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을 빌려드립니다” 이 시대 완벽한 가족이란
문득 ‘가족이 내 마지막을 지켜줄까?’란 질문이 들었다. 혼자 사는 고집 센 늙은이가 맞게 될 것이라 예상되는 마지막은 싫었다. 내 집에서 스스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바람은, 그것을 도와줄 사람에 대한 ‘필요’로 이어졌다. 마지막 가는 길에 찾아온 고마운 이들을 맞아줄 사람, 그들에게 다정한 말벗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 노후와 장례라는 개인적 고민은 ‘필요한 사람을 빌려주는 회사’를 만들어버리는 결정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퍼펙트패밀리’는 시각예술가 박혜수가 지난 2019년부터 시작해 운영해 온, 가짜 가족을 빌려주는 가상기업 예술 프로젝트다. 가상기업이란 말처럼 진짜 회사는 아니다. 작가가 원한 것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의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개선점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분명 가짜인 회사에 그것이 진짜였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 고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좋은 딸 대행을 구한다’는 사연이 들어왔다. 신청자는 자신이 “좋
2026.08.07 11:10
욕망의 대가 ‘불타는 지구’, 시작은 13세기 몽골제국
지난 2일 경남 양산에선 수은주가 42.5℃까지 올랐다. 우리나라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이상고온 현상은 비단 한반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스트리아 41.2℃, 슬로바키아 41.4℃, 폴란드 38℃ 등 중부 유럽의 많은 나라가 올해 최고 기온을 경신했고, 47℃를 찍은 미국 서부는 길어진 폭염에 따른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위기 현상이 인류의 탐욕에 따른 무분별한 개발의 결과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소수의 지배계급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자 전쟁과 탐험 등을 통해 농경지를 넓히고, 화석연료 사용은 늘리며, 세계 무역을 확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연을 변형시켜 왔다. 그 결과 지구의 시스템은 인류가 파괴한 자연을 복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환경사학자 수닐 암리스 미 예일대 석좌교수는 저서 ‘번영의 대가, 인간 문명의 그늘’에서 “지구의 위기는 에너지에 굶주린 경제 체계가, 때로 인간이 누리는 자유를 확장하려는 해방적 의도로 살아 있는 자연을, 생명
2026.08.07 11:09
우주는 거대한 컴퓨터? 우리는 시뮬레이션 속에 살고 있을까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지난 2003년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과 교수인 닉 보스트롬은 한 논문을 통해 ‘우리는 미래 인류가 돌리는 시뮬레이션 안에 살아가는 가상 인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주장을 펼쳤다. 우리가 현실이라 믿는 우주가 실제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일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가설’은 최근 들어 과학·철학계에서 더욱 활발하게 논의·연구되고 있는 주제다. 고등과학원 교수이자 세계적 이론물리학자인 박권은 저서 ‘시뮬레이션 우주’에서 물리학과 수학, 양자역학, 인공지능을 아우르는 발견과 통찰을 통해 ‘우주가 거대한 컴퓨터’라는 명제에 다가간다. ‘물리학자들의 물리학자’라 불리는 존 아치볼드 휠러가 제시한 ‘모든 것은 정보(비트·bit)로부터 나온다’는 명제를 출발점으로 정보란 무엇인지, 어떻게 모든 물리적 시스템이 컴퓨터로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를 거쳐, 우주를 지배하는 양자역학과 양자컴퓨터, 그리고 그러한 우주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역할에 대한 질문으로 향한다. 생
2026.08.06 13:23
