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 로봇’의 시대…인간은 진짜 행복해질까
낭만적인 편지를 써주는 대필작가지만 정작 자신은 아내와 별거 중인 채 외롭게 살아가는 테오도르. 그는 어느 날 상호작용이 가능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사만다’를 구매한다. 자기 말에 귀를 기울이며 이해해주는 사만다로 인해 조금씩 행복을 되찾기 시작한 테오도르는 그녀에게 점점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2014년 개봉한 영화 ‘그녀(Her)’에서 테오도르는 목소리밖에 없는 AI 사만다를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처럼 사랑한다. 그러다 문득 대화에서 이상함을 느끼고 사만다에게 다른 사람과도 상호작용을 하는지 묻는다. 사만다는 8316명과 대화하고 있고, 641명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만다가 자신만의 연인이라고 생각했던 테오도르는 큰 충격과 환멸에 빠진다. 12년이 지난 지금, 영화 ‘그녀’의 이야기는 더는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됐다. 집에서는 로봇이 청소하고, 회사에서는 생성형 AI를 업무에 이용한다. 과학저술가 이브 헤롤드의 신간 ‘로봇, 그리고 로봇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로봇기술의
2026.03.13 11:15
‘나치 정신’이 만든 괴물…공통의 惡은 존재할까
1945년 11월 20일 아침, 전 세계의 이목은 독일 뉘른베른크에서 막 시작된 한 재판에 집중됐다. 취재진을 포함해 재판 관계자만 1500여명이 모인 세기의 법정에서 22인의 피고인은 곧 학예회에 나설 학생처럼 순서를 맞춰 두 줄로 나란히 앉아 있었다. 법정은 그들의 끔찍하고 추악한 만행을 낱낱이 세상에 드러낼 준비가 돼 있었다. 피고들은 “한데 모아놓고 보니 생기 없고 풀이 죽은 모습”인 듯 보였다. 피고석에 앉은 이 중 한 사람은 유독 달랐다. 깔끔하게 다린 제복을 입고서, 가장 눈에 띄는 피고석 앞줄 맨 왼편에 앉은 남자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눈빛과 몸짓에는 결코 뒤집지 못할 불리한 상황을 자신이 주인공인 ‘역사적 사건’으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자신만만함이 넘쳤다. 그는 이 무대가 과거 자신의 ‘위대한 대업’을 독일 역사에 새길 기회임을 알고 있었다. 그 종착지가 사형이라도 말이다. 이 남자의 이름은 헤르만 괴링. 루프트바페(독일 공군) 총사령관이었으며, 홀로코스트를 승인·
2026.03.13 11:14
‘소셜 로봇’의 시대…인간은 행복해질까[북적book적]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낭만적인 편지를 써 주는 대필 작가로 일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아내와 별거 중인 채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테오도르. 그는 어느 날 상호작용이 가능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사만다’를 구매한다. 자기 말에 귀를 기울이며 이해해 주는 사만다로 인해 조금씩 행복을 되찾기 시작한 테오도르는 그녀에게 점점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2014년 개봉한 영화 ‘그녀(Her)’에서 주인공 테오도르는 목소리밖에 없는 AI 사만다를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처럼 사랑한다. 그러다 문득 대화에서 이상함을 느끼고 사만다에게 다른 사람들과도 상호작용을 하는지 묻는다. 사만다는 8316명의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고, 641명과 동시에 사랑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만다가 자신만의 연인이라고 생각했던 테오도르는 큰 충격과 환멸에 빠진다. 12년이 지난 지금, 영화 ‘그녀’의 이야기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 집에서는 로봇이 돌아다니며 청소하고, 회사에서는 생성형 AI를 업무
2026.03.12 12:57
