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클’ 이용훈, 두 번의 ‘네순 도르마’…박수가 멈추지 않았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빈체로, 빈체로(승리하리라, 승리하리라!)” 가장 히트한 오페라 아리아인 ‘네순 도르마’(Nessun dorma, 아무도 잠들지 말라)의 마지막 가사가 울려 퍼지자, 객석에선 연주가 끝나기도 전에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지난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인기 아리아를 ‘월드 클래스’ 테너 이용훈이 부르자, 관객들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박수를 쏟아냈다. 서정적이면서 힘찬 음색이 어우러진 테너 이용훈의 첫 한국 무대. 끊이지 않는 박수에 이용훈은 지휘자와 눈을 맞추더니 “한 번 더”라고 말하는 듯한 입모양을 그렸다. 눈치 빠른 관객들이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하자, 이용훈도 웃음을 보이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제스처를 보이고는 다시 ‘네순 도르마’를 시작했다. 연이어 부르는 아리아는 처음보다
2023.10.29 23:10‘지구 멸망의 날’에 온 편지…젊은 연극인이 바라본 ‘기후위기’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2043년, 지구의 ‘마지막 인류’에게서 편지가 왔다. 두려움과 슬픔, 수십년간 이어온 경고를 무시한 자기반성이 뒤섞였다. 이제는 더이상 의미 없는 ‘분노’도 미련처럼 비집고 나온다. “우리를 헤어지게 만든 건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에요.” “모든 생명이 차별이 없는 곳에서 태어나게 해주세요.”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해요.” “지구 종말 대피소도 없애주세요.” 연극 ‘당신에게 닿는 길’(10월 29일까지·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은 2023년에서 시작해 2043년 ‘인류의 마지막 날’을 담아낸 ‘재난 연극’이다. 주제는 ‘기후위기’. 지난해 국립극단 ‘창작공감:연출’로 선정, ‘기후위기와
2023.10.29 19:02이상한 나라로 떠난 트럼펫의 모험…세계 초연 완성한 악단의 저력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빠르되 활기차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합창석 위 모니터로 1악장의 시작을 알리는 지시어가 뜨자, 관객들은 세계 초연곡에 숨을 죽였다. 지금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의 초연곡을 듣는다는 것은 언제나 영광과 긴장이 교차된다. 곡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고, 다시 들을 날을 기약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다. 2023 서울국제음악제의 폐악 음악회(10월 14일)에선 축제의 예술감독인 작곡가 류재준의 ‘트럼펫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이 울려 퍼졌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2023 서울국제음악제는 ‘낭만에 관하여’라는 주제로 지난 7일부터 7일간의 여정을 이어갔다. ‘낭만에 관하여’는 감염병, 참사, 전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온 관객들에게 위안과 행복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담아낸 주제다. 폐막 연주회를 통해 세계 초연한 ‘트럼펫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rsq
2023.10.22 21:282000명이 4만 5000명으로…찰리 푸스, 그는 조련사였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찰리, 아이 러브 유!” 1만 5000명의 관객을 압도한 남성 팬의 고백에 찰리 푸스는 “아이 러브 유, 투”라며 화답했다. 5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팝스타의 여전한 ‘잔망미(美)’에 ‘찰푸덕’(찰리 푸스 덕후)은 모처럼 충만한 시간이었다. 세계적인 팝스타 찰리 푸스가 지난 20일부터 한국을 찾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돔, 체조경기장)에서 3일간 한국 관객과 만나고 있다. 3일 연속 이어지는 공연은 단출한 무대로 관객을 꽉꽉 채워넣었고, 총 4만 5000명의 ‘찰푸덕’과 만났다. 공연의 시작과 함께 찰리 푸스의 ‘잔망’과 끼가 케이스포 돔을 가득 메웠다. 무대에 오른 그는 관객들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다는 듯, ‘서울’, ‘케이스포돔’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감격한 표정을 지
2023.10.22 12:295년 만에 한국 온 샘 스미스 “모든 경계와 편견을 무너뜨리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홀리’(holy)하게 시작한 무대는 ‘언홀리’(ubholy)하게 마무리됐다. 모든 경계와 편견은 무너졌고, 신성함과 불경함 사이의 줄다리기는 그것 자체로 ‘파격’이었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팝스타 샘 스미스가 지난 17일 저녁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에서 열린 내한공연 ‘글로리아 더 투어 2023(GLORIA the tour 2023)’을 통해 1만 명의 한국 관객과 만났다. 이번 공연은 지난 2018년 10월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첫 내한 공연 이후 5년 만이자, 샘 스미스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논바이너리(non-binery, 남녀라는 이분법적 성별에서 벗어난 제3의 성)’로 규정한 2019년 이후 첫 한국 콘서트다. 공연은 시작부터 끝까지 샘 스미스 그 자체였다. 턱없이 비싼 항공 수하물 운임료 탓에 화려한 무대 연출이
