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1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서 앙코르 투어
양일간 5만6000명 운집…다음 달 베스트 앨범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우린 지금, 세븐틴과 캐럿의 시대에 살고있어요.” (세븐틴 민규)
오후 5시 13분, ‘원팀’ 세븐틴이 등장하자 2만 8000여 명의 캐럿은 잠시의 공백도 허용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함성과 세븐틴을 연호하는 캐럿의 목소리는 이곳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앨범을 팔아치운 톱그룹의 공연 현장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세븐틴의 앙코르 투어 ‘세븐틴 투어 ‘팔로우’ 어게인 투 인천 (SEVENTEEN TOUR ‘FOLLOW’ AGAIN TO INCHEON)’이 30~31일 이틀간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렸다. 세븐틴의 국내 공연은 지난해 7월 고척돔에서 열린 공연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양일간의 공연동안 세븐틴은 5만 6000여명의 관객과 만나는 것으로 월드투어의 포문을 열었다.
완전체 세븐틴을 보는 것은 무척 오랜만이다. 지난해 여름 고척돔 공연에선 승관이 건강 문제로 참여하지 못하며 무려 1년 9개월 만에 한국 콘서트로 캐러솨 만났다. 에스쿱스는 지난해 8월 무플 부상으로, 저한은 지난해 12월 발목을 수술을 받아 미니 11집 ‘세븐틴스 헤븐’ 활동 을 함께 하지 못했다.
리더 에스쿱스는 “8개월 만에 복귀를 하게 됐는데, 무대에 빠지는 구간도 서는 구간도 있다. 무대에 섰을 때는 최선을 다하겟다”고 인사하며 본격적인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명실상부 ‘공연 장인’…CD 삼킨 라이브, 화려한 드론쇼
명실상부 ‘공연 장인’이다. 2023년 앨범 누적 판매량 1600만 장. 전 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앨범을 판매하는 아티스트인 세븐틴의 진가를 알 수 있는 곳은 바로 콘서트 무대다.
13명의 멤버, 세 개의 유닛이 모여 하나가 된 ‘원팀’ 세븐틴은 노래, 춤, 심지어 개그 실력마저 탑재한 흔치 않은 그룹이다.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단일 앨범 사상 최고 판매량인 600만 장 이상을 팔아치는 미니 10집 ‘FML’의 타이틀곡 ‘손오공’으로 문을 연 세븐틴은 ‘박수’, ‘울고 싶지 않아’, ‘퍽 마이 라이프(F*ck My Life)’로 내달렸다.
데뷔 9주년을 맞은 현재에도 부숴져라 춤을 추고, 그러면서도 CD를 삼켜버린 듯한 놀라운 가창력이 이어졌다. 세븐틴의 저력과 개성을 확인하는 단체무대에 이어 보컬, 퍼포먼스, 힙합 유닛은 완전히 상반된 매력을 보여주며 저마다의 무대를 꾸몄다. 힙합 유닛 에스쿱스, 원우, 민규, 버논이 ‘파이어(fire)’ 무대를 꾸밀 땐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채운 캐럿들이 모두 일어나 세븐틴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본격적으로 흥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홈런’ 무대부터였다. 도겸은 “이것은 축제인가 콘서트인가”라며 2만 6000여명의 캐럿들을 일으켜 세웠고, 패딩까지 야무지게 챙겨온 캐럿들은 3월 말의 차가운 공기도 아랑곳 않고, 공연의 열기를 삼켰다.
완전체가 된 ‘음악의 신’들의 무대에선 야외 공연장의 상공으로 종이 나비 수천 마리가 날아올랐다. 살을 에는 찬바람도 망각한듯 이곳은 완연한 봄날의 저녁이었다.
공연 시작 두 시간 후, 오후 7시를 넘기며 완전히 해가 지자 야외 공연이 만들어내는 장관이 이어졌다. 승관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는 ’에이프릴 샤워‘를 시작하자, 사랑 열매와 세븐틴의 상징인 캐럿이 매달린 나무가 드론으로 그려졌다. 7시 10분 경엔 하늘로 대형 캐럿이 만들어지며 감동의 순간이 만들어졌다. ‘겨우’를 부를 땐 서로 맞잡으려 다가서는 두 손, 하늘을 걷는 거대한 사랑 형상, 그리고 “사랑에 대해 묻는다면 그건 세븐틴”, “언제 어디서나 빛내줄게 세븐틴”이라며 캐럿들의 마음을 담은 글귀까지 담아내며 초대형 이벤트를 보여줬다.
