 것처럼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서 하고 싶은 것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르세라핌 허윤진) 데뷔 1년 3개월 만에 ‘반전의 연속’이었다. 누구 못지 않게 화려한 출발을 알렸으나, 데뷔를 함께 한 이전 멤버(김가람)의 학교 폭력 논란이 르세라핌의 발목을 잡았다. 전 멤버 탈퇴 이후,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서사를 품은 곡과 함께 르세라핌은 4세대 걸그룹 중 유일무이하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할 줄 아는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위기는 기회’였고, 그 기회는 ‘성공의 도화선’이 됐다. 4세대 걸그룹 전성기를 이끈 르세라핌이 데뷔 1년 3개월 만에 1만 500여 관객과 만났다. 12~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첫 단독 콘서트 ‘플레임 라이즈스’(FLAME RISES)는 그룹의 ‘성장 서사&
2023.08.13 20:36BTS를 뭉치게 한 ‘슈가의 피날레'…3.8만 관객이 찾았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다시 서울에서 공연할 땐 우리 형제 7명이 함께 무대에 서지 않을까 싶어요.” (방탄소년단 슈가) 10개 도시, 28번의 공연, 33만 명의 관객과의 만남…. 지난 4월부터 약 4개월 간 이어온 방탄소년단 슈가의 월드투어가 서울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앙코르 콘서트엔 군복무 중인 맏형 진과 제이홉이 관객석에 앉았고, 리더 RM과 지민, 정국은 게스트로 무대에 서는 깜짝 볼거리를 연출했다. 슈가는 지난 4∼6일 서울 송파구 케이스포돔(KSPO DOME)에서 ‘어거스트 디 투어 디 데이 더 파이널’(Agust D TOUR ‘D-DAY’ THE FINAL)을 열고 2개월 만에 관객과 다시 만났다. 공연은 올 4월 미국, 일본, 태국, 싱가포르 등 총 10개 도시에서 열리며, 미국 빌보드 박스스코어 톱 투어 7위(2023년 5월 기준)에 오른 월드투어를 마무리하는 앙코르 무대였다.
2023.08.07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