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는 책 속에서 갓생·위로를 찾았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고물가, 소비침체, 감원 한파….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힘들게 지나 일상으로 복귀를 완료한 지금, 예상치 못한 경기 불황의 여파로 올해 모두가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더욱 치열해진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갓생(God生)’을 꿈꾸는 이들이 많아졌고, 그만큼 경쟁에 지쳐 힘들어진 사람들도 늘었다. 덕분에 서점가에선 어느 때보다 자기계발서가 불티나게 팔렸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콘텐츠도 여전한 인기를 누렸다. 이와 함께 문학계에선 ‘올드 보이’들의 귀환하며 여전한 인기를 누렸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6년 만에 신작을 냈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4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국내에선 조정래, 김홍신, 공지영… 등이 책을 냈거나 출간을 앞두고 있다. 국경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여행 콘텐츠의 인기가 다시 높아졌고, 영화에서 시작된 관심이 도서로 옮겨붙기도 했다. 헤럴드경제는 독자들이 주로
2023.12.21 14:13철학이 내 딸에게 ‘죽어도 된다’ 말할 때…지적장애 아이에서 시작된 ‘인간의 조건’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서구 철학의 최고선은 이성이다. 그래서 철학자들은 지성과 인지 능력을 ‘인간의 조건’으로 뒀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인지장애를 가진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인가. 페미니스트 철학자인 에바 페더 키테이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 철학과 석좌교수는 “우리가 가치를 부여해온 이성은 중심이 아니며 인간성과 전혀 상관없다”고 말한다. 인간은 영혼을 가진 존재하는 인간,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의도하고, 욕망하고, 느끼고, 이해하는 고유한 인격 그 자체가 인간을 이루는 몸이자, 영혼이다. 키테이의 신작 ‘의존을 배우다’는 키테이가 장애를 가진 딸 세샤에게 배운 것부터 시작해 결국 그가 기존 철학의 토대를 허물고 새로운 이론을 정립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스스로 말할 수 없는 세샤를 키우면서 그의 철학적 삶과 개인적 삶이 충돌했다. 철학이 딸의 존엄성을 보장하지 못했기
2023.12.21 10:11명품 받아야 ‘진짜 프로포즈’…2030 “가짜사랑 마저 고프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오늘날 소셜미디어에는 사랑과 행복이 넘쳐난다. ‘내가 더 잘났다’며 과시하는 경쟁 사회에서 ‘자랑’으로 전시된 일상이 점철된 까닭이다. 그 밑바닥엔 낙오된 루저가 되고 싶지 않다는 불안이 깔려 있다. 현대인들이 참담한 현실을 외면하고 허황된 사랑과 돈에 더욱 집착하게 된 이유다. 동시에 인간을 혐오하고 증오하게 된 젊은이들도 빠르게 늘었다. 김태형 심리학자는 그의 신작 ‘가짜 사랑 권하는 사회’를 통해 완전히 파편화된 핵개인 시대에서 나타난 가짜 사랑의 면면을 촘촘히 추적했다. 특히 저자는 가짜 사랑을 하는 원인을 개인에게 묻는 주류 심리학의 한계를 일갈했다. 사람들이 진짜 사랑에 실패하는 근본에는 병든 사회가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가 ‘싸우는 심리학자’라고 불리는 이유다. 공동체를 파괴한 신자유주의는 두 가지 불안을 키웠다. 생존 불안과 존중 불안이다. 과거의 생존 불안
2023.12.07 15:30민족주의 운동인가, 깡패인가…이스라엘의 두 얼굴[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공습이 일어나자마자 건물 밖으로 나가보니 조카가 두 다리를 잃은 채 넘어져 있었어요. 나를 향해 팔을 벌리고선 도와달라며 기어 왔죠." 가자지구의 주민 이브라임 아부 암샤는 최근 이스라엘군이 누세라이트 난민캠프를 폭격했던 당시 세 살 짜리 조카가 겪은 악몽을 영국 BBC 방송에 이렇게 전했다. 조카가 다른 폭격으로 부모와 형제를 잃은 지 보름 만이었다.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일-팔레스타인 전쟁은 두 달 동안 수많은 무고한 희생자들을 낳았다. 하마스의 첫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선 1200명이 사망하고 240여 명이 인질로 끌려갔다. 이 가운데 외국인 포함한 105명은 최근 풀려났지만 나머지는 여전히 감금된 상태다. 팔레스타인의 인명 피해는 훨씬 크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1만5900명이 사망했다. 이중 하마스 대원은 5000명 수준이고, 나머지는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이
2023.12.07 14:38백화점 사은품에서 처음 등장한 루돌프?!…크리스마스에 대한 '황당한 진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해마다 12월이 되면 남녀노소 구분 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집안 거실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고, 햐안 턱수염에 빨간 옷을 입은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주길 바라며 커다란 양말을 벽에 걸어 놓는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온 가족이 모여 선물을 주고 받고, 칠면조와 같은 고기 요리를 먹으며 축제를 즐긴다. 흔히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이같은 풍경들이 유서 깊은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어떤 풍자작가의 비아냥이나 유명 백화점의 상술에 시작됐다면 어떨까.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크 포사이스는 그의 신작 ‘크리스마스는 왜?’를 통해 우리가 크리스마스에 대해 갖고 있던 온갖 통념들을 산산이 부숴버린다. 저자는 우선 ‘크리스마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산타가 처음부터 북극에 사는 하얀 수염의 배불뚝이 할아버지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산타의 기원은 270년 전후 튀르키예 파타라에서 태어난 니콜라스라는 인물
