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 험한 게’ 소설 속에도…AI의 시대, 우리는 무속에 더 끌린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뭐가 나왔다고 거기서. 겁나 험한 게.” 무당 화림(김고은 분)은 이장한 묘지터에서 첩장(묫자리에 관이 중첩돼 묻혀 있는 것)된 관이 열린 것을 보고 이같이 읊조린다. 죽은 사람을 담은 관에 뭐가 나왔을까 싶지만 무당이나 귀신, 악령 등의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본 사람이라면 단 번에 이해한다. 이 장면은 경제활동인구의 3명 중 1명이 관람한 영화 ‘파묘’의 일부다. 올초 천만 관객을 동원한 ‘파묘’를 필두로 무속이나 초자연적 현상이 대중문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특히 독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여름시즌 공포소설에도 호러나 SF(Sceince Fiction) 대신 무속 소재의 오컬트가 자리를 잡았다. AI(인공지능)가 일상이 된 시대, 독자들은 오히려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초자연적 현상에 끌리는 모양새다. 신하루 작가의 신작 ‘아무도 나를 위해 태어나지 않는다’에
2024.08.08 14:08직업이란 가면…‘우물 안’에서 벗어나는 방법[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나를 짧은 시간에 소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명함을 건네는 것이다. 명함에는 어느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 지는 물론, 회사 내 나의 위치가 적혀있다. 명함을 받은 상대는 거기에 기재된 직급으로 나를 부르면 된다. 현대사회에서 손바닥보다 작은 명함 한 장은 가장 규격화된 자기 소개 방식이다.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면, 명함이 없을 때 나를 설명할 길을 잃어버린다. 명함이 없는 삶, 이것은 과연 제대로 된 인생이라 할 수 있는가. SK커뮤니케이션즈 인터넷미디어센터장을 거쳐 오가닉미디어랩을 설립한 윤지영은 신간 ‘WHY-돈, 직업, 시간 그리고 존재를 묻다’에서 “직업의 무덤 위에서 잃어버린 영혼을 되찾아올 질문”을 해보라 제언한다. 저자에 따르면, 여전히 직업은 개인에게 경제적 토대와 사회적 실현을 이루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다. 선택의 순간부터 직업은 자신의 정체성이 되고, 타인에게 나를 설명할 수 있는
2024.08.08 10:27우리 아이의 '유리멘탈' 알고보니 스마트폰 탓[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똑같은 춤을 ‘챌린지 댄스’라며 추고 찍어 올리는 소녀들. ‘너도 #ADHD있어? 나도 #정신과 다녀’ 식으로 각자의 정신질환을 전시하는 행태. ‘틱톡(Tiktok)’과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콘텐츠다. 동의하는가. 그렇다면 당장 자녀의 스마트폰을 빼앗고, 그 안에 있는 수많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을 금지시켜라. 그래야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비극이 끝난다. 정치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가 세계의 100대 사상가로 꼽는 조너선 하이트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신간 ‘불안 세대’에서 전세계적으로 2010년대에 청소년기에 진입한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의 남용으로 그 어떤 세대보다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2000년대와 2010년대는 둘 사이를 확연하
2024.08.08 10:03국가 대결은 없다…‘서울 vs 도쿄’ 도시 경쟁만 있을 뿐[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과거엔 국가가 있고 그 다음에 도시가 있었다. ‘도시의 시대’가 된 지금은 도시가 국가를 앞선다. 자연스레 어느 분야든 국가 간 경쟁이 아니라 도시 간 경쟁이 치러진다. ‘1913 송정역시장(광주)’와 ‘유네스코 창의도시’ 가입 추진 등 도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최현희는 신간 ‘사랑받는 도시의 선택’에서 “도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이 필수적이며, 도시 각자는 가지고 있는 고유의 자산을 더 드러내야 한다”고 제언한다. 부동의 글로벌 도시 1~3위인 뉴욕과 런던, 파리 모두 문화예술이 도시의 독보적 경쟁력을 일궈 준 곳임을 강조한다. 도시에서의 삶은 생존만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항상 사람들은 그 이상의 것, 즉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영국의 싱크탱크 센터포시티의 연구에 따르면, 25~34세 청년층은 거주지를 결
2024.08.02 10:54“확실하다고? 글쎄” 역사가 말을 ‘아마도’라고 들어야 하는 이유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위엄’이 생명인 역사학자가 이렇게나 솔직할 수 있을까. 그는 고백한다. 역사학자도 틀릴 수 있다고. 책 첫 장을 넘기자마자 한자어를 오역해 낭패를 본 아찔한 자신의 실수담이 가감없이 펼쳐진다. 그는 원나라 호남성의 말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훼졸(毁卒·상을 치르다 몸이 상해서 죽었다)’이라는 의미를 잘못 이해했다. ‘세상을 떠났다’는 표현을 빠뜨린 채로 저술해 책을 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나부터 잘하자”라며 스스로 과오를 성찰하는 그는 한국의 조선사 연구자인 오항녕 전주대 교수다. 그는 신간 ‘역사의 오류를 읽는 방법’에서 존경받는 동서고금의 역사가들이 한 실수를 살펴보며 역사를 색다른 관점에서 살펴본다. 저자는 “나는 예외겠지, 하는 생각이 바로 오류의 출발”이라며 “지금 우리는 논쟁이나
