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의원총회 예상 깬 박수 추인
용산→韓→의원회관 두드린 秋
부정적인 친윤·비한 ‘1대 1’ 공략
“주초 與野 원내대표 만나 이야기”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이미 아무리 특별감찰관을 선임한다고 해도 국민들이 그렇게 감동을 받거나, 효과적이지 않은 상황이 돼버렸다.”(11월14일 안철수 의원)
“우리가 촉구를 하고 의원총회에서 무슨 표결을 하고, 결정하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안 하는 게 바람직하다.”(10월30일 권영세 의원)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사과나) 요구도 안 하고 무조건 우리 갈 길을 가겠다, 이게 과연 맞는 것인가.” (10월24일 권성동 의원)
국민의힘이 대통령과 배우자, 그 친인척 비리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을 위한 후보 추천 절차를 당론으로 추진한다. 한동훈 대표는 14일 오후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 연단에 올라 “민심에 맞는 변화와 쇄신을 위해 명분있게 뭉치자”며 추경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후보 추천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현장에는 당정관계, 대야 전략상 실익을 고려해 특별감찰관 추천에 공개적으로 비판과 우려를 밝힌 중진들도 있었지만 반론은 없었다. 별도 표결 없이, 참석한 의원들이 박수로 당론을 추인한 ‘전원 만장일치’였다.
용산·한동훈 연쇄 조율…친윤·비한 ‘1대 1’ 공략
당론 추인 배경에는 대통령실과 한동훈 대표,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한 추 원내대표의 ‘물밑 조율’이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특별감찰관 추천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조율을 거쳤고, 1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직전 한 대표와도 비공개로 만나 조율을 진행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 과정에서 한 대표에게 ‘의원총회 전까지 특별감찰관 관련 메시지를 자제해 주시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후 추 원내대표는 의원총회가 열린 14일 오전까지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 ‘1대 1’ 설득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한 대표를 비판하거나,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친윤(친윤석열) 및 비한(비한동훈) 중진들이 주요 ‘공략’ 대상이었다.
권성동·권영세(5선) 의원, 안철수(4선) 의원 외에 한 대표와 7·23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놓고 경쟁했던 나경원(5선) 의원, 당 내 대표적인 친윤계이자 한 대표 취임 초반 ‘정책위의장 유임·교체 논쟁’ 끝에 자진 사퇴한 정점식(3선) 의원 등이다. 추 원내대표는 이들에게 ‘특별감찰관 문제를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했고, 일부 중진들에게 ‘차분한 의원총회 분위기를 조성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는 특별감찰관 문제가 본격적인 당 내 계파 갈등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여권 안팎의 분위기를 우려한 행보로 보인다. 특별감찰관 임명은 지난달 한 대표가 ‘대통령실 쇄신’을 주문하며 공개 요구한 사안 중 하나다.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친한계와, ‘여야 협의 사항을 당대표 독단으로 주장했다’는 친윤계 간 신경전이 팽팽했다. 당시 “특별감찰관 추천은 원내 사안(추경호)”, “원내든 원외든 당 전체를 총괄하는 임무를 당대표가 수행하는 것(한동훈)” 등 발언이 나오며 ‘투톱’ 갈등 양상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국민담화 기자회견에서 “국회에서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이 오면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고, 한 대표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또 한번 “당은 즉시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이목이 다시 집중됐다.
“주초 원내대표 만남, 그때 얘기할 것”
국회가 3명의 후보를 대통령에 추천하는 특별감찰관 제도는 여야 협의 사안이다. 추 원내대표는 15일 기자들을 만나 “아마 늦어도 주초에는 양당 원내대표가 만날 일이 있고, 그 때 제가 다시 한번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제안과 함께 ‘북한 인권재단 이사 임명’ 및 현행법상 이사 임명 제도 개정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인권재단 이사 임명 문제는 윤석열 정부 들어 특별감찰관 추천 문제와 엮인 국민의힘의 원내 전략사안이다. 국민의힘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제도 보완을 위한 현행법 개정도 당론으로 추인했다.
국민의힘 내에서 특별감찰관 당론 추진은 실현 가능성이 아닌, 거대야당의 특검법 공세에 숨통을 틔운 ‘전략’으로서 유의미하다는 평가가 짙다. ‘김건희 특검법’을 주장하는 민주당이 특별감찰관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현재로서 낮기 때문이다.
14일 본회의에서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킨 민주당은 특별감찰관 임명 제안을 “특검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반대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가 이뤄질 경우, 민주당은 국회 재의가 예상되는 28일 본회의에 대통령 재의요구권을 우회하는 ‘상설특검법’을 동시에 상정해 표결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