엄청난 인원수를 수용한 광활한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은 1열 앞에 설치한 메인 무대 플로어 석과 2층 객석 사이로 설치된 중앙 무대, 두 무대를 연결하는 대형 무빙 스테이지까지 활용하며 다양한 연출을 선보였다.
‘핫’ 무대에선 화려한 불꽃놀이까지 선보이며 공연을 마무리해야 했지만, 세븐틴도 캐럿도 자치지 않았다. 멤버들은 “여러분의 함성 소리가 앙코르 곡수를 좌우한다”며 끊임없이 “놀 준비됐냐”며 캐럿들을 준비시켰다. 그 가수의 그 팬이었다. 캐럿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떼창과 함성으로 함께 했다. “내 뜻대로 안되는 하루하루가 안개처럼 흐릿”해도, “세상이 반대로 돌아가더라도”(‘같이 가요’ 가사 중) 세븐틴과 캐럿은 “우리 평생 같이 가자”고 약속했다.
10년간 이심전심..."세븐틴은 청춘이었고, 캐럿은 늘 감동이었다"
“여러분이 제 편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제가 늘 여러분 곁에 서있을게요. 사랑합니다.” (세븐틴 우지)
2015년 데뷔해 어느덧 9주년을 맞은 세븐틴과 9년간 한결같은 마음을 보내온 캐럿은 모든 순간 ‘이심전심’이었다.
이날 공연장은 일찌감치 찾은 팬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가장 예쁜 모습으로 세븐틴을 만나러 온 캐럿들은 공연장에 도착해 구석구석에서 인증샷을 남겼다.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남자친구와 함께 미국에서 세븐틴의 공연을 찾아온 불가리아 출신의 조일리(23)는 “이번 공연을 보기 위해 너무너무 힘들게 표를 구했다”며 “일주일 전에 서울에 와서 사진전을 보고, 라운지에 들려 메시지를 남기고 왔다”고 말했다.
조일리는 특히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다 세븐틴을 알게 됐는데 멤버들끼리 사이가 너무 좋고 인성이 뛰어난 데다 노래 실력이 뛰어나 최애가 됐다”고 귀띔했다.
공연 현장엔 유달리 중국 팬들이 많았다. 중국에서 친구들과 함께 온 리엔(26)은 “세븐틴 멤버를 모두 좋아하지만 그 중 민규를 가장 좋아한다”며 “완벽한 노래 실력과 춤, 멤버들의 유머러스함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워낙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그룹인 만큼 세븐틴의 한국 공연은 국내 팬들에겐 특히나 귀한 무대다. 세븐틴의 데뷔와 동시에 캐럿이 됐다고 강조한 김예은(21) 씨는 “한국보다 해외 일정이 더 많아 서운한 부분도 있지만 이렇게 공연을 볼 수 있게 돼 너무나 좋다”며 “나의 10대 시절 모든 날들에 세븐틴이 있었고, 세븐틴 ‘같이 가자’고 할 때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힘들었던 때마다 큰 힘이 된 그룹이라 존재만으로도 고맙다”고 말했다. 김현휘(26) 씨는 “내 청춘의 모든 순간에 세븐틴이 함께 하고 있다”며 “그 어떤 그룹보다도 뛰어난 실력으로 증명하는 팀이다. 캐럿이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캐럿과 함께 하는 세븐틴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우지는 “너무나 부족하고 못난 저를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거짓 하나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규 역시 “캐럿이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고, 디에잇은 “캐럿과 함께라면 꽃길이 아니라도 좋다고 이야기했었는데 지금 우리는 이미 캐럿들과 꽃길을 밟고 있는 것 같아 미래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승관은 콘서트 전날 새벽 본 캐럿의 댓글을 보고 울었다며, “그 마음이 나와 닮아있었다. 세븐틴의 시점으로 캐럿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캐럿들아, 너네는 단 한 번도 여전한 적이 없었어. 너희는 항상 내가 예상한 어제의 캐럿의 모습보다 더 역전해있어. 이 말을 해주고 싶어요. 항상 볼 때마다 과분한 사랑 주셔서 감사합니다.”
8개월 만에 돌아온 세븐틴은 인천 공연에 이어 4월 27~28 일 서울월드컵경기장, 5월 18~19 일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 5 월 25~26 일 가나가와 닛산 스타디움 등 총 4 개 도시에서 월드투어를 이어간다. 올해는 다음달 29일 베스트 앨범 ‘세븐틴 이즈 라이트 히어(17 is right here)’를 비롯해 두 장의 앨범을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