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심리학 권위자 신간 ‘다크 소셜’
끊이지 않는 소셜 미디어 부작용
성격 유형별 온라인 발현 방식 분석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페이스북, 트위터….
요즘 현대인들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셜 미디어다. 세대를 막론하고 삶의 구석구석에 스며든 소셜 미디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소셜 미디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파편화된 개인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주는 소셜 미디어의 기능에 크게 환호했다. 덕분에 세상은 보다 촘촘하게 이어졌고, 세계는 더욱 가까워졌다.
덕분에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사회 문제에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수 있게 됐다. 10대 학생이 기후 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자 전세계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힘을 보탰다. 인종 차별 운동이나 반(反) 독재 시위가 어느 때보다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소셜 미디어가 있어 가능했다. 소셜 미디어의 순기능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소셜 미디어 역시 ‘동전의 양면’처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소셜 미디어를 타겟으로 하는 사이버 공격이나 알고리즘 조작 등이 끊이지 않고, 대형 사건이 터질 때면 이곳은 가짜뉴스나 음모론이 들끓는 아수라장이 된다.
코로나19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 본격화할 당시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과 연관이 있다는 루머가 돌면서 홍역을 치렀다.
약 3000명의 사망자를 낸 2001년 9·11 테러 당시엔 미국 정부가 알카에다 조직의 테러 계획을 미리 파악하고도 고의적으로 눈감았다는 음모론이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이같은 폐해는 소셜 미디어 그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 그저 실제 사회가 온라인으로 옮겨진 것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셜 미디어는 그저 인간의 연결 본능을 실현해주는 기술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직업 심리학 전문가인 이안 맥레이는 신작 ‘다크 소셜(Dark Social)’에서 사람들의 행동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다.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온갖 기행들은 사실 보편적 행동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의 성격 유형을 ▷특이 성격 유형 ▷적극적인 성격 유형 ▷불안감을 느끼는 성격 유형 등 세가지 부류로 나누고, 이들 각각의 성격과 특성에 따라 소셜 미디어와 실제 사회에서 발현되는 방식에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유독 악플을 많이 다는 사람들, 음모론을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들, 혹은 콘텐츠를 지나치게 자주 공유하는 사람들은 각자 그들만의 공통적인 성격과 특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격 유형은 온라인에서 특정 방식으로 발현된 뒤 사회에도 영향을 미친다.
온라인에서 퍼지기 쉬운 거시적 차원의 트렌드와 파괴적인 경향도 살펴볼 만하다. 음모론의 경우, 두려움과 고립에서 시작돼 봇(특정 작업을 반복 수행하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의 작업으로 증폭된 뒤 사람들의 감정을 타고 급속도로 퍼져나간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감정 전염’이라고 부르는데, 감정 전염을 가장 부추기는 사람 감정은 ‘격노’라고 부른다.
그러나 사람의 성격 유형만으로는 온라인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맥레이의 주장이다. 사람들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외부적인 환경 요인이다. 성격 유형과 외부 요인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현상과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개선책을 강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세계적으로 소셜 미디어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회에서 벌어지는 어두운 일면의 원인을 파악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크 소셜’이란 원래 조회 수나 클릭 수 등과 같은 전통적인 통계 수치에 드러나지 않는 소셜 미디어의 어두운 측면을 지칭하는 마케팅 용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극심한 감시가 벌어지는 영역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의사소통이자 광고주와 시장 연구자들이 좀처럼 접근하기 힘든 정보를 뜻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개념을 확장해 측정할 수 없는 심리적 현상과 과정을 상세히 나열했다.
다크 소셜/이안 맥레이·김동규 옮김/비즈니스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