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에서 식도락으로 여행 축 전환

트립고메, 744개 파인다이닝 공개

한국도 라연, 권숙수 등 14곳 포함

이용자 붙잡는 미식 락인 효과 강화

트립고메의 ‘2027 파인 다이닝 리스트’  발표 현장 [트립닷컴 제공]
트립고메의 ‘2027 파인 다이닝 리스트’ 발표 현장 [트립닷컴 제공]

[헤럴드경제(싱가포르)=김명상 기자] “이제 미식은 여정 전체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 그룹의 써니 선(Sunny Sun) 트립고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싱가포르 리조트 월드 센토사에서 열린 ‘트립고메 10주년 및 2027 글로벌 파인 다이닝 어워즈’에서 최근 여행 트렌드의 변화를 짚으며 이같이 밝혔다.

전 세계 미식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글로벌 파인 다이닝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고, 변화하는 여행자들의 소비 패턴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올해로 출범 10주년을 맞은 트립고메(Trip.Gourmet)는 전 세계 66개 국가·지역, 462개 목적지 내 레스토랑 순위와 현지 미식 정보, 실시간 예약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종합 미식 가이드다.

이날 써니 선 CEO는 “자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미식 주도형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단순히 현지 음식을 맛보는 수준을 넘어, 특정 식당이나 미식 경험 자체가 여행지와 방문 시점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국 식당 14곳, 글로벌 리스트에 이름 올려

‘2027 파인 다이닝 리스트’  포토존 [트립닷컴 제공]
‘2027 파인 다이닝 리스트’ 포토존 [트립닷컴 제공]

행사 현장에서는 트립고메의 핵심 콘텐츠인 ‘2027 파인 다이닝 리스트’가 공개됐다. 올해는 전 세계 40개 국가·지역, 105개 도시에서 총 744개 레스토랑이 선정됐다.

이 가운데 한국의 레스토랑은 14곳으로 전체의 1.88%를 차지했다. 아직 비중은 크지 않지만, 전통 한식부터 모던 다이닝까지 아우르며 세계적으로 관심 받고 있는 한국 파인 다이닝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트립고메 시상식에 참석한 차도영(사진 왼쪽 세 번째) 호텔신라 라연 책임주방장 [김명상 기자]
트립고메 시상식에 참석한 차도영(사진 왼쪽 세 번째) 호텔신라 라연 책임주방장 [김명상 기자]

이번에 선정된 국내 레스토랑은 ▷권숙수 ▷라망 시크레 ▷라연 ▷모수 서울 ▷밍글스 ▷본앤브레드 ▷비채나 ▷세븐스도어 ▷스와니예 ▷알라프리마 ▷온지음 ▷이타닉 가든 ▷정식당 ▷코너스톤 등이다.

전통 한식부터 창의적인 모던 다이닝까지 다양한 레스토랑이 글로벌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서 한국 파인다이닝의 경쟁력도 다시 조명됐다. 트립닷컴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엔드 미식 여행 선호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다. 트립닷컴이 산정한 한국의 럭셔리 다이닝 식도락 여행 지수(TGI)는 3.9로, 글로벌 여행객 평균인 1.0보다 약 4배 높았다.

이번 행사는 한식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플래티넘 등급을 받은 호텔신라 한식당 ‘라연’의 차도영 책임주방장은 “현장에서 한식의 높아진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며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이제 단순한 조리법을 넘어 한국의 식문화와 스토리를 경험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여행의 중심에 선 식도락, 여정의 핵심으로

‘2027 파인 다이닝 리스트’에서 다이아몬드를 획득한 이타닉가든의 요리 [트립닷컴 제공]
‘2027 파인 다이닝 리스트’에서 다이아몬드를 획득한 이타닉가든의 요리 [트립닷컴 제공]

음식은 이제 여행지에서 소비하는 부수적인 요소를 넘어 여행 목적과 일정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트립닷컴에 따르면, 최근 8개월간 플랫폼 내 음식 관련 검색량은 45% 증가했다. 세부 검색어 수는 46%, 레스토랑 관심도는 68%, 카페·디저트 검색량은 67% 늘었다. 특히 현지 특산 음식 검색량은 725% 급증했다.

여행 전 식당 관련 정보를 검색하거나 질문하는 이용자 비중도 2025년 1월보다 1.25배 높아졌다. 출발 30일 이내에 식당 리스트를 조회하거나 미식 관련 질문을 한 사용자들은 현지 목적지에서 다른 일반 사용자들에 비해 2.6배 더 많은 지출을 기록했다.

