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녹아내리는 북극에서 곰들을 구하는 방법은 남극으로 데려가는 것인가.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린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북극곰을 남극으로 데려가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남극은 북극과 비슷한 환경인데다 국제 사회의 철저한 관리에 따라 연구 목적으로만 들어갈 수 있어 북극곰의 생태 환경이 잘 보존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이런 발칙한 생각에서 시작된 동화 ‘남극곰’은 지구온난화가 핵심 배경인 만큼 아파트 화단에 심은 바나나 나무의 열매로 시작한다. 초등학교 6학년 은우는 여름마다 반복되는 폭염경보를 보며, 열대 과일인 바나나 모종을 아파트 단지 화단에 심었다. 바나나 나무는 은우의 정성 덕인지, 더워진 날씨 탓인지 샛노란 열매를 맺었다. 은우는 잡지사의 의뢰를 받아 북극으로 사진을 찍으러 떠난 엄마에게 하루라도 빨리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
하지만 기다리는 엄마는 오지 않고, 갑자기 집으로 기자들의 전화가 쏟아진다. 북극에 갔던 엄마가 행방불명된 것. 높은 하늘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내려오면서도 여유가 넘쳤던 특전사 출신의 엄마가 이렇게 쉽게 죽었을리는 없다. 아빠와 의기투합한 은우는 엄마를 찾으러 직접 북극으로 떠난다.
북극에 온 은우는 엄마와 함께 실종된 현지 가이드집에 갔다가 미카를 만나고, 그 둘은 누군가에게 납치가 된다. 그들은 최초로 지구의 두 극점을 정복한, 하지만 북극점 근처에서 실종된 로알 아문센의 ‘북극곰 썰매 작전’에서 곰 조련사를 맡았던 비에른의 후예들이었다. 그들은 선대가 완성하지 못한 ‘북극 열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북극 열차의 마지막 대원이 된 은우. 하지만 이 작전이 사실 위기에 빠진 북극곰을 남극으로 보내는 일명 '노아의 방주' 프로젝트라는 점을 알게된다.
저자 김남중 작가는 '남극곰' 집필을 위해 우리나라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 탑승하기도 했다. 덕분에 책 속의 은우가 보고 느끼는 북극은 상당히 생동감이 있다. 김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낮은 하늘과 푸른 바다 사이에 마침표 같던 그 북극곰이 내가 만난 첫 번째 야생 곰”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중략) 사람이야 스스로 만든 결과니 어쩔 수 없다 쳐도 왜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는지 곰들은 모를 것이다. 세상의 모든 곰들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적었다.
북극 열차를 타고 탐험을 떠난 은우는 실종된 엄마와 만났을까. ‘노아의 방주’ 작전대로 북극곰들은 척박한 북극에서 벗어나 세계 최초의 '남극곰'이 됐을까. 과연 그게 북극곰들에게 최선이었을까.
남극곰 1, 2/김남중 글·홍선주 그림/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