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운명을 바꾼 80일…인천상륙작전의 비사[북적book적]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해도, 원인은 반드시 존재한다. 전쟁은 우연이 아니라 결과다. 그 근원을 찾으려면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영국 소설가 엘리자베스 보웬의 말처럼 6·25 전쟁의 비극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이나 우발적 사건의 차원을 넘어 치밀하게 얽힌 역사의 인과 관계가 응축돼 터져 나온 산물이었다. 한국 전쟁의 전세를 단번에 뒤바꾼 ‘인천상륙작전(크로마이트 작전)’은 그간 더글러스 맥아더라는 영웅의 직관이 만들어 낸 승리 신화로 이야기돼 왔다. 하지만 정치·안보 전문기자 출신인 김주환은 신간 ‘위기에서 승리로: 크로마이트 작전의 비사’에서 이 성공 신화를 거시사에서 미시사로 옮겨 온다. 1950년 여름과 가을 사이 가장 긴박했던 80일간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미시적으로 재구성해 비극의 실체를 파헤친다. 저자는 한국 전쟁 개전 초기 80일을 ‘고통의 40일’과 ‘반격의 40일’이라는 두 축으로 나눠 살핀다. 전반기 40일은 1950년 6월
2026.06.18 11:30
갈등과 분열의 ‘도덕적 위기’…이해와 공존은 가능할까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오늘날 세계는 분열과 갈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국가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립하고, 온라인 공간은 가짜 뉴스와 극단적인 주장이 충돌하는 전장이 됐다. 팬데믹 이후에도 인공지능(AI), 기후변화, 빈곤, 불평등과 같은 전 지구적 과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동의할 만한 보편적 가치가 희미해진 오늘의 지구촌은 과연 첨예한 갈등의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갈등의 골을 메우고 인류를 하나로 묶는 가치와 원칙은 남아 있는 것일까. 독일 철학자인 하노 자우어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윤리학 교수는 저서 ‘선악의 발명’에서 도덕의 기원과 발전 과정을 통해 이 질문에 답한다. 저자는 “도덕의 역사는 우리의 공존을 이루는 가치와 감정, 규범, 제도에 관한 것”이라면서 “도덕의 소임은 항상 공존의 규칙을 확립해 소규모 집단 내의 사회적 협력이라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철학뿐 아니라 진화생물학, 문화인류학, 사회
2026.06.18 11:11
쿠팡 개인정보 유출이 통상 문제로…‘프레임’을 바꿔라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지난해 11월 국내 최대 e커머스 업체인 쿠팡에서 3300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소비자 피해와 함께 고객 정보 관리에 소홀한 쿠팡의 관리 책임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올 초 미국 의회의 일부 의원이 쿠팡 사태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언급하면서 통상과 투자, 동맹의 문제로 돌변했다. 쿠팡 사태에 강경한 입장이었던 정부 및 국회는 미국 정치권의 공세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쿠팡 사태의 인식 전환은 로비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평가된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쿠팡은 미 의회와 정부 등 규제 기관에 지속적인 로비 활동을 해왔는데, 위기의 순간 세련된 방식으로 작동한 것이다. LG글로벌전략개발원에서 미주 지역 대외협력 및 정책 대응 업무를 맡고 있는 저자는 신간 ‘로비의 경제학’에서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기업의 불리한 사건을 한국 규제 당국의 정당한 조사로 두는 대신, 미국 기업을 겨냥한 불균형한 조치로 읽게 했다고 분석한다. 즉 사실을
2026.06.18 11:02
생후 1년, 아이의 ‘불안 스위치’를 꺼라
