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금융계좌 가상자산 신고의무 ‘강화’ 방침
신고 기준 5억원 금액 낮추는 등 추가안 나올 듯
美 거래정보 공백 우려엔 “한미 조세조약 활용”
[헤럴드경제=유혜림·경예은 기자] 내년 디지털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투자자 사이에서 현물 대신 해외 무기한선물에 투자해 세금 부담을 피하자는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가 기존 신고제도와 국가 간 정보교환으로 과세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을 국회에 제출했다. 특히 해외금융계좌 신고 시 가상자산 관련 신고의무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인 과세 앞두고 해외계좌 검증 추진=24일 본지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과세 쟁점별 대응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를 통해 가상자산 소득의 미신고·과소신고 혐의자를 분류하고 신고 내용을 검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필요시 해외금융계좌 신고 시 가상자산 관련 신고의무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담았다. 다만 구체적인 강화 범위와 방식은 제시하지 않았다.
해외금융계좌 신고는 거주자나 내국법인이 보유한 해외금융계좌 잔액 합계가 전년도 매월 말일 중 하루라도 5억원을 초과하면 이듬해 6월 신고하는 제도다. 가상자산계좌는 2023년 6월 신고부터 대상에 포함됐다. 이와 관련, 한 세무사는 “가상자산 항목에 대해 신고 기준금액을 낮춰 대상자를 늘리거나 제출해야 할 정보를 더 상세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미신고·과소신고 여부를 점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통해 접수된 가상자산 신고액은 10조5000억원, 신고자는 개인과 법인을 합쳐 236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외 계좌에 보유한 가상자산 신고액으로, 거래액이나 매매차익을 뜻하지는 않는다. 특히 올해 개인 2307명이 해외 가상자산 9조8000억원을 신고해 신고인원과 금액이 전년보다 각각 1.9%, 5.4% 증가했다.
최근 투자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른바 ‘해외 거래소 선물 1배 매수법’이 공유되고 있다.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현물을 매수하는 대신 바이낸스, 바이비트 등 해외 거래소의 무기한선물 시장에서 레버리지를 1배로 설정해 매수 포지션을 잡으면 된다는 내용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해외 거래소에서 선물을 매수하되 레버리지 배율을 1배로 설정하면 된다. 예를 들어 증거금 100만원으로 비트코인 선물 100만원어치를 매수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10% 오를 때 비용을 제외한 수익은 약 10만원이다. 현물 100만원어치를 보유할 때와 비슷한 가격 변동 효과를 얻는 셈이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 과세 대상은 코인 현물을 사고팔거나 빌려줘 얻은 소득이다. 연간 소득에서 기본공제액 250만원을 뺀 금액에 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를 합쳐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열거주의를 표방하는 소득세법 특성상 해외 무기한선물을 통한 수익은 일종의 과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과세 당국 또한 법에 명시된 내용만 집행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보교환·이전내역·자금출처 추적=정부는 해외금융계좌 신고와 함께 암호화자산 보고체계(CARF)를 활용해 해외 거래정보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CARF는 과세당국이 가상자산사업자로부터 해외 거주자의 가상자산 거래정보를 수집해 협정국 간 교환하는 제도로, 2027년부터 시행된다. 거래자의 이름과 주소, 거주 관할권, 납세자번호 등 인적사항과 가상자산 종류, 거래 유형, 총 지급·수취금액, 총거래량, 거래횟수 등이 정보교환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미국의 CARF 정보교환은 2029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그 이전 거래에 대한 과세자료 확보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CARF가 전년도 거래 자료를 이듬해 교환하는 구조인 만큼 미국이 예정대로 2029년 정보교환을 시작하면 2028년 거래 자료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과세 시행 예정 첫해인 2027년 거래 자료에 대해서는 별도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필요시 해외금융계좌 신고 시 가상자산 관련 신고의무를 강화하고, 한미 조세조약의 정보교환 조항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CARF 시행 전이라도 탈세 혐의를 특정할 수 있는 한국 거주자에 대해서는 미국 과세당국에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조약상 근거가 있다는 설명이다.
국경을 넘는 가상자산 이전 내역도 세원 추적에 활용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오는 12월 3일 시행되는 외환법 개정안에 따라 가상자산이전업자는 해외 사업자나 개인지갑으로 가상자산을 이전한 내역을 한국은행에 보고하게 된다. 해당 정보는 국세청 등과 공유해 불법거래 조사에 활용한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 고가 자산 취득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도 대응 수단으로 제시했다. 가상자산 거래 수익을 신고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자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자금의 출처를 확인해 미신고 소득을 포착하고 세금을 추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서 힘 받는 유예론…정부도 의견 수렴 확대=정부는 원칙적으로 예정대로 내년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 국정감사 등을 거치며 여당 내에서도 유예론에 힘이 실리면서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2일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세수 환경도 좋고 해서 세수(확보를 위한 과세)를 따질 사안은 아니”라며 “그대로 과세를 할지 제도를 보완할지 등에 대해 집중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정부의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예정대로 과세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최근 국감에서는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여러 가지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과세 시기와 제도 보완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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