‘나치 정신’이 만든 괴물? 최악의 전범들은 왜 악이 됐나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1945년 11월 20일 아침, 전 세계의 이목은 독일 뉘른베른크에서 막 시작된 한 재판에 집중됐다. 취재진을 포함해 재판 관계자만 1500여명이 모인 세기의 법정에서 22인의 피고인은 곧 학예회에 나설 학생처럼 순서를 맞춰 두 줄로 나란히 앉아 있었다. 법정은 그들의 끔찍하고 추악한 만행을 낱낱이 세상에 드러낼 준비가 돼 있었다. 피고들은 “한데 모아놓고 보니 생기 없고 풀이 죽은 모습”인 듯 보였다. 피고석에 앉은 이들 중 한 사람은 유독 달랐다. 깔끔하게 다린 제복을 입고서, 가장 눈에 띄는 피고석 앞줄 맨 왼편에 앉은 남자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눈빛과 몸짓에는 결코 뒤집지 못할 불리한 상황을 자신이 주인공인 ‘역사적 사건’으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자신만만함이 넘쳤다. 그는 이 무대가 과거 자신의 ‘위대한 대업’을 독일 역사에 새길 기회임을 알고 있었다. 그 종착지가 사형이라도 말이다. “그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다시 독일을 장악할 만한 유일한 인물이
2026.03.12 12:45
춤바람 난 마티스 “내 그림은 평화와 휴식”[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갈색 피부의 나체가 둥그런 원을 만들며 춤을 춘다. 5명의 나인(裸人)은 모두 팔과 다리, 가슴, 배 등 각 신체 부위가 부풀어 있어 성별을 가늠할 수 없다. 다만 파란 하늘과 선명히 대비되는 초록 언덕을 딛고 선 발이 유려하다. 균형감 있는 구도와 선명한 색 대비 때문인지, 아니면 나인들의 내려보는 눈빛 때문인지 신나기보단 경건해 보인다. 마티스의 ‘춤’ 두 번째 버전(1910년, 상트페테크부르크, 에르미타시 박물관)이다. 색채의 마술사, 현대 회화의 창시자, 야수의 선구자…. 프랑스 출신 미술 거장인 앙리 마티스는 이처럼 그를 수식하는 표현이 많을 정도로 매 순간 다양한 시도를 해온 작가다. 프랑스 미술평론가인 상드린 안드루스는 신간 ‘앙리 마티스, 춤으로 완성한 삶의 기쁨’를 통해 마티스의 생을 관통하며 그의 대표작이 어떤 생애적 맥락에서 나왔는지 조명한다. 마티스는 원래 법학도였다. 아버지가 북프랑스 보앵안베르망두아에서 운영하는 식료품 가게를 물려받
2026.03.12 12:26
얼굴을 마주해야 일어나는 기적…‘우리’라는 연대감
지하철과 버스 안, 심지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마저 늘 고개를 숙이고 있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누가 내 옆에 앉았는지 어떤 사람이 지나가는지 알지 못한다. 겉으로 보기엔 함께 있지만, 사실 모두 혼자다. 그야말로 “This is the city life(이것이 도시의 삶, 1992년 N.EX.T ‘도시인’ 중)”다. 이같은 삶의 방식은 다양한 사회적 병폐를 낳았다. 자살률과 범죄율은 높아졌고 혼인율과 출산율은 낮아졌다. 나와 다른 사람을 혐오하는 것은 일상이 되고, 단체 행동을 하는 데 있어선 옳고 그름이 상관없어졌다. 우리 사회의 윤리적 갈등을 연구해 온 박연규 경기대 명예교수는 신간 ‘이웃의 얼굴’에서 프랑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얼굴’ 이론에 자신의 전공 분야인 ‘관계 윤리’를 첨가해 그 해법을 찾는다. 보통 철학의 시작은 생각하는 주체인 ‘나’에서 시작하지만, 레비나스는 ‘세상 밖의 타자’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타자와의 관계가 없으면 윤리도, 앎이라는 인식 행위도
2026.02.27 11:19
불확실성 시대, 일본 생존법은 ‘제로 세팅’
2024년 9월 일본 도쿄도는 미혼 남녀를 연결해 주는 ‘매칭(만남) 앱’을 자체 개발해 공개했다. 합계출산율이 1을 밑돌자, 출산 장려를 위해 도쿄도가 내놓은 대책이었다. 그러나 맥킨지 출신의 세계적 경영 구루인 오마에 겐이치는 이러한 야심 찬 정책이 “저출산을 가속화하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비판한다. 오마에는 매칭 앱이 만남의 문턱은 낮췄지만, 오히려 그것이 청년들의 결혼을 늦추고 있다고 분석한다. 매칭 앱을 통해 더 좋은 상대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사용자의 결혼 결정을 미루는 반면, 재혼 상대 찾기는 쉬워져 이혼 결정은 앞당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매칭 앱은 출산율 제고의 답이 아니라, 저출산을 부추기는 비혼화, 만혼화, 이혼 조기화의 요인에 가깝다. 신간 ‘일본의 논점 2026-2027’은 이러한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더불어 식량 위기, 구조적 저성장, 디지털 전환 지연 등 일본 사회의 근본적 난제를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국내에서 책 ‘맥
