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호황에도 5만 석 아레나 유지 난망

공공이 부지 줘도 투자금 회수 빠듯해

단순 대관료 넘어선 부대수익 확보 절실

관광, 지역 경제 거점 인프라로 설계해야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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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K팝 호황으로 1만 석 이상 대형 공연 티켓 판매액이 3년 만에 3배로 늘었으나, 5만 석 규모의 아레나는 철저한 부대수익 설계와 재원 구조 검증 없이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 관람 공간을 넘어 외래 관광객 유치와 체류형 소비를 견인하는 복합 관광 거점으로 접근해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야놀자리서치는 지난 1일 발간한 ‘5만 석 대형 공연장 건립의 재무적 타당성: 사업 성립 조건과 정책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1만 석 이상 공연 티켓 판매액은 2022년 1802억 원에서 2025년 5320억 원으로 급증했으며, 대중음악 비중이 99.5%에 달한다. 반면 1만 명 이상 수용 가능한 국내 실내 공연장은 2만 석 미만 6곳에 불과해 대형 아레나 수요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막대한 건립 비용이다. 보고서가 추정한 서울 5만 석 공연장 건립 비용은 건축비 약 6010억 원, 토지매입비 약 1조2072억 원을 합해 민간 단독 추진 시 약 1조9890억 원에 달한다. 공공이 부지를 무상 제공하더라도 민간의 초기 부담은 건축 관련 투자비만으로도 상당하다.

개장 이후 감가상각비를 포함한 연간 운영비는 약 407억 원에 이른다. 수선유지비와 인건비 등이 상시 발생하는 만큼 대관료와 관람권 수수료는 물론, 부대사업 수입 확보가 필수적이다.

연 36회 전석 매진돼야 흑자…투자금 회수는 요원

하지만 막대한 고정비를 감당하면서 안정적인 흑자를 내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공연장 건립 이후 실제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조건은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가 12개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흑자가 가능한 범위는 연 36회 공연 전석 매진, 평균 티켓가격 17.6만 원, 수수료율 10%, 부대사업수입률 50%가 모두 충족되는 조건에서만 연간 영업이익 130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하한 조건을 적용하면 연간 127억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공연 횟수와 가격, 부대사업 수입이라는 세 요건이 동시에 최고 수준에 도달해야만 운영 수지를 맞출 수 있다는 의미다.

5만 석 공연장의 투자 방식별 민간 초기 투자비와 내부수익률(IRR) [야놀자리서치 제공]
5만 석 공연장의 투자 방식별 민간 초기 투자비와 내부수익률(IRR) [야놀자리서치 제공]

운영 단계에서 흑자를 내더라도 막대한 초기 공사비를 회수하기란 쉽지 않다. 민간이 직접 부지를 매입해 지으면 손실을 피하기 어렵고, 공공이 토지를 무상 제공하더라도 투자금 회수가 빠듯하다. 공공이 건축비의 60%를 지원해야 겨우 손익분기점 수준을 기대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연간 36회 전석 매진’ 같은 최상의 흥행과 부대수익이 동시에 이어질 때만 가능한 수치다. 관객이 조금이라도 줄거나 운영비가 늘어나면 곧바로 적자로 돌아설 수 있어, 공공 지원에만 기대 무작정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홍석원 야놀자리서치 수석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60%라는 특정 지원율이 아니라, 공공의 초기투자 지원이 실제 공연 유치와 수익 창출 성과로 이어지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라면서 “개장 전 국내외 공연기획사와의 장기 파트너십으로 일정을 확보하고, 부대수익을 계약적으로 구체화하며, 개장 초기 램프업 손실 분담까지 함께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 공연장 넘어 관광·상업 묶는 플랫폼 돼야

보고서는 사업 성립 가능성을 높일 네 가지 요건으로 ▷합리적 민관 분담 ▷국내외 공연기획사와의 장기 파트너십을 통한 공연 일정 사전 확보 ▷명명권·F&B·MD·관광 연계 등 복합 수익원의 개장 전 설계 ▷수요·교통·숙박·상권·소음 조건을 충족하는 입지를 제시했다.

수요가 검증된 지역을 우선 검토하되, 비수도권 사업은 교통·관광·숙박·콘텐츠 전략을 결합한 별도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아울러 단계별 수요 검증과 교통영향평가, 민간 운영계획, 부대수익 확보 계획을 통과한 경우에만 사업을 승인하는 ‘조건부 의사결정’ 방식을 제안했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대형 공연장은 건물 하나를 짓는 사업이 아니라 공연 콘텐츠와 교통·관광·상업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플랫폼 사업”이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몇 석을 지을 것인가’보다 ‘어떤 공연 수요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고, 누가 어떤 책임으로 지속적으로 운영할 것인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 공연장을 단순한 공연 공간이 아니라 도시 관광 및 지역 경제와 연동된 거점 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설의 수익성 확보를 넘어 외래 관광객 유치와 체류 소비로 이어지는 생태계 조성이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대형 공연장은 국내외 팬을 도시로 끌어들이는 앵커 시설”이라며 “개장 전부터 공연기획사와 장기 파트너십으로 일정을 확보하고, 공항 이동·숙박·심야 교통을 연계한 외국인 관람객 서비스를 설계해야 공연 관람을 체류형 관광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terr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