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법학 두루 섭렵한 정책 자문 전문가
밀려드는 사건에 주심 역할 소화가 관건
정년 넘긴 62세 신임 위원…3년 임기 보장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17년 만에 외부 출신 상임위원이 발탁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금융 전문가의 합류로 심결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모처럼 늘어난 승진 자리 하나를 외부 인사에게 내줬다는 아쉬움도 곳곳에서 묻어난다.
조직은 커지는데 고위직 승진 문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국장급 간부들의 속내가 특히 복잡해졌다는 전언이다.
4일 관가에 따르면 지난 2일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공정위 상임위원으로 임명되면서 한동안 관심을 모았던 인선도 마무리됐다.
이번에 채워진 자리는 지난 4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새롭게 늘어난 자리다. 인선이 지연되면서 누가 이 자리를 차지할지를 두고 내부의 관심이 높아졌던 상황이다. 외부 출신 상임위원이 임명된 것은 2009년 장용석 전 위원 이후 17년 만이다.
외부 전문가 영입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다. 김 위원은 금융정책 분야에서 약 30년간 연구 경력을 쌓았으며, 경제학과 법학 박사 학위를 모두 갖춘 인물이다. 생산적·포용금융과 금융기본권은 물론 빅테크·핀테크,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등 금융산업의 새로운 쟁점도 꾸준히 연구해 왔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수립 과정에도 폭넓게 참여했다. 지난해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에서 국정과제 마련에 힘을 보탰고 올해는 금융위원회와 기획예산처, 공정위의 주요 정책 자문기구에 잇달아 참여했다. 이런 이력을 고려하면 경제적 약자 보호와 공정한 시장질서를 강조하는 ‘주병기호’ 공정위의 정책 추진에도 힘을 보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김 위원의 전문성이 향후 복잡한 금융 사건을 처리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 플랫폼 기업과 가상자산 거래소 간 기업결합 심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앞서 국고채 입찰 담합 사건에서도 공정위가 금융시장의 특수성과 업계 관행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제기된 바 있다.
다만 김 위원이 이제 막 합류한 만큼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역할을 기대하기보다는,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와 법률적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이번 인사를 위원회 구성의 다양성을 높이려는 시도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비상임위원을 상임위원으로 전환해 외부의 시각을 심결에 적극 반영하고 사건 처리에 대한 책임도 강화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아예 외부 전문가에게 상임위원 자리를 맡기면서 그 구상을 한 단계 더 밀어붙인 셈”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실전이다. 상임위원은 단순히 전문적인 의견을 보태는 자리가 아니다. 개별 사건의 주심을 맡아 방대한 기록을 검토하고 심의를 이끌어야 한다.
금융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더라도 공정위 특유의 조사·심결 업무는 낯설 수 있다. 보좌 인력이 뒷받침하더라도 사건의 쟁점을 파악하고 최종 판단을 내리는 일까지 대신해줄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상임위원 자리를 늘린 데는 밀려드는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공정위의 몸집이 커지면서 업무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새 상임위원이 실무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사건 처리의 병목을 해소하려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내부 직원들로서는 모처럼 늘어난 고위직 자리 하나를 외부에 내줬다는 점이 씁쓸할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지난 1일 법정 조직 정원이 1052명으로 확대됐지만 국장급 간부들이 올라갈 수 있는 자리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번 인사로 기대했던 후속 인사이동도 어려워지면서 조직 확대에도 인사 적체에 대한 고민은 여전한 상황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결국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퇴직 시기를 고민해야 하는 국장급 간부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라며 “겉으로는 명예로운 용퇴지만 실상은 후배들의 눈치를 보며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의 나이도 공정위 내부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1963년 12월생으로 올해 만 62세인 김 위원은 합류와 동시에 공정위 상임위원들의 ‘맏형’이 됐다. 일반직 공무원이라면 이미 정년을 넘겼지만 공정위 상임위원은 임기제공무원으로 분류돼 60세 정년 제한을 받지 않는다.
관가 일각에서는 외부 전문가의 경륜을 활용한다는 취지와 별개로, 상임위원 자리가 정년 제한 없이 외부 인사를 고위직에 임명하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y2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