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중시인’ 신경림의 고백 “시를 쓰는 건 내 시로부터 도망치는 일”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신경림, ‘갈대’) 2년 전 우리 곁을 떠난 ‘민중 시인’ 신경림(1935∼2024)은 시뿐만 아니라 산문으로도 자기 생각을 표현하곤 했다. 그가 생전에 쓴 산문집만 해도 ‘바람의 풍경’, ‘민요 기행 1, 2’ 등 5권이나 된다. 신경림 시인의 2주기를 맞아 그의 짧은 글들을 모아 낸 유고 산문집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에선 그의 문학과 삶의 철학이 오롯이 담겼다.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6·25전쟁, 군사독재, 6월항쟁 등 아픈 현대사를 관통해 온 시인은 글을 쓰는 것 역시 고뇌의 연속이었다. 그는 저서에서 “내가 시를 쓰는 일은 늘 내 시로부터 도망치는 일의 반복이었다”고 말할 정도다. 시란 본질적으로 ‘자기 탐구’의 결과물이라고 확신하면서도 굶어 죽는 거지들, 전쟁으로 인한 상이군인과 고아, 민주화를 외치다 희생된
2026.05.21 14:48
자유의지부터 성차별까지…게임 속 ‘진짜’ 세계[북적book적]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사방에 야수가 있다. 늦든 빠르든 너도 곧 그들 중 하나가 될 거야….” 게임 ‘블러드본’에서 개스코인 신부는 플레이어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처럼 말을 건넨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보스인 신부의 말을 처음 들은 플레이어는 ‘야수는 바로 너잖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부를 물리치기 위해 수십 번을 죽고 마을 사람들을 죽이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그들 중 하나가 돼 있음을 깨닫게 된다. 타이완의 젊은 철학자 주자안의 ‘게임으로 철학하기’는 비디오 게임을 좋아하는 저자가 철학으로 게임을 분석하는 색다른 책이다. 비디오 게임은 ‘허구’이지만 진짜를 사칭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짜는 아니고, 때로 ‘진짜’를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출발해 철학적 사고 실험을 펼친다. 저자는 5개의 스테이지를 통해 23개의 질문을 던진다. 먼저 게임학자 예스퍼 율의 이론을 빌려와 게임을 ‘게임 규칙’과 ‘가상 세계’로 분석하고 ‘경기, 스토리텔링, 시뮬레이션’이라는 비디오 게임
2026.05.21 14:42
알고리즘의 시대, ‘모두를 위한 웹’은 가능할까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어느새 스마트폰은 마치 일상을 감시하듯 매일 아침 최근 관심사에 대한 뉴스를 추천하기 시작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사용자의 관심사를 모조리 꿰고,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스크롤의 세계에 사람들을 가두고 있다. 모든 것이 공유되는 온라인 시대, 그 안에서도 가장 적극적이고 빠르게 공유·활용되는 것은 개인의 데이터다. 책 ‘팀 버너스리, 이것은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의 저자 팀 버너스리는 소수가 데이터를 독점하고 사용자의 주의력을 착취하는 이른바 ‘주목 경제’의 시대 속에서, 다시 한번 ‘자유롭고 평등한 정보의 바다’였던 WWW(월드와이드웹, 이하 웹)의 발명 철학을 되새긴다. 웹을 발명한 버너스리는 1989년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일하던 시절, 서로 다른 네트워크에 흩어진 정보를 연결하는 아이디어로 웹을 탄생시켰다. 하이퍼텍스트와 인터넷을 결합해 새로운 세상을 연 그는 1993년 특허 한 장 없이, 단 한 줄의 조건도 붙이지 않은 채
2026.05.21 14:32
폭발도 과정이었다…스페이스X의 성공 비결