2023.12.07 13:37“형을 잃고 나는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숨었다”[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세계 3대 미술관 중의 하나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7만여 평의 공간에 300만 점의 예술 작품이 전시돼 있다. 연 관람객 수만 700만 명. 이 곳엔 큐레이터, 보존 연구가, 페인트공, 운반 전문가 등 2000여 명의 직원들이 상주한다. 스스로를 ‘보안 예술가’라고 부르는 600여 명의 경비원들도 있다. 이들은 큐레이터나 보존 전문가들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작품 곁을 지킨다. 패트릭 브링리 역시 그 중 한 명이었다. 한때 미국 유명 잡지 ‘뉴요커’에서 일하던 브링리는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돌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취직했다. 화려한 커리어를 쌓으며 치열하게 살던 뉴요커의 삶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행보였다. 이러한 배경엔 형의 죽음이 있었다. 그의 형은 지난 2005년 결혼하자 마자 암 선고를 받았다. 방사선 치료와 화학 요법을 병행했지만 암은 결국 전이됐고, 3년 뒤인 2008년 가족들의 곁을 떠
2023.11.23 14:55코스트코가 출구에서 핫도그를 파는 까닭은.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모바일 쇼핑 시대에도 여전한 인기를 구가하는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의 최고 인기 상품은 단연 핫도그다. 2000원만 내면 긴 빵에 두툼한 소시지와 양파, 피클을 넣은 미국식 핫도그를 먹을 수 있다. 이걸 먹으려고 일부러 매장에 올 정도로 인기가 있는 이 제품을 코스트코는 매장 어디에서 팔까. 바로 고객 동선의 마지막 지점인 출구 부근이다. 코스트코가 핫도그를 매장 한가운데가 아닌, 출구 쪽에서 파는 이유는 사람들이 절정 및 결말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전체 경험을 평가하는 습성이 있어서다. ‘행동 경제학의 대부’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사람들의 이런 특성을 고려해 경험의 순서와 강도를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이른바 ‘경험 설계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합리적인 인간’이 전제되는 자본주의에서 그 핵심인 소비가 결코 이성적 영역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방증인 셈이
2023.11.23 14:46“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가”…로젠한 실험도 밝히지 못한 정신의학의 민낯[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1969년 2월, 한 남성이 정신병원을 찾았다. 자신을 데이비드 루리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안에서 둔탁한 소음이 나는데 항상 남성의 목소리”라며 환청 증상을 호소했다. 그의 설명을 조용히 듣던 의사는 그에게 조현정동 장애 진단을 내리고 정신병동에 입원시켰다. 루리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환청도 없었다. 그는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로젠한이 스스로 꾸며낸 가상의 인물이자 악명 높은 로젠한 실험의 첫 번째 가짜 환자였다. 로젠한은 약 50년 전 정신의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실험을 진행했다. 자신을 포함해 정신질환 병력이 없던 8명을 미국 각지의 정신병원에 보내 의사들이 ‘나이롱 환자’들을 가려낼 수 있는 지를 본 것.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시도였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신병원 모두 이들을 정신질환자로 오진한 것. 이들은 평균 20여 일 동안 정신병동에서 지내야 했다. 로젠한의 실험 결과는 전세계
2023.11.23 14:43AI로 자기주도 학습 이끄는 방법 있다?…‘최강의 AI 공쌤반 아이들’[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교육부는 지난 2월 오는 2025년부터 ‘수학·영어·정보·국어(특수교육)’ 과목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를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면 무엇보다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수준별 맞춤 학습이 가능해진다. 교육 현장 곳곳에 AI를 도입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최초다. AI 디지털 교과서를 통한 맞춤형 학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초등학교 교사 공민수는 신간 ‘최강의 AI 공쌤반 아이들’을 통해 AI를 접목한 교육 방법을 소개한다. 그는 실제로 학급에서 아이들을 ‘2022 스마트 디바이스 활용 공모전’의 수상으로 이끈 인공지능 융합 프로젝트 수업 내용을 스토리텔링 형
2023.11.19 22:15‘야구소년’ 오타니의 세계 야구 정복기[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에는 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을 소개하면서, 선수 이름 옆에 포지션을 표기한다. 투수 옆에는 P(Pitcher), 포수 옆에는 C(Catcher)가 붙는 식이다. 하지만 29세의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에게 붙는 글자는 특별하다. 바로 TWP(Two Way Player). TWP는 20이닝 이상 투구와 최소 3타석을 야수 또는 지명타자로 2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만 등록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현재 MLB 선수 중 TWP가 붙는 선수는 오타니가 유일하다. 오타니 쇼헤이는 MLB 정상급 투수 겸 타자로, '일본의 베이브 루스'라 불린다. 193cm의 키와 95kg의 몸무게 등 동양인이 가지기 어려운 체형을 가져 한때 혼혈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는 누구보다도 빨리 던지고 멀리 때리며 잽싸게 뛰다 보니 20세 전후로 일본 야구를 평정한 후 2018년 LA 에인절스에
2023.11.09 1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