다른 사람들보다 예민한 아이들이 있다. 사소한 견해 차에도 화를 내고 폭력을 쓰며 극단적인 충동에 휩쓸리는 아이들. 우울증, 주의력결핍장애(ADHD), 공황, 중독 등으로 진단되는 이들의 핵심 문제는 바로 ‘불안’이다. 가정환경이나 경제적 조건, 자라온 배경과 상관없이 최근 5년 새 10대 우울증은 90% 급증했고, 청소년 마약범죄는 14배 가까이 느는 등 아이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무너지고 있다. 세계적인 발달심리학자인 대니얼 키팅 미시간대 교수는 신간 ‘불안하게 태어난 사람’들에서 ‘불안한 아이들’은 생물학적 스트레스 스위치가 고장 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저자가 캐나다고등연구소(CIFAR)에서 20여년에 걸쳐 여러 연구자와 수십만 명의 발달 궤적을 따라간 결과, 인간이 스트레스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스트레스 조절 유전자인 NR3C1에 메틸기가 달라붙어 그 기능을 억제하는 ‘스트레스 메틸화’가 일어났다. 특히 아이의 임신부터 생후 첫 1년까지가 가장 결정적인 시기라고 진단한다. 이
2026.06.05 11:13
AI가 대체할 수 없는…감정적·즉흥적 연결의 힘
2019년 네덜란드의 한 슈퍼마켓에는 특별한 계산대가 등장했다. 이름하여 ‘서두르지 않을 때 가장 좋은 계산대(Kletskassa)’. 손님이 직접 물건을 결제하는 셀프계산대의 침묵 사이, 이 계산대에선 계산원이 손님을 맞으며 대화를 나눈다. 초연결의 시대다.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초고속통신망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연결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대화하고 관계를 맺는 인간적 의미의 연결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슈퍼마켓의 셀프계산대, 레스토랑의 키오스크, 은행 창구를 대체한 애플리케이션 등 우리의 일상은 점점 기계를 대하는 일이 더 많아지고 있다. 인공지능(AI)기술이 부상하면서 사람을 대체하는 자동화는 단순업무를 넘어 상호소통과 공감, 이해를 바탕으로 한 ‘연결노동’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자동화와 기계화가 사회 전반에 ‘외로움’이라는 또 다른 비용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앨리슨 J. 퓨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저서 ‘사람의 마지
2026.06.05 11:13
골든타임은 ‘생후 1년’…불안 스위치를 꺼라[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다른 사람들보다 예민한 아이들이 있다. 사소한 견해차에도 불같이 화를 내고, 폭력을 쓰며, 극단적인 충동에 휩쓸리는 아이들. 우울증, 주의력결핍장애(ADHD), 공황, 중독 등으로 진단되는 이들의 핵심 문제는 바로 ‘불안’이다. 가정 환경이나 경제적 조건, 자라온 배경과 상관없이 최근 5년 새 10대 우울증은 90% 급증했고, 청소년 마약 범죄는 14배 가까이 느는 등 아이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무너지고 있다. 세계적인 발달 심리학자인 대니얼 키팅 미시간대 교수는 신간 ‘불안하게 태어난 사람’들에서 ‘불안한 아이들’은 생물학적 스트레스 스위치가 고장 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저자가 캐나다고등연구소(CIFAR)에서 20여년에 걸쳐 여러 연구자들과 수십만 명의 발달 궤적을 따라간 결과, 인간이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스트레스 조절 유전자인 NR3C1에 메틸기가 달라붙어 그 기능을 억제하는 ‘스트레스 메틸화’가 일어났다. 특히 아이의 임신부터 생후 첫 1
2026.06.04 13:40
AI가 대체할 수 없는 ‘마지막 직업’은 ‘이것’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2019년 네덜란드의 한 슈퍼마켓에는 특별한 계산대가 등장했다. 이름하여 ‘서두르지 않을 때 가장 좋은 계산대(Kletskassa)’. 손님이 직접 물건을 결제하는 셀프 계산대의 침묵 사이에, 이 계산대에선 계산원이 손님을 맞이하며 대화를 나눈다. 해당 슈퍼마켓은 이 제도를 도입하며 “외로움에 대응하기 위한 작은 제스처”라고 설명했다. 초연결의 시대다.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초고속 통신망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연결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대화하고 관계를 맺는 인간적 의미의 연결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슈퍼마켓의 셀프 계산대, 레스토랑의 키오스크, 은행 창구를 대체한 애플리케이션 등 우리의 일상은 점점 사람보다 기계를 대하는 일이 더 많아지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부상하면서 사람을 대체하는 자동화는 단순 업무를 넘어 상호 소통과 공감, 이해를 바탕으로 한 ‘연결 노동’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AI가 위기에 놓
