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탁·여포의 그녀?! ‘욕망하는 여성’ 초선으로서 다시 서다[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초선은 미모를 이용해 시대를 호령했던 두 영웅, 동탁과 여포 사이를 이간질한 인물이다. 특히 선 굵은 남성 영웅 서사 위주인 삼국지에서 초선은 등장 자체로 환영을 받을만큼 인기가 많았다. 덕분에 그는 가공의 인물임에도 서시, 왕소군, 양귀비 등과 함께 중국의 4대 미녀로 꼽히고 있다. 초선이 권력자들 사이에서 이용당하는 해어화(解語花)로서가 아닌, 주체적 인간으로서 욕망하는 여성으로 다시 태어났다. 작가 박서련의 신작 ‘폐월; 초선전’을 통해서다. 중국 후한 말 어지러운 정국 속에서 초선이라는 여인의 삶을 위정자들의 시각이 아닌, 그녀의 시선으로 좇아간다. 이 작품은 지난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여름 첫 책’에 선정, 선공개된 후 이번에 정식 출간됐다. 때는 십상시들이 황실을 장악하고 부정부패를 일삼던 후한 말,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사람을 잡아먹는 지경에 이른다. 이름도 없는
2024.07.11 13:42인류의 ‘지구 정복’ 비결은 ‘이것’…기후위기 극복 열쇠이기도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지구 정복자’ 인류의 역사는 사실 지구의 그것에 비하면 매우 짧다. 46억 년 전 태어난 지구에 생명이 살기 시작한 것은 40억 년전 전후. 그 이후 600만 년 전이나 돼야 인류가 이곳에서 삶을 시작한다. 지구 생명의 역사를 한 달로 축소해본다면 인간이 침팬지로부터 갈라져 나온 건 불과 1시간 전, 현생 인류인 사피엔스는 2분 전에 등장하는 셈이다. 짧은 진화의 역사에도 인류가 다른 종(種)들 위에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토머스 서든도프 호주 퀸즐랜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그의 신간 ‘시간의 지배자’에서 인간이 동물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나는 이유는 바로 ‘예지력(foresight)’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인간만이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고 미래를 상상하며 대비하는, 이른바 예지력이 있기 때문에 종의 지배자는 물론, 그들이 살고 있는 지구를 놀라운 진보와 격변의 시대로 데려갔다는 게
2024.07.10 15:57“깊이 반성” 사과한 명품사…그런데도 中 퇴출당한 진짜 이유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 2018년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는 중국인 여성이 피자와 파스타를 젓가락으로 우스꽝스럽게 먹는 모습의 영상을 광고로 내보냈다.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으로 공동 창립자 겸 디자이너인 스테파노 가바나가 “중국은 똥 같은 나라”라고 말한 사실이 공개됐다. 이 회사 수장들은 직접 나서 “깊이 반성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두루뭉술하게 사과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패션쇼는 취소됐고, 백화점에서 쫓겨났으며,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영화배우 시절 여섯 명의 여성을 성추행하고 모욕한 혐의로 고발됐다. 당시 그는 “깊은 유감을 느끼고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그는 사과 직전에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때때로 잘못된 행동을 했습니다. 소란스러운 영화판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었던 실수였고, 당시에는 장난이라고
2024.06.27 14:23자유를 갈망한 ‘저항시인’ 김수영의 그녀, 김현경[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시대를 풍미한 예술가에겐 늘 영감을 주는 여인이 있었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은 작가 주르주 상드를 만난 후 ‘빗방울 연주곡’, ‘환상의 폴로네즈’ 등 명곡을 쏟아냈고,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는 10세 연상 갈라를 만나 그의 예술세계를 꽃피웠다. ‘풀꽃’, ‘폭포’ 등으로 유명한 자유주의 저항시인 김수영에게도 그만의 뮤즈가 있었다. 바로 아내 김현경(97)씨다. 홍기원 김수영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엄청난 국가폭력에 시달리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시인이 예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근원을 찾다 그의 아내인 현경씨를 재발견했다. 홍 이사장은 김현경씨의 인터뷰를 토대로 그들의 열정적인 사랑과 그에 따른 김수영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하는 신간 ‘시인 김수영과 아방가르드 여인’을 내놨다. 저서에 따르면, 김수영과 김현경은 1942년 5월
2024.06.27 14:04300년 전 조롱받은 영국, ‘지금 여기’ 서울에 다다랐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누구나 ‘걸리버 여행기’를 안다. 그러나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별로 없다. 걸리버가 소인국과 거인국 세상을 여행하는 이야기만 알고 있다면, 딱 반쪽만 아는 셈이다. 목숨을 걸고 모험을 떠난 걸리버의 긴 여행은 ‘말(馬)’의 나라인 후이늠에 다다라서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거짓말, 불신, 전쟁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세계, 한 마디로 “대환장 파티”가 없는 그곳이 바로 후이늠이다. 소설가 김연수(54)가 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를 한국 현실에 맞춰 다시 썼다. 걸리버 여행기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출판된 해는 1909년. 당시 육당 최남선이 소개한 걸리버 여행기는 소인국과 대인국을 축약적으로 다룬 1·2부로 구성됐다. 그런데 김연수는 육당이 번역·번안하지 않은 두 나라인 라퓨타와 후이늠까지 붙여 4부작에 이르는 걸리버 여행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김연수는 걸리버 여
