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부장 눈으로 본 ‘글로벌 1위’ 삼성전자 성장기[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불모지에서 어떤 결과물을 수확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인고의 시간을 감내한다는 것을 말한다. 땅을 다지고, 씨를 뿌려 싹을 틔우고, 나무가 자라 열매가 맺기를 묵묵히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 해를 준비하기 위해 토양의 체질을 비옥하게 바꿔야한다. 삼성전자 또한 그랬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건 1980년대 초.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반도체 불모지이자 국민소득 2000달러 수준에 불과한 개발도산국이었다. 이 책은 삼성전자 반도체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 과정에서 함께 호흡했던 사람들이 겪었던 벅찬 순간들을 담았다.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국내 기업의 성장사이면서 K-직장인 보고서이기도 하다. 이 책은 1988년 삼성반도체통신에 입사한 ‘천기주’가 35년 간 겪은 변화의 순간을 다루고 있다. 반도체 제조 후공정 출신인 그는 현장 직반장→TPM(생산 보전)→노사위원→식스시그마 MBB(Master Bl
2023.09.22 08:56괴짜 천재들의 공통점?!…사회성 부족한 책벌레[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괴짜, 사기꾼, 천재, 혁신가, 허풍쟁이…. 일론 머스크를 따라다니는 별명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천재적인 혁신가와 공감 능력이 없는 독재자라는 평가가 상존한다. 그가 일군 업적은 비범하다. 테슬라로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로 민간 기업 최초로 민간 승무원을 우주 궤도에 보냈다. 지구를 초고속 위성 인터넷으로 독점하는 스타링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이젠 뇌에 전자칩을 심는 뉴럴링크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머스크가 21세기의 가장 혁명적인 인물이라면 과학자 폰 노이만은 20세기의 가장 혁명적인 인물이다. 노이만은 양자역학에 중요한 정리를 발견한 데 이어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요청으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해 원자폭탄을 설계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이어 최초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디지털 컴퓨터 ‘에드박(EDVAC)’을 만들어 ‘현대 컴퓨터의 아버지’가 됐고, 인공지
2023.09.21 13:59인간이 ‘이성적’이라는 대단한 착각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이성적 혹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항상 맞고, 나의 신념은 늘 옳은 방향을 향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에 나와 다른 생각이나 가치관은 모두 비합리적이며, 심지어 망상이라고 단정짓기도 한다.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인 필리프 슈테르처는 그의 신간 ‘제정신이라는 착각’에서 우리가 진실이라 생각하는 모든 사실들은 일종의 ‘착각’이며, 이에 따라 ‘인식적 비합리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일갈한다. 최근 가짜 뉴스나 음모론 등이 범람하는 것도 이같은 인식적 비합리성 때문이라는 것. 심지어 평범한 사람들의 뇌 기능이 우리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기도 한다. 즉 정상적 사고와 망상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처럼 우리가 ‘합리성의 착각’에 시달리는 이
2023.09.21 10:54세계 동화의 원조 ‘그림 동화’ 완역본 나왔다…“삶의 지혜 응축”[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 ‘황금 거위’. 어릴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봤을 유명 고전 동화들. 18세기 독일의 언어학자인 야코프 그림과 빌헬름 그림 형제는 14년 간 독일 전역을 돌아다니며 이러한 동화 200여 개를 모아 책을 냈다. 바로 ‘그림 동화’다. 독일에서 처음 출간됐지만, 이후 약 200년 간 다양한 형태로 사랑 받으면서 세계 동화의 원조로 꼽히고 있다. 그림 형제는 1812년과 1915년에 각각 동화 모음집을 냈고, 1857년엔 생전 마지막으로 제1권 동화 86편, 2권 동화 114편 및 부록, 3권 주석본으로 구성된 판본을 펴냈다. 이 마지막 판본을 완역한 ‘그림 동화’가 최근 국내에 출간됐다. 금박을 입힌 양장본 2권으로 총 1700쪽을 넘는 ‘벽돌책’이다. 독일어 번역은 아시아 여성 최초로 독일에서 괴
2023.09.21 10:5210대의 아련한 첫사랑과 꿈 도서관…30대의 하루키를 만나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네가 나에게 그 도시를 알려주었다.” 열일곱 살인 ‘나’와 열여섯 살인 ‘너’. 고교생 에세이 대회에 만나 서로 좋아하게 된 후 한 달에 한 두번씩 만난다. 어느 날 그녀는 알듯 모를듯 모호한 말을 한다. 자신이 진짜 사는 곳은 높은 벽에 둘러싸인 도시 안이고, 내 옆에 있는 그녀는 진짜가 아니라 그림자일 뿐이라고…. 세계적인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6년 만에 돌아왔다. 하루키의 신간 장편 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 최근 국내 서점가에 전격 출시된 것이다. 그의 신작에는 순수한 10대의 첫사랑과 꿈 도서관, 비밀 편지 등 하루키의 소설적 장치가 총동원됐다. 10대의 풋풋한 사랑으로 시작한 소설은 ‘너’가 돌연 사라지면서 변곡점이 생긴다. 매일 괴로워하며 ‘너’를 기다리는 ‘나’는 네
