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이 된 바다’…해양 쓰레기 추적 르포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풍선처럼 부푼 그물자루가 선미로 모습을 드러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은빛 고기 떼와 제철인 붉은 새우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란 기대는 곧 사라졌다. 온갖 쓰레기 더미가 쏟아졌다. 물고기와 갑각류는 그 사이에 파묻혀 있었다.”
유대근·진달래·원다라·허경주·조영빈의 신간 ‘지옥이 된 바다’는 기자 5명이 국내외 바다를 누비며 해양 쓰레기의 실태와 발생 원인을 추적한 르포다. 저자들은 직접 어선에 올라 일본, 중국, 필리핀, 미국 하와이까지 찾아가며 쓰레기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취재는 “백날 전화해봐야 소용없어, 한 번 와봐”라는 어민의 말에서 시작됐다. 취재진은 제주 먼바다에서 새우를 잡는 어선에 올라 7박 8일을 선원들과 함께 생활했다. 그물을 끌어 올릴 때마다 새우와 물고기뿐 아니라 플라스틱병, 밧줄, 폐그물이 뒤엉켜 올라왔다. 때로는 고기보다 쓰레기가 더 많이 잡혔다.
해양 쓰레기로 피해를 보는 어민들은 동시에 쓰레기를 버리는 당사자이기도 했다. 국내에서 한 해 바다에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되는 그물과 통발 등 어구는 약 4만톤에 달하지만 수거되는 양은 평균 1만1000톤 정도에 그친다. 폐어구를 육지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현실과 부족한 수거 시설 등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
하와이 몽크물범의 입에 끼어 상처를 입히던 정체불명의 ‘검은 고깔’은 특히 눈길을 끄는 사례다. 연구자들의 추적 결과 이 플라스틱 물체는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에서 먹장어를 잡을 때 사용하는 통발 어구와 연결됐다. 동중국해에서 출발한 어구가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를 거쳐 약 7500㎞를 이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국 해안에는 중국에서 떠내려온 쓰레기가 쌓이고, 일본 쓰시마 해변은 한국에서 흘러온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하와이에서는 동북아시아에서 사용한 어구가 멸종 위기 동물의 생명을 위협한다.
책은 해양 쓰레기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지 않는다. 필리핀의 경우 부족한 폐기물 처리 시설과 다국적기업의 일회용 포장재 생산이 해양 오염을 악화시키는 구조를 짚는다.
저자들은 전문가 37명과 어민 63명을 만나 폐어구 보증금제와 쓰레기 수거 보상제 등 해법을 모색하기도 한다. 바다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쓰레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생산과 소비, 폐기물 처리 체계 전반을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옥이 된 바다/유대근·진달래·원다라·허경주·조영빈 지음/오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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