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일본…불확실성 시대의 생존법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지난 2024년 9월 일본 도쿄도는 미혼 남녀를 연결해 주는 ‘매칭(만남) 앱’을 자체 개발해 공개했다. 합계출산율이 1을 밑돌자, 출산 장려를 위해 도쿄도가 내놓은 대책이었다. 그러나 맥킨지 출신의 세계적 경영 구루인 오마에 겐이치는 이러한 야심 찬 정책이 “저출산을 가속화하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비판한다. 오마에는 매칭 앱이 만남의 문턱은 낮췄지만, 오히려 그것이 청년들의 결혼을 늦추고 있다고 분석한다. 매칭 앱을 통해 더 좋은 상대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사용자의 결혼 결정을 미루는 반면, 재혼 상대 찾기는 쉬워져 이혼 결정은 앞당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매칭 앱은 출산율 제고의 답이 아니라, 저출산을 부추기는 비혼화, 만혼화, 이혼 조기화의 요인에 가깝다. 신간 ‘일본의 논점 2026-2027’은 이러한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더불어 식량 위기, 구조적 저성장, 디지털 전환 지연 등 일본 사회의 근본적 난제를 분석하고, 대응 방
2026.02.26 10:32
조선시대 대학로 주인공은 성균관 유생이었을까
조선시대 서울 종로구 명륜동 일대를 떠올리면 장래가 촉망되는 미소년 도령들이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봄꽃이 흐드러진 반촌(泮村, 성균관이 있는 동네)을 거니는 모습이 떠오른다. 조선 유일의 고등교육 기관인 성균관이 있었던 이곳은 아직도 ‘대학로’라고 불리며 학문과 진리를 탐구하는 메카로서 그 상징성이 남아있다. 그렇다면 이 지역을 주름잡던 사람들은 성균관 유생이었을까.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신간 ‘조선의 대학로’에서 당시 ‘반촌’이라 불리던 조선의 대학로는 성균관 유생 외에 주목할 만한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반인(泮人)이다. 반촌의 주민인 반인은 반민, 반한, 관인, 관사람, 관노, 반예, 전복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렸다. 이들은 성균관에 속한 공노비로 이곳의 온갖 업무를 맡았다. 기본적으로 유생들의 숙식과 편의를 제공하는 게 반인의 의무였다. 여기에 과거 응시를 돕고 붓이나 종이 등 물품 구매를 대행해 주는 등 유생들의 후견인이나 집사 같은 역할도 했다. 심지어
2026.02.13 11:07
플라스틱 생수 한 병에 담긴 ‘오만가지’ 문제
21세기 들어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것만큼이나 획기적이고 엄청난 변화가 있다. 바로 플라스틱병 안에 담긴 물을 사 먹는 게 일상이 됐다는 점이다. 근대 도시가 형성된 이후 상하수도와 같은 도시 인프라가 만들어지며 물은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공공재’였다. 하지만 불과 40년 만에 ‘병입생수’는 30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정도로 글로벌 소비재가 됐다. 쉽고 빠르게 물을 먹을 수 있게 해준 병입생수는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 것 이상으로 다양하고 복합적인 문제를 야기했다. 미국 사회학자인 대니얼 재피 포틀랜드 주립대 교수는 신간 ‘언보틀드(Unbottled)’에서 병입생수는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환경 오염과 생태·기후 위기뿐 아니라 불평등과 공공성의 위기, 공중보건의 악화 등의 문제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생수산업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 기업 페리에가 처음으로 생수제품을 미국에 들여와 판매한 1978년부터였다. 당시 페리에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마시는 ‘유
2026.02.13 11:06
트럼프·빈 살만·올트먼…‘포식자들의 시간’이 왔다