“가족을 빌려드립니다” 이 시대의 완벽한 가족이란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문득 ‘가족이 내 마지막을 지켜줄까?’란 질문이 들었다. 혼자 사는 고집 센 늙은이가 맞게 될 것이라 예상되는 마지막은 싫었다. 내 집에서 스스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바람은, 그것을 도와줄 사람에 대한 ‘필요’로 이어졌다. 마지막 가는 길에 찾아온 고마운 이들을 맞아줄 사람, 그들에게 다정한 말벗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 노후와 장례라는 개인적 고민은 ‘필요한 사람을 빌려주는 회사’를 만들어버리는 결정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퍼펙트패밀리’는 시각예술가 박혜수가 지난 2019년부터 시작해 운영해 온, 가짜 가족을 빌려주는 가상기업 예술 프로젝트다. 가상기업이란 말처럼 진짜 회사는 아니다. 작가가 원한 것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의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개선점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분명 가짜인 회사에 그것이 진짜였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 고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8년 동안 만나온 고객들이 원했던 ‘가짜’는 무엇이었을까. 박
2026.08.06 13:14
욕망의 대가인 ‘불타는 지구’, 시작은 13세기 몽골제국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지난 2일 경남 양산에선 수은주가 42.5℃까지 올랐다. 우리나라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한반도 남쪽을 강타하던 폭염이 이젠 중부지역까지 확대되면서 서울의 최고 온도 역시 40℃에 근접했다. 올여름 이상고온 현상은 비단 한반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스트리아 41.2℃, 슬로바키아 41.4℃, 폴란드 38℃ 등 중부 유럽의 많은 나라가 올해 최고 기온을 경신했고, 47℃를 찍은 미국 서부는 길어진 폭염에 따른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위기 현상이 인류의 탐욕에 따른 무분별한 개발의 결과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소수의 지배계급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자 전쟁과 탐험 등을 통해 농경지를 넓히고, 화석연료 사용은 늘리며, 세계 무역을 확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연을 변형시켜 왔다. 그 결과 지구의 시스템은 인류가 파괴한 자연을 복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환경사학자 수닐 암리스 미 예일대 석좌교수는 저서 ‘번영의 대가, 인간 문명
2026.08.06 13:07
누구 엄마, 누구의 보호자로 힘들 때…명화가 건네는 위로
“그림에는 나를 끌어당기는 비밀스러운 주파수가 있는 것 같았다.” 신간 ‘나를 지키고 싶을 때 미술관에 갑니다’는 작가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삶의 고비마다 신기하게도 내 삶을 비추는 명화들이 있었고, 이끌리듯 그 그림들을 보면서 자연스레 위로받았다는 게 저자의 이야기다. 말초신경이 서서히 소실되는 유전 질환 때문에 힘들 때나 또래보다 발달이 늦은 아이를 키우며 전전긍긍할 때, 가족의 삶을 지탱하고자 여러 일들을 헤쳐 나갈 때처럼 앞날이 막막하고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면 저자는 미술관을 찾았다. 책 제목처럼 미술관에 가는 것은 어쩌면 저자 자신을 지키러 가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리라. 저자는 19세기 후반~20세 초반에 그려진 28점의 그림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그래선지 그림마다 미술사적 의미나 화풍을 설명하기보다 그림에 투영된 자기 경험이나 생각, 작가의 삶을 짚어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저자가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삶을 살아가다 보니 화폭에 여
2026.07.24 11:31
나쁜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기억 조작, 현실이 되다