2023.09.07 15:37도시는 자연의 적?…숲보다 도시에 다양한 생물이 사는 이유[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1945년 미국의 천재적인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개발한 원자폭탄이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다. 수만 명의 목숨과 함께 자연이 대거 사라졌다. 피폭된 도시는 죽음의 땅처럼 여겨졌다. 최소 75년 동안 식물의 흔적은 찾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했다. 그러나 폭발 중심지엔 결명자가 벽돌과 아스팔트의 갈라진 틈을 뚫고 올라왔다. 몇 달 뒤엔 방사선으로 오염된 땅 덩어리에서 협죽도가 꽃을 피웠고, 불에 탄 녹나무들은 싹을 틔웠다. 현지 목격자들은 “사방에 삼백초, 검상잎유카, 명아주, 나팔꽃, 왕원추리, 털복숭이 콜, 쇠비름, 우엉, 참깨, 피, 피버퓨가 피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이 단순히 운이 좋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1666년 영국 런던에서 대화재가 발생했을 땐 향신료 허브인 시심브리움 이리오가 재투성이 폐허를 뒤덮었다. 1942년 독일군이 런던을 침공한 했을 땐 검게 그을린 건축물 사이사이에 분홍바늘꽃, 관동화, 개쑥갓 등이
2023.09.07 14:26순진하게 지도를 봤다간 '당한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요즘 여행을 떠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자동차나 휴대폰의 내비게이션이나 지도 앱(App)을 켜는 일이다. 각 지방의 지리적, 사회적 환경을 축약해 그림 형식으로 표현한 지도를 보면 여행지에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 혹은 여행지까지 갈 수 있는 고속도로가 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연 지도는 주변 환경을 그대로 보여주기만 할까. 설혜심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그의 저서 '지도 만드는 사람'을 통해 지도에 대한 통념을 산산조각 낸다. 지도는 만들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공간에 대한 가정, 주제의 선택, 표기할 것과 표기하지 않을 것에 대한 선별을 동반하기에 실제의 공간을 왜곡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 근대적 개념의 지도가 근대 국가의 원형이 시작된 16세기 영국에서 탄생했다는 점은 지도가 단순히 공간 축약의 의미만 있지는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봤다. 지도가 자신이 살고있는 영토를 이미지화 해 국민들에게 보여줌으로서
2023.09.07 13:56“쥬우고엔 고주센”…100년 전 일본, 발음 못하면 살해당했던 그 단어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1923년 9월 1일 정오 2분전, 그 순간 지구 일부분이 격렬하게 몸부림쳤다” 일본 시인 쓰보이 시게지(1898~1975)의 서사시 ‘15엔 50전’은 100년 전 일본 간토(일본 혼슈 동부) 지방을 강타한 관동대지진의 시작을 이렇게 기록했다. 이 작품은 당시의 혼란, 특히 광기에 어린 조선인 학살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시의 제목인 ‘15엔 50전(일본어 발음 쥬우고엔 고주센)’은 조선인을 가려내기 위해 자경단(주민 자치 경찰)이 사람들에게 시켜 본 일본어였다. 당시 간토 지방에 일자리를 찾으러 간 조선인들이 일본어를 잘하지 못한 점을 노린 것이다. 이 발음이 어눌한 오사카, 오키나와 등 지방 사람들도 조선인으로 오인돼 죽임을 당했다. 올해 관동대지진 100주년을 맞아 그간 학계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참사 이후 혼란을 틈타 자행된 조선인 학살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한일 관계의 개선에도
2023.08.25 06:51애플, 구글 등 빅테크의 다음 혁신은 ‘눈’[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애플의 첫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 메타의 ‘메타 퀘스트3’,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미국 빅테크들이 최근 내놓은 IT 신제품들은 모두 한 곳을 향하고 있다. 바로 우리의 ‘눈’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물리적 현실에 디지털로 증강된 현실을 합성해 보여주는 ‘공간 컴퓨팅’ 기술은 조만간 일상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최근 이 산업에 사활을 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비전 프로와 같은 스마트 안경이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기술”이라고 극찬했다. 메타는 이에 앞서 오큘러스를 시장에 내놨고 구글, 삼성, 퀄컴은 동맹을 맺고 스마트 안경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보수적인 금융 분석가들 사이에선 차세대 컴퓨팅의 시장 규
2023.08.24 13:50미국·인도 법원도 뒤흔든 동물 동성애 백과사전…‘생물학적 풍요’[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병코돌고래, 사향소, 엘크, 흰꼬리사슴, 치타, 동부회색캥거루, 붉은다람쥐, 카푸친새. 각기 다른 종의 동물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동성애 동물이라는 것. 이들 종의 커플 결합은 이성애가 아니라 동성애다. 이들은 동성의 짝과 동반자 관계의 모습을 취한다. 동물 동성애는 과학계에서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200여 년에 걸쳐서 동물 동성애를 살펴왔다. 동성애 동물들에 대한 정보는 그만큼 크게 늘어났지만 동물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결 같았다. 이성애와 번식주의를 중심으로 동물들을 해석한 것. 캐나다 출신의 생물학자이자 언어학자인 브루스 배게밀의 신작 ‘생물학적 풍요’는 이러한 인간 사회적 해석이 바탕이 된 기존릐 생물학 관점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과학계에 암묵적으로 통용되고 있던 이데올로기를 폭로하고 그에 기반한 잘못된 해석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생물학적 풍요’는 지난 1999년에 처음 출간된
2023.08.11 0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