2023.10.18 11:02야외 무대에 선 ‘백조 발레리나’…3400여 관객이 열광하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새하얀 튀튀를 입은 24명의 발레리나들이 강바람을 맞으며 날아올랐다. 백조로 변한 발레리나들은 발자국 소리까지 한 몸처럼 맞추며 ‘군무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 앞으로 등장한 강미선 유니버설 발레단 수석 무용수는 군더더기 없는 세련된 몸짓으로 오데뜨를 연기했다. 올해 브누아 드 라당스 최고 무용수 상을 받은 강미선은 어느 무대에서나 ‘강미선 그 자체’였다. 수분에 한 번씩 한강을 가로지르는 지하철이 오갔고, 한강 둔치를 오가는 행인들의 소음, 오토바이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으나 가을 밤의 야외 발레에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발레 무대를 바라보며, 땅거미가 내려앉는 가을 하늘의 변화를 만나는 것도 낭만적인 풍경이었다. ‘한강노들섬클래식’이 올해도 막을 올렸다. 지난 14~15일 서울 노들섬 잔디마당에서 열린 발레 ‘백조의 호수’ 무대엔 이틀간 3420명(14일 1620
2023.10.16 14:54‘띠로리’, 파이프 오르간이 바흐 연주하자…무대가 울렸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띠로리 ~ 띠리리리리 띠” 첫 마디만 들어도 모두가 아는 곡이 있다. 숱한 예능 프로그램과 시트콤 속 ‘좌절’ 장면에 사용된 바로 그 곡. 패기 넘치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가 5000여개의 파이프 소리로 롯데콘서트홀 무대를 쩌렁쩌렁 울렸다. 오르가니스트 박준호가 손과 발을 분주히 옮길 때마다 음표들의 파동이 무대 바닥으로 고스란히 전달됐다. 발끝이 찌릿하며 전율이 일면, 그제야 또 한 번 체감한다. ‘마룻바닥 콘서트’의 묘미를 말이다. 999번의 공연 끝에 ‘더하우스콘서트’(이하 하콘)가 집밖으로 나왔다. 지난 10일이었다. 장장 21년 3개월간 한 주도 쉬지 않고 이어온 ‘하콘’이 1000회 공연을 맞아 첫 외출을 하는 날이었다. 장소는 국내 굴지의 클래식 공연장인 롯데콘서트홀. 2000여석 규모의 공연장은 이날 텅텅 비었
2023.10.16 00:01피아노 셰프의 인생 철학…“너무도 슬픈 인터미션”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거장 피아니스트에겐 별칭이 많다. ‘피아니스트의 교과서’, ‘피아니스트의 피아니스트’. 상투적이지만, 이러한 수사는 언드라시 시프(70)의 현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가장 찰떡인 별칭은 ‘피아노 셰프’다. 그의 연주는 정해진 프로그램이 없다. 오로지 그날의 분위기와 공연장 환경에 맞춰 레퍼토리를 고른다. 일 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 공연에서도 시프는 ‘최고’의 ‘오마카세(맡김차림)’ 셰프였다. 안드라스 시프의 내한 리사이틀의 마지막 공연이 지난 6일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시프의 마지막 공연은 일찌감치 열기가 뜨거웠다. 금요일 저녁, 극심한 교통 체증을 뚫고 온 관객들이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을 가득 메웠다. 사흘 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리사이틀에서 그는 “브람스를 칠까 했는데, 지금 보니 이 피아노와 이 홀에선 모차르트를 치는게
2023.10.09 18:52“장원영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아이브, 초통령다웠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장원영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 괜한 별칭이 아니었다. ‘초통령’이라는 수사답게 걸그룹 아이브의 첫 월드투어엔 어린이 관객들이 북적였다. 부모의 손을 잡고 일찌감치 모여든 아이들은 아이브의 응원봉을 들고 한 장의 사진이라도 더 남기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유채은(12) 양은 “아이브 언니들을 제일 좋아한다. 너무 예쁘고 노래, 춤 빼놓을 것 없이 무대를 너무나 잘한다”며 “언니들처럼 K-팝 가수가 되는게 꿈이다”라고 말했다. ‘소녀들의 열광’에 화답하듯 아이브는 ‘겨울왕국’의 엘사를 연상케 하는 화사한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공중에서 등장했다. 그네에 앉아 부른 첫 곡은 ‘샤인 위드 미’(Shine With Me). 그간 아이브를 최정상 걸그룹 자리에 올려둔 히트곡이 아닌 ‘
2023.10.08 22:18화려함 덜어낸 ‘심청가’…온전히 돋보인 소리와 소리꾼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범피중류 둥덩실 떠나간다. 망망한 창해이며 탕탕한 물결이로구나.” 심청의 여정이 구슬프다. 공양미 삼백 석을 구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져야 하는 열다섯 소녀의 마음에 비애가 쌓여만 간다. 깊고 검은 바다 한가운데 다다르자 애달픈 진양조 가락에 한이 서리고, 망망대해로 유유히 펼쳐지는 해안의 절경은 압권이라 야속하다. 애처로운 마음들이 쌓여 소리에 소리를 얹고, 웅장한 합창이 된 슬픈 소리가 애꿎은 치맛자락을 잡는다. “저기 가는 심소저야, 슬픔 말을 듣고 가라. 천추에 깊은 한을 하소할 곳 없었더니 오늘날 출천대효 너를 보니 오죽이나 음전허야.” ‘심청가’가 돌아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다 아는 ‘그 이야기’다. 영화, 연극, 발레를 통해 무수히 많은 변주를 만들어낸 ‘심청’은 이번엔 ‘전통의 얼굴’을 하고 무대에
2023.10.03 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