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의 리와인드
그냥 떠나보내기 아쉬운 공연, 지금 놓치면 안되는 공연들의 이야기를 ‘돌려감기’ 합니다. 생생한 라이브 무대에서 놓친 명장면과 공연의 뒷이야기도 함께 담았습니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그냥 떠나보내기 아쉬운 공연, 지금 놓치면 안되는 공연들의 이야기를 ‘돌려감기’ 합니다. 생생한 라이브 무대에서 놓친 명장면과 공연의 뒷이야기도 함께 담았습니다.

나이 합쳐 360살 ‘불혹의 아이돌’ 슈퍼주니어는 여전했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멤버수 9명, 평균 나이 40세(39.6세), 모두의 나이를 합치면 총 360살. 지난 20년간 한국을 넘어 아시아 시장을 개척했고, 오랜 시간 장수 그룹으로 여전한 ‘폼’을 지키고 있다. 20년의 긴 세월은 써 내려온 역사이자, 써나갈 시간의 탄탄한 기반이었다. “슈퍼주니어 20년의 역사, 과거·현재·미래를 총망라해서 우리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을 보여드릴게요. 슈퍼주니어의 밝은 미래를 기원합니다!” (이특) 리더 이특의 한 마디에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멤버들도 팬들도 여전했다. 지난 20년간 쌓아 올린 멤버들의 에피소드가 봇물 터지듯 터졌고, 그때마다 엘프(슈퍼주니어 팬덤)는 슈퍼주니어의 곁을 지켰다. “20년간 ‘엘프’(팬덤명) 여러분과 함께하며 행복하고 좋은 추억도 많았다. 그만큼 아프고 슬픈 일도 참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멤버들과 ‘엘프’가 함께 울고, 걱정하고, 기도해 줘서 20년 동안 활동해 올 수 있었습니다.” 지난 22~2
2025.08.25 01:41
담배 문 심청·‘노답’ 심봉사·탐욕 덩어리 뺑덕…막장 ‘심청’의 등장 [고승희의 리와인드]
#떡밥 1. 파도소리가 휘몰아치는 극장. 대형 스크린에서 인터뷰 영상이 나온다. “심청은 누구인가요?” 2025년의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 10명 중 7명의 답변이 같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효녀’”. 고전의 고정관념에 갇힌 답변이 나올 때마다 영상에선 안과 광고가 등장한다. ‘뻘소리’나 다름없다는 듯한 짓궂은 일갈이다. (판소리 시어터 ‘심청’ 본공연 전 영상) #떡밥 2. 새하얗게 분칠한 얼굴, 시커먼 눈두덩이. 망령이 된 70명의 소녀가 뛰어든다. 웃음 같은 비명이, 비명 같은 절규가 작은 몸을 타고 극장 안을 휘감는다. 마음껏 웃지 못했고, 마음껏 아프지도 못한 채 삶을 갈취당한 소녀들이다. (판소리 시어터 ‘심청’ 공연 직전 퍼포먼스) 무대는 공연 시작 전부터 ‘대형 떡밥’을 던진다. 어수선한 객석에서 누군가는 집중하고 누군가는 흘려보낼 이 장면은 판소리 시어터 ‘심청’이 펼쳐낼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서막과 같다. 제작기간
2025.08.19 14:48
‘제2의 임윤찬’ 김세현, 클래식계 ‘새로운 스타’ 등장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세이 미야케의 플리츠 상하의를 입은 ‘소년 피아니스트’는 긴장한 기색도 없이 걸어 나왔다. 600석을 꽉 채운 관객들에게 가볍게 인사한 뒤 검은 손수건으로 건반을 쓱쓱 닦아내더니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시작했다. 첫 음부터 남달랐다. 어린 피아니스트의 패기와 강력한 힘, 음악 안에서 한없이 자유를 만끽하는 개성이 연주 내내 넘실댔다. 피아노 위에서 마음껏 노니는 천진함과 대성한 피아니스트들에게서 포착됐던 광기, 나이를 의심케 하는 성숙한 감정과 그와는 반대로 나이를 역행하는 개구진 순수성이 한데 버무려져 피아니스트 김세현의 오늘을 들려줬다. 지난 8일 2025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의 일환으로 열린 리사이틀에서다. “피아니스트가 자신을 드러내려 한다면 2000명의 관객을 놀라게 하는 연주를 선보일 수 있겠지만, 자신을 버리고 음악을 섬기는 마음으로 피아노 앞에 앉는다면 한 명 한 명의 청중을 변화하게 만드는 연주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겐 후
2025.08.11 14:05
“내가 왕자다”…한 차원 높은 ‘백조의 호수’
