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엽 대표 인터뷰

취임 이래 美 고객망 복원부터…해외 매출 70% 성장

태앙광 인버터 전문 기업서 ‘EPC’로 영역 확장 계획

“AI 시대 인버터, ‘국가 전력망 핵심 설비’”

“통합 에너지 설루션 기업으로 R&D” 확대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서울 중구 OCI 본사 전경 [OCI홀딩스 제공]
서울 중구 OCI 본사 전경 [OCI홀딩스 제공]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기업 간 거래(B2B)의 영업 핵심, ‘찾아가는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까지 사업 무대를 넓힐 겁니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OCI 사옥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태양광 인버터 전문 기업 OCI파워 김성엽 대표는 자사 글로벌 진출 계획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간 국내 시장에만 집중해 왔던 OCI파워는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춰 글로벌로 무대를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태양광 밸류체인…OCI홀딩스가 ‘시작’이라면 OCI파워는 ‘끝’

김성엽 OCI파워 대표가 지난 12일 OCI 사옥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김성엽 OCI파워 대표가 지난 12일 OCI 사옥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OCI파워 전신은 독일의 인버터 제조 업체 ‘KACO(카코)’의 한국 지사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KACO 글로벌 사업을 독일 ‘Siemens(지멘스)’가 인수하는 과정에서 한국 사업만 별도로 OCI그룹이 2019년에 인수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반도체 및 태양광 화학 소재 특화 그룹인 OCI그룹에서 태양광 기자재 제조사 OCI파워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핵심 자회사 OCI홀딩스는 태양전지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회사로, 태양광 밸류체인의 ‘시작’에 해당한다.

반면에 OCI파워는 태양광 밸류체인의 ‘끝’, 기자재를 담당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햇빛을 받아 생산한 전기를 가정이나 공장에서 쓸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는 태양광 핵심 기자재, 인버터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한 장치로 최근 주목 받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전력변환장치(PCS)도 생산한다.

B2B로의 체질 전환 박차…취임 2년만 해외 매출 70% ↑

김성엽 대표는 카코 인수 이후 OCI파워가 공식 출범하며 사업 방향을 확고하게 다지기 위해 지난해 3월 합류한 인물이다. 김 대표가 OCI파워에서 내세운 핵심 목표도 B2B 회사로의 ‘체질 전환’이었다.

김 대표는 1999년 IBM 입사를 시작으로 댄포스코리아(에너지 설루션 기업) 대표, 버티브(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 한국 지사 사장 등을 거치며 데이터센터 관련 전문성을 쌓아왔다.

김 대표는 “화학은 장치 산업이고 대부분 국책 사업 중심이지만, 기자재는 100% B2B 사업”이라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취임 이후 ‘미국 네트워크 복원’부터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카코가 확보하고 있던 미국 고객들과의 거래는 OCI파워 인수 이후 사실상 대부분 끊긴 상태다. 이에 김 대표는 미국 현지에 영업 직원들을 보내 옛 고객들을 다시 만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김 대표는 “10년 전 카코 시절 인버터를 썼던 고객들을 찾아, 기존 제품을 유지·보수하는 사업부터 다시 시작했다”며 “이 과정에서 OCI파워가 새롭게 개발한 제품들을 소개하면서, 현재 네트워크를 복원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재개한 태양광 발전단지 유지보수 사업으로 올해 글로벌 매출은 전년 대비 7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본격적인 제품 수출 및 프로젝트 수주까지 더하면 실적이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AI 투자·미중 갈등 맞물려 주목받는 ‘K-태양광’

아마존 웹 서비스의 AI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로이터]
아마존 웹 서비스의 AI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로이터]

AI 투자에 미중 갈등이 맞물려 글로벌 시장에서 ‘K-태양광’ 몸값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태양광은 AI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조달하기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태양광은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발전 단가가 가장 저렴한 데다, 발전단지 구축도 비교적 쉽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태양광 발전단지에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이유다. 2029년 완공 목표로 2.5기가와트(GW) 규모 태양광 발전단지를 짓고 있는 구글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면서 태양광 발전과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을 연계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 모델의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보’를 명목으로 한 미국의 중국산 태양광 배제도 계속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과거 태양광 인버터 시장은 가격 경쟁력이 가장 중요했다면, 이제는 공급망의 신뢰성과 보안, 장기적인 보수역량이 중요한 경쟁 요소”라며 “이제 인버터는 단순히 전류를 전환하는 장치가 아니라 발전소와 국가 전력망을 연결하고 전력의 품질과 안정성을 제어하는 핵심 설비”라고 강조했다.

이에 OCI파워는 우선 미국 시장에 맞춰 자사 제품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중국산 부품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시작으로 미국 현지 제품 인증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미국의 자국 투자 요구에 대응한 현지 생산 및 공급체계 구축, 유지보수와 기술지원 역량 확대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미국 이후로는 일본 및 동남아시아 시장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에 앞서 2010년대부터 ESS 시장이 구축돼 있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앞으로 전력망이 대규모로 들어설 ‘블루오션’으로 선제적으로 공략하기 적합한 시장이다.

김 대표는 “일본과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현지 EPC(설계·조달·시공) 전력 전문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공동 프로젝트 개발 등 현지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양광 EPC 사업으로 영역 확장…국내서 이미 성과

장기적으로는 기자재 납품을 넘어 EPC 영역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AI 데이터센터는 연산 부하에 따라 전력 사용량이 매우 빠르게 변동해 안정성이 취약해지기 쉽다”며 “앞으로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전압, 주파수 및 전력 품질을 정교하게 제어하는 기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 사용량이 고르게 유지됐던 과거의 데이터센터와 달리, AI 데이터센터는 초 단위로 전력을 대용량으로 끌어 쓰고 급격하게 줄이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구조다. 이런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태양광 발전단지 역시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 것뿐 아니라 급격한 전력 변동을 흡수하고 제어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태양광 인버터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 EPC 사업까지 무리 없이 아우를 수 있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김 대표는 “태양광 발전단지에서 인버터 기술은 가장 고난도 기술이며 나머지는 비교적 어렵지 않다”며 “단순 설비 공급을 넘어 태양광 발전, BESS, PCS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통합 에너지 설루션 기업으로 연구개발 방향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합 에너지 설루션 파트너로 거듭날 것”

OCI 군산공장 전경. [OCI 제공]
OCI 군산공장 전경. [OCI 제공]

국내에선 이미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소형 태양광 EPC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시작해 10건 이상의 실적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국내 민간 독립 발전사인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의 5.5㎿ 규모 태양광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성과를 냈다. 이달 중으로는 설립 이래 최초로 500㎿h 규모 BESS EPC 사업을 체결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해외에서도 이같은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할 것”이라며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현지 파트너와 함께 초기 부지 확보, 계통연계 검토, 사업성 분석 등 프로젝트 개발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는 공동개발 모델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제품을 납품하는 기업을 넘어 고객의 에너지 인프라 구축과 운영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가치를 제고하는 종합 에너지 설루션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