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녀였다” “아니, 비밀 약혼녀였다”…‘24세 빵집 여인’ 로맨스 미스터리[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라파엘로 산치오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그녀의 눈은 맑고 깊다. 터번처럼 두른 줄무늬 숄은 금빛으로 반짝인다. 머리칼에 닿은 진주는 물방울처럼 영롱하다. 긴 눈썹은 우아함을 부른다. 자두색 귀와 복숭앗빛 볼, 사과처럼 둥근 두상은 인상을 더 부드럽게 만든다. 그녀는 목 아래로 속살을 보인다. 오른손은 한쪽 가슴에 얹고, 남은 왼손은 무릎 사이에 올린다. 이것은 일명 ‘베누스 푸티카(Venus Pudica·정숙한 비너스)’. 미(美)의 여신 비너스가 거품에서 알몸으로 나왔을 때 취했다는 자세다. 그런데, 그녀의 손과 팔은 신체 부위를 다 덮지 못한다. 투명한 천 위로는 배꼽도 비친다. 이렇듯 그녀는 몸을 가리는 동시에, 외려 비밀스러운 구석을 드러내고 있다. 촉촉한 눈과 미소
2026.03.06 23:50
“14세 소녀? 원숭이 아니야?” 쏟아진 폭언…작품 속 숨겨진, 서글픈 뒷이야기[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에드가 드가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종종 문학과 역사 이야기도 합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에드가 드가가 1881년 제6회 파리 인상주의 전시에서 를 보였을 때 행사장은 술렁였다. 그곳에는 어린 소녀상이 있었다. 실제 사람 머리칼로 엮은 가발을 쓰고 있었다. 진짜 보디스(bodice)와 튀튀(tutu)를 입고, 가게에서 파는 발레 슈즈까지 신고 있었다. 그것은 두 팔을 팽팽하게 당긴 채, 곧 핑그르르 돌 듯 다리를 내민 자세를 취했다. 얼굴은 웃고 있지 않았다. 턱을 살짝 든 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눈은 흐릿했다. 낮은 코와 마른 몸, 어깨는 좁고, 허벅지는 빈약했다. 이는 운동으로 다듬어진 게 아닌, 굶주림이 빚어낸 몸의 곡선 같았다. 조각상의 이러한 모습은 너무도… 생생하고, 서
2026.02.27 22:54
“44세 아내-19세 딸, 그리고 바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명화속 절절한 뒷이야기[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호아킨 소로야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종종 문학과 역사 이야기도 합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여인이 보인다. 왼쪽은 아내 클로틸데, 오른쪽은 막 열아홉이 된 딸 마리아였다. 계절은 여름, 시간대는 태양이 낙하하는 초저녁이었다. 이곳은 스페인 발렌시아의 엘 카바냘 해변(Playa de El Cabanyal). 화가가 평생을 가슴에 품은 바다였다. 이날 아내와 딸은 흰색 드레스를 입었다. 보라색 꽃장식 모자를 챙긴 아내는 이를 머리에 올렸다. 벗은 재킷은 팔에 걸치고, 손으로는 양산 손잡이를 쥐었다. 딸은 옷깃을 목 끝까지 세웠다. 붉은 기의 머리칼은 말아올리곤, 밀짚 챙을 든 팔을 휘적휘적 흔들어본다. 빛이 부서진다. 면사포 같은 천이 휘날리고, 진주 귀걸이가
2026.02.20 23:50
“3명 모두 타짜였습니다” 부잣집 도련님 홀린 3인조, 위험한 순간포착[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조르주 드 라 투르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종종 문학과 역사 이야기도 합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1. 다이아몬드 에이스를 가진 사기꾼. 그림에서 먼저 봐야 할 이는 맨 오른편에 있는 자다. 풍성한 털 장식 모자, 화려한 깃의 새틴 조끼, 어깨에는 멋스러운 리본까지…. 그렇다. 이 사람은 부자다. 더 정확히는, 부자 부모를 둔 자식일 것이다. 그는 시선을 내린다. 손에 쥔 패를 살핀다. 스페이드. 표정 관리에 들어간다. 카드는 썩 좋지 않지만, 그래도 괜찮다. 아직 한 게임이다. 시간은 많다. 판돈은 넉넉하다. 다음에는, 그다음 판에는 짜릿한 재미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하나가 아닌 셋이다. 지금껏 관찰한 이는 사냥감일 뿐이다. 먼저 맨 왼쪽의 사내. 패를
2026.02.13 23:50
능력남과 결혼한 16세 연하女…“결국 이혼합니다” 사연은?[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마리 크뢰이어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종종 문학과 역사 이야기도 합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스물두 살의 마리는 반짝이는 여인이었다. 마리는 큰 눈과 갸름한 얼굴을 가졌다. 활짝 웃으면 볼부터 붉어졌다. 그 틈으로 가지런한 앞니도 보였다. 쇄골은 선명했고, 뻗어나가는 팔다리는 가늘었다. 인상만큼 행동도 단아했다. 목소리는 작았으나 발음은 또렷했다. 말이 적고 움직임도 크지 않았지만, 그 조심스러움 덕에 외려 더 주목받았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늘 인기가 많았다. 사교장에서는 언제나 호의가 따랐다. 이는 문학적 과장이라고 할 수 없었다. 당시 마리의 친구들이 그녀에게 “덴마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1889년, 그 시절 마리는 그림
2026.02.06 23:50