2024.06.26 11:30조국에서 출판금지 된 유명 작가의 진솔한 고백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깊은 어둠 속에서 진실들이 별안간 명료하게 나타나는 순간이 있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통용돼왔다. 다른 어느 곳보다 발칸에서 그렇다.” ‘조국 알바니아보다 더 유명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88)의 깊이 있는 단상이 한데 모였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잘 털어놓지 않는 ‘천상 이야기꾼’의 솔직담백한 속내를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제 나라에서 책 낼 수 없는 작가가 갖는 절망의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도 이스마일은 시종일관 유머러스한 필치를 놓지 않는다. 가슴 한 구석이 저릿하면서도 어느 순간 킬킬거리며 웃게 되는 이유다. 그래서 그의 소설 세계를 관통하는 트레이드 마크인 ‘해학적 비극’은 작가의 존재 방식 그 자체와 닮았다. 신간 ‘카페 로스탕에서 아침을’은 매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
2024.06.13 15:00인류 역사의 진보, 술이 있어 가능했다?![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술 한잔 할래?” 유난히 힘들었던 하루의 끝, 혹은 남녀 간 썸의 언저리 어딘가에 친구나 연인으로부터 듣는 이 말은 어떤 말보다도 달콤하다. 현생 인류가 이 땅에 존재한 150만여 년 전부터 술이 우리의 기분을 들뜨게 하고 관계를 부드럽게 만든 역할을 톡톡히 한 덕이리라. 물론 이성을 흐리게 하고 폭력 성향을 높이는 부작용이 있어 핍박을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인류의 역사는 술과 함께 고고히 흘러왔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마크 포사이스는 신간 ‘주정뱅이 연대기’에서 인류의 동반자인 술이 사실 우리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었다는 다소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인간이 술을 만든 이후 술은 때로 폭력을, 때로는 평화를 알선하며 ‘인간 욕망의 모든 것’이 되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긴 시간, 사람들이 어떻게 술에 취했고 그런 상황들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피는 저자의 시각이 신선하다. 저서에
2024.06.13 13:42비즈니스가 된 교회? ‘돈의 관점’으로 보면 역사가 보인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세상을 움직인 것은 언제나 돈이었다. 숭고한 신앙심, 국왕에 대한 충성, 신성한 혁명으로 포장됐을 뿐 세계사의 도도한 흐름 뒤에는 의심할 여지없이 돈에 대한 이해타산이 깔려있었다. 인간은 돈이 되면 뭐든 다 했다. 로마가 기독교를 공인한 배경에는 교회세를 상납받아 날로 어려워지는 국가재정을 개선해 보려는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의도가 숨겨있었다. 14세기에 일어난 아비뇽 유수는 프랑스의 필리프 4세가 교회세를 교황청에 보내지 않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 신의 뜻을 내세운 십자군 전쟁 뒤에는 전쟁으로 빼앗은 땅을 나눠주겠다는 교황의 약속이 전제됐다. 민주주의의 상징인 프랑스 대혁명은 불공정한 과세에 대한 불만 때문에 시작됐고, 노예 해방을 외친 미국의 남북전쟁도 값싼 노동력인 흑인 노예들에 대한 경제적 입장 차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강승준 한국은행 감사는 그의 신간 ‘역사는 돈이다’에서 세계사는 냉혹하게 흘러왔고, 그 기저에 가장 큰 동인으
2024.06.13 13:21좋은 직장, 높은 연봉…당신의 인생은, 성공하셨나요?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좋은 직장과 높은 연봉, 비싼 집, 건강…. 고대부터 인생의 성공 혹은 행복의 조건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있어 왔지만, 현대에 이르는 지금까지도 한 가지로 결론이 나진 않는다. 그만큼 인생에는 다양한 변수들이 있고, 그에 걸맞게 대처하며 살아내는 우리네 인생이 복잡 다단하다 보니 삶의 만족이나 행복에 이르는 조건을 하나로 모으기가 힘든 탓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그의 저서 ‘소셜 애니멀’을 통해 인간의 삶이 만족하거나 행복하려면 그의 ‘관계’를 들여다 봐야한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높은 지능을 타고 나 명문 대학 졸업장과 좋은 직장을 가지고 풍요로운 삶을 살더라도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없으면 그 삶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이야말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들고, 그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인간관계&rsqu
2024.05.30 14:41‘실존주의’ 작가 카프카, 100년전 그는 아버지가 두려웠던 쫄보였나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체코 작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가 죽었다. 그의 나이 마흔. 그런데 그가 스물아홉살에 쓴 소설 ‘변신’은 무려 한 세기 동안 카프카 하면 으레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품이 됐다. 어느 날 아침 끔찍한 벌레로 변해버린 소설 속 주인공은 작가가 한 평생 천착한 ‘카프카적 인간’의 전형. 그 인간을 한 마디로 딱 잘라 정의하기란 여전히 어렵지만, 그의 소설을 인상 깊게 읽어본 독자라면 안다. 무방비 상태로 세상에 치여 인간이 고작 이런 것인가 싶어지는 순간, 어렴풋하게, 그러나 동시에 선명해지는 존재의 의미가 바로 카프카적 인간이라는 것을. 내달 3일은 카프카가 타계한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맞아 그의 삶과 작품을 여러 각도에서 재조명하는 책들이 출간됐다. ‘프란츠 카프카: 알려진 혹은 비밀스러운’도 그중 하나다. ‘위대한 작가’
2024.05.30 1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