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AI·불평등…혼란한 지금, 필요한 건 이것?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영국계 아일랜드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은 1915년 1월 제국남극횡단탐험대를 이끌고 남극 대륙으로 향하다 해빙에 9개월 이상 갇혔다. 구명정 세 척에 식량과 장비를 싣고 대원들과 가까스로 탈출한 그들은 엘리펀트섬에 도착했지만, 바깥세상과 연락할 방법도, 누군가 자신들을 구하러 올지 모른다는 희망도 없었다. 하지만 섀클턴과 대원 전원은 10개월 뒤 무사히 귀가했다. 21세기인 지금도 살아남기 어려운 혹독한 환경에서 그들은 어떻게 무사 귀환할 수 있었을까. 천체물리학자 출신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수밋 폴초우드리는 신간 ‘희망 지능’에서 이들이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낙관’ 때문이라고 말한다. 섀클턴이 탐험 대원을 뽑을 때 낙관적인 사람들 위주로 뽑았고, 특히 섀클턴과 소수의 대원들이 구조대를 데려오기 위해 사우스조지아섬 포경기지로 향했을 때 부대장 프랭크 와일드가 그만의 쾌활한 낙관주의로 흔들리지 않고 대장을 기다렸기 때문이라는 것. 당시 섀클턴은 “내
2026.10.15 14:59
농인의 딸이자 엄마…‘경계’에서 세상을 보다[북적book적]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우리의 일상은 평범했다. 집은 언제나 돌아갈 곳이었고, 마를 틈이 없는 이야기의 원천이었으며, 내가 세상을 배운 첫 번째 장소였다. 그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인식한 것은 입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부터다. 그제야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우리 부모가 다른 부모와 다르게 소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큐멘터리 감독 겸 작가인 이길보라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CODA)’이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인인 그는 수어와 음성 언어를 함께 배우며 ‘온전한’ 가정에서 자랐다. 하지만 사람들은 작가와 동생을 “불쌍하다”고 단정 지어 말했고,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경험으로 쌓여 갔다. 우리는 흔히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본다. 정상과 비정상, 장애와 비장애, 안과 밖으로 선을 긋고, 경계 너머의 삶을 쉽게 타자화한다. 하지만 저자의 신작 ‘경계에서 자란다’는 그러한 경계가 배제의
2026.10.15 11:04
‘알고리즘의 노예’에서 벗어나려면?…숫자를 내 편으로[북적book적]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인스타그램 피드에 뜨고, 유튜브 쇼츠를 보다 몇 시간이 훌쩍 간다. 수많은 게시물이 있지만 조회수 높은 게시물만 살아남고, 온라인상 영향력은 팔로워 수로 평가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두를 인플루언서처럼 행동하도록 내몬다. 우리는 매일 아침 숫자의 바다에서 눈을 뜬다. 스마트폰을 켜자마자 나타나는 알고리즘의 추천 피드,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 대출을 결정하는 신용점수까지. 현대 사회는 수치화된 데이터로 설계돼 있다. 이 숫자들이 언뜻 보면 중립적인 듯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과 금융 자본, 정치권력이 수학 공식을 독점해 대중의 행동을 교묘하게 조종하며 막대한 이익을 거둔다.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개인은 ‘얼굴 없는 숫자’ 중 하나로 전락한다. 신간 ‘숫자를 내 편으로 만드는 법’의 저자 노아 지안시라쿠사 벤틀리대학교 수학 교수는 부유한 자들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
2026.10.15 10:56
中 탕핑족은 왜 싸구려 변두리 방에 스스로를 가뒀나