“국가 위해 일하던 요원 10명 줄줄이 사망” 명단 넘긴 ‘최악의 배신자’, 놀라운 정체[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올드리치 에임스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종종 문학과 역사 이야기도 합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1994년 2월21일, 미국 버지니아주 일대의 한 저택 인근. 무장한 FBI(연방수사국) 요원이 하나둘 모였다. 몇몇은 고목, 또 몇몇은 풀과 울타리에 몸을 숨긴 채였다. 쉿. 이들은 신호를 주고받았다. 각자 알아서 권총을 꺼냈다. 앞 조부터 천천히 걸었다. 나뭇잎 한 장도 허투루 밟지 않는 건, 역시 정예부대다운 움직임이었다. 앞문과 뒷문, 창문과 지하 창고. 요원들은 집을 에워쌌다. 오갈 수 있는 통로를 모두 막았다. 특별 조사반이 보고서에 쓴 문장에 따르면, 지금 이곳에 있는 건 최악의 범죄자. 그들의 표현을 빌리면, ‘가장 악랄한 배신자(the most notoriou
2026.01.30 23:50
“10끼도 먹는 못생긴 뚱보왕이 나라고?”…호쾌한 王조롱, 난리난 나라[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오노레 도미에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경관이 물었다. “예.” 오노레 도미에가 답했다. “당신이 그 화가라는 말씀이지요?” “그렇습니다만.” “잠깐 저희와 동행하시지요.” 경관이 표정을 바꿨다. 동료 경관과 함께 곧 포박할 듯 바짝 붙었다. “왜 이러시죠?” 도미에는 뒤로 물러섰다. 경관이 따지듯 물었다. “생각보다 일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당장은 순순히 조사받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런 그림’…? 도미에는 움찔했다. 떠오르는 게 있었다. 얼마 전 선보인 야심작, . 경관이 말하는 그런 그림은 이를 가리키는 게 분명했다. 가르강튀아는 소설가 프랑수아 라블레가 쓴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속 등장인물이다. 식탐 많은, 올바른 교육을 받기
2026.01.23 23:50
“‘14살에 적분 암산’ 천재 소년이었는데”…놀라운 성장, 끝까지 경이로웠던 행보[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니콜라 테슬라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토머스 에디슨은 생애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었다. 자신보다 아홉 살이나 어린 그 남자, 니콜라 테슬라 때문이었다. 머리를 싸매는 발명왕. 그래도 그는 아직 실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까운 미래, 본인이 이 위기에 맞서기 위해 그런 무리수를 둘 줄은. 그의 직간접적 영향력 아래 여러 생명체가 감전사를 겪고, 끝내는 악명 높은 사형 기구까지 만들어지게 될 줄은. 하지만 결과부터 말하자면, 에디슨은 그러고도 이기지 못했다. 테슬라와 맞붙은 대결에서 말이다. 훗날 학계는 이 역사를 ‘전류 전쟁’으로 칭하게 된다. 1880년대 중순, 미국. 당시 에디슨은 국가의 주요 전기망을 꽉 쥐고 있었다. 에디슨이 전기를 길들
2026.01.16 23:50
“불륜 증거가 이렇게 곳곳에”…3명 남녀의 엇갈린 사랑, 유명 그림의 비밀[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젊은 여성이 그네에서 분홍색 옷자락을 휘날리고 있다. 그녀가 쓴 양치기 모자에는 꽃잎이 맺혔다. 주름 장식의 드레스 또한 꽃송이처럼 풍성하다. 여인은 공기를 가르며 청춘을 흩뿌린다. 그것은 싱싱한 꽃과 잎사귀가 돼 바닥에서 피어나는 듯하다. 그녀의 장난기 어린 시선을 따라가보면, 한 남성이 보인다. 신사복을 차려입은 그는 비스듬하게 누워 여성을 본다. 정확히는 그녀의 펼쳐진 옷, 그 안쪽을 보고 있다. 사내의 얼굴은 달아오른다. 모자를 쥔 손을 탐욕스럽게 뻗는다. 공중에 뜬 분홍신 따위야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이다. 여기까지만 짚으면, 그렇다. 이 그림 주제는 청춘남녀의 사랑으로 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2026.01.09 23:50
“父는 저를 저주했습니다” 가정폭력 피해 아이였는데…180도 삶 달라진 이유가[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칼 라르손 편]
후암동 미술관은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 걸맞은 초장편 문화예술 스토리텔링 연재물의 ‘원조 맛집’입니다.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매 주말 새로운 예술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는 역사적 사실 기반에 일부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으로 쓰였습니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화가 칼 라르손이 이 말과 함께 거실의 흔들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는 부엌으로 몸을 옮겼다. 아내 카린이 벽 선반에서 리큐어(liqueur)를 꺼내고 있었다. 테이블 위 앉은 아이들은 벌써 과일과 쿠키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창문에선 눈이 사선으로 몰아쳤다. 집 모퉁이를 휘감은 바람은 휘파람 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북유럽의 겨울밤은 늘 매섭다. 하지만, 이 냉혹함이 있어 집안 온기도 더 깊게 느낄 수 있는 법이다. 따뜻한 공기, 눈발을 막는 나무 벽, 부드러운 옷감과 담요는 존재만으로도 은근한 쾌감을 준다.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찬 기운은 외려 중독성 있는 포근함을 일깨운다. 이는
2025.12.26 2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