1502년의 마지막 밤. 체사레 보르자, 일명 발렌티노 공작은 역모를 진압하고 공국을 되찾은 직후였다. 그는 한때 자신의 편이었으나 등을 돌려 자신의 목숨을 노렸던 용병대장들을 성으로 초대했다. 명목은 화합의 연회. 술과 음악이 끝나고 돌아가려는 이들을 보르자는 개인 응접실로 다시 불러 모았다. 잠시 자리를 비운 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그가 아니라 무장한 군인들이었다. 용병대장을 포함한 성안의 다수는 그날 밤을 넘기지 못했다. 현장을 지켜본 피렌체 공화국의 서기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10년 뒤 ‘군주론’에서 보르자를 권력의 전형으로 소환한다. 이상적 군주라기보다, 복수조차 꿈꾸지 못하도록 정적을 짓밟는 냉혹한 통치자, 목표를 정하면 지체없이 수단을 동원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인간형에 가깝다. 파리정치대학 교수이자 마테오 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의 정치고문 줄리아노 다 엠폴리는 이를 ‘보르자형’ 인간이라 부른다. 보르자형 인간은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2026.02.13 11:06
‘생수 한병’에 담긴 오만가지 문제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21세기 들어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것만큼이나 획기적이고 엄청난 변화가 있다. 바로 플라스틱병 안에 담긴 물을 사 먹는 게 일상이 됐다는 점이다. 근대 도시가 형성된 이후 상하수도와 같은 도시 인프라가 만들어지며 물은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공공재’였다. 하지만 불과 40년 만에 ‘병입생수’는 30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정도로 글로벌 소비재가 됐다. 쉽고 빠르게 물을 먹을 수 있게 해준 병입생수는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 것 이상으로 다양하고 복합적인 문제를 야기했다. 미국 사회학자인 대니얼 재피 포틀랜드 주립대 교수는 신간 ‘언보틀드(Unbottled)’에서 병입생수는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환경 오염과 생태·기후 위기뿐 아니라 불평등과 공공성의 위기, 공중보건의 악화 등의 문제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생수 산업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 기업 페리에가 처음으로 생수 제품을 미국에 들여와 판매한 1978년부터였다. 당시 페리에는
2026.02.12 14:16
트럼프·빈 살만·그리고 올트먼…위험한 ‘포식자들의 시간’이 왔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1502년의 마지막 밤. 체사레 보르자, 일명 발렌티노 공작은 역모를 진압하고 공국을 되찾은 직후였다. 그는 한때 자신의 편이었으나 등을 돌려 목숨을 노렸던 용병대장들을 성으로 초대했다. 명목은 화합의 연회. 술과 음악이 끝나고 돌아가려는 이들을 보르자는 개인 응접실로 다시 불러 모았다. 잠시 자리를 비운 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그가 아니라 무장한 군인들이었다. 용병대장을 포함한 성안의 다수는 그날 밤을 넘기지 못했다. 현장을 지켜본 피렌체 공화국의 서기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10년 뒤 ‘군주론’에서 보르자를 권력의 전형으로 소환한다. 이상적 군주라기보다, 복수조차 꿈꾸지 못하도록 정적을 짓밟는 냉혹한 통치자. 목표를 정하면 지체없이 수단을 동원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인간형. 파리정치대학 교수이자 마테오 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의 정치 고문이었던 줄리아노 다 엠폴리는 이를 ‘보르자형’ 인간이라 부른다. 보르자형 인간은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사우디
2026.02.12 11:26
조선시대 대학로, 그 주인공은 성균관 유생일까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조선시대 서울 종로구 명륜동 일대를 떠올리면 장래가 촉망되는 미소년 도령들이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봄꽃이 흐드러진 반촌(泮村, 성균관이 있는 동네)을 거니는 모습이 떠오른다. 조선 유일의 고등교육 기관인 성균관이 있었던 이곳은 아직도 ‘대학로’라고 불리며 학문과 진리를 탐구하는 메카로서 그 상징성이 남아있다. 그렇다면 이 지역을 주름잡던 사람들은 성균관 유생이었을까.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신간 ‘조선의 대학로’에서 당시 ‘반촌’이라 불리던 조선의 대학로는 성균관 유생 외에 주목할 만한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반인(泮人)이다. 반촌의 주민인 반인은 반민, 반한, 관인, 관사람, 관노, 반예, 전복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렸다. 이들은 성균관에 속한 공노비로 이곳의 온갖 업무를 맡았다. 기본적으로 유생들의 숙식과 편의를 제공하는 게 반인의 의무였다. 여기에 과거 응시를 돕고 붓이나 종이 등 물품 구매를 대행해 주는 등 유생들의 후견인이나 집사