중국 헤이룽장성 허강시에서 사는 여성 린원(29·가명)은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혼자 산다. 장쑤성 창저우시에 살던 그가 러시아가 지척인 허강시까지 오게 된 것은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대도시의 삶이 지겨워서다. 평생 월급을 모아도 사기 힘든 집과 살인적인 물가, ‘평범’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되는 기성세대 방식의 삶은 그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 앗아갔다. 이에 그는 방값과 생활비가 싼 이곳에 와 방안에 스스로를 가뒀다. 중국에선 린원과 같은 ‘탕핑(躺平·평평하게 눕다)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탕핑족이란, 생활비가 낮은 허강, 허비, 화이난 등 지방으로 이주해 외부와 교류를 끊고 최소한의 생활비로 사는 젊은이들을 뜻한다. 중국의 경제발전에 소외된, 가난한 도시 청년들은 대도시의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과 월세, 높은 물가 등에 지쳐 차 한 대 값으로도 집 한 칸을 마련할 수 있는 변두리 소도시로 이주해 TV 시청이나 게임 등을 하며 무기력하게 지낸다. 기자 출신 중국 논픽션
2026.10.02 11:27
장애인을 일터 밖으로 밀어낸 건 누구일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선 장애인은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반드시 사회가 보호해야 한다는 통념이 있다. 노동이 인간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이라는 현대철학의 흐름을 봤을 때, 비생산적이고 사회 의존적이라고 여겨지는 장애인은 ‘2등 시민’으로 취급되며 사회적·경제적 시민권을 박탈당해 왔다. 그렇다면 장애인은 처음부터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것일까. 역사학자이자 장애학 연구자인 세라 F. 로즈 텍사스대 교수는 신간 ‘장애의 발명’에서 ‘장애=일할 수 없는 몸’이라는 도식은 급변하는 시대의 조건이 만들어 낸 일종의 ‘발명’이라고 일갈한다. 산업화와 도시화, 가족구조의 변화, 공공정책의 부작용 등이 엮이면서 장애인을 일터에서 밀어냈다는 것이다. 장애가 문제가 되는 것은 장애인의 몸 자체가 아니라 사회가 그 몸에 부여한 의미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미국의 발달 장애인 수용소의 역사를 살펴보며 이들이 어떻게 노동시장에서 배제됐는지 살핀다. 1851년에 설립된 뉴욕주립백치수용소는
2026.10.02 11:26
처음부터 장애인은 노동시장에서 배제됐나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아직도 우리 사회에선 장애인은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반드시 사회가 보호해야 한다는 통념이 있다. 노동이 인간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이라는 현대철학의 흐름을 봤을 때, 비생산적이고 사회 의존적이라고 여겨지는 장애인은 ‘2등 시민’으로 취급되며 사회적·경제적 시민권을 박탈당해 왔다. 그렇다면 장애인은 처음부터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것일까. 역사학자이자 장애학 연구자인 세라 F. 로즈 텍사스대 교수는 신간 ‘장애의 발명’에서 ‘장애=일할 수 없는 몸’이라는 도식은 급변하는 시대의 조건이 만들어 낸 일종의 ‘발명’이라고 일갈한다. 산업화와 도시화, 가족구조의 변화, 공공정책의 부작용 등이 엮이면서 장애인을 일터에서 밀어냈다는 것이다. 장애가 문제가 되는 것은 장애인의 몸 자체가 아니라 사회가 그 몸에 부여한 의미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미국의 발달 장애인 수용소의 역사를 살펴보며 이들이 어떻게 노동시장에서 배제됐는지 살핀다. 1851년에
2026.10.01 14:42
中MZ가 변두리 싼 방에 자신을 가둔 이유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중국 헤이룽장성 허강시에서 사는 여성 린원(29·가명)은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혼자 산다. 장쑤성 창저우시에 살던 그가 러시아가 지척인 허강시까지 오게 된 것은 챗바퀴처럼 돌아가는 대도시의 삶이 지겨워서다. 평생 월급을 모아도 사기 힘든 집과 살인적인 물가, ‘평범’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되는 기성세대 방식의 삶은 그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 앗아갔다. 이에 그는 방값과 생활비가 싼 이곳에 와 방안에 스스로를 가뒀다. 중국에선 린원과 같은 ‘탕핑(躺平, 평평하게 눕다)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탕핑족이란, 생활비가 낮은 허강, 허비, 화이난 등 지방으로 이주해 외부와 교류를 끊고 최소한의 생활비로 사는 젊은이들을 뜻한다. 중국의 경제발전에 소외된, 가난한 도시 청년들은 대도시의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과 월세, 높은 물가 등에 지쳐 차 한 대 값으로도 집 한 칸을 마련할 수 있는 변두리 소도시로 이주해 TV 시청이나 게임 등을 하며 무기력하게 지낸
