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안