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스로 선택한다는 ‘착각’…자유의지는 ‘환상’이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테드 창의 단편소설 ‘우리가 해야 할 일’에는 ‘예측기’라는 기계가 등장한다. 버튼과 등불이 달린 이 장치는 사람이 버튼을 누르기 1초 전에 먼저 불을 밝힌다. 사람들은 버튼을 누르지 않으려고도 해보고, 심지어 속이려 해보지만 결과는 항상 같다. 불은 언제나 먼저 켜진다. 그 순간, 우리가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었던 행동은 이미 결정된 과거가 된다. 어떻게도 피할 수 없는 예측기의 절대적인 예측능력 앞에서 인간의 ‘자유의지’는 무력해진다. 그리고 자연스레 의심이 떠오른다. 우리가 선택하며 살아간다고 믿는 삶이 사실은 이미 정해진 결과물인 것은 아닐까. ‘SF(Science Fiction) 거장’의 이러한 상상력은 비단 허구에 머무르지 않는다. 1983년 신경과학자 벤저민 리벳은 한 실험에서 피실험자들에게 원할 때 버튼을 누르고, 언제 누르기로 결심했는지 보고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뇌파를 측정한 결과, 리벳은 사람들은 스스로 결심했다고 느끼기 약 300밀리초
2026.04.09 12:14
트럼프 대통령의 황당한 행동, 다 이유가 있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혼자 책상 앞 브라운 의자에 기대앉은 남성이 인상을 쓰며 얘기한다. 책상 앞에 둥그렇게 둘러앉은 사람들은 그의 말을 경청하거나 노트에 받아 적는다. 흡사 선생님이 문제 학생들을 불러 모아 혼내고 있는 장면 같지만, 사실 러우 전쟁 휴전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 정상의 다자회담 모습이다. 메르켈 독일 전 총리는 그에 대해 “방안에 사람이 많을수록 승자가 되려는 욕구를 더 강하게 드러냈다”며 “모든 만남이 경쟁이었다”고 평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부적절한 수사나 행동은 전 세계적인 지탄을 받아왔지만, 사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을 장악한 권력자라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 독일 심리학자 카르스텐 C. 셰르물리는 신간 ‘권력중독’에서 권력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 및 실험 등을 메타분석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행동들은 그가 가진 권력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저자에 따르면, 권력은 단순한 지위나 영향력이 아니라 인간의
2026.04.09 12:03
‘천만 영화’, 그 중심엔 ‘아버지’가 있다[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우리나라의 천만 영화에 ‘아버지’의 존재가 강렬하게 자리 잡고 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누적 관객이 1000만은 물론, 1500만 고지까지 넘어서자 업계에선 오랜만에 찾아온 ‘천만 영화’의 흥행 비결을 분석하는 데 분주하다. 역사물이라 가족 관람이 가능했다, 혹은 단종에 대한 ‘연민’의 정서가 대중 심리를 자극했다 등등 해석도 다양하다. 강성률 광운대 교수는 황석영·전찬일·김봉석·김경욱 등 9인의 작가들과 함께 쓴 신간 ‘영화 장르를 넘나들다’에서 우리나라 천만 영화의 특징은 ‘아버지’의 존재가 강렬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국내 천만 영화 10여 편을 분석한 결과, 영화 속에 나타난 아버지의 희생과 고난, 아버지의 부재가 불러온 고통, 강한 아버지에 대한 욕망 혹은 복수 등이 주요 키워드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천만 영화와 같은 매가 흥행이 사회에 토대를 이루는 집단의식이나 강력한 공감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천만 영
2026.03.31 16:34
