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유명 박물관 들어가려면 ‘나체 여성’이여야 한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들어가려면 여성은 나체여야 하나요?’ 1985년 미국 뉴욕에서 만들어진 단체 ‘게릴라 걸스’는 이런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거리 곳곳에 붙였다. 포스터에는 남성의 시선으로 그려진 작품인 장 도미니크 앵그르의 누드화 ‘그랑 오달리스크’ 패러디물도 담겼다. 이윽고 익명의 미국 여성 미술가로 구성된 이 단체는 눈길을 끄는 통계를 제시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근대 예술가 중 여성은 5% 미만인데, 전시된 나체의 85%가 여성이라는 것. 오늘날에도 뉴욕 현대미술관 소장품의 10%만이 여성 예술가의 작품이다. 영국의 미술평론가 샬럿 멀린스는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동, 아시아를 넘나들며 예술의 역사를 돌아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신간 ‘예술의 역사’에 실린 40가지 이야기는 예술의 거대한 물줄기 속에서 그동안 잊히거나 간과된 작은 물줄기를 주목해
2024.09.26 12:27‘돈’과 ‘성’이 교차하는 ‘몸’…신도시 중산층 부부의 삶을 관통하다[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모두가 석진과 수미처럼 좋은 식사와 운동을 할 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참아내는 식욕과 게으름을, 인내하지 못하는 족속들이 답답했다. 값싼 쾌락을 당겨 누린 대가로 병들고 늘어진 신체를 끌며 자신들을 찾아오는 고객님과 회원님들이 경멸스러웠다. 그런 인간들의 어리석음과 충동성이 자신들의 주머니를 불려주고, 그 덕에 백화점 지하 식품관에서 유기농 아보카도를 사고 피트니스 회원권을 갱신할 수 있는데도.」(소설 ‘시티-뷰’ 중) 우신영 작가의 신간 소설 ‘시티-뷰’를 읽는 독자는 누구든 어느 한 편에 서게 된다. 식욕과 게으름을 참아내며 남들이 선망하는 몸을 갖춘 사람이거나, 아니면 아프고 병든 몸을 임시방편으로 고치려 해도 끝내 실패하고 마는 사람들 중에서 말이다. 그만큼 현대인은 누구나 ‘몸’의 이슈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강박과 불만을 느낀다. 그렇기에 그가
2024.09.26 10:32처음 보는 ‘이 사람’, 다시 만날지 결정되는 시간은 ‘단 30초’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A씨는 오늘 처음 본 사람인데도 뭔가 친숙한 느낌이다. 어디서 본 듯한 이미지에 대화도 편안히 나눌 수 있어 다시 만나보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같은 날 처음 본 B씨는 나와 다른 스타일인 듯 보인다. 어떤 말을 먼저 건네야 할지 망설여져 대화 간간이 침묵이 찾아온다. 누구나 남들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A씨가 될 수도, 혹은 만남 자체가 어색하고 불편한 B씨가 될 수도 있다. 이 둘을 가르는 것은 바로 ‘인간적인 매력’. 박기수 한성대 특임교수는 신간 ‘끌리는 이들에겐 이유가 있다’에서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사람들은 입사 면접을 보든, 사업을 시작하든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인간적 매력은 타고난 것일까. 저자는 타고난 부분도 있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도 충분이 얻을 수 있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30여년 동안 기자, 공무원, 교수 등을 하면서 ‘사람의 향기’를 풍기는 매력적
2024.09.20 14:08맥가이버칼 하나로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훔치다[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스위스 아미 나이프와 앤 캐서린만 있다면 모든 게 가능했다.” 높은 담장을 넘어 각종 진귀한 작품을 훔치는 괴도 뤼팽은 사실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인물은 아니다. 스테판 브라이트비저는 지난 1994년부터 2001년까지 7년 여간 유럽 전역에서 200여 회에 걸쳐 300점 이상의 예술 작품을 훔쳤다. 그가 도둑질 한 예술품의 금전적 가치는 2조 여원. 가히 ‘실사판 괴도 뤼팽’이라 할만 하다. 논픽션 작가 마이클 핀클은 그의 신작 ‘예술 도둑’을 통해 브라이트비저가 왜 예술품을 그렇게 많이 훔치게 됐는지 알고자 그의 삶을 추적한다. 브라이트비저 및 주변 사람의 인터뷰, 사건 기록, 재판 현장 등 광범위한 취재를 토대로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풀어냈다. 저서에 따르면, 브라이트비저는 우리가 상상하듯 높은 담장을 뛰어넘고 첨단 방범시설을 무력화시키는 ‘대도(大盜)&r
2024.09.05 13:24술은 사회가 허용한 마약…“술에 대한 기대를 버려라”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술은 언제나 일반 마약과 완전히 다른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술을 마시는 것이 마약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고집한다. 사회도 그렇게 여긴다. 그러나 음주자 대다수의 경우 음주는 마약을 흡입하는 것이며, 그 상태는 마약 중독이 분명하다.” 어제 저녁 한 잔했다거나, 오늘 저녁 술약속을 잡아두었다면 너무한 소리로 들릴 수 있다. 중독치료 전문가이자 건강한 섭식, 중독 치료 등에 관한 베스트셀러 16권을 쓴 제이슨 베일은 신간 ‘술의 배신’에서 “우리는 아주 어려서부터 음주는 좋은 것이고, 정상적인 행위라고 길들여지고 세뇌당했다”며 쐐기를 박는다. 그는 “대다수 음주자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없다고 믿는다”며 “사실 술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마약인데 겉으로 용기와 행복, 자신감, 긴장 완화, 스트레스 해소를 해주는 것처럼 보일