2026.02.12 10:59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억압받는 이들의 분투[북적book적]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초의 단편집 수상작인 ‘하트 램프’가 국내에 출간됐다. 바누 무슈타크는 가부장적 이슬람 문화권에서 고통받는 인도 여성들의 삶을 연민 어린 시선으로 포착한다. 12편의 이야기에는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억압받고 소외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여성은 성인이 되기도 전에 강제 결혼해 아이를 낳고 남편을 뒷바라지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남편은 부인을 소유물로 여기고, 폭력과 외도를 서슴지 않는다. 부인과 자식을 길거리에 내쫓고, 다른 여성을 집에 데려오면서도 오히려 당당하다. 여성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친정에서조차 외면당해 갈 곳을 잃는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특정 가정에 국한되지 않는다. 곳곳에 만연해 있다. “결국 그는 ‘랑고티 야르’, 그러니까 남자다. 모두의 가장 친한 친구인 남자 말이다. … 그는 부끄러움 때문에 어둠 속에 숨어 있지 않아도 된다. 용서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 그가 하는 일은 아무것도 잘못이 아니니까, 용서를
2026.01.22 15:20
‘킬러’ 침팬지·‘자폭’ 개미…달콤살벌한 동물들의 ‘전쟁 서사시’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동물행동학자 제인 구달이 발견한 침팬지 사회의 모습은 마치 동화 같았다. 특히나 새끼를 향한 어미 침팬지의 헌신적인 모습은 인간만이 사랑하고 슬퍼한다고 믿었던 통념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그 관찰이 뜨거운 감명과 깊은 울림만을 남긴 것은 아니었다. 1974년 초 구달은 침팬지 공동체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북쪽 무리의 여섯 마리 침팬지가 과거 한 무리의 구성원이었던 남쪽 무리의 수컷을 공격한 사건이다. 북쪽 무리는 홀로 싸우는 상대에게 항복·복종을 받아내는 대신, 숨이 끊어진 이후까지도 그를 잔인하게 물어뜯었다. 침팬지 사회가 보여준 목가적 그림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침팬지 무리의 잔인하고도 광기 어린 집단 공격의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생각의 전환부터 필요하다. 인류의 모든 문명이 전쟁을 피하지 못했던 것처럼, 동물 사회에도 ‘전쟁’이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저명한 생태학자인 로이크 볼라슈 부르고뉴-프랑슈콩테대학 교수는 자신의
2026.01.22 11:30
기후위기·AI 확산에도…‘석유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는 지금까지 세계 질서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여겨졌다. 패권국가로서 미국의 등장과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 습격, 전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준 1~2차 오일쇼크, 1990년대 걸프전, 2003년 이라크 전쟁 등 현대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은 모두 그 배경에서 석유를 분리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기후 위기로 탄소 중립 필요성이 커지고 AI(인공지능)가 일상화된 21세기에도 과연 석유의 존재감은 여전할까. 수년간 석유 시장 등을 연구한 에너지 전문가인 저자는 신간 ‘석유 제국의 미래’에서 전쟁과 동맹, 경제위기의 이면에는 언제나 석유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작동해 왔고, 에너지 전환과 탄소 중립 논의가 이뤄지는 오늘날 역시 유효하다고 진단한다. 석유는 사라지는 자원이 아니라 신기술과 신산업을 떠받치는 에너지로서 여전히 세계 경제와 정치의 판단기준이 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국제적 사건들 역시 석유가
2026.01.22 1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