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애·김남희 교수 5년 간 번역
그림 형제 1857년 7판 정본 완역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 ‘황금 거위’. 어릴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봤을 유명 고전 동화들.
18세기 독일의 언어학자인 야코프 그림과 빌헬름 그림 형제는 14년 간 독일 전역을 돌아다니며 이러한 동화 200여 개를 모아 책을 냈다. 바로 ‘그림 동화’다. 독일에서 처음 출간됐지만, 이후 약 200년 간 다양한 형태로 사랑 받으면서 세계 동화의 원조로 꼽히고 있다.
그림 형제는 1812년과 1915년에 각각 동화 모음집을 냈고, 1857년엔 생전 마지막으로 제1권 동화 86편, 2권 동화 114편 및 부록, 3권 주석본으로 구성된 판본을 펴냈다. 이 마지막 판본을 완역한 ‘그림 동화’가 최근 국내에 출간됐다. 금박을 입힌 양장본 2권으로 총 1700쪽을 넘는 ‘벽돌책’이다.
독일어 번역은 아시아 여성 최초로 독일에서 괴테 금메달을 받은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와 김남희 경북대 교수가 맡았다. 번역에만 거의 5년이 걸렸다. 이들과 교류해 온 민담·동화 권위자 알프레드 메설리 전 스위스 취리히대 교수는 자문을 맡았다. 그림 형제의 동화책 삽화가로 알려진 화가 오토 우벨로데의 삽화 400여 점도 포함됐다.
이들은 완역 과정에서 원문에 최대한 충실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본문은 평서문으로 번역했고, 대화문은 존대어로 옮겼다. 독일어의 특징도 살리려고 의성어의 ‘약간의 낯섦’을 의도적으로 담았다. 예를 들면 개구리가 ‘크아크(quak)’라고 우는 소리를 ‘개굴개굴’이 아닌 ‘꽉꽉’이라고 표현했다.
메설리 교수는 최근 개최된 ‘그림 동화’ 출간 원격 간담회에서 “두 분의 번역은 정확할 뿐 아니라 읽기에도 수월할 것”이라며 “독일어와 독일 문화에 친숙할 뿐 아니라 텍스트를 변증법적으로 다룰 능력이 있는 역자들”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이들의 번역은 메설리 교수의 간곡한 부탁에서 비롯됐다. 지난 2019년 전 교수의 여주 자택을 방문했던 메설리 교수가 전 교수의 취리히 방문을 요청했다. 이후 전 명예교수가 강연차 독일에 갔다가 부탁대로 취리히에 들르자 메설리 교수가 사흘 동안 김치와 생태찌개 등 한식으로 극진히 대접하고선 그림 동화의 번역을 부탁했다.
전 교수는 ‘그림 동화’에 ‘들꽃 같은 원형적인 아름다움’이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자연에 대한 이해, 인간에 대한 이해, 삶의 지혜가 응축돼 있다”며 “우리 눈높이로 다가온 삶의 지혜이기 때문에 영원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림 동화를 ‘종합 선물세트’에 비유했다. 그는 “종교와 관련된 것들도 있고 교육적 가치, 희망이나 도덕, 변화하는 환경, 불가해한 삶 등 삶의 모든 이야기가 어떨 땐 짤막하고 어떨 땐 길게 펼쳐진다”며 “모든 지혜가 다 들어있는 종합선물세트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