2023년 4월 미국 텍사스주 사우스 파드레 아일랜드, 요란한 굉음과 함께 높이 120m에 달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로켓’이 발사대를 떠났다. ‘스타십(Starship)’이라 이름 붙은 로켓은 하늘을 맹렬히 가르며 날았지만 4분여 만에 엔진 문제로 폭발했다. 화성 이주의 꿈을 담은 스타십의 첫 시험 비행은 실패로 끝났다. 스타십의 첫 도약을 유난히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보던 한 사람이 있었다. “인류를 다행성 종(species)으로 만들 것이다.”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키겠다는 야심으로 우주산업에 뛰어든 광기 어린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다.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한 그는 어느덧 세계에서 가장 큰 로켓을 쏘아 올린 사람이 돼 있었다. 스타십의 폭발을 지켜보던 이들은 머스크의 무능함을 비난했지만 머스크에게는 그것조차 ‘성공적인 실패’였다. 며칠 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렇게 전한다. “스타십은 지금까지 인류가 수행한 가장 어려운 프로젝트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2026.05.08 11:31
가족학대 버티고 살아남았다면…관계를 끊어라
아기를 방치해 굶겨죽인 엄마, 술에 취해 가족을 두들겨 패는 아빠, 사채빚에 비관해 동반자살한 가족….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이같은 비극적인 사건들이 뉴스로 전해지지만, 사실 가족간 비극은 일부 특별한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훈육이란 이름으로 매를 들거나 잦은 비아냥으로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예쁘다며 괜히 오래 쓰다듬는 부모나 친지 등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이미 가정 폭력의 피해자다. 미국의 영향력 있는 편집자인 에이먼 돌런은 신간 ‘가족 해방’에서 “우리 인간의 가장 무서운 악행은 전쟁터나 감옥이 아닌 수백만의 가정에서 매일 일어난다”고 단언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 받아온 학대를 고백하면서 어떤 가족과는 ‘절연’만이 자신을 해방시키고 삶을 변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보통 가족과의 절연을 불행한 일로 여긴다. 이에 피해자가 학대에서 벗어나도록 돕기보다 화해와 용서만을 해답으로 제시한다. 실제로 심리치료사들은 가족 간의 화해를 이끌어내는 다양한
2026.05.08 11:31
가부장제의 몰락…‘아버지다움’의 위기일까
1954년 화가 노먼 록웰이 그린 ‘집을 떠나며’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먼지 덮인 트럭의 발판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아들은 밝은색 양복을 갖춰 입고 기대감 어린 눈길로 대학으로 가는 길 쪽을 바라보고 있다. 반면 몸을 아들과 반대 방향으로 수그린 아버지는 낡은 데님 작업복 속 어깨가 움츠러든 모습이다. 대학으로 떠나는 아들과 떠나고 싶지만 어디에도 가지 못하는 아버지의 엇갈린 미래는 해소되지 않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역사학자 어거스틴 세지윅의 신간 ‘아버지의 역사’는 5000년의 역사를 통해 ‘부성(父性)’이라는 개념이 언제 탄생했고,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들여다본다. ‘아버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단순한 가족 내 문제를 넘어 권력, 사랑, 종교, 정치 등과 연결된 역사적 개념으로 탐구한다. 현대 사회에서 언급되는 ‘남성성의 위기’는 지금 갑자기 튀어나온 문제가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부성의 역사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정체성 위기의 역사로 요약된다.
