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쁜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기억 조작’, 현실이 되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아내를 잃고 깊은 상실감에 빠져 있던 마크는 슬픔을 잊기 위해 루먼 인더스트리가 제안한 ‘단절(Severance)’ 시술을 받는다. 직장 생활의 기억과 사생활의 기억을 완전히 분리하는 시술이다. 시술을 받은 마크는 회사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 층으로 내려가는 순간, 또 다른 자아 ‘이니(Innie)’가 돼 근무 시간 동안만큼은 아내의 죽음을 기억하지 못하고 지낸다. 그 시간만큼은 슬픔도, 상실감도 남의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을 지우려는 또 한 사람이 있다. 전 연인 클레멘타인이 시술로 자신에 대한 모든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조엘이다. 충격에 빠진 조엘은 자신도 클레멘타인을 머릿속에서 지우기로 한다. 하지만 시술 중에 그는 힘들었던 순간만큼이나 눈부시게 행복했던 시간들을 발견한다. 결국 조엘은 기억 속에서 클레멘타인의 손을 잡고 도망치며, 서로를 사랑했던 그 순간을 지키려 한다. 지난해 프라임타임 에미상 8관왕에 오른 드라마 ‘세브
2026.07.23 14:12
00 엄마·00 보호자로 힘들 때…명화가 건네는 조용한 ‘위로’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그림에는 나를 끌어당기는 비밀스러운 주파수가 있는 것 같았다.” 신간 ‘나를 지키고 싶을 때 미술관에 갑니다’는 작가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삶의 고비마다 신기하게도 내 삶을 비추는 명화들이 있었고, 이끌리듯 그 그림들을 보면서 자연스레 위로받았다는 게 저자의 이야기다. 말초신경이 서서히 소실되는 유전 질환 때문에 힘들 때나 또래보다 발달이 늦은 아이를 키우며 전전긍긍할 때, 가족의 삶을 지탱하고자 여러 일들을 헤쳐 나갈 때처럼 앞날이 막막하고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면 저자는 미술관을 찾았다. 책 제목처럼 미술관에 가는 것은 어쩌면 저자 자신을 지키러 가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리라. 저자는 19세기 후반~20세 초반에 그려진 28점의 그림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그래선지 그림마다 미술사적 의미나 화풍을 설명하기보다 그림에 투영된 자기 경험이나 생각, 작가의 삶을 짚어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저자가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삶
2026.07.23 11:30
상처를 극복하는 이해의 힘…‘나의 부치 엄마’[북적book적]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나는 게이비(Gayby)입니다. 게이비는 성 소수자가 출산해서 양육한 아이 또는 그들이 입양한 아이를 뜻합니다. 영어권에서 유래한 이 사랑스러운 낱말로 퀴어 가족이 한낱 사회적 이슈가 아닌, 사실은 무척 창조적이며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공동체로 느껴지길 바랍니다. 게이비라는 단어는 내게 있어 신분을 규정하는 라벨에 그치지 않고, 우리에게 가정이 있음을 증명합니다. 비록 세상의 어떤 곳에서는 여전히 이 사실에 대해 수긍하길 두려워하지만 말입니다.” 타이완 작가 황후이전은 최근 한국어판으로 출간된 ‘나의 부치 엄마’ 서문에서 자신을 ‘게이비’로 소개한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를 ‘부치(Butch) 엄마’, 즉 여자를 좋아하는 엄마라고 부른다. 저자는 일곱 살 때 엄마가 여자를 사랑하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어린 그에게 더 큰 충격은 아버지의 성폭력이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상처와 공포 속에도 어린 시절의 그는 비밀을 언급하지 않고 무덤까지 안고 가는 것이 가족
2026.07.18 15:04
