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이란전쟁 역풍 맞은 트럼프
민주당 하원 탈환땐 관세·예산 ‘제동’
공화, 상원 텃밭 캔자스 등서도 접전
한국시간 4~5일 윤곽…박빙땐 수주 소요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오는 11월 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집권 공화당이 트럼프 정부의 심판론에 직면하며 보수 텃밭까지 민주당의 사정권에 들어가는 등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하원 4석, 상원 4석을 순증하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모두 탈환할 수 있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간평가이자 2028년 대선의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최대 관심사는 집권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지킬 수 있을지다. 중간선거는 통상 집권당에 불리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과반 의석을 잃었다. 다만 이번에는 일부 주의 선거구 재조정(리디스트릭팅) 공방 등 변수가 얽혀 있어 결과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① 2026년 중간선거, 누구를 얼마나 뽑나?
미국의 연방선거는 19세기부터 전통적으로 11월 첫째주 화요일에 열린다. 당시 주요 산업이었던 농업과 교회 일정 등을 고려한 것이 배경이다.
임기 6년인 상원의원은 전체 100석 가운데 3분의 1을 2년마다 선출한다. 상원이 한꺼번에 전면 교체되지 않도록 해 정치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오하이오와 플로리다주에서 보궐선거 2석을 포함해 총 35석을 선출한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친민주 무소속 포함) 47석 구도다. 상원 의장을 겸하는 JD밴스 부통령이 가부동수일 때 결정권을 행사하므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려면 순증 4석이 필요하다.
하원은 전체 435석을 2년마다 모두 새로 선출한다. 주지사 선거는 총 50개의 미국 주 중 36개 주에서 열린다. 주지사와 함께 주 부지사, 법무장관, 국무장관 등 주 정부 요직과 주 의회 의원도 대거 선출 대상이다.
② 이번 선거에서 상원의원 뽑지 않는 주는?
상원의원은 전체 100석 가운데 3분의 1인 33석에 보궐선거 2석, 총 35석을 선출한다. 보궐선거가 열리는 오하이오와 플로리다는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물러나며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는 선거다.
올해 상원의원 선거가 없는 주는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코네티컷, 버몬트, 하와이, 인디애나, 메릴랜드, 미주리, 네바다, 뉴욕, 워싱턴, 노스다코타, 펜실베이니아, 유타, 위스콘신 등 15개주이다.
③ 상·하원 현재 판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33%로 최악을 이어가는 가운데, 비교적 팽팽했던 상원에서도 공화당에 불리한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선거분석 기관 디시전데스크HQ(DDHQ)가 18일 발표한 예측에서 민주당의 상원 다수당 탈환 가능성은 56%, 공화당의 수성 가능성은 44%로 나타났다.
쿡 폴리티컬은 상원 100석 중 민주 47석, 공화 46석, 7석을 경합지역으로 분류했다. 또 다른 분석기관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민주당과 공화당 우세 의석을 각각 46석, 나머지 8석을 경합 지역으로 전망했다. 다만, 경합 지역까지 최근 여론조사 평균에 따라 의석을 배분한 별도 분석에선 민주당 53석, 공화당 47석으로 예상했다.
하원의 경우 지난 20일 기준 전체 435석 가운데 공화당은 171석이 확실시되고, 16석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류됐다. 민주당은 185석이 확실시되고, 17석을 더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어느 후보도 안정권으로 분류되지 않은 46개 선거구 중 34곳이 현재 공화당 의원이 현역인 지역이다. 나머지 12곳은 민주당의 수성 지역이다.
쿡 폴리티컬이 분류한 ‘▷당선 확실 ▷당선 가능성 높음 ▷지역구별 정당 성향’을 종합하면 민주당 214석, 공화당 200석, 경합지역 21곳으로 분류된다.
④최대 격전지는 어디?
이번 선거의 승부처는 전통적인 경합주를 넘어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하원에서는 민주당이 공화당으로부터 최소 3석을 순증하면 다수당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하는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오하이오의 일부 하원 선거구를 비롯해 버지니아와 아이오와 등이 주요 격전지로 꼽힌다.
상원에서도 경합 지역이 빠르게 늘고 있다. 쿡 폴리티컬에 따르면 알래스카·아이오와·캔자스·메인·미시간·오하이오·텍사스 등 7개 주가 핵심 격전지로 꼽힌다. 전통적인 격전지인 미시간·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메인주뿐 아니라 공화당의 지지 기반이 탄탄한 오하이오·아이오와·텍사스·캔자스·알래스카 등에서도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다.
⑤개표 일정과 결과 확정시점은?
개표는 선거일(현지시간 11월 3일) 밤부터 시작되며, 한국시간 4일 오전부터 본격적인 개표 결과가 나온다.
하원 다수당의 윤곽은 한국시간 4~5일에 드러날 수 있지만, 접전 지역의 개표가 길어지면 며칠에서 수주까지 걸릴 수 있다. 올해는 아이다호, 네브래스카, 위스콘신이 인증 관련 시한을 바꿨다. 그 밖에 9개 주도 개표·인증 절차 관련 법을 개정했다.
⑥치솟는 생활비와 이란전쟁, 미국민 표심 영향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19일 발표된 로이터통신과 입소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1%로 1·2기 임기를 통틀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어느 정당의 하원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민주당이 47%로, 공화당(35%)을 12%포인트 앞섰다.