경제전쟁의 시대, 트럼프가 틀어쥔 ‘진짜 무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충격’과 ‘공포’ 전략을 거침없이 구사하고 있다. 그는 백악관 재입성 직후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산 제품에는 60% 이상의 관세를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적국과 동맹국을 가리지 않는 미국의 관세 폭탄은 순식간에 전 세계를 새로운 ‘전장’으로 바꿔 놓았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 특별보좌관을 지낸 에드워드 피시먼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저서 ‘국가는 무엇으로 싸우는가’에서 이러한 흐름을 ‘경제전쟁의 시대’로 규정한다. 경제전쟁은 총과 포로 충돌하는 재래식 전쟁과는 다르다. 세계화로 촘촘히 연결된 구조 속에서 상대의 핵심 지점을 압박하는, 이른바 ‘초크포인트(Choke Point, 급소)’를 겨냥한 전술이 중심이 된다. 저자는 미국이 이미 1970년대 냉전 종식 이후부터 달러, 금융 인프라, 기술력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바탕으로 경제전쟁을 주도해
2026.03.27 11:29
‘남성의 기록’, 그 틈새로 본 여성의 눈물
조선 후기, 과부의 수절은 일반적이었다. 죽은 지아비를 그리며 평생 홀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아녀자의 덕목이라 일컬어졌다. 심지어 죽은 사람을 따라 자결을 하면 ‘열녀’라는 호칭을 받아 집안은 물론, 그 지역의 자랑거리가 됐다. 역사 속에서 열녀라고 추앙받았던 그들, 과연 숨겨진 사연은 없을까.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서의 대부분은 남성 중심적인 기록이다. 과거 절대다수의 여성들이 문맹이다 보니 기록을 남기기 어려웠고,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는 여성들이 역사의 전면에 나서는 것을 꺼렸다. 이 같은 남성 중심의 역사는 비판과 반성의 대상이 된 지 오래됐지만 사료 자체가 편향적이다 보니 연구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장지연, 윤민경 등 신진 여성 사학자 7명이 의기투합해 여성의 행위주체성에 초점을 맞춘 여성사 ‘역사 속 여자, ○○하다’ 시리즈를 내놓았다. 사실 조선 후기에 만연했던 과부의 수절은 그 이전까지 일반적인 사회현상은 아니었다. 성종이 ‘경국대전’을 편찬하면서
2026.03.27 11:28
폭력·혐오로 분출된 욕망…파시즘이 낳은 ‘남성 판타지’
“피에 대한 갈증! 공포보다 훨씬 더 앞서는 강렬한 느낌이다. 전사는 몰아치는 붉은 파도에 휘말려 든다. (중략) 분노의 들판 위에 파괴의 전율이 구름처럼 드리운다. (중략) 피의 환락이다.” 1977~1978년 독일에서 출간된 클라우스 테벨라이트의 ‘남성 판타지’가 50년 만에 한국어판으로 출간됐다. 1464쪽에 달하는 이 책은 파시스트 남성성을 독자적인 시각으로 밑바닥까지 파고들어 문화 비평, 남성성 연구, 정신분석학, 젠더 이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전으로 평가된다. ‘남성 판타지’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에서 활동하던 우익 민병대 조직 ‘자유군단’의 남성들이 남긴 일기, 편지, 소설 등을 통해 ‘파시즘적 개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분석한다. 자유군단은 패전한 독일에 좌파 혁명단체들이 난립하자 퇴역 군인과 우익 깡패들이 바이마르 공화국과 기존 정치권의 사주 하에 만든 조직이다. 이들은 독일 파시즘의 권력 강화에 기여했으며, 이후 나치 정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저자는
2026.03.27 11:28
경제전쟁의 시대, 미국이 틀어쥔 ‘진짜 무기’는?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충격’과 ‘공포’ 전략을 거침없이 구사하고 있다. 그는 백악관 재입성 직후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산 제품에는 60% 이상의 관세를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적국과 동맹국을 가리지 않는 미국의 관세 폭탄은 순식간에 전 세계를 새로운 ‘전장’으로 바꾸어 놓았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 특별보좌관을 지낸 에드워드 피시먼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저서 ‘국가는 무엇으로 싸우는가’에서 이러한 흐름을 ‘경제전쟁의 시대’로 규정한다. 경제전쟁은 총과 포로 충돌하는 재래식 전쟁과는 다르다. 세계화로 촘촘히 연결된 구조 속에서 상대의 핵심 지점을 압박하는, 이른바 ‘초크포인트(Choke Point, 급소)’를 겨냥한 전술이 중심이 된다. 저자는 미국이 이미 1970년대 냉전 종식 이후부터 달러, 금융 인프라, 기술력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2026.03.26 14:21
