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한국인 방문객 85% 급감

올초 태풍 덮쳐 국제선 중단되기도

고환율에 수요 감소 직격탄 맞아

직항 항공편 줄면서 3중고 시달려

현지 韓 리조트 연쇄 타격 우려도

“항공 공급, 시장 맞게 재검토해야”

사이판의 마나가하섬 전경 [마리아나관광청 제공]
사이판의 마나가하섬 전경 [마리아나관광청 제공]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자연재해와 항공 노선 감축, 고환율이라는 삼중고로 사이판 관광시장의 한국인 방문객 수가 1년 새 85% 넘게 급감했다. 현지 관광청은 주요 리조트 재개장에 발맞춰 시장 회복의 핵심 과제로 항공편 확대를 제시했다. 하루 최대 5편에서 주 4회로 급감한 인천~사이판 노선 등의 증편 없이는 현지 관광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마리아나관광청(MVA)은 지난 7월 마리아나 제도(사이판·티니안·로타 등) 방문객이 4840명으로, 전년 동기(1만4365명) 대비 66% 줄었다고 최근 발표했다. 사이판 관광의 최대 고객인 한국인 방문객은 같은 기간 1만1015명에서 1574명으로 85.7% 감소했다. 일본 방문객 역시 올해 7월 248명으로 전년 동월의 534명 대비 54% 줄었고, 중국 시장은 방문객 1149명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으나 전체적인 하락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이판 관광시장 부진의 배경으로는 항공편 감소와 태풍 피해, 환율 부담이 꼽힌다. 핵심 방문국인 한국의 항공 공급은 2024년부터 줄었다. 아시아나항공은 2024년 2월 사이판 정기편 운항을 중단했고, 같은 해 6월 말 전세기 운항을 끝내면서 현지 사무소도 닫았다. 제주항공은 하루 2회 운항하던 인천~사이판 노선을 2025년 3월 30일부터 7월 12일까지 하루 1회로 줄이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의 인천·부산 출발 통계를 합산하면, 한국–사이판 노선의 연간 운항편수는 2024년 1145편에서 2025년 782편으로 31.7%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괌 노선 운항편수는 2271편에서 2827편으로 24.5% 증가해 두 노선 간 공급 격차가 벌어졌다. 그 여파로 북마리아나 제도의 2025 회계연도 방문객은 16만640명으로, 전년(23만7498명)보다 32% 줄었다.

태풍에 쓰러진 사이판의 나무 [마리아나관광청 제공]
태풍에 쓰러진 사이판의 나무 [마리아나관광청 제공]

사이판 부진에 기름을 부은 것은 올해 닥친 태풍이었다. 지난 4월 중순 슈퍼태풍 ‘신라쿠’로 대규모 정전과 공항 폐쇄가 발생해 6월까지 국제선 운항이 멈췄다. 이에 따라 4월 90%, 5월 99%, 6월 98% 등 한국인 방문객 수가 전년 동월 대비 급감했다.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7월 초에는 태풍 ‘바비’가 북상하면서 복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환율 부담이 여행 비용을 키운 점도 악재로 꼽힌다. 2024년 1364원이던 원·달러 연평균 환율은 올해 상반기(1~6월) 약 1484원으로 뛰며 2년 새 120원(8.8%) 상승했다. 단기 비용 부담이 증가하며 대표적인 휴양지였던 사이판의 모객 경쟁력이 동남아 국가 대비 약화됐다.

현지 관광청, 항공 공급 상황 점검 요청

코럴 오션 리조트 사이판 골프장 전경 [이랜드파크 제공]
코럴 오션 리조트 사이판 골프장 전경 [이랜드파크 제공]

타격을 입었지만 현지 관광지는 꾸준히 복구가 이어지고 있다. PIC 사이판은 7월 운영을 재개했고, 코럴 오션 리조트 사이판은 11월, 켄싱턴 호텔 사이판은 12월 재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항공 공급이다. 현재 인천–사이판 직항 노선을 운항 중인 제주항공은 비수기와 성수기 탄력 증편 기간을 거치며 2027년 3월까지 주 4회 운항 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체 좌석 공급 규모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돈다. 2019년 기준 인천발 사이판 직항 노선은 최대 하루 5편까지 운항되기도 했다.

관광청은 항공편이 충분하지 않으면 복구 노력이 실제 예약과 방문객 증가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비행 일정이 불안정하면 여행객은 예약을 꺼리고, 여행사는 패키지 상품을 만들기 어렵다. 현지 리조트 역시 투숙객 규모를 가늠할 수 없어 직원 채용이나 시설 운영 계획에 차질을 빚는다. 이에 관광청은 노선별 여행 수요와 항공사 운영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실효성 있는 항공편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마리아나관광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공급 유지 규제가 사이판 노선 축소에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야 한다고 요청하고 나섰다. 정부가 두 항공사 합병 조건으로 2019년 수준의 좌석 공급을 유지하도록 의무화하자, 항공사들이 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괌 노선에 좌석을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사이판 노선을 감편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관광청은 과거 기준에 묶인 노선 유지 의무가 현재의 여행 수요와 노선별 공급 여건에 부합하는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PIC 사이판 리조트의 워터파크 [이랜드파크 제공]
PIC 사이판 리조트의 워터파크 [이랜드파크 제공]

주디 토레스 마리아나관광청 청장 직무대행은 “한국 정부의 예정된 항공운송 관련 점검과 검토가 현재 시장 상황에 맞춰 마리아나 지역의 항공 공급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른 공급석 유지 요건이 한국–사이판 노선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은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항공편 확보가 단순한 이동 수단 문제를 넘어 현지 경제와 직결된 핵심 축이라는 점도 짚었다.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한국 기업들의 경영 안정을 위해서도 공급 정상화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이랜드파크는 PIC 사이판, 코럴 오션 리조트 사이판, 켄싱턴호텔 사이판 등 대형 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새서울레저는 팩텀PE 등과 함께 대형 워터파크를 갖춘 사이판 월드리조트 인수에, 휴림네트웍스는 사이판 유일의 36홀 골프장을 갖춘 라오라오베이 골프앤리조트 인수에 투자한 바 있다.

주디 토레스 직무대행은 “한국–사이판 노선의 안정적인 항공 공급은 현지 호텔과 리조트, 골프장 등에 투자한 한국 기업뿐 아니라 마리아나 관광산업 전반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마리아나관광청은 앞으로도 항공사 및 관계 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한국–사이판 노선의 항공편 확대와 안정적인 운항 여건 조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terr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