이처럼 식도락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낯선 여행지에서도 믿고 찾을 수 있는 공인된 정보를 원하는 수요도 늘어났다. 그러나 광고와 알고리즘 기반 바이럴 콘텐츠 범람으로 정보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립고메는 이에 대응해 정량 데이터와 현장 검증을 결합한 다층 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여행객에게 신뢰할 수 있는 미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트립고메의 ‘2027 파인 다이닝 리스트’ 중 블랙 다이아몬드 기념패 [트립닷컴 제공]
트립고메의 ‘2027 파인 다이닝 리스트’ 중 블랙 다이아몬드 기념패 [트립닷컴 제공]

트립고메의 파인 다이닝 등급은 보석 명칭을 활용한 3단계 체계로 운영된다. 최상위 등급인 ‘블랙 다이아몬드’(Black Diamond)는 독창적인 철학과 세계적 수준의 서비스·공간을 갖춘 플래그십 레스토랑으로, 올해 744곳 가운데 60곳이 선정됐다. ‘다이아몬드’(Diamond)는 높은 요리 완성도와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는 하이엔드 레스토랑으로 160곳이 이름을 올렸다. ‘플래티넘’(Platinum)은 정제된 코스와 우수한 접객을 갖춘 레스토랑으로 524곳이 선정됐다.

평가는 음식의 맛만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기존 미식 가이드와 달리 ‘맛과 실용성’을 함께 고려한다. 전문 평가위원의 암행 실사에 예약 편의성, 관광지와의 접근성, 전망, 실제 방문객 리뷰 등 빅데이터를 종합하는 방식이다. 이번 심사에는 3000여 명의 글로벌 자문단이 남긴 1500건의 피드백과 미식 관심도가 높은 우수 회원들의 실제 방문 데이터가 반영됐다.

‘2027 파인 다이닝 리스트’에서 다이아몬드를 획득한 모수 서울의 요리 [트립닷컴 제공]
‘2027 파인 다이닝 리스트’에서 다이아몬드를 획득한 모수 서울의 요리 [트립닷컴 제공]

추천 레스토랑은 트립닷컴 앱의 ‘트립베스트’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호텔과 명소 정보에 여행 동선에 맞는 레스토랑 정보와 예약 기능까지 더해, 여행객이 플랫폼 안에서 여행 계획과 식당 예약을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구조다.

트립닷컴 관계자는 “선정된 식당은 트립닷컴 앱 내에 인증 마크가 붙고, 1년간 유지된다”며 “여행객이 트립닷컴 앱 내에서 어디를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다른 채널을 검색하지 않고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예약망이 넓히는 글로벌 미식 접점

트립고메 선정 상하이 내 한국 음식점 [트립닷컴 제공]
트립고메 선정 상하이 내 한국 음식점 [트립닷컴 제공]

트립고메의 파인 다이닝 큐레이션은 예약 인프라를 함께 제공해 활용도를 높였다. 트립고메는 전 세계 4만3600여 개 레스토랑으로 구성된 예약망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홍보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소규모 레스토랑은 트립닷컴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해외 미식가와 접점을 넓힐 수 있다.

중국 상하이의 한식 파인다이닝 ‘나비(NABI)’를 운영하는 류태혁 셰프는 “좌석 수가 적은 식당일수록 우리의 철학을 이해하는 고객과 만나는 일이 중요하다”며 “글로벌 예약 플랫폼과의 협업은 제한적인 기존 예약 방식을 넘어 더 많은 해외 미식 여행객과 연결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트립닷컴은 축적된 이용자 리뷰 데이터와 현지 외식 인프라를 결합해 미식 수요 변화에 대응하고, 관광과 외식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써니 순(Sunny Sun) 트립닷컴그룹 트립고메 최고경영자 [트립닷컴 제공]
써니 순(Sunny Sun) 트립닷컴그룹 트립고메 최고경영자 [트립닷컴 제공]

써니 선 CEO는 “트립고메의 목적은 여행객이 방문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을 발견하고, 안심하고 예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정밀한 데이터와 현지 외식 인프라에 대한 협력을 지속해 여행자와 레스토랑이 국경 없이 연결되는 글로벌 미식 관광 생태계를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terr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