이제 막 성인이 된 왕자의 성인식. 무대 한쪽에서 ‘콩쿠르 왕자’ 다닐 심킨(38)이 등장하자 옅은 탄성이 객석에 묻어났다. 걸음걸이부터 자태가 달랐다.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회전, 하늘을 날아오를 때 곧게 뻗은 다리와 무대가 완벽한 수평을 이룬다. 단 5초면 충분했다. 그 시간은 심킨이 객석을 사로잡는 데 필요한 시간이었다. 춤은 순식간에 보이는 예술이나, 발레 무용수에게 1분은 무엇 하나 보여주기 힘든 시간이다. 무용수들은 “걸어 나오는 데에만 5분이 걸리고 감정을 다듬어 다음 동작과 연결하기까지 10분을 투자한다”고 말한다. 동작 하나를 제대로 선보이기엔 지나치게 짧은 시간. 그는 차원이 다른 ‘어나더 레벨’의 경지에 있었다. 러시아계 독일인인 심킨이 한국에서 첫 전막 발레 무대에 섰다. 예술의전당과 공동 제작한 유니버설발레단(UBC)의 ‘백조의 호수’를 통해서다. ‘백조의 호수’는 고전 발레의 상징이다. 1877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작곡가 표토
2025.07.24 11:26
다닐 심킨의 ‘내가 왕자다’…어나더 레벨 ‘백조의 호수’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제 막 성인이 된 왕자의 성인식. 무대 한쪽에서 ‘콩쿠르 왕자’ 다닐 심킨(38)이 등장하자 옅은 탄성이 객석에 묻어났다. 걸음걸이부터 자태가 달랐다.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회전, 하늘을 날아오를 때 곧게 뻗은 다리와 무대가 완벽한 수평을 이룬다. 단 5초면 충분했다. 다닐 심킨이 객석을 사로잡는 데에 필요한 시간. 춤은 순식간에 보이는 예술이나, 발레 무용수에게 1분은 무엇 하나 보여주기 힘든 시간이다. 무용수들은 “걸어 나오는 데에만 5분이 걸리고 감정을 다듬어 다음 동작과 연결하기까지 10분을 투자한다”고 말한다. 동작 하나를 제대로 선보이기엔 지나치게 짧은 시간. 그는 차원이 다른 ‘어나더 레벨’의 경지에 있었다. 러시아 출신 독일인 다닐 심킨이 한국에서 첫 전막 발레 무대에 섰다. 예술의전당과 공동 제작한 유니버설발레단(UBC)의 ‘백조의 호수’를 통해서다. ‘백조의 호수’는 고전 발레의 상징이다. 1877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초연
2025.07.23 11:10
손민수·임윤찬 ‘사제간 무언의 대화’
스승과 제자 사이의 거리 약 1~1.5m. 두 대의 피아노는 건반을 마주한 채 무대에 섰다. 피아노 앞에 앉은 두 사람의 시선엔 늘 서로가 있었다. 스승의 시선은 내내 제자를 향했고, 제자는 스승과 눈을 맞추며 무언의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 사이로 8년, 2920일, 7만 80시간의 음악이 흘렀다. 두 개의 우주가 만나는 순간이었다. 한국 클래식계에서 가장 화제인 ‘사제 듀오’가 왔다.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2022년)을 한 이후 국내 음악계의 변곡점이 된 피아니스트 임윤찬(21)과 그를 길러낸 스승 손민수(49). 지난 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 & 임윤찬’ 리사이틀에선 ‘클알못’(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신조어)도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의 줄임말)에 뛰어들게 만든 사제 듀오의 위상이 증명됐다. 이날의 연주는 스승과 제자가 공유한 긴 시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견고하게 쌓아 올린 시간의 역사는
2025.07.18 11:14
‘스승은 오선지·제자는 음악’…손민수·임윤찬, 두 우주가 만든 초신성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스승과 제자 사이의 거리 약 1~1.5m. 두 대의 피아노는 건반을 마주한 채 무대에 섰다. 피아노 앞에 앉은 두 사람의 시선엔 늘 서로가 있었다. 스승의 시선은 내내 제자를 향했고, 제자는 스승과 눈을 맞추며 무언의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 사이로 8년, 2920일, 7만 80시간의 음악이 흘렀다. 두 개의 우주가 만나는 순간이었다. 한국 클래식계에서 가장 화제인 ‘사제 듀오’가 왔다.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2022년)을 한 이후 국내 음악계의 변곡점이 된 피아니스트 임윤찬(21)과 그를 길러낸 스승 손민수(49). 지난 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 & 임윤찬’ 리사이틀에선 ‘클알못’(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신조어)도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의 줄임말)에 뛰어들게 만든 사제 듀오의 위상이 증명됐다. 이날의 연주는 스승과 제자가 공유한 긴 시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견고하게