이는 전날 공개된 워싱턴포스트·ABC방송·입소스 조사에서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33% 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공화당보다 8%포인트 높았다. 특히 생활비에 대한 부정 평가가 77%에 달해 고물가 등 경제 문제가 지지율 하락의 핵심 원인으로 분석됐다.
고물가와 이란 전쟁에 대한 불만이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고 있다. 물가 안정을 약속하며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생활비 상승과 전쟁 장기화에 대한 책임론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7% 상승하면서 시장 전망치(3.6%)를 상회했다. 특히 휘발유 지수는 9.1% 폭등해 전체 물가의 월간 상승분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다만 공화당에 대한 실망이 민주당 반드시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실제 투표 참여 여부가 변수로 떠올랐다.
⑦ 여야는 왜 우편투표와 유권자 명부를 놓고 싸우나
우편투표와 유권자 명부 관리를 둘러싸고도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체류자 등 시민권이 없는 사람들의 부정투표를 막아야 한다며 선거 규정 강화에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권자 명부가 없는 사람의 불법 투표를 막겠다며 연방정부의 신분 확인 시스템(SAVE)를 확대했다. 지난 5월 AP통신에 따르면 최소 25개주에서 6700만건 이상의 유권자 등록 정보를 조회했다. 조사 결과 약 2만4000건이 비시민권자 의심 사례로 분류돼 확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남아공 출신 미국 시민권자가 텍사스주에서 비시민권자로 잘못 분류돼 유권자 등록이 일시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시민권을 증명할 여권을 재발급받는 사이 30일의 소명 기한을 넘긴 탓이었다. 이에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이달 19일 정부 자료의 오류로 합법적인 유권자가 투표권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며 법무부의 유권자 명부 검증 정책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무리한 명부 확보와 유권자 자격 심사가 정당한 투표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경합 지역에서 소수의 표 차이로 승패가 갈릴 수 있어 선거를 앞둔 양측 충돌이 더욱 격화하는 양상이다.
⑧선거구 재획정 논란은 무엇인가?
이번 투표를 앞두고 여야의 유·불리를 가르는 핵심 쟁점 중 하나로 선거구 재획정(redistricting)도 논란이다. 미국 하원은 각 주의 인구에 따라 의석수가 배분되며, 주별로 이를 지역구 단위로 나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정당 지지층을 여러 지역구에 분산하거나 한 지역구에 집중시켜 선거 결과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을 이른바 ‘게리맨더링’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공화당이 다수당인 텍사스주를 시작으로 인구조사 주기 중간에 선거구를 다시 그리는 작업을 추진했다. 공화당은 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 루이지애나, 앨라배마 등을 중심으로 공화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다시 그려 하원에서 최소 10석가량의 우위를 추가로 확보하려 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도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뉴저지 등에서 공화당의 이득을 상쇄하기 위한 선거구 재조정 움직임과 법적·정치적 대응을 이어갔다.
일부 주에서는 새 선거구가 이미 확정돼 이번 중간선거에 적용되고 있다. 다만 전국적으로 하나의 지도가 바뀐 것은 아니고, 주마다 결과와 법적 상황이 다르다. 당초 공화당의 적극적인 선거구 재획정으로 하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고물가와 행정부에 대한 심판론 등이 겹치면서 하원은 민주당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⑨ 트럼프의 남은 2년은 어떻게 달라지나.
민주당이 하원만 장악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대대적인 조사와 청문회가 시작되고, 주요 법안과 예산안 처리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다만 관세 부과와 군사작전 등 대통령에게 부여된 행정·외교 권한이 상당 부분 유지되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운영이 완전히 마비되는 것은 아니지만, 운영 방식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하원 지도부가 준비 중인 조사에는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사업과 외국 정부·기업과의 거래, 정부 계약의 이해충돌 의혹,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서 공개 문제 등이 포함돼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한국과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경우 트럼프의 고율 관세와 보호무역 정책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와 경제적 영향을 검증하는 조사와 청문회가 확대되고, 대통령의 통상 권한을 제한하려는 입법 움직임도 본격화될 수 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생활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책들을 집권 후 첫 100일간 핵심의 의제로 제시하며 관세 문제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법률에 따라 상당한 관세 부과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 의회 권력 교체가 곧바로 관세 철폐나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0일 중간선거 이후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가 들어서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과제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⑩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패배 이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결과를 뒤집으려 한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패배할 경우 선거 조작 주장을 다시 꺼내 들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투표 신뢰성을 공격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선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포석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원이 우편투표 제한에 제동을 거는 등 주 정부가 주관해온 선거에 관해 연방 정부의 통제권을 강화하려던 시도가 번번이 가로막히자 허위 주장을 퍼트려 투표 신뢰도에 타격을 주려는 모양새다.
다만 미국은 선거 관리 권한이 연방정부가 아닌 각 주정부에 분산돼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개표를 중단하거나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면 재검표나 소송 등을 통해 승패를 바꿀 만한 구체적인 오류 또는 위법 행위가 입증돼야 한다. 대통령에게는 주정부의 개표 결과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선거를 무효화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돼 있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가 군대나 연방 법집행기관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하려는 방안에도 엄격한 법적 제한이 있다. 연방법은 군과 연방 공무원이 선거에 간섭하거나 유권자를 위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