‘불꽃 페미’와 ‘남미새’ 사이…여성들의 속마음은?[북적book적]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나도 알아. 너무 쪽팔려. 머리로는 아는데 안 해야 하는 거 아는데 너무 많이 배웠는데 충분히 혼자 있을 수도 있는데도 혼자가 싫어. 그게 너무 쪽팔려. 말 안 해줘도 이런 내가 나는 이미 너무 충분히 싫어.” 우리 사회의 혼인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뉴스 속에 미디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비혼’을 선언하는 사람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결혼을 넘어 연애까지 기피하는 ‘비연애’ 선언도 흔하다. 여자를 놓지 못하는 남자는 ‘여미새’라고 공격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온라인 너머의 현실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남자가 이렇게 많은데 내 남자는 어디 있냐”며 한탄한다. 연애 프로그램은 대리만족을 제공하며 인기를 끈다. 많은 남성 중 누구에게도 끌리지 않지만 이성에 대한 욕망이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는 것이다. ‘이제 진짜 남자 안 만날 거야’는 여성에게 주어진 선택지라고는 ‘불꽃 페미’와 ‘남미새’뿐인 듯한 세상에서 어느 쪽도 택하지 못한 채 헤매는 여성들의
2026.07.04 13:45
미식가가 들려주는 음식 넘어 ‘문화의 맛’
검은색 조리복에 흰 앞치마를 두르고 진기에 가까운 칼질 솜씨를 뽐낸다. 혹자는 서바이벌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는 자신만의 요리를 내느라, 누구는 게스트가 원하는 요리를 15분 내에 완성하느라, 또 다른 이는 현지 레스토랑에 위장취업 하면서 구슬땀을 흘린다.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들의 인기 덕에 그들이 내어주는 ‘미식(美食)’에 대한 관심도 확산되는 추세다. 미식을 ‘맛있고 예쁜데 비싼 음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처럼 단순하게 정의하긴 어렵다.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의 일본 의장이면서 30년간 128개국을 여행하며 음식을 탐구해 온 저자는 신간 ‘미식의 교양’에서 “음식은 인간과 문명을 이해하는 중요한 창”이기 때문에 그 정점인 미식도 간단히 설명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식에 대해 음식 자체만을 보는 게 아니라 요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포함된 식(食)과 식문화, 즉 가스트로노미(Gastronomy) 측면에서 접근한다. 이에 미식은 단순히 맛
2026.07.03 11:06
‘독립’과 ‘협조’ 사이…세계인의 마음지도를 보다
기타야마 시노부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와 우치타 유키코 교토대학교 심리학 교수는 유럽계 미국인과 일본인을 대상으로 ‘행복’의 특성을 열거하도록 요청했다. 미국 참가자들이 제시한 특징의 대부분은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중요한 과제를 잘 해내는 것’, ‘연인과 잘 지내는 것’과 같이 긍정적인 것이었다. 이에 비해 일본 참가자들이 제시한 특징에는 긍정적인 것들에 더해 ‘타인의 부러움을 사게 되는 것’, ‘행복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것’과 같은 부정적 특징도 약 40%나 포함돼 있었다. 문화에 따라 구성원이 느끼는 ‘행복감’이 대조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기타야마 교수의 신간 ‘문화가 다르면 마음도 다를까’는 문화마다 사람들의 인지, 감정, 동기가 어떻게, 왜 달라지는지, 인간 마음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저자는 일본과 한국을 포함하는 동아시아와 서양을 비롯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중동 및 북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남아시아 등 문화권별 심리적 중심
2026.07.03 11:04
정말 노력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까
2015년, 당시 13세였던 소녀는 오빠와 함께 만든 곡 하나를 스트리밍 플랫폼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렸다. 대단한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다. 안무용으로 쓸 생각으로, 댄스 선생님에게 곡을 들려줄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을 뿐이다. ‘오션 아이즈(Ocean Eyes)’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예상치 못한 반향을 일으켰다. 재생 횟수는 100회에서 1000회로, 다시 수만회로 순식간에 불어났다. 별 뜻 없이 올린 노래 한 곡이 전 세계에 퍼져나갔고, 소녀는 하루아침에 ‘월드스타’가 됐다. 그녀의 이름은 빌리 아일리시. 현재 가장 유명한 팝스타 중 한 명인 그의 성공은 운일까, 노력일까, 아니면 실력일까. ‘무에서 유가 창조되지 않는다’, ‘노력은 성공의 밑거름이다’. 인생에서 우리는 이런 류의 이야기를 수없이 들으며 살아간다. 자기계발서는 물론 예능에도 밑바닥에서 시작해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그렇듯 사회는 끊임없이 ‘성공’을 선전하고, 그것에 도달하는 방법이 오롯이 ‘당신
