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뭉친 린킨 파크 13년만 내한

1만 4000명 중 4200명은 외국인

린킨파크도 놀란 1만 4000명 떼창…“외국인 관객만 30%” [고승희의 리와인드]
린킨 파크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헤럴드경제(인천)=고승희 기자] “여러분이 부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노래해 주세요!”

“한국은 처음”이라는 린킨 파크의 새 보컬 에밀리 암스트롱은 관객들의 엄청난 함성과 떼창에 다소 놀란 듯 보였다. 첫 곡 ‘섬웨어 아이 빌롱(Somewhere I Belong)’부터 관객들은 참지 않고 놀라운 떼창으로 린킨파크를 맞았다. 암스트롱은 두 번째 곡에선 아예 인이어를 빼고 한국 관객들의 ‘떼창’을 들으며 활짝 웃었다. 그러더니 이내 “여러분 모두 정말 뜨겁고 멋지다”며 “여러분들의 소리가 훌륭하다”며 감탄했다.

Y2K 열풍과 함께 마침내 린킨 파크가 왔다. 전 세계가 기다려온 2000년대 가장 성공한 밴드 중 하나인 린킨 파크가 한국을 찾은 것은 무려 13년 만이다.

린킨 파크는 지난 28일 오후 7시 30분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새 월드투어 ‘프롬 제로’(FROM ZERO)를 열고 1만 4000명의 한국 관객과 만났다.

린킨파크도 놀란 1만 4000명 떼창…“외국인 관객만 30%” [고승희의 리와인드]
린킨 파크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1996년 데뷔한 린킨 파크는 전 세계 통산 앨범 판매량 1억장 이상, 두 번의 그래미상 수상 기록을 세운 세계적인 밴드다. 거칠고 포효하는 사운드, 폭발적인 에너지의 밴드가 활동을 중단한 것은 2017년 메인 보컬 체스터 베닝턴이 세상을 떠나면서다. 횡경막을 찢고 나오는 목소리로 린킨 파크의 색을 만들었던 그의 사망 이후 린킨 파크는 완전히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무려 7년, 각자의 음악 활동을 하던 밴드가 다시 뭉쳤다. 여성 보컬 암스트롱을 영입하면서다. 비슷하지 않을 거면 완전히 새로워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듯 무척이나 이례적이 선택이었다. 드러머도 원년 멤버 롭 버든 대신 콜린 브리틴도 이번에 함께 합류했다.

이번 공연 전날 린킨파크는 아시아 기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여섯 멤버가 음악을 만들며 다시 열정을 느끼고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린킨파크도 놀란 1만 4000명 떼창…“외국인 관객만 30%” [고승희의 리와인드]
린킨 파크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밴드의 프로듀서이자 래퍼인 마이크 시노다는 “재결합을 결심한 특정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함께 만나는 것에서 출발했다. 때로 음악을 만드는 일도 실체가 없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대단한 결과물을 낳기도 한다”고 재결합 배경을 밝혔다.

새 멤버들과 함께 한 린킨 파크의 한국 투어는 성공적이었다. 7년 만에 활동을 재개하고 신곡 발매와 투어를 진행하는 린킨 파크는 이번 월트투어에서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한국을 포함했다.

린킨 파크의 이번 공연의 지난 20년의 시간여행이었다. 2000년 발매한 정규 1집 ‘하이브리드 띠어리(Hybrid Theory)’, 2003년 발매한 2집 ‘메테오라(Meteora)’와 같은 빅히트 앨범의 수록곡들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암스트롱의 목소리는 이질감 없이 그 시절 우리들의 린킨 파크 안으로 스며 들었다.

암스트롱은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동경하던 자리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이, 유산을 지켜온 중요한 밴드에 합류했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는 사실은 분명하기에 이 자리에 서 있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린킨파크도 놀란 1만 4000명 떼창…“외국인 관객만 30%” [고승희의 리와인드]
린킨 파크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한 가운데에 중앙 무대를 세우고 무대 위쪽으로는 영상을 뒀다. 세 멤버가 좌우를 바라보고 서서 관객과 마주한 구성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서로를 등지고 섰지만 시노다의 감칠맛 나는 래핑과 암스트롱의 온유하면서도 폭발력 있는 보컬의 어우러짐이 특히나 좋았다.

공연에선 한국계 멤버 조세프 한의 귀여운(?) 한국어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마이크의 솔로 무대를 마치고 잠시 숨을 돌릴 때 “여보세요?” “누구세요?”라며 한국어로 관객과 소통해 웃음과 박수를 자아냈다.

과거의 린킨 파크와 함께 현재의 린킨 파크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날 밴드는 최근 발매한 신곡 무대도 선보였다. 지난 6일 발매한 새로운 싱글 ‘더 엠티니스 머신(The Emptiness Machine)’이다. 여성 보컬의 영입 이후 완전히 달라진 색깔을 드러내면서도 기존 린킨파크의 유산을 그대로 간직한 모습이다. 이 곡은 다음 달 15일 발매하는 새 앨범 ‘프롬 제로(FROM ZERO)’에 실릴 예정이다. 제로(는 ‘린킨 파크’라는 밴드명이 정해지기 전 이들 밴드의 첫 이름이었다.

시노다는 “이번 앨범은 소박한 시작과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의 현재 여정을 담아냈다”며 “에밀리의 힘 있는 보컬은 매일 밤 우리에게 새로움을 환기시킨다”고 말했다. 조세프 한은 “이번 앨범은 여전히 역동적이지만,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역동성을 탐험할 것”이라며 “감정이 집중된 앨범이자,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전이 될 앨범”이라고 말했다.

린킨파크도 놀란 1만 4000명 떼창…“외국인 관객만 30%” [고승희의 리와인드]
린킨 파크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또 다른 신곡인 ‘헤비 이즈 더 크라운’(Heavy Is The Crown) 무대는 앙코르 때 나왔다. ‘2024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주제곡이다.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의 공연은 화려하고 큰 무대를 꾸미는 K-팝 그룹의 경우 7000~8000석 정도로 오픈하나, 린킨 파크는 1층을 스탠딩으로 채우고, 2~3층 좌석까지 꽉꽉 채워 최대치로 관객을 받았다. 특히 이날 공연은 유일한 아시아 투어인 만큼 외국인 관객이 눈에 띄게 많았다. 공연 당일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는 외국인 관객도 적지 않았다.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측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 관객 비율은 30%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한국을 찾은 다른 해외 아티스트와 비교해도 상당히 많은 수치”라고 귀띔했다.

인천공항 인근 공연장인 만큼 외국인 관객들의 접근성이 좋았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홍콩에서 온 장웨인(38) 씨는 “린킨파크의 오랜 팬인데 한국에서만 공연 일정이 있어 오게 됐다”며 “공항에서 멀지 않고 호텔과 함께 있는 공연장이라 콘서트를 마친 뒤 한국에서 이틀 정도 머물다 돌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