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마 그럴 줄은” 25세 천재였는데…남의 아내와 부정행각, 대가는 묵직했다[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리하르트 게르스틀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그는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에는 과묵한 신사였다. 또 어느 날에는 언제 터질지 모를 환자였다. 그는 늘 무언가를 생각했다. 온갖 상념에 파묻혀있기를 즐기는 듯했다. 그런 한편, 덩치를 불린 걱정과 불안 따위에 어느덧 짓눌려있기도 했다. 그가 먼저 입을 여는 일은 드물었다. 책과 술, 그림과 음악 정도만이 닫힌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다만 그렇게 관심을 끌었다고 해도 그뿐. 웃으며 대화를 이어가는 일은 역시나 쉽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것을 의심했다. 몇 마디를 나누다 보면 이내 눈을 치켜뜨곤 했다. 그는 보수와 진보 중 어느 편에도 서지 않았다. 회귀와 발전 중 무엇도 갈망하지 않았다. “의미 따
2026.05.08 23:50
“아버지가 무섭습니다”…7세 소년, 혹독한 조기교육 끝에 벌어진 일[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루돌프 황태자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오스트리아 황태자 루돌프는 일곱 살 무렵부터 제왕 교육을 받았다. 다만 말이 교육일 뿐, 실제로는 아동 학대와 다를 바 없었다. 루돌프는 매일 새벽 권총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놀란 가슴을 다독일 틈도 없이 찬물을 맞았다. 봄과 가을이면 산에 올랐다. 한 번도 간 적 없는 곳만 골라 덤불을 헤쳤다. 제일 높은 봉우리 또는 한참 깊은 계곡에 닿으면, 그때부터는 또 홀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걷고 뛰는 내내 가시에 박히고, 벌레에 물려도 호소할 이는 없었다. 약 올리는 까마귀, 주변을 맴도는 여우를 보고도 다독여줄 사람 한 명 없었다. 여름은 여름대로 괴로웠다. 이때가 되면 총을 챙겨 숲으로 가야 했다. 눈에
2026.05.01 23:50
“아니요! 후회는 없어요”…2세딸 잃고 연인까지 죽은 女가수의 외침[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에디트 피아프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이번 주말, 에디트 피아프의 음악으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지요.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에디트 피아프는 작은 여인이었다. 키 142㎝, 몸무게 30~40㎏대를 오간 그녀는 예명처럼 ‘어린(작은) 참새’(라 몸 피아프·La Mome Piaf) 같은 가수였다. 그래도 피아프의 목소리는 작지 않았다. 외려 크고 깊었다. 왜소한 몸을 뚫고 나오는 노랫말은 추처럼 묵직하며, 때로는 피와 눈물처럼 처절했다. 좋은 가수는 음악에 감정을 싣는다. 귀가 즐거운 음악에는 박수가 나오지만, 마음을 건드리는 음악에는 사연이 따라온다. 피아프의 노래가 그랬다. 그녀는 남을 울릴 줄 알았다. 꿰뚫는 모음, 카랑카랑한 자음은 가슴 속 응어리를 녹아내리게 했다.
2026.04.24 23:50
“삼촌이라 믿고 기댔는데” 13세 소년 끌고가 감금…의문의 실종, 지금도 행방묘연[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에드워드 5세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가문과 세력, 공포와 야망 사이 빚어진 소년 왕 에드워드 5세의 비극을 장미전쟁 흐름에 맞춰 따라가봅니다. 최대한 간소화했지만, 그래도 등장인물이 꽤 많고… 깁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잉글랜드 국왕 에드워드 5세가 문장을 읊었다. 이는 매일 밤 되뇌는 기도문이었다. 그래도, 오늘까지는 살아남았다. 에드워드 5세가 숨을 재차 들이쉬는 순간, 침실 밖에서 묘한 소리가 울렸다. 이는 열린 창문을 타고 몰아치는 바람일 수 있었다. 성벽을 쪼는 까마귀, 길 잃은 고양이의 기척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때부터는 짚을 수 있는 선택지가 무한하게 많아졌다. 그중 최악은 역시나 자객.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2026.04.17 23:50
“남편은 죽어도 쌌다” 흉기 든 아내의 당당한 눈빛…평생 복수 꿈꿨던 사연[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클리타임네스트라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이번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입니다. 아가멤논이 아닌 그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주인공으로 두고, 그녀의 복수극과 그 이유를 차근차근 짚어봅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미케네 왕 아가멤논이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끝맺고 돌아왔다. 장장 십 년 만이었다. 아가멤논은 트로이군과 맞선 그리스 연합군의 총사령관이었다. 그 자리에 걸맞게 포로와 금은보화 등 전리품도 잔뜩 챙겨 귀환했다. 그는 이제 평생 영웅으로 불릴 것이었다. 누구도 두렵지 않고, 무엇도 차지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아가멤논은 이 영광을 만끽하기는커녕 잠깐 음미조차 하지 못했다. 궁으로 온 그는 고작 얼마 후 살해당한다. 그것도 아주 끔찍하고, 비참하게. 살인범은 그의 아
2026.04.10 23:50
