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장인’ 임영웅, ‘영웅시대’를 활짝 열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 10만여 명의 영웅 시대(임영웅의 팬덤)가 운집한 이곳은 궂은 날씨에도 열기가 후끈했다. 임영웅이 이날 3시간 여 동안 게스트도 없이 ‘온기’, ‘홈’ 등 신곡은 물론, "바램'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사랑은 늘 도망가’ 등 커버곡까지 열창한 덕이다. 이에 화답하듯 영웅시대도 떼창으로 그의 첫 스타디움 공연에 호응했다. 팬덤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된 가수 임영웅의 성공에 대한 평가는 각양각색이다. 대중문화 전문기자로서 24년을 활동한 서병기 헤럴드경제 선임기자는 신간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감성 장인 임영웅의 힘’에서 그를 이수만·방시혁·박진영·양현석 등 4대 연예기획사 수장들에 버금가는 ‘K-팝 이노베이터(혁신가)’라고 평
2024.05.29 16:43“어쩌면 시 쓰기가 멈춰지지 않아서”…‘여든’ 나태주 시인의 봄볕같은 고백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란 구절로 유명한 ‘풀꽃 시인’ 나태주(80)의 52번째 창작 시집이 나왔다. 어느덧 여든에 접어든 ‘인간’ 나태주가 되짚어보는 시(詩)와 삶을 주제로 한 ‘오늘도 나는 집으로 간다’다. 나 시인은 우리 곁의 작고 여린 존재를 감각해왔다. 이를 보여주듯 이번 시집에도 애정이 깃든 시인만의 섬세한 시선이 담겼다. 무엇보다 하루하루 힘껏 살아내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온기 어린 위로가 봄볕처럼 따스하다. 그의 시를 찬찬히 읽다 보면 마치 오래된 내 집처럼 안온한 느낌이 드는 이유다. 그렇게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열리면, 넋 놓고 앉아 시인이 써 내려간 시구를 곱씹게 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이번 시집에는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쓴 시 178편이 실렸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한 후 1
2024.05.29 16:38‘이생망’인 줄 알았던 청춘들의 삶, 그래도 '희망'은 있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대학에 가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군데에 다녀오면, 어엿한 직장인이 되면, (중략) 그땐 진짜 어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을 거쳐온 지금, 나오는 자신이 진짜 어른인지 알 수 없었다.”(이희영 작가 신간 ‘셰이커’ 中)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어른이 되는 줄 알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도 좀 멋지고 폼나는 어른이 되고 싶어 뭐든 최선을 다했는데…. 남은 건 학자금 대출과 잃어버린 친구, 번아웃(Burn-out,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피로로 모든 일에 흥미를 잃어버린 상태)으로 너덜너덜해진 나 자신 뿐이다. 소설 속 청춘들도 주어진 환경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삶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조경란 작가의 중편 ‘움직임’(2024년 개정판)의 이경이는 유일한 혈육인 엄마를 떠나보내고 혼자 남겨진 게 싫어 왕래도 없던 외가에서 무관심 속에 시간을 견뎌낸다. 김호
2024.05.15 08:06日 셰익스피어가 써 내려간 ‘이상야릇한 이야기’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난 곧 죽을 거예요. (중략) 제가 죽으면 묻어주세요. 큰 진주조개로 구덩이를 파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 조각을 묘비에 놓아주세요. 그런 다음 무덤 옆에서 기다리세요. 다시 만나러 올 테니.” (‘열흘 밤의 꿈’ 중) 근대 일본을 대표하는 문호이자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1867~1916)의 작품 열세 편이 ‘기담’이라는 키워드로 묶였다. 기담의 사전적 정의는 ‘이상야릇하고 재밌는 이야기’다. 38세라는 늦은 나이에 작가로 등단한 그가 알고 보면 “잘 알려지지 않은 괴기환상문학 작가”라는 게 작품집을 엮은 일본 문학평론가 히가시 마사오의 평이다. 소세키는 우리가 잘 알던 세계가 조금씩 어그러지는 순간을 은밀하게 포착해 작품에 녹여냈다. 작가가 그리는 미지의 세계에 유령이나 요괴가 불쑥 나타나진 않는다. 그런데 상상과 현실이 기묘하
2024.05.15 08:04“왜 너는 진보고, 나는 보수지?…유전자가 달라서 그래”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인간은 오직 번식을 위한 ‘유전자 운반자’다.” 48년 전 리처드 도킨스가 자신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밝힌 이 주장은 과학계는 물론,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인간이 유전자를 매개하는 기계로 전락했으니, 후폭풍은 너무나 컸다. 이런 시선으로 보면, 사랑도 순수하고 고귀한 게 아니라 그저 유전자를 잘 번식시키기 위한 진화 전략이다. 아기와 유대 관계가 깊어질수록 이른바 ‘사랑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더 많이 분비되는 엄마의 상태를 보면, 사랑은 상대방을 위한 희생적 감정이 아니라 자기 만족 기제에 불과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어떨까. 정치적 극한 대립과 사회 부조리 등 온갖 불행의 대물림도 철저하게 이기적인 유전자가 초래한 결과라면 말이다. 유전학자인 최정균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그의 신간 ‘유전자 지배 사회’를