2026.02.27 11:19
“전쟁, 전쟁, 전쟁!”…미국을 폭주시키는 1조달러 ‘전쟁기계’
“나는 전쟁을 벌인 적이 없습니다. 나는 국가안보 체제에서 전쟁광들을 몰아내고 절실히 요구된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MIC) 청산을 수행함으로써, 전쟁에서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종식하고 언제나 미국을 최우선에 두겠습니다. 우리는 미국을 최우선에 둡니다. 우리는 끝없는 전쟁을 끝낼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2024년 9월 선거 유세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6주 뒤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뒤집었다.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부 예산을 1조달러(약 1400조원)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1년 새 1000억달러(약 140조원) 이상을 증액한다는 것이었다. 이어 그해 9월에는 ‘전쟁부’를 국방부 보조 명칭으로 사용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고, 올해 1월에는 항공기 150대를 동원해 베네수엘라를 전격 침공했다. ‘천조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의 국방 지출은 어마어마하다. 미 국방부의
2026.02.27 11:18
“전쟁! 전쟁! 전쟁!”…미국을 폭주시키는 1조 달러 ‘전쟁 기계’[북적book적]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나는 전쟁을 벌인 적이 없습니다. 나는 국가 안보 체제에서 전쟁광들을 몰아내고 절실히 요구된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 MIC) 청산을 수행함으로써, 전쟁에서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종식하고 언제나 미국을 최우선에 두겠습니다. 우리는 미국을 최우선에 둡니다. 우리는 끝없는 전쟁을 끝낼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2024년 9월 선거 유세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6주 뒤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뒤집었다.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부 예산을 1조 달러(한화 약 1400조원)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1년 새 1000억달러(약 140조원) 이상을 증액한다는 것이었다. 이어 그해 9월에는 ‘전쟁부’를 국방부 보조 명칭으로 사용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고, 올해 1월에는 항공기 150대를 동원해 베네수엘라를 전격 침공했다. ‘천조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의
2026.02.26 14:24
지금의 문제는 ‘얼굴을 봐야’ 해결된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지하철과 버스 안, 심지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마저 늘 고개를 숙이고 있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누가 내 옆에 앉았는지 어떤 사람이 지나가는지 알지 못한다. 겉으로 보기엔 함께 있지만, 사실 모두 혼자다. 그야말로 “This is the city life(이것이 도시의 삶, 1992년 N.EX.T ‘도시인’ 중)”다. 이같은 삶의 방식은 다양한 사회적 병폐를 낳았다. 자살률과 범죄율은 높아졌고 혼인율과 출산율은 낮아졌다. 나와 다른 사람을 혐오하는 것은 일상이 되고, 단체 행동을 하는 데 있어선 옳고 그름이 상관없어졌다. 우리 사회의 윤리적 갈등을 연구해 온 박연규 경기대 명예교수는 신간 ‘이웃의 얼굴’에서 프랑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얼굴’ 이론에 자신의 전공 분야인 ‘관계 윤리’를 첨가해 그 해법을 찾는다. 보통 철학의 시작은 생각하는 주체인 ‘나’에서 시작하지만, 레비나스는 ‘세상 밖의 타자’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타자와의 관계가 없으면 윤리
2026.02.26 1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