2024.09.05 10:56“요즘 생선 안먹지?”…‘어식’(魚食) 문화 알게되면 군침이 ‘싹’[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새하얀 접시와 옥돌 위에 얌전하게 올려진 네 점의 오도로(참다랑어의 뱃살)를 보며 침을 꼴깍 삼키는 사이, 빨간 빛깔의 병어조림이 인고의 시간을 같이 한 무 한 토막과 함께 그 옆에서 젓가락을 유혹한다. 겉면을 노릇하게 구어 낸 갈치와 고등어는 게장보다 먼저 나쁜 짓을 시작한 ‘밥도둑’이었다. 이처럼 맛깔나는 생선 요리들이 밥상 위에서 사라지고 있다. 비린내가 나고, 가시도 많은 식재료 특성 때문에 특히 젊은 세대들이 생선을 기피한다. 이에 생선은 노인들만 즐기는 음식이 됐다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생선마다 가지고 있는 유구한 역사를 따라가며 그 맛과 요리법을 머리 속에 그리다 보면 내일 점심은 꽁치구이로 할까, 아니면 스시 한 판 먹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부산이 고향인 일본어와 영어 번역가 서영찬은 신간 ‘사카나(생선)와 일본’을 통해 생선요리를 주로 먹는 일본의 어식 문화 이야기를 감칠맛 나게 풀
2024.09.05 10:44소설가 구보씨가 걷던 경성길…식민지 수도가 가졌던 환상은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속 주인공 구보는 하루 종일 서울 도심을 걸었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식민지로 전락한 암울한 경성을 배회했다. 근대화의 물결 속에 도시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확확 바뀌었다. 일제 강점기 지식인이 차곡차곡 쌓은 좌절과는 분명 다른 모양이었다. 그래서 구보는 갈 곳 없이 헤맸다. 강제적이고 갑작스러웠던 식민지 통치에 적응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지금의 서울 곳곳에서 그는 표류할 수밖에 없었다. 신간 ‘시간을 걷다, 모던 서울’은 우리가 부러 들춰내고 싶지 않은 과거를 기어코 끄집어 낸다. 대표적으로 식민, 분단, 이산(離散)의 기억이다. 집필을 위해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의 젊은 연구진들과 교수들은 켜켜이 쌓인 한국의 아픈 기억 17편을 찾아내 오늘날의 사진과 함께 책에 담았다. 구보가 걷던 경로도 그중 하나다. 구보는 1934년 어느 날 정오 무렵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2024.08.22 11:0040여년의 공직생활, 그리고 3번의 사표…‘킹만수’가 보는 위기의 원인은?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소설가를 꿈꿨던 시골 소년, 하지만 예기치 않게 공무원이 됐고, 40여 년의 공직 생활 동안 세 번이나 사표를 써야 했다. 경제개발 시기부터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한국 경제 최대의 격변기를 겪었던 그는 아시아 외환위기 때는 재정경제부 차관이었고, 금융위기 땐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다. ‘킹만수’, ‘강고집’으로 유명한 강만수 전 장관의 이야기다. 강 전 장관은 한국 경제의 고비마다 현장에 있었던 경제정책 입안자로서 경험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그의 신간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은 땀과 눈물로 얼룩진 공직생활의 비망록이자 치열했던 현장에서 겪은 실전 경제학이다. 저자가 지난 2005년과 2015년에 각각 출간했던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과 ‘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실록’을 합쳐 정리한 것으로 무려 748쪽이
2024.08.22 10:46“미국에 붙는 게 현명”…신냉전 시대 ‘새우’의 생존법[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수컷 바다코끼리 두 마리가 해변에서 서로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힘싸움을 벌인다. 놈들이 육중한 몸둥이를 부딪히며 포효하자 체구가 작은 암컷과 새끼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황급히 자리를 피한다. 태어나지 얼마 되지 않은 한 어린 새끼도 엉거주춤 피난행렬을 따라 나섰지만, 놈의 여물지 않은 지느러미는 너무 느렸다. 300kg이 넘는 수컷의 뒷걸음질에 그대로 짓눌린 새끼는 입에서 흰 액체를 콸콸 쏟아내면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자연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같지만, 어디서 본 듯 기시감이 든다. 바다코끼리의 힘겨루기가 마치 현재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패권 다툼과 닮아 있어서다. 국제 정치외교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이자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을 역임한 로빈 니블렛은 신간 ‘신냉전’을 통해 양국이 벌이는 힘의 논리를 동물의 세계에 빗대 담담하게 그려냈다. 또 양국의 틈바구니 안에서 한국과 일본, 호주, 유럽은 각각 어떻게 처신해야 하
2024.08.22 10:09아니, 진짜 문제는 플라스틱이 아니야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한 여성 해양생물학자가 어쩔 줄 몰라하는 바다거북의 코에서 조심스럽게 빨대를 끄집어내는 영상은 단기간 조회수 1억100만회를 기록했다. 그는 시뻘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기다란 플라스틱 빨대를 카메라 가까이 비추는데, 이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그 자체로 강력한 잔상을 남겼다. 아니나 다를까.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젠켄베르스 자연사박물관이 방문자들에게 가장 끔찍한 환경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가장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라고 답했다. 어디서든 보고 접하는 플라스틱 문제는 다른 환경 관련 주제들에 비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더 분명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생물학자인 카트린 뵈닝게제와 저널리스트 프리데리케 바우어는 신간 ‘종의 소멸’에서 생물다양성을 가장 많이 파괴하는 주요 원인으로 ‘무분별한 토양 이용’과 ‘과도한 동식물 이용’을 꼽는다. 플라스틱이
2024.08.21 1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