2026.06.04 11:03
신경림의 시와 삶…‘민중시인’의 마지막 고백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신경림 ‘갈대’) 2년 전 우리 곁을 떠난 ‘민중 시인’ 신경림(1935∼2024)은 시뿐만 아니라 산문으로도 자기 생각을 표현하곤 했다. 그가 생전에 쓴 산문집만 해도 ‘바람의 풍경’, ‘민요 기행 1, 2’ 등 5권이나 된다. 신경림 시인의 2주기를 맞아 그의 짧은 글들을 모아 낸 유고 산문집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에선 그의 문학과 삶의 철학이 오롯이 담겼다.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6·25전쟁, 군사독재, 6월항쟁 등 아픈 현대사를 관통해 온 시인은 글을 쓰는 것 역시 고뇌의 연속이었다. 그는 저서에서 “내가 시를 쓰는 일은 늘 내 시로부터 도망치는 일의 반복이었다”고 말할 정도다. 시란 본질적으로 ‘자기 탐구’의 결과물이라고 확신하면서도 굶어 죽는 거지들, 전쟁으로 인한 상이군인과 고아, 민주화를 외치다 희생된 청년 등을 보며 현실을 외면할
2026.05.22 11:29
자유의지부터 성차별까지…게임 속 ‘진짜’ 세계
“사방에 야수가 있다. 늦든 빠르든 너도 곧 그들 중 하나가 될 거야….” 게임 ‘블러드본’에서 개스코인 신부는 플레이어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처럼 말을 건넨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보스인 신부의 말을 처음 들은 플레이어는 ‘야수는 바로 너잖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부를 물리치기 위해 수십 번을 죽고 마을 사람들을 죽이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그들 중 하나가 돼 있음을 깨닫게 된다. 타이완의 젊은 철학자 주자안의 ‘게임으로 철학하기’는 비디오게임을 좋아하는 저자가 철학으로 게임을 분석하는 책이다. 비디오게임은 ‘허구’이지만 진짜를 사칭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짜는 아니고, 때로 ‘진짜’를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출발해 철학적 사고 실험을 펼친다. 저자는 5개의 스테이지를 통해 23개의 질문을 던진다. 먼저 게임학자 예스퍼 율의 이론을 빌려와 게임을 ‘게임 규칙’과 ‘가상 세계’로 분석하고 ‘경기, 스토리텔링, 시뮬레이션’이라는 비디오게임의 지향점을 살펴본다. 이어 ‘자유의지’
2026.05.22 11:28
알고리즘에 잠식된 일상…‘모두를 위한 웹’은 가능할까
어느새 스마트폰은 마치 일상을 감시하듯 매일 아침 최근 관심사에 대한 뉴스를 추천하기 시작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사용자의 관심사를 모조리 꿰고,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스크롤의 세계에 사람들을 가두고 있다. 모든 것이 공유되는 온라인 시대, 그 안에서도 가장 적극적이고 빠르게 공유·활용되는 것은 개인의 데이터다. 책 ‘팀 버너스리, 이것은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의 저자 팀 버너스리는 소수가 데이터를 독점하고 사용자의 주의력을 착취하는, 이른바 ‘주목 경제’의 시대 속에서 다시 한번 ‘자유롭고 평등한 정보의 바다’였던 WWW(월드와이드웹, 이하 웹)의 발명 철학을 되새긴다. 웹을 발명한 버너스리는 1989년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일하던 시절, 서로 다른 네트워크에 흩어진 정보를 연결하는 아이디어로 웹을 탄생시켰다. 하이퍼텍스트와 인터넷을 결합해 새로운 세상을 연 그는 1993년 특허 한 장 없이, 단 한 줄의 조건도 붙이지 않은 채 자신의 발명을 세상에 공개
2026.05.22 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