6년간 6차례 임신후 요절…“깜찍한 공주”라 불린 소녀의 비극[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마르가리타 테레사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이번에는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의 삶과 여러 초상화를 통해 합스부르크가의 복잡한 비극을 탐구합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아버지는 딸 마르가리타 테레사를 ‘나의 기쁨’으로 불렀다. 어머니는 아이를 ‘작은 천사’, 가까운 친인척은 ‘반짝이는 보석’이라고 칭했다. 다섯 살 공주 테레사는 그럴 때면 배시시 웃었다. 얼굴에는 동그란 눈과 앙증맞은 코가 있었다. 바로 아래에는 과일 절임을 바쁘게 오물거리는 입이 보였다. 몸은 또래와 견줬을 때 약간 작았지만, 움직임은 늘 크고 활기찼다. 설탕이 묻은 손이야 옷 위로 팡팡 털어내는가 하면, 조이는 신발 따위도 언제든 휙휙 던져버리곤 했다. 머리칼을 만져주는 하녀 곁에서 꾸벅 졸다가도, 좋아하
2026.04.03 23:50
“죽기 싫었다” 25세 여성, 남자 넷과 북극 무인도에서 겪은 일들[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에이다 블랙잭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다큐멘터리(다큐리즘) 형식으로 꾸민 이번 기사는 200자 원고지 48매 가량입니다. 이 정도 분량은 읽기에 빠르면 10분, 여유를 가지면 20~30분 정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구독, 저장, 댓글을 활용한 스크랩 등으로 두고두고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귀한 시간을 내주시는 독자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에이다 블랙잭은 키 152㎝, 몸무게 45㎏의 스물다섯 살 여인이었다. 평범한 외모와 왜소한 몸, 작은 손발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그런 에이다는 지금, 북극 브랑겔섬에 홀로 갇혀 있었다. 1923년 6월. 당시 그 섬은 미지의 땅이었다. 그녀 말고 인간은 없었다. 그저 설풍이 몰아치고, 주위로는 북극곰과
2026.03.27 23:50
“아내 시신을 왜 데리고 왔어!” 모두가 ‘쇼크’…남편의 맹렬한 복수극이었다[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페드루 1세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이번 기사는 평소보다 약간 더 깁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복잡한 역사를 풀다 보니 몇 단락 더 얹게 되었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투자해주시는 독자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모두가 넋을 놓았다. 하나같이 말을 잃었다. 국왕 대신 옥좌에 앉아 있는 건, 땅에서 막 꺼내온 여성 시신이었기에. 1361년의 어느 날, 포르투갈 왕국 코임브라의 수도원. 왕 페드루 1세가 귀족과 신하, 시녀까지 긁어모은 채 입을 열었다. “나는 두 번 말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고에, 멍하니 서 있던 자들은 그제야 무릎을 꿇었다. 북과 나팔 소리가 울렸다. 수도자 수백명이 성가를 불렀다. 페드루 1세의 반려자, 이네스 데 카스트로.
2026.03.20 23:50
“제 몸을 욕보였습니다” 이 거짓말 때문에…4번의 고비, 생사도 오갔다[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벨레로폰 편]
그리스 로마 신화를 〈후암동 미술관〉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보듯 감상하세요. 기사는 여러 참고 문헌 기반에 흐름상 약간의 변형·생략,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풍성한 미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좋아요’와 댓글은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큰 힘이 됩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미남 벨레로폰이 왕궁에 들어온 순간 이오바테스 왕은 그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훤칠한 키와 탄탄한 몸, 시원한 눈코입 등 그는 과연 듣던 대로 조각상 같았다. 몸소 리키아까지 찾아온 벨레로폰을 위해 이오바테스 왕은 무려 아흐레간 잔치를 열었다. 이는 벨레로폰이 당시 강대국이었던 코린토스의 왕자였기에 그랬다. 한편으로는, 그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자식일 수 있다는 소문을 의식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벨레로폰은 성대한 환영식에 진심으로 감동했다. 그럴 만도 했다. 앞서 벨레로폰은 이곳 리키아에 오기 전 다른 국가에서도 잠깐 머문 적이 있었다. 그곳
2026.03.13 23:50
[새책]“20번의 전율, OTT 드라마보다 재밌다”…후암동 미술관, ‘위험한 그림들’ 출간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1581년, 11월의 어느 날. 루스 차르국(러시아) 황제 이반 4세가 며느리 옐레나 쉐레메테바를 폭행했다. 어떻게 국가 행사에 그렇게 야한 옷을 입고 올 수 있느냐며 지팡이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그러나 이는 오해였다. 당시 옐레나는 임신 중이었다. 몸에 열이 많아졌기에, 어쩔 수 없이 얇은 복장으로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광기의 군주에게 그런 사정은 중요치 않았다. 단지 모든 것을 본인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할 뿐이었다. 옐레나는 이 일로 인해 끝내 유산을 겪었다. 이반 4세의 만행에 분노한 황태자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제발, 그만 제멋대로 살라고 고함쳤다. 이반 4세는 또다시 지팡이를 들었다. 그러곤… 며느리에 이어 이번에는 자기 아들에게 폭력을 가했다. 그러다 숨통을 끊어버리고 말았다. 이 또한 감히 한 나라의 군주에게, 하늘 같은 아버지에게 대들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아, 아버지….” 황태자 이반의 마지막 신음 앞에서, 이반 4세는
2026.03.08 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