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연속 인상 전망 빠르게 후퇴
글로벌 증권사 “12월 한 차례 추가”
카시카리 “올해 1번·내년 1번 예상”
강한 경제 지속 땐 추가 인상 가능성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를 둘러싼 시장의 질문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9월 3년2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재개한 직후만 해도 관심은 ‘10월에도 연속으로 올릴 것인가’에 쏠렸다. 하지만 연준 핵심 인사들이 잇달아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이달 추가 인상 전망은 빠르게 후퇴했다.
대신 시장의 시선은 긴축의 ‘속도’에서 ‘높이’로 이동하고 있다. 10월 한 차례 쉬어가더라도 미국 경제가 높은 금리를 예상보다 잘 견디고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는다면 연준이 이번 긴축 사이클에서 당초 예상보다 더 높은 수준까지 금리를 끌어올려야 할 수 있어서다.
지난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증권사들은 연준이 오는 27~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12월 한 차례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50~3.75%에서 3.75~4.00%로 0.25%포인트 올렸다. 2023년 7월 이후 3년2개월 만의 인상이었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도 연내 한 차례 추가 인상을 가리켰다. 이란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물가 압력이 다시 커지자 금융시장은 연준의 전망보다 한발 더 나갔다. 9월에 이어 10월에도 금리를 올리는 ‘연속 인상’ 가능성을 빠르게 가격에 반영했다.
하지만 연준은 시장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달 29일 “현재의 통화정책 설정을 변경하는 데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뉴욕 연은 총재는 연준의 금리 결정기구인 FOMC 부의장을 겸한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도 지난 1일 “향후 정책 조정은 데이터의 추세와 변화하는 전망, 위험의 균형을 면밀하게 살펴 결정해야 한다”며 판단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준의 핵심 인사 두 명이 연이어 같은 메시지를 내놓자 시장은 10월 연속 인상 전망을 빠르게 되돌렸다.
미국 투자은행 에버코어 산하의 리서치기관 에버코어ISI는 “제퍼슨 부의장이 윌리엄스 총재의 메시지를 확인했다”며 “연준이 10월 회의에서 연속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으며 변화하는 경제 상황을 검토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미국 거시경제 전문 리서치 기관인 SGH매크로의 팀 듀이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윌리엄스 총재가 이례적으로 명확한 메시지를 내놓은 데 대해 “시장 가격에 반영된 금리 인상 전망이 연준에서 너무 멀리 달아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속도는 늦추지만 ‘금리 천장’은 더 높아질 수도
10월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해서 연준의 긴축 의지까지 약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연준 내부에서는 ‘당장 올릴 필요는 없지만, 금리를 어디까지 올려야 하는지는 아직 모른다’는 메시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의 발언이 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카시카리 총재는 지난 1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10월 인상 여부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며 “강한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10월 인상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전망에는 올해 한 차례와 다음해 한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10월에 한 번 쉬어가는 것과 긴축 사이클이 끝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얘기다.
더 주목되는 것은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다. 카시카리 총재는 9월 FOMC 이후 미국 경제가 자신의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회복력을 보이고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내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끈적하다면 정책금리는 현재 예상하는 것보다 더 높아져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기준금리가 경제를 충분히 억누르고 있는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강한 고용과 경제성장세를 근거로 현재 통화정책이 “특별히 제약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 입장에서는 중요한 대목이다. 기준금리를 3.75~4.00%까지 끌어올렸는데도 소비와 고용, 투자가 좀처럼 식지 않는다면 지금의 금리가 생각만큼 높은 수준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의 목적은 금리 자체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높은 금리를 통해 수요를 억제하고 물가를 낮추는 데 있다. 경제가 높은 금리를 예상보다 잘 견뎌낸다면 같은 긴축 효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금리 수준 역시 높아질 수 있다.
최근 경제지표는 이런 고민을 키우고 있다.
8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물가 압력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단기적으로 연준이 금리를 서둘러 올려야 할 이유는 줄었다.
반면 성장 지표는 예상보다 강했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는 전기 대비 연율 2.2%로 종전 1.5%에서 0.7%포인트 상향됐다. 개인소비 증가율도 3.4%에서 3.8%로 높아졌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기업투자 역시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높은 금리가 경제를 빠르게 냉각시킬 것이라는 기존 예상과 다른 흐름이다.
제퍼슨 부의장도 인플레이션이 향후 연준의 목표인 2%를 향해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물가 전망의 위험은 “상방으로 기울어 있다”고 평가했다. 지정학적 충격과 함께 예상보다 강한 총수요를 이유로 꼽았다.
연준의 딜레마도 여기에 있다.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10월에 곧바로 금리를 다시 올릴 필요성은 떨어졌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기 때문에 긴축을 끝냈다고 선언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경제의 금리 감내력이 예상보다 높다면 최종적으로 필요한 금리 수준, 이른바 ‘최종금리(terminal rate)’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의 관심이 ‘10월이냐 12월이냐’에서 ‘금리가 결국 어디까지 갈 것이냐’로 이동하는 이유다.
현재로서는 지난달 인상에 이어 이달 동결, 오는 12월 추가 인상이 가장 유력한 경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긴축의 종착점이라는 보장은 없다.
카시카리 총재는 이미 다음해 한 차례 추가 인상을 자신의 기본 전망에 넣어두고 있다. 여기에 성장과 고용이 계속 강하고 인플레이션까지 예상보다 끈적하게 남는다면 그가 언급한 것처럼 금리는 “현재 예상하는 것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경기와 고용이 빠르게 둔화한다면 연준은 추가 인상을 멈출 수 있다. 연준이 10월 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도 이 같은 불확실성을 확인할 시간을 벌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편, 고용은 연준에 잠시 숨고르기를 할 여유를 준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발표한 9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2만9000명 증가로, 시장 예상치(8만4000명 증가)를 크게 밑돌았다. 7∼8월 미 고용지표도 하향 수정되며 고용 시장에 둔화 흐름이 엿보였다. 지난달의 실업률은 4.2%로 소폭 상승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자산관리 서비스 업체 오사이크의 수석 시장 전략가 필 블랑카토는 “노동 관점에서 시장이 정확히 원했던 수치”라며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지나치게 좋지도, 약화하지도 않은 수치”라고 평가했다.
예상보다 부진한 고용 지표에 연준이 이달 FOMC에서는 ‘쉬어 갈’ 확률이 더 높아졌다. 시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전날 75.6%에서 이날 오후 77.9%로 높게 잡았다.
그러나 연준이 보내는 신호를 종합하면 ‘속도 조절’과 ‘긴축 종료’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10월 한 차례 금리를 동결하는 것은 9월 인상의 효과와 추가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한 시간 확보에 가깝다.
그 사이 미국 경제가 계속 높은 금리를 버틴다면 연준에는 더 까다로운 문제가 남는다. 다음 인상을 한 달 미룰지가 아니라, 경제를 실제로 식히기 위해 금리를 최종적으로 얼마나 더 높여야 하는지가 다음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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