2026.07.03 11:03
동양과 서양의 ‘행복’은 어떻게 다를까[북적book적]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기타야마 시노부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와 우치타 유키코 교토대학교 심리학 교수는 유럽계 미국인과 일본인을 대상으로 ‘행복’의 특성을 열거하도록 요청했다. 미국 참가자들이 제시한 특징의 대부분은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중요한 과제를 잘 해내는 것’, ‘연인과 잘 지내는 것’과 같이 긍정적인 것이었다. 이에 비해 일본 참가자들이 제시한 특징에는 긍정적인 것들에 더해 ‘타인의 부러움을 사게 되는 것’, ‘행복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것’과 같은 부정적 특징도 약 40%나 포함돼 있었다. 문화에 따라 구성원이 느끼는 ‘행복감’이 대조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기타야마 교수의 신간 ‘문화가 다르면 마음도 다를까’는 문화마다 사람들의 인지, 감정, 동기가 어떻게, 왜 달라지는지, 인간 마음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저자는 일본과 한국을 포함하는 동아시아와 서양을 비롯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중동 및 북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남아시아
2026.07.02 15:16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착각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2015년, 당시 13살이었던 소녀는 오빠와 함께 만든 곡 하나를 스트리밍 플랫폼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렸다. 대단한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다. 안무용으로 쓸 생각으로, 댄스 선생님에게 곡을 들려줄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을 뿐이다. ‘오션 아이즈(Ocean Eyes)’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예상치 못한 반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재생 횟수는 100회에서 1000회로, 다시 수만 회로 순식간에 불어났다. 별 뜻 없이 올린 노래 한 곡이 전 세계에 퍼져나갔고, 소녀는 하루아침에 ‘월드 스타’가 됐다. 그녀의 이름은 빌리 아일리시. 현시점 가장 유명한 팝스타 중 한 명인 그의 성공은 운일까, 노력일까, 아니면 실력일까. ‘무에서 유가 창조되지 않는다’, ‘노력은 성공의 밑거름이다’. 인생에서 우리는 이런 류의 이야기를 수없이 들으며 살아간다. 자기계발서는 물론 예능에도 밑바닥에서 시작해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그렇듯 사회는 끊임없이 ‘성공’을 선전
2026.07.02 15:07
‘미식’은 맛있기만 한 음식은 아니다[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검은색 조리복에 흰 앞치마를 두르고 진기에 가까운 칼질 솜씨를 뽐낸다. 혹자는 서바이벌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는 자신만의 요리를 내느라, 누구는 게스트가 원하는 요리를 15분 내에 완성하느라, 또 다른 이는 현지 레스토랑에 위장취업 하면서 구슬땀을 흘린다.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들의 인기 덕에 그들이 내어주는 ‘미식(美食)’에 대한 관심도 확산되는 추세다. 미식을 ‘맛있고 예쁜데 비싼 음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처럼 단순하게 정의하긴 어렵다.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의 일본 의장이면서 30년간 128개국을 여행하며 음식을 탐구해 온 저자는 신간 ‘미식의 교양’에서 “음식은 인간과 문명을 이해하는 중요한 창”이기 때문에 그 정점인 미식도 간단히 설명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식에 대해 음식 자체만을 보는 게 아니라 요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포함된 식(食)과 식문화, 즉 가스트로노미(Gastronomy) 측면에서 접근한
2026.07.02 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