파시즘의 기저엔 폭력과 혐오의 ‘남성 판타지’가 있다 [북적book적]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피에 대한 갈증! 공포보다 훨씬 더 앞서는 강렬한 느낌이다. 전사는 몰아치는 붉은 파도에 휘말려 든다. (중략) 분노의 들판 위에 파괴의 전율이 구름처럼 드리운다. (중략)피의 환락이다.” 1977~1978년 독일에서 출간된 클라우스 테벨라이트의 ‘남성 판타지’가 50년만에 한국어판으로 출간됐다. 1464쪽에 달하는 이 책은 파시스트 남성성을 독자적인 시각으로 밑바닥까지 파고들어 문화 비평, 남성성 연구, 정신분석학, 젠더 이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전으로 평가된다. ‘남성 판타지’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에서 활동하던 우익 민병대 조직 ‘자유군단’의 남성들이 남긴 일기, 편지, 소설 등을 통해 ‘파시즘적 개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분석한다. 자유군단은 패전한 독일에 좌파 혁명 단체들이 난립하자, 퇴역 군인과 우익 깡패들이 바이마르 공화국과 기존 정치권의 사주 하에 만든 조직이다. 이들은 독일 파시즘의 권력 강화에 기여했으며, 이후 나치 정권에서도
2026.03.26 14:08
‘남성의 기록’, 그 틈새로 본 여성의 이야기[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조선 후기, 과부의 수절은 일반적이었다. 죽은 지아비를 그리며 평생 홀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아녀자의 덕목이라 일컬어졌다. 심지어 죽은 사람을 따라 자결을 하면 ‘열녀’라는 호칭을 받아 집안은 물론, 그 지역의 자랑거리가 됐다. 역사 속에서 열녀라고 추앙받았던 그들, 과연 숨겨진 사연은 없을까.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서의 대부분은 남성 중심적인 기록이다. 과거 절대다수의 여성들이 문맹이다 보니 기록을 남기기 어려웠고,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는 여성들이 역사의 전면에 나서는 것을 꺼렸다. 이같은 남성 중심의 역사는 비판과 반성의 대상이 된 지 오래됐지만, 사료 자체가 편향적이다 보니 연구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장지연, 윤민경 등 신진 여성 사학자 7명이 의기투합해 여성의 행위 주체성에 초점을 맞춘 여성사 ‘역사 속 여자, 00하다’ 시리즈를 내놓았다. 사실 조선 후기에 만연했던 과부의 수절은 그 이전까지 일반적인 사회 현상은 아니었다.
2026.03.26 13:40
춤바람 난 마티스 “내 그림은 평화와 휴식”
갈색 피부의 나체가 둥그런 원을 만들며 춤을 춘다. 5명의 나인(裸人)은 모두 팔과 다리, 가슴, 배 등 각 신체 부위가 부풀어 있어 성별을 가늠할 수 없다. 다만 파란 하늘과 선명히 대비되는 초록 언덕을 딛고 선 발이 유려하다. 균형감 있는 구도와 선명한 색 대비 때문인지, 아니면 나인들의 내려보는 눈빛 때문인지 신나기보단 경건해 보인다. 마티스의 ‘춤’ 두 번째 버전(1910년, 상트페테크부르크, 에르미타시 박물관)이다. 색채의 마술사, 현대 회화의 창시자, 야수의 선구자…. 프랑스 출신 미술 거장인 앙리 마티스는 이처럼 그를 수식하는 표현이 많을 정도로 매 순간 다양한 시도를 해온 작가다. 프랑스 미술평론가인 상드린 안드루스는 신간 ‘앙리 마티스, 춤으로 완성한 삶의 기쁨’를 통해 마티스의 생을 관통하며 그의 대표작이 어떤 생애적 맥락에서 나왔는지 조명한다. 마티스는 원래 법학도였다. 아버지가 북프랑스 보앵안베르망두아에서 운영하는 식료품 가게를 물려받기 위해 파리로 가서 법학을
2026.03.13 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