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치 하락…투자자들 인내의 시간
주가·부동산 더 추락, 구조조정 본격화
‘짠테크·작은사치’ MZ세대가 이끄는
가치변화·소비자층 세대교체에 주목
팬데믹 후 양극화·노동불안정성 커져
시민사회·지역중심 복지공동체 대안
국제통화기금(IMF)는 2022년에 발간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 ‘우울하고 더욱 불확실한’이란 부제를 달았다. 코로나로 악화된 세계 경제가 우크라 전쟁으로 더 높은 인플레이션, 천연가스 공급 중단, 곡물 수출 어려움 등으로 불확살성이 커져 경제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란 얘기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위협과 경기 침체, 이에 따른 고금리, 고물가, 자산 가격 폭락, 핵위협 등 세계가 다시 복합 위기로 흔들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상황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내년 경기는 어떨지, 지금 투자를 해도 될지 혹은 처분해야 할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태이다. 내년 2023년을 전망하는 트렌드서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의 시기가 온다며, 또 한번 물아칠 퍼펙트 스톰에 대비하라고 조언한다.
‘경제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익 서강대 교수 등 경제, 외교, 부동산, 주식 등 각 분야 전문가 6명이 함께 펴낸 ‘더 위험한 미래가 온다’(한스미디어)는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다양한 관점을 담았다.
김영익 교수는 유동성이 축소되는 국면에선 모든 자산 가격이 본질 가치로 회귀한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본질가치 이하로 하락한다. 본질가치가 없는 것은 추락하고, 주식, 부동산 등의 투자 자산도 본질 가치 수준을 찾을 것으로 내다본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제 가격을 찾지만 그동안 투자자들에게는 인내가 요구된다. 현금을 확보, 주식을 싸게 살 기회를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다. 실제로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주가는 한 단계 더 떨어질 수 있는데 그 시기가 2022년 말에서 2023년 상반기일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박정호 명지대 교수는 과거 스태그플레이션이 어떤 모습으로 반복돼왔는지 분석, 국내 구조적 문제인 가계 부채와 기업 부채, 한국 경제의 당면 과제를 짚었다. 가계 부채의 증가에 따른 부동산가격 하락과 한계 기업의 누증에 따른 한국 경제의 성장력 침식 등을 지적, 향후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강영현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장단기 투자자 모두 고통스러워지는 ‘역실적 장세’를 대비해야 한다고 며, 약세장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큰 손해 없이 빠져나올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전문가 한문도 교수는 향후 3년간은 부동산 시장의 본격적 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23’(미래의창)은 부정적인 전망이 압도하는 내년엔 불황의 전형적인 소비 패턴과 함께 MZ세대가 이끄는 가치 변화와 새로운 소비양상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가령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5천 원짜리 모바일 상품권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외식비를 아끼기 위한 밀키트 구매 증가, 배달비를 아끼는 공동구매가 늘어나고 있지만 한편으론 한 끼에 몇십만 원을 호가하는 한우 오미카세와 고급호텔 망고빙수가 열풍을 일으키는 중심엔 ‘짠테크’와 ‘작은사치’를 유연하게 오가는 MZ세대가 있다.
또한 이들의 직장문화는 기성세대와 다르다. 오래 한 직장에서 일하거나 책임 있는 자리를 맡는 걸 원치 않는다. 최소한의 일만 하는 ‘조용한 사직’ 현상이다. ‘오피스 빅뱅’이다. 인재를 유치해야 하는 기업으로선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인센티브나 복지보다 성장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게 낫다는 게 김 교수의 조언이다.
MZ세대의 인간관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SNS를 통해 목적 지향적 만남이 일상화하면서 소통의 스펙트럼이 복잡·다양화되고 관계는 인덱스(색인)으로 분류돼 관리된다. 취향과 목적에 따라 관계의 밀도는 달라지는데, 이런 소비자층을 세분화해 타겟팅하는게 중요하다.
MZ세대는 또한 좋아하는 것을 파고 또 파고 들어가며 과몰입하는 디깅러들이다. 자신의 열정과 돈,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스타워즈 세계관으로 새롭게 변주되고 있는 것도 이들의 영향이다.
김 교수는 이들 소비 트렌드를 관통하는 건 양극화와 초개인화된 사회, 단극화 쏠림현상으로 평균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평균의 실종’이라며, “기업은 평균 실종 시대에, 더 뾰족해져야 하고 시장을 더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홍석철 경제학부 교수 등 서울대 사회과학 분야의 석학 7인의 공저 ‘세븐 웨이브’(21세기북스)는 팬데믹 이후 우리 삶의 전 영역을 흔들어 놓고 있는, 뉴노멀 트렌드를 이끌 7가지 물결을 제시한다. 사회적 가치와 관계, 정치문화, 기술의 활용, 개인의 권한 등 7가지 영역으로 설명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임동균 교수는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의 가치관 혼란에 주목한다. 저자는 둘을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대신 둘의 장점을 살린 ‘관계적 자율성’과 이타주의를 스스로 선택하는 ‘자기실현적 시민성’이란 개념을 제시한다.
또한 사회경제적 구조의 양극화와 불안정한 노동 확산, 돌봄의 공백과 외로운 개인들의 증가, 고령화 등 복합 위험사회로 진입한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시민사회와 동네, 마을, 일상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복지공동체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우리는 복잡한 문제를 누군가가 한 방에 해결해주길 원하는 경향이 있지만 단칼에 해결할 방안은 없다고 강조한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이상 사회에 대한 컨센서스를 확인하고 어떻게 하면 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확보, 사회계약으로 만들어 1퍼센트씩 다가가는 것을 목표로 삼자고 제안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더 위험한 미래가 온다/김영익 외 지음/한스미디어
트렌드 코리아2023/김난도 외 지음/미래의창
세븐 웨이브/홍석철 외 지음/21세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