2026.05.08 11:30
‘스페이스X’는 어떻게 ‘제2의 우주시대’를 열었나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2023년 4월 텍사스주 사우스 파드레 아일랜드. 요란한 굉음과 함께 높이 120미터에 달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로켓’이 발사대를 떠났다. ‘스타십’(Starship)이라 이름 붙은 로켓은 하늘을 맹렬히 가르며 날았지만, 4분여 만에 엔진 문제로 폭발했다. 화성 이주의 꿈을 담은 스타십의 첫 시험 비행은 실패로 끝났다. 스타십의 첫 도약을 유난히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보던 한 사람이 있었다. “인류를 다행성 종(species)으로 만들 것입니다.”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키겠다는 야심으로 우주산업에 뛰어든 광기 어린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다.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한 그는 어느덧 세계에서 가장 큰 로켓을 쏘아 올린 사람이 돼 있었다. 스타십의 폭발을 지켜보던 이들은 머스크의 무능함을 비난했지만, 머스크에게는 그것조차 ‘성공적인 실패’였다. 며칠 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렇게 전한다. “스타십은 지금까지 인류가 수행한 가장 어려운 프로
2026.05.07 14:15
침묵을 종용하는 가족 내 학대…‘절연’만이 답?!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아기를 방치해 굶겨 죽인 엄마, 술에 취해 가족들을 두들겨 패는 아빠, 사채빚에 비관해 동반 자살한 가족….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이같은 비극적인 사건들이 뉴스로 전해지지만, 사실 가족간 비극은 일부 특별한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훈육이란 이름으로 매를 들거나 잦은 비아냥으로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예쁘다며 괜히 오래 쓰다듬는 부모나 친지 등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이미 가정 폭력의 피해자다. 미국의 영향력 있는 편집자인 에이먼 돌런은 신간 ‘가족 해방’에서 “우리 인간의 가장 무서운 악행은 전쟁터나 감옥이 아닌 수백만의 가정에서 매일 일어난다”고 단언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 받아온 학대를 고백하면서 어떤 가족과는 ‘절연’만이 자신을 해방시키고 삶을 변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보통 가족과의 절연을 불행한 일로 여긴다. 이에 피해자가 학대에서 벗어나도록 돕기보다 화해와 용서만을 해답으로 제시한다. 실제로 심리치료사들은 가
2026.05.07 14:07
가부장제의 몰락…‘아버지’는 위기일까?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1954년 화가 노먼 록웰이 그린 ‘집을 떠나며’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먼지 덮인 트럭의 발판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아들은 밝은색 양복을 갖춰 입고 기대감 어린 눈길로 대학으로 가는 길 쪽을 바라보고 있다. 반면 몸을 아들과 반대 방향으로 수그린 아버지는 낡은 데님 작업복 속 어깨가 움츠러든 모습이다. 대학으로 떠나는 아들과 떠나고 싶지만 어디에도 가지 못하는 아버지의 엇갈린 미래는 해소되지 않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역사학자 어거스틴 세지윅의 신간 ‘아버지의 역사’는 5000년의 역사를 통해 ‘부성(父性)’이라는 개념이 언제 탄생했고,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들여다본다. ‘아버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단순한 가족 내 문제를 넘어 권력, 사랑, 종교, 정치 등과 연결된 역사적 개념으로 탐구한다. 현대 사회에서 언급되는 ‘남성성의 위기’는 지금 갑자기 튀어나온 문제가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부성의 역사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정체성
2026.05.07 14:04
대공황 시대로 돌아간 듯…고립주의는 언제나 답이 아니다
“미국에서 상품을 팔려면, 미국에서 만들어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기 행정부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국경 지역에 거주하는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하면서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20%의 상호 관세 부과를 선포한 것이다. 그러면서 관세가 부담스럽다면 미국에 제조 공장을 지으라며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대규모의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자국의 산업 및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자국 우선주의를 공공연하게 얘기한 것이다. 영국 저널리스트인 벤 추는 신간 ‘고립 경제학, 고립주의는 세계를 어떻게 무너뜨리는가’에서 최근 미국처럼 국가 간 상호 의존을 불편해하고 국내 자급자족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경향을 ‘고립 경제학(Exile Economics)’이라고 정의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등 고립주의자들은 세계무역에서 경제적 이득과 국가안보 사이에 필연적인 상충관계가 있다고 봤다. 따라서 산업적으로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아야 국가 안보와 번영, 평화 등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는
2026.04.24 1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