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외부자본 활용 여부 종합 고려”
글로벌 낸드 기업 PER ‘20배’ 안팎서 거래
올해 순이익 연환산시 ‘200조원’ 웃도는 시총 가능
상장 주도 김우현 CFO, 작년 한때 솔리다임서 상근
올초 신설 AI 컴퍼니 투자 재원 마련 가능
현대차·LG전자, 해외법인 현지 상장 사례도
<편집자주>
‘칩칩팹팹(Chip Chip Fab Fab)’은 AI 시대를 움직이는 반도체 산업을 쉽고 깊이 있게 풀어내는 연재입니다. AI 혁명의 핵심인 ‘칩(Chip)’과 이를 만드는 ‘팹(Fab)’을 잇는 이름으로, ‘칙칙폭폭’ 달리는 기차처럼 반도체 산업의 쉼 없는 진보를 담은 표현이기도 합니다. 복잡한 기술은 쉽게, 뉴스 이면의 이야기와 산업의 흐름은 깊이 있게 전하며, AI 시대를 이끄는 반도체의 현재와 미래를 독자들과 함께 읽어갑니다.
[헤럴드경제=이정완 기자] SK하이닉스가 최근 불거진 솔리다임 미국 상장설에 대해 장기적인 주주가치를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솔리다임 상장설은 지난 8월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에 돌입하며 본격화됐다. 프리IPO 투자자 구성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부 투자 유치를 고민하게 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AI(인공지능) 추론 확산에 따라 대용량 스토리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글로벌 낸드플래시 기업의 주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2024년 12월 상장한 일본 키옥시아(KIOXIA)는 한때 일본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오를 정도로 주가가 급상승했고 미국 샌디스크(Sandisk) 역시 연초 대비 주가가 550% 올랐다. 이들 기업 밸류에이션(Valuation)을 적용한다면 200조원 중반대 시총도 무리가 아니다.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우현 담당이 솔리다임 IPO(기업공개)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담당은 상장 준비를 위해 지난해 상반기 중 솔리다임에 상주하며 일하기도 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로이터 보도를 통해 내년 솔리다임 상장설이 확산됐다. 솔리다임이 상장 주관사 선정에 착수했으며 기업가치가 최대 1500억달러(약 20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상장설에 대해 아직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부 자금과 외부 자본 등 투자재원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는 시장 상황과 투자 시점, 회사의 재무상황 등을 함께 고려해 검토할 사안”이라며 “기존 주주에 미치는 영향과 필요한 주주보호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IB(투자은행)업계에서는 지난 8월 시작한 프리IPO가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분석한다. 최근 투자자 구성을 마무리하고 자금 납입만 남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솔리다임 목표 기업가치로 제시된 1500억달러 시가총액 달성은 현재 반도체 투자 분위기를 고려하면 큰 무리가 아니다.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미국 생성형 AI 업계를 중심으로 속도 조절론이 퍼지며 반도체 투자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그럼에도 솔리다임 입장에선 만족스러운 기업가치를 평가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90억달러(약 10조원)에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2021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인수대금을 완납했다. 최근 에이전트 AI 확산으로 학습을 넘어 추론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AI 데이터센터에서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가 늘고 있다.
AI 추론 과정에서 앞서 처리한 토큰의 연산 결과를 재활용하는 KV캐시가 커지면서 이를 SSD에 저장하는 방식도 확대되고 있다. 대용량 eSSD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배경이다. 솔리다임은 대용량 쿼드 레벨 셀(QLC) 기술을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QLC는 하나의 셀에 4비트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단위 면적당 저장 방식을 극대화한 게 특징이다.
이로 인해 해외 주식시장에서도 낸드 기업 밸류에이션이 우호적 평가를 얻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사실상 최대주주인 일본 키옥시아는 시가총액 30조엔(약 300조원)으로 과거 실적을 기준으로 PER(주가수익비율) 19배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낸드 기업 샌디스크도 eSSD 수요 확대에 따라 PER 24배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PER을 솔리다임 순이익에 대입해보면 대략적인 기업가치를 추산해볼 수 있다. 솔리다임은 지난 상반기까지 매출 12조2507억원, 순이익 5조839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매출 3조3557억원, 순이익 1321억원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급증했다.
하반기 낸드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순이익 증가를 반영하지 않고 단순히 상반기 순이익을 연환산하면 연간 순이익이 12조원에 달한다. 이 수치에 20배 안팎의 PER을 적용하면 200조원을 웃도는 시가총액을 기대할 만하다. 실제 공모가는 낸드 업황과 이익 지속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SK하이닉스에선 이미 지난해부터 솔리다임 상장 준비 작업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CFO인 김우현 담당이 작년 상반기 3~4개월 간 미국 솔리다임에 상주하면서 관련 내용을 준비했다고 알려졌다. 지난 7월 마친 SK하이닉스 ADR(주식예탁증서) 상장은 재무와 전략 등을 모두 총괄하는 송현종 코퍼레이트센터(Corporate Center) 사장이 이끌었지만 솔리다임은 자회사인만큼 김 담당이 맡은 것으로 여겨진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상장을 통해 AI 컴퍼니 투자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 말 기준 SK하이닉스 낸드 프로덕트 설루션 지분 98.16%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회사가 솔리다임 지분 96.86%를 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기존 미국 법인의 낸드·SSD 사업을 신설 솔리다임으로 이전하고 기존 법인은 AI 생태계 투자를 위해 AI 컴퍼니로 재편했다.
프리IPO와 상장 과정에서 AI 컴퍼니가 보유한 솔리다임 지분을 처분한다면 AI 컴퍼니로 곧바로 조 단위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AI 컴퍼니를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결합시킨 설루션 회사로 만들기 위해 전략적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AI 생태계 속 유망 기업에 투자하는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SK하이닉스 벤처스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미 국내 대기업의 유사 상장 사례도 충분하다. 해외 법인의 현지 주식시장 IPO란 점에서 성격이 유사하다. 현대자동차는 2024년 10월 인도법인 IPO를 통해 보유지분 17.5%를 구주매출해 약 4조4000억원을 조달했다. LG전자 역시 작년 10월 인도법인 IPO 시 보유 지분 15%를 투자자에 매각해 1조8000억원이 본사로 유입됐다.
jeongw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