2025.07.15 10:20
짐승처럼 포효한 근육질 백조…고정관념을 깨자 달라진 ‘몸의 언어’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왕자의 방, 왕실 문장이 새겨진 커다란 침대가 쏟아질 듯 아찔한 경사로 기울어졌다. 왕실의 의무에 짓눌린 유약한 왕자를 괴롭히는 악몽. 그의 머리 위로 새장을 벗어나길 갈구하는 야성적 백조가 춤을 춘다. 그것은 꿈이었을까 내면이었을까. 환상이었을까 현실이었을까. 어느 밤의 호숫가, 생을 끝내려던 왕자의 앞에 꿈속 백조가 나타난다. 깃털 바지를 입고 근육질 상체를 드러낸 그 백조가 왕자를 구하며 매혹한다. 백조는 짐승의 몸짓으로 본능을 춘다. 매튜 본의 발레 ‘백조의 호수’다. 어떤 세계에서 남성은 흔치 않은 게 뒷순위다. 만약 당신에게 발레에 관해 묻는다고 치자. 적어도 10명 중 9명은 새하얀 튀튀(발레 치마)를 입고 우아한 아라베스크를 완성하는 발레리나를 떠올리지 않을까. 으레 그럴 것이라 생각했던 세계의 법칙을 무너뜨렸다. 고정관념을 깨고 나온 ‘몸의 언어’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성별의 관념을 부수고, 전통의 경계를 넘어 찾아낸 춤의 어휘들은
2025.07.13 12:07
8만 블링크가 함께 ‘점프’…블랙핑크의 화려한 귀환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블랙핑크 인 유어 에리어(BLACKPINK in your area), 뛰어!” 마침내 돌아왔다. 블랙핑크의 한 마디에 고양이 들썩였다. 웨스턴 스타일과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사운드를 버무린 신곡 ‘뛰어(JUMP)’가 울려 퍼지자, 30도의 폭염을 잊은 블링크(블랙핑크 팬덤)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폭죽과 ‘뿅봉’(블랙핑크 응원봉)이 분홍 파도를 만들며 ‘여왕들의 귀환’에 환호했다. K-팝 간판스타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걸그룹’(타임)으로 군림해 온 블랙핑크의 컴백은 최근 K-팝의 가장 강력한 오늘을 보여준 한 장면이었다. 블랙핑크는 5~6일 이틀간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새 월드투어 ‘데드라인’(DEADLINE)으로 7만8000명의 관객과 만났다. 2022∼2023년 월드투어 ‘본 핑크’(BORN PINK)로 180만 명의 관객과 만난 이후 1년 10개월 만의 ‘완전체’ 무대. 2년 8개월 만에 발
2025.07.07 08:46
온기 더해진 완벽주의자 지메르만, 박보검도 찾은 ‘역사적 순간’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박제된 음표가 그의 손끝에 내려앉으면, 공기의 온도가 달라진다. 불과 5초, 10개의 음표. 속삭이듯 이어가는 음표와 음표 사이로 온기가 스몄다. 두 개의 다른 시간대가 음악에 쌓였다. 1808년 초연돼 2025년에 다시 연주되기까지의 197년, 1993년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빈필하모닉과 연주한 30대 청년 지메르만이 쌓아온 32년. 오선지 위에 박제된 검은 점에 불어넣은 숨결은 시간의 서사였다. 희귀한 장면이 만들어졌다. 지난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선 뉴욕필과 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협연이 성사됐다. 뉴욕필은 11년 만이 내한이며, 지메르만이 미국 악단과 연주하는 것은 장장 16년만, 뉴욕필과의 협연은 1996년 이후 29년 만이다. 2009년 LA타임스의 왜곡된 기사로 지메르만이 조국 폴란드에 대한 미국의 군사 조치에 항의해 미국 공연을 하지 않았다고 알려지면서다. 심지어 지메르만이 예술의전당 무대에 서는 것도
2025.06.30 1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