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DDP 헤럴드디자인라운지 개최

400여명 청중의 뜨거운 열기 ‘가득’

기계 연산이 닿지 못하는 영토 강조

“AI가 덧붙일 때 인간은 덜어낸다”

세계적인 스타 디자이너 스테판 사그마이스터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헤럴드 디자인 라운지(HERALD DESIGN LOUNGE) 2026에서 ‘Finally, Something Good’의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건축가, 크리에이터들의 인사이트를 소개하며 창의적인 디자인 담론을 이끌어 온 헤럴드디자인포럼이 올해부터 헤럴드디자인라운지로 새롭게 출발했다. 이상섭 기자
세계적인 스타 디자이너 스테판 사그마이스터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헤럴드 디자인 라운지(HERALD DESIGN LOUNGE) 2026에서 ‘Finally, Something Good’의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건축가, 크리에이터들의 인사이트를 소개하며 창의적인 디자인 담론을 이끌어 온 헤럴드디자인포럼이 올해부터 헤럴드디자인라운지로 새롭게 출발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고승희·부애리 기자] “1870년 사진술이 등장했을 때 화가들은 일자리를 잃을까 공포에 떨었지만, 사진이 없었다면 제프 쿤스의 스테인리스 풍선 개나 서도호의 거대한 천으로 지은 집은 태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AI(인공지능) 역시 인간의 머리로 미처 상상조차 못 했던 새로운 차원의 창작을 열어젖힐 때 비로소 흥미로워집니다.”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스테판 사그마이스터(Stefan Sagmeister)는 150여 년 전 사진술이 촉발한 ‘예술의 해방’을 소환해 오늘을 비췄다. Ai시대 인간은 이미 해오던 작업을 기계로 더 ‘빠르고 싸게’ 복제하는 데 급급하기보단, 기계의 연산이 닿지 못하는 ‘생각 너머’의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화두를 던진다.

국내 대표 디자인 지식 플랫폼 ‘헤럴드디자인라운지(HERALD DESIGN LOUNGE) 2026’이 2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헤럴드경제는 이날 지난 15년간 100명이 넘는 세계적 거장들과 1만여 명의 청중과 함께 이어온 ‘헤럴드디자인포럼’을 자유롭고 유연한 교류를 지향하는 ‘라운지’로 탈바꿈시키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비욘드 비주얼(Beyond Visuals)’을 주제로 내건 이날 현장에는 시작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며 ‘인증샷’을 남기는 참석자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고, 400여 객석도 가득 들어찼다.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헤럴드 디자인 라운지 2026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헤럴드 디자인 라운지 2026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최진영 헤럴드 총괄 대표이사는 개회사에서 “디자인의 참된 힘은 눈에 보이는 형태를 넘어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있다”며 “기술이 진화할수록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인간의 질문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동반자로 함께한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 역시 축사를 통해 “AI가 몇 초 만에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형태를 빚는 일이 더 이상 귀하지 않게 된 시대에, 정작 귀해지는 것은 형태 너머를 보는 눈”이라며 “기술이 형태를 맡는 만큼 디자이너는 그 형태가 놓일 삶을 설계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화답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사그마이스터는 200년간 축적된 인류 발전 데이터를 시각화한 작업을 펼쳐 보이며, AI 공포와 미디어의 단기적 비관론에 휩싸인 창작자들에게 ‘시선의 전환’을 제안했다. 그는 “자극적인 단기 뉴스는 세상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떠들지만, 200년의 역사를 길게 보면 인간의 삶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극적으로 개선됐다”며 디자이너는 절망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희망의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그는 드론 공습경보가 울리던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르비우 공원의 컨테이너에서 희망의 데이터를 담은 전시를 열어 3500여 명의 현지인을 위로하기도 했다.

사그마이스터는 AI가 몇 초 만에 이미지를 쏟아내는 시대에 디자인의 ‘진짜 가치’는 ‘인간의 노동’에 있다고 짚었다. 그는 집 다락방에 쌓여 있던 200년 된 회화를 직접 칼로 오려내고 사포질해 현대적 데이터 조형물로 구현했다. 이 작업 과정을 소개하며 그는 “결과물이 무한히 쏟아지는 시대일수록,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는 ‘수고의 증거’ 자체가 가장 희소하고 귀한 재료가 된다”고 강조했다.