아내를 잃고 깊은 상실감에 빠져 있던 마크는 슬픔을 잊기 위해 루먼 인더스트리가 제안한 ‘단절(Severance)’ 시술을 받는다. 직장생활의 기억과 사생활의 기억을 완전히 분리하는 시술이다. 시술을 받은 마크는 회사 사무실 층으로 내려가는 순간, 또 다른 자아 ‘이니(Innie)’가 돼 근무시간만큼은 아내의 죽음을 기억하지 못해 슬픔도, 상실감도 남의 일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을 지우려는 또 한 사람이 있다. 전 연인 클레멘타인이 시술로 자신에 대한 모든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조엘은 자신도 클레멘타인을 머릿속에서 지우기로 하지만 시술 중 그는 힘들었던 순간만큼이나 눈부시게 행복했던 시간들을 발견한다. 지난해 프라임타임 에미상 8관왕에 오른 드라마 ‘세브란스: 단절’, 그리고 클래식 멜로 ‘이터널 선샤인’(2004)은 방법은 다르지만 ‘기억을 조작할 수 있다’는 동일한 설정을 공유한다.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스티브 라미레스는 저서 ‘기억을 바꾸는 법’에서 할리
2026.07.24 11:31
나쁜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기억 조작’, 현실이 되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아내를 잃고 깊은 상실감에 빠져 있던 마크는 슬픔을 잊기 위해 루먼 인더스트리가 제안한 ‘단절(Severance)’ 시술을 받는다. 직장 생활의 기억과 사생활의 기억을 완전히 분리하는 시술이다. 시술을 받은 마크는 회사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 층으로 내려가는 순간, 또 다른 자아 ‘이니(Innie)’가 돼 근무 시간 동안만큼은 아내의 죽음을 기억하지 못하고 지낸다. 그 시간만큼은 슬픔도, 상실감도 남의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을 지우려는 또 한 사람이 있다. 전 연인 클레멘타인이 시술로 자신에 대한 모든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조엘이다. 충격에 빠진 조엘은 자신도 클레멘타인을 머릿속에서 지우기로 한다. 하지만 시술 중에 그는 힘들었던 순간만큼이나 눈부시게 행복했던 시간들을 발견한다. 결국 조엘은 기억 속에서 클레멘타인의 손을 잡고 도망치며, 서로를 사랑했던 그 순간을 지키려 한다. 지난해 프라임타임 에미상 8관왕에 오른 드라마 ‘세브
2026.07.23 14:12
00 엄마·00 보호자로 힘들 때…명화가 건네는 조용한 ‘위로’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그림에는 나를 끌어당기는 비밀스러운 주파수가 있는 것 같았다.” 신간 ‘나를 지키고 싶을 때 미술관에 갑니다’는 작가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삶의 고비마다 신기하게도 내 삶을 비추는 명화들이 있었고, 이끌리듯 그 그림들을 보면서 자연스레 위로받았다는 게 저자의 이야기다. 말초신경이 서서히 소실되는 유전 질환 때문에 힘들 때나 또래보다 발달이 늦은 아이를 키우며 전전긍긍할 때, 가족의 삶을 지탱하고자 여러 일들을 헤쳐 나갈 때처럼 앞날이 막막하고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면 저자는 미술관을 찾았다. 책 제목처럼 미술관에 가는 것은 어쩌면 저자 자신을 지키러 가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리라. 저자는 19세기 후반~20세 초반에 그려진 28점의 그림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그래선지 그림마다 미술사적 의미나 화풍을 설명하기보다 그림에 투영된 자기 경험이나 생각, 작가의 삶을 짚어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저자가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삶
2026.07.23 11:30
상처를 극복하는 이해의 힘…‘나의 부치 엄마’[북적book적]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나는 게이비(Gayby)입니다. 게이비는 성 소수자가 출산해서 양육한 아이 또는 그들이 입양한 아이를 뜻합니다. 영어권에서 유래한 이 사랑스러운 낱말로 퀴어 가족이 한낱 사회적 이슈가 아닌, 사실은 무척 창조적이며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공동체로 느껴지길 바랍니다. 게이비라는 단어는 내게 있어 신분을 규정하는 라벨에 그치지 않고, 우리에게 가정이 있음을 증명합니다. 비록 세상의 어떤 곳에서는 여전히 이 사실에 대해 수긍하길 두려워하지만 말입니다.” 타이완 작가 황후이전은 최근 한국어판으로 출간된 ‘나의 부치 엄마’ 서문에서 자신을 ‘게이비’로 소개한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를 ‘부치(Butch) 엄마’, 즉 여자를 좋아하는 엄마라고 부른다. 저자는 일곱 살 때 엄마가 여자를 사랑하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어린 그에게 더 큰 충격은 아버지의 성폭력이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상처와 공포 속에도 어린 시절의 그는 비밀을 언급하지 않고 무덤까지 안고 가는 것이 가족
2026.07.18 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