2024.05.15 08:02동화속 공주를 납치해간 건 용이 아니었다?![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동화 속 공주들은 대체로 계모가 나타나거나 용이나 마녀에게 납치되거나, 혹은 계모가 사주한 사람에게 납치된 후 숲 속에 버려지거나 제물로 바쳐지면서 역경이 시작된다. 보통 동화들이 수백~수천년 간 구전으로 내려온 이야기들의 총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것도 없다. 에세이스트 조이 박은 신간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에서 “인간은 창작할 때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기존의 이미지를 가져와 새롭게 구성하고 조직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옛 이야기라 요즘 감성에 맞지 않은 동화를 아이들에게 계속 읽어줘야 할까. 저자는 “동화는 옛 이야기이면서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 가야 할 이야기”라고 단언한다. 오랜 세월 사랑 받아온 동화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내면에 새겨진 길을 찾아 성장할 수 있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4.04.25 14:07얼음물에 사람 담그고 시체 거래하고…눈부신 과학 발전의 어두운 이면[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독 환탄 쏘기, 마취 없이 팔다리 이식하기, 톱밥과 유리로 상처 문지르기, 눈에 부식성 물질 뿌리기. 독일 나치 의사들이 자행한 비윤리적인 과학 실험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들은 비(非)아리아인에 대한 의학 실험을 허용했을 뿐만 아니라 도덕적 의무라고 합리화까지 했다. 이들은 저체온증 연구를 위해 직장에 체온계를 꽂아 사람들을 얼음물 욕조 속에 집어넣고, 고도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사람들을 저압실에 가두기도 했다. 피험자들은 차라리 총을 쏴 죽여 달라고 애원하거나 압력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뽑으며 괴로워했다. 인간이 매일 바닷물을 마시면 얼마나 오래 살아남는지도 관찰했다. 피험자들은 갈증이 심한 탓에 걸레질한 바닥을 핥을 정도였다. 이러한 끔찍한 실험으로 목숨을 잃은 인원만 최소 1만5000명. 그 밖에 40만여 명은 불구가 되거나 불임이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나치 의사들은 “환자에게 어떤 해도 가하지 않겠다&
2024.04.25 12:15‘0.1초 찰나’의 표정에 그녀의 속내가 모두 담겼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서울 시내 한 카페. 직장인 A씨(32)는 오랜만에 하는 소개팅을 하러 주말에 나왔다. 긴머리에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나온 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A씨는 머리를 살짝 옆으로 돌리고 아래 쪽을 내려다 보는 그녀가 예뻐 보였지만, 조금 걱정이다. 말투는 친절했지만, 다시 보자는 말은 뉘앙스로도 풍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만나자는 말이 없던 그녀는 과연 A씨와 ‘그린 라이트’일까. A씨는 그녀에게 애프터를 신청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독일의 심리학자 디르크 아일러트는 A씨에게 애프터를 신청하라고 조언할 것이다. 소개팅 그녀는 A씨에게 다시 만나자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A씨가 마음에 든다는 의사를 말이 아닌 ‘비언어적 표현’으로 충분히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신간 ‘감출 수 없는, 표정의 심리학’을 통해 인간은 말 뿐 아니라 표정, 제스처, 자세, 목소리
2024.04.25 11:33잠들기 전 딱 1분만…‘나는 꿈을 꾸고 기억해서 말할 것이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예측과 관련해서, 꿈은 종종 의식보다 훨씬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칼 구스타브 융의 말처럼 오직 인간만이 꿈에서 겪은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기록으로 남긴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달리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간의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을 다음 진화의 단계로 넘어가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계시와도 같은 ‘예지몽(현실에서 일어나게 될 일을 꿈으로 꾸는 것)’은 인간의 인지 능력을 폭발적으로 상승시킨다. 꿈이라는 무한한 공간에서 의식을 깨워 사고의 저변을 확장시키는 ‘자각몽(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 상태에서 꿈을 꾸는 것)’은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벗어나게 하기도 한다. 이렇듯 비과학적인 듯 보이는 무의식의 세계가 알고 보면 훈련으로 당도할 수 있는 지점이라는 게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싯다르타 히베이루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신간 ‘꿈의 인문
2024.04.04 15:3719세기 미국의 황야, 그리고 전설이 된 그 남자[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흰 하늘과 섞여들어가는 흰 평원을 어지럽히는 건 그 구멍, 얼음 위의 개진 별 뿐이었다. 바람도, 생명도, 소리도 없었다.” 얼어붙은 알래스카의 바다, 깨진 얼음 구멍 위로 한 남자가 나오더니 얼음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는 배 위로 기어 오른다. ‘인간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가능한 최대의 몸집’을 가진 그의 이름은 ‘호크’. 사자를 맨손으로 때려잡았다는 둥, 원주민의 추장이었다는 둥, 미국이 그의 접근을 막으려고 영토를 준다고 했다는 둥, 여러 소문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전설이 된 남자다. 그런 그가 불가에 자리를 잡더니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시작한다. 소설 ‘먼 곳에서’는 지난해 ‘트러스트’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에르난 디아스의 데뷔작이다. 2017년 소규모 비영리 출판사의 원고 공모를 통해 출간된 이 작품은 이듬해 봄 퓰리처상과 펜 포크너상 최종
2024.04.04 1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