2026.10.01 09:13
트럼프식 협상, 이기는 사람은 판을 만든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도덕적·정치적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도발적이고 직설적이며, 상대를 위협하는 언사도 서슴지 않는 예측 불가의 승부사. 그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면서, 동시에 거의 모든 국제 협상과 이슈의 흐름을 좌우하는 키맨이기도 하다. 비즈니스 협상 전문가 김경의 저서 ‘판을 뒤집는 트럼프의 협상 전략’은 “세계는 왜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트럼프의 협상 전략을 파고들며, 그의 ‘이기는 기술’을 오늘날 비즈니스 세계의 실전 지침서로 삼을 수 있도록 제시한다. 트럼프에게 협상 테이블은 모든 거래의 승패가 갈리는 전장이다. 상호 이익을 존중하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윈-윈(Win-Win)’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다. 트럼프가 테이블에 앉았다면 이제 그 관심은 오로지 ‘지배’와 ‘승리’뿐이다. 저자는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 ‘착한 협상법’은 나만 손해 보는 합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2026.09.18 11:19
경제학이 간과한 ‘도덕’…절충점이 필요
시장의 기능은 사회 구성원에게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이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장의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게 하는 여러 규칙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시장 설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장기 거래나 성매매, 마약, 존엄사 등과 관련한 일부 거래들은 첨예한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일부 국가는 이런 거래를 법으로 금지하거나 규제한다. 201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시장 설계’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앨빈 로스는 신간 ‘금지된 거래의 경제학’에서 ‘도덕’의 개념이 들어간 시장 거래를 다양한 논점으로 다룬다. 보통 인간의 생명이나 존엄성, 신념과 관련된 거래들은 찬성과 반대의 양측 주장은 타협의 여지가 없는, 도덕적이거나 종교적인 차원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같은 거래를 ‘혐오스러운 거래’라고 명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혐오스러운 거래는 거래에 관여하는 모든 당사자가 참여하기를 원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도덕적이거나 종교적인 이유로 거래를
2026.09.18 11:19
‘리더’는 위대한 영웅인가, 역사의 노예인가
1930년 아돌프 히틀러를 태운 자동차 쪽으로 트럭이 돌진했다. 트럭은 탑승자들을 덮치기 직전 멈춰 섰고, 히틀러는 3년 후 독일 총리가 돼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를 일으켰다. 그날 트럭이 자동차를 덮쳤다면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지 않았을까. 아니면 당시 독일의 상황이 또 다른 히틀러를 만들어냈을까. ‘총, 균, 쇠’에서 문명을 지리적·환경적 조건으로 설명했던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7년 만에 낸 신간 ‘리더는 언제 차이를 만들어내는가’에선 개인으로 시선을 돌린다. 정치, 기업, 스포츠, 종교를 가로지르며 역사의 흐름을 바꾼 리더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파고든다. 그는 위대한 인물이 역사를 바꿨다는 토머스 칼라일의 ‘영웅사관’이나 리더들을 ‘역사의 노예’라고 칭한 레프 톨스토이의 정반대 견해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 대신 ‘한 사람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차이를 만들었나’를 살핀다. 저자는 리더의 대체 가능성을 판별하는 분석 틀로 ‘햄릿 테스트’를 이용한다. 셰익스피어가 없었
2026.09.18 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