2024.07.24 15:22“더운 나라는 게을러서 저 모양”…불평등의 진짜 원인은 바로 ‘OO’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G7(주요 7개국·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과 유럽연합 등 서구권 국가들은 언제부터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인식되기 시작된 걸까. 유럽인과 미국인은 근면한 국민성과 창의적인 발상을 가진,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거주민들보다 더 우월한 존재인 걸까. 영국왕립예술학회 회원이자 런던정치경제대학교 국제불평등연구소의 방문 선임연구원인 제이슨 히켈은 신간 ‘격차(The Divide)’에서 ‘더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게을러서,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아서 발전하지 못했다’는 식으로 후진국의 열등함을 비난하는 구태를 격파한다. 저자는 “글로벌 격차의 문제는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가 각각 가지고 있는 내부적 특성의 문제라기보다, 이 두 지역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가의 문제”라고 일갈한다. 저자는 ‘불평등 격차는 분명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이는
2024.07.24 10:25“먼지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먼지 사고파는 사람들, 왜?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아무리 쓸고 닦아도 며칠이 지나면 다시 뽀얗게 쌓이는 게 먼지다. 청소할 때마다 도대체 이 많은 먼지는 어디에서 끝없이 오는 건가 싶은 의문이 머릿속에 가득 찰 정도다. 그런데 먼지와 사투를 벌이는 대신 이 작은 입자의 무한한 실체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정답을 찾아 나가다 보면 생각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어떤 이들은 먼지로 돈을 벌고, 또 다른 사람들은 먼지를 통해 범죄의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심지어 먼지는 수천 년 전 인류가 어떤 일상을 보냈는지 읽어내거나 미스터리한 우주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 반문한다면 답은 간단하다. 먼지는 어디에나 있어서다. 신간 ‘먼지’는 인류 역사를 뒤바꾼 먼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해 다룬다. 빅뱅 이후 세계는 먼지의 결합으로 만들어졌고, 우리 몸의 화학 원소가 우주 먼지로 구워졌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2024.07.23 16:10키가 클수록 소득수준 높아진다…인간의 최적 사이즈는 얼마?[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크다 vs. 작다. 길다 vs. 짧다. 무겁다 vs. 가볍다. 뚱뚱하다 vs. 깡마르다. 깊다 vs. 얇다. 무한하다 vs. 유한하다. 거대하다 vs. 아주작다. 크기(사이즈·Size)를 ‘측정’하기 시작한 현대사회 이전에는 크기의 표현은 매우 주관적이었다. 빌 게이츠가 가장 신뢰하는 과학자이자 통계분석의 대가 바츨라프 스밀은 신간 ‘사이즈-세상은 크기로 만들어졌다’에서 “크기를 표현하는 서로 반대되는 말들은 중립적인 사례가 거의 없으며, 흡족함과 불편함, 강함과 약함, 성공과 실패, 두려움과 안도감과 같은 감정이 배어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크기를 체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된 이후로 분석이 가능해졌고, 많은 연구가 가능해졌다. 특히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키’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게 전개됐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키에 대한 대표적인 선입관은 ‘키
2024.07.20 07:51‘취향의 실종’…그 이면엔 ‘알고리즘’의 필터링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유튜브에서 감성 브이로거들은 아침식사로 아보카도 토스트와 카푸치노를 약속이나 한 듯이 차려낸다. 또 서울·도쿄·방콕·브루클린 등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도시에서 각기 다른 사장이 운영하는 카페라 하더라도 모두가 널찍한 테이블과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천장에 레일 조명을 설치한 미니멀한 인테리어를 공유한다. 미국 잡지 뉴요커의 작가이자 평론가인 카일 차이카는 신간 ‘필터월드’에서 ‘인기있는 것이 어떻게 더 큰 인기를 얻고, 전 세계 사람들의 소비 습관이 왜 비슷해지는 지’에 대해 들여다본다. 저자는 현대인에게 취향의 위기를 유발한 원인은 소셜 미디어라고 답을 내린다. 인스타그램, 엑스(X·옛 트위터), 페이스북, 틱톡 등 소셜 미디어가 인간이 문화와 맺는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버렸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아울러 소셜 미디어의 작동 원리인 ‘알고리즘에 기반한 피드’는 “인류의 집
2024.07.18 15:31실수가 없다면 '위대한 발명품'도 없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목마르시죠? 이걸로 목을 축이세요.” 칭기스칸이 세계 정복에 나섰던 12세기 무렵, 그의 병사 중 하나가 긴 사막을 횡단하던 중 휴식을 취하기 위해 한 마을에 들렀다. 마을 주민으로 가장한 적군은 병사의 물병을 채워주며 친구인 척 했다. 사실 그들이 담아준 것은 물이 아니라 상한 우유. 이들에게 상한 우유를 먹여 배탈이 나면 사막을 건너다 죽을 것이라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적군의 의도는 반대의 결과로 나타났다. 칭기스칸의 병사들은 오히려 힘을 얻어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한 것. 상한 우유는 사실 발효가 시작돼 원시적인 형태의 요거트가 됐고, 병사들에게 필요한 힘의 근원이 됐다.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요거트는 이렇듯 적군의 악의에서 태어났다. 인류가 만들어낸 위대한 발명품 중에는 요거트처럼 우연한 실수로 만들어진 것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전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들 중에 우연성이 작용해 필연이 된 경우가 부지기수다. 글로벌 기
2024.07.11 1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