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사고사망 366명,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영세 사업장·추락사 감소…제조업 화재는 과제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노동자가 노동부 장관을 한 효과가 아닐까 싶다.”
지난 20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건넨 말이다. 올해 3분기까지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가 36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명(19.9%) 줄었다는 보고를 받은 자리였다. 2022년 해당 통계 발표 이후 3분기 누적 사망자가 300명대로 내려온 것은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건 정말 획기적인 성과”라며 반겼다.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 소방관들을 ‘작은 신’에 비유했던 일을 거론하며 “장관과 근로감독관 여러분이 누군가에게 생명을 부여한 것이다. 정말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참석자들의 박수를 유도하고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포상도 하고 격려도 하라. 연말까지 기다릴 것 없다”고 지시했다.
박수를 받은 노동부 내부에는 또 다른 고민이 있다. 산업안전보건본부에서는 이번처럼 큰 폭의 감소세를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망자 감소가 반가운 동시에, 이를 이어가야 하는 실무진의 어깨는 더 무거워진 셈이다.
이번 감소를 이끈 것은 안전 사각지대로 꼽혀온 영세 사업장과 건설현장이다. 5인 미만 사업장·공사금액 5억원 미만 건설현장의 사망자는 지난해 3분기 누적 137명에서 올해 103명으로 34명(24.8%) 줄었다. 건설업 전체 사망자는 210명에서 150명으로 60명(28.6%) 감소했다. 사고 유형별로는 떨어짐 사망자가 199명에서 124명으로 75명(37.7%) 줄었다.
다만 건설경기 부진이 사망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감소의 원인을 정확히 살펴야 한다는 질문은 지난 8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제기됐다. 국민참여단으로 참석한 충남 서산의 김춘성 씨는 당시 2분기 누적 통계와 관련 건설경기 위축의 영향을 물었다. 김씨는 “노력해서 수치가 낮아졌는데, 상황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확한 결과에 대한 원인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사고 위험 현장을 찾아다니며 안전조치를 확인한 예방 활동이 효과를 냈다고 보고 있다.
류현철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어떤 산업의 불황이 사고사망자 숫자를 줄인다는 건 일관되지 않는다”며 “기성액 기준으로 건설 경기가 좋았던 2022년에는 사망자가 줄었고, 기성액이 감소한 지난해에는 오히려 사망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소한 건설업 산재가 줄어든 추세는 경기 변동을 넘어서는 정책적 효과가 있지 않았나 자평한다”고 말했다.
현장을 뛰는 감독관들에게 사고사망 통계는 업무 실적 이상의 무게로 다가온다. 산안본부 한 관계자는 “감독을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담당 감독관은 당혹감을 넘어 죄책감을 느낄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큰 사고가 한 번 터지면 무수히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다 보니 늘 마음을 졸이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설업에서 사망자가 줄어든 사이 제조업에서는 늘었다. 제조업 사망자는 지난해 3분기 누적 119명에서 올해 132명으로 13명(10.9%) 증가했다. 3월 안전공업 화재로 14명, 6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로 5명이 숨지는 등 대형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건설업 불황이 전체 감소 실적에 영향을 줬다는 시각까지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의 증가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건설현장에서 효과를 냈다는 예방 활동을 이어가는 동시에, 제조업의 위험에 맞춘 대책도 성과를 내야 한다. 노동부는 연말까지 화재·폭발 위험 사업장을 중심으로 예방·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대통령이 산재 사망 감소를 칭찬한 그날, 사망사고 소식이 전해진 곳도 제조업 현장이었다. 20일 오후 충남 논산시 삼영기계 주물 제조 사업장에서 수급업체 소속 외국인 노동자 A씨(35·남)가 성형기를 점검하던 중 갑자기 작동한 프레스 부위에 끼여 숨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노동부는 사고 원인과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역대 최저’라는 전체 통계 안에는 건설업의 감소와 제조업의 증가가 함께 들어 있다. 무엇이 사망자를 줄였는지 정확히 살피고, 사망자가 늘어난 현장에서는 어떤 위험을 놓쳤는지 찾아야 한다. 대통령의 박수가 나온 날에도 노동자를 잃은 제조업 현장은 그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 대통령도 칭찬에만 머물지는 않았다. “여전히 안 죽어도 될 사람이 일하다가 366명 돌아가셨다는 건데, 적은 숫자가 아니다”라며 추가 감축을 당부했다. 김 장관은 국무회의가 끝난 이후 자신의 SNS(X)에 ‘#오늘부터_다시시작’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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