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불모지에서 어떤 결과물을 수확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인고의 시간을 감내한다는 것을 말한다. 땅을 다지고, 씨를 뿌려 싹을 틔우고, 나무가 자라 열매가 맺기를 묵묵히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 해를 준비하기 위해 토양의 체질을 비옥하게 바꿔야한다.
삼성전자 또한 그랬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건 1980년대 초.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반도체 불모지이자 국민소득 2000달러 수준에 불과한 개발도산국이었다. 이 책은 삼성전자 반도체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 과정에서 함께 호흡했던 사람들이 겪었던 벅찬 순간들을 담았다.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국내 기업의 성장사이면서 K-직장인 보고서이기도 하다.
이 책은 1988년 삼성반도체통신에 입사한 ‘천기주’가 35년 간 겪은 변화의 순간을 다루고 있다. 반도체 제조 후공정 출신인 그는 현장 직반장→TPM(생산 보전)→노사위원→식스시그마 MBB(Master Black Belt, 경영혁신전문가) 활동 →신임 마스터 리더십 교육 및 조직문화 진단→사내 혁신 컨설팅→협력사 컨설턴트 등으로 직무를 변환해왔다. 말 그대로 반도체 공정 전 분야에 자신을 오롯이 던져야만 했다. 천기주를 포함한 사람과 조직, 기술의 힘이 모여 삼성전자 반도체는 세계 1위 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다른 건 경영의 관점은 물론 삼성전자 반도체라는 거대한 조직에 속한 한 개인과 그 현장을 연구한 문화인류학자의 관점을 최초로 담았다는 점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한 인간이 조직에서 어떻게 자기모순을 극복하고 버티어 왔는가’를 궁리해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1부 '새벽 3시의 커피'에서 저자는 이 책의 주인공인 ‘천기주’와 만나게 된 계기, 저자가 왜 ‘천기주’라는 개인에 주목하게 되었는지, 그를 통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밝히고 있다. 2부 '천재 경영의 시대'에서는 천기주를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의 혁신 과정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3부 '반도체를 사랑한 남자'에서 삼성전자 반도체를 조망한다.
현재 삼성은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매 순간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팹리스, 파운드리까지 반도체 3대 분야를 제패하기 위해 국내외에 수 백조원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그 옆에는 협력사 컨설턴트로서 상생 협력에 나서는 천기주가 있다. 삼성은 어떻게, 또 천기주는 어떤 방식으로 반도체 시장을 선도해 나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