김그륜 애플TV컨텐츠팀 크리에이터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헤럴드 디자인 라운지(HERALD DESIGN LOUNGE) 2026에서 ‘AI Game’의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김그륜 애플TV컨텐츠팀 크리에이터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헤럴드 디자인 라운지(HERALD DESIGN LOUNGE) 2026에서 ‘AI Game’의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이어진 패널 토크에선 좌장을 맡은 미디어 아티스트 이진준 카이스트(KAIST) 교수와 타이포그래퍼 유지원 글문화연구소 소장, 사그마이스터가 마주 앉아 기계가 닿지 못하는 인간의 영역을 짚었다. 유 소장은 “치매 환자도 끝까지 놓지 않는 것은 ‘행복해지고자 하는 마음’”이라며 디자이너는 기술 바깥에 서서 인간의 삶과 결핍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 역시 “신체로 겪어낸 시간과 스스로 판단의 책임을 지는 태도는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며 불완전한 인간의 고유성을 환기했다.

차세대 창작자들의 실천적 실험도 청중을 사로잡았다. 애플 TV 콘텐츠 팀의 김그륜 크리에이터는 2차원 평면을 깨고 발표 현장 자체를 관객이 탐험할 수 있는 3차원 게임으로 구현해 환호를 받았다. 공포 단편 영화 ‘꼬리잡기’의 프리퀄을 관객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바뀌는 인터랙티브 필름으로 제작하고, 숨겨진 인터넷 주소를 입력한 관객의 집으로 실물 보드판과 영화표를 배송하는 온·오프라인 융합 사례도 공개했다. 김그륜은 “비슷한 AI 영상이 쏟아지는 시대엔 기술적 완성도만으로 차별화할 수 없다”며 “디자이너가 바이브 코딩을 활용해 자신에게 필요한 도구와 제작 파이프라인 자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킵콴(KEEPKWAN)’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윤석관 작가는 해외 출장길에서 AI가 한복을 ‘차이니즈 기모노’로 왜곡해 표기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후 한국 전통 복식 AI 작업을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AI 한복 이미지를 실물 옷으로 짓고, 2026년 ‘향’과 ‘맛’으로 확장해 온 ‘옴니센스’ 콘텐츠를 선보인 그는 “AI가 무한히 덧붙일 때 인간은 덜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일 1시간씩 걷고, 도예와 분재를 익히며 손끝의 감각을 벼리는 ‘휴먼 모드’를 켜야만 기계에 삼켜지지 않고 고유한 자아를 지킬 수 있다”고 당부했다.

윤경식 한국건축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헤럴드 디자인 라운지(HERALD DESIGN LOUNGE) 2026에서 ‘불길을 넘어 새로운 탄생’의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윤경식 한국건축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헤럴드 디자인 라운지(HERALD DESIGN LOUNGE) 2026에서 ‘불길을 넘어 새로운 탄생’의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대미를 장식한 스페셜 토크에서 건축가 윤경식 한국건축 회장은 산불로 전소된 강릉 인월사를 부처의 눈썹을 닮은 초승달 형태와 불교 철학인 인드라망으로 재탄생시킨 여정을 풀어냈다. 지난 20년간 건축 책을 보지 않았다는 윤 회장은 “지식과 데이터는 이미 세상에 넘쳐나기에, 개념을 비워낸 자리에 설 때 비로소 상상력이 발현된다”며 “인문(人文)이란 결국 인간이 그리는 무늬이며, 그 궤적을 짚어내는 직관적 감각과 용기야말로 기술 격변기에도 살아남는 오리지널리티”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비주얼에만 투자하면 한계가 빨리 온다. 건축은 삶을 디자인 하는 것”이라며 “‘내 인생이 담겨있는가’를 생각해보는 것이 앞서가는 디자이너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을 지킨 청중의 반응도 뜨거웠다. 회사 동료들과 단체로 참석한 삼성전자 모바일 디자이너 이재현(28) 씨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라는 메시지와 함께, 실무 디자이너로서 앞으로 어떤 선한 영향력을 미쳐야 할지 깊이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약사 홍지은(67) 씨는 “AI와 인간의 대립이 치열하게 느껴지는 시대에 디자인 분야에서 지식과 사회가 구체적으로 융합하는 사례를 배워 유익했다”고 소감을 건넸다. 마이스(MICE) 전공 대학생 정유리(21) 씨 역시 “디자이너들이 AI를 단순히 쓰는 수준을 넘어 도구 자체를 주도적으로 다루는 방식에서 향후 기획 분야에 적용할 훌륭한 영감을 얻었다”고 들려줬다.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세상은 점점 나아져…한국의 변혁 놀라워”[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세상은 점점 나아져…한국의 변혁 놀라워”[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1825년 민주주의 국가는 단 한 곳이었습니다. 100년 뒤인 1925년에는 18곳, 2025년에는 85곳으로 늘었습니다. 세상을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모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92259?sec=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