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무슨 버섯 하나가 소고기보다 비싸?”
웬만한 고급 한우도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식재료가 있다. 바로 ‘금송이’로 불리는 ‘송이버섯’이 그 주인공이다.
원래도 귀한 식재료인 송이버섯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해 가을에는 최상품인 역대 최고가격인 1kg 171만원을 돌파했다.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공급되는 물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 그 와중에 사려는 사람들은 많아, 가격은 연일 상승한다.
그런데 송이버섯 품귀현상은 앞으로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여름철 더위가 강해지고, 가을철 강수량이 줄어드는 등 송이버섯 작황에 ‘악재’만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형 산불과 소나무재선충병 유행으로 인한 숲 훼손 문제까지 겹치고 있다.
산림조합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강원 양양에서 생산된 1등품 송이버섯 공판가격은 1kg당 171만17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양양송이 최고가인 161만원을 넘어선 가격이다.
지난 21일 기준 한우 1++등급 등심의 평균 소매가격은 100g당 1만6459원 수준. 같은 무게로 따지면 올해 양양송이 1등품 최고 공판가격이 최고급 한우 등심 평균 소매가격의 약 10.4배에 달하는 셈이다.
송이버섯의 몸값이 이처럼 높아진 배경에는 공급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양양속초산림조합에 따르면 올해 양양송이 총공판량은 3870.77㎏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5885.27㎏과 비교하면 약 2톤, 비율로는 34.2% 감소했다. 최고 등급인 1등품 공판량은 지난해 351.19㎏에서 올해 81.11㎏으로 무려 76.9% 줄었다.
이에 따라 송이버섯 공판 시기도 이례적으로 일찍 마무리됐다. 지난달 17일 시작해 이달 8일 종료됐다. 양양에서는 통상 하루 송이 수매량이 30㎏ 이하인 상황이 사흘가량 이어지면 공판을 종료한다.
전도영 양양속초산림조합장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열흘가량 일찍 공판을 시작했지만, 이후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아 가뭄으로 송이 생육에 지장을 받았다”며 “송이가 제대로 올라오지 않으면서 지난해보다 일찍 공판을 마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송이버섯 생산량은 이미 수십 년에 걸쳐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송이버섯 생산량은 1985년 1313톤으로 정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0년대에는 생산 규모가 크게 축소돼 연간 100~200톤 안팎에 머무는 해가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올해 송이버섯 생산량 감소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건 올해 가을철에 발생한 ‘극심한 가뭄’. 기상청이 발표한 ‘2026년 9월 기후특성’에 따르면 올해 9월 전국 강수량은 26.4㎜에 불과했다. 평년 강수량인 155.1㎜의 17% 수준이다. 전국적인 기상관측망을 확충한 1973년 이후 54년 가운데 두 번째로 비가 적게 내린 9월이었다.
비가 내린 날도 유독 적었다. 올해 9월 전국 평균 강수일수는 4.4일로 평년보다 4.9일이나 짧았다. 역대 세 번째로 적은 기록이다. 사실상 송이버섯이 자라나야 할 시기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송이버섯은 여름철 더위가 가시고 땅속 온도가 충분히 떨어져야 발생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하 5㎝ 부근의 평균 지온이 19도 이하로 내려간 뒤 약 13~16일이 지나야 송이버섯이 발생할 수 있다.
온도가 낮아졌다고 무조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토양에 충분한 수분이 유지돼야 한다. 비가 지나치게 적게 내리면 송이균이 성장하고 버섯이 땅 위로 올라오는 과정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양양에서는 초반까지만 해도 송이버섯이 비교적 일찍 발생했다. 여름철 간간이 내린 비 덕분에 토양에 습기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확 철이 시작된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9월 하순부터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은 데다 높은 기온까지 겹치면서 토양의 수분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
이 같은 상황이 더 우려스러운 이유가 있다. 지난해에도 송이버섯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지만, 당시에는 전혀 다른 날씨가 문제가 됐다. 바로 늦더위. 당시 양양 지역에서는 9월 중순까지도 송이버섯이 제대로 발생하지 않아 공판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쉽게 말해, 기후변화로 인해 송이버섯이 자라나는 데 필요한 기온과 수분 조건이 해마다 크게 달라지고 있는 것. 문제는 이 같은 날씨 변화가 앞으로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온과 강수량에 민감한 송이버섯의 특성상, 기후변화에 따른 날씨의 불안정성은 생산 여건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강수 특성의 장기적인 변화가 관측되고 있다. 기상청이 지난해 발표한 ‘우리나라 113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12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강수일수는 장기적으로 감소한 반면, 연간 강수량과 강수강도는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최근에는 대형 산불까지 발생하며 송이버섯이 자라는 숲의 훼손이 심각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경북 영덕이다. 영덕은 국내 주요 송이버섯 산지 가운데 하나지만, 지난해 봄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상당한 산림이 불에 탔다. 송이버섯이 자라는 소나무 숲도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소나무 재선충병 유행 또한 숲 훼손과 송이버섯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
송이버섯이 사라지는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대표적인 송이버섯 생산국인 일본에서는 이미 수십 년에 걸쳐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송이버섯을 멸종위기 범주인 ‘취약(Vulnerable)’ 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편, 산림 생태계의 변화는 단순히 귀한 송이버섯이 줄어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전남산림연구원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새로운 독버섯이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온과 토양 수분의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버섯의 종류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득실 전남산림연구원장은 “최근 연구 결과 기후변화 영향으로 새로운 독버섯이 발견되고 있다”며 “야생버섯은 채취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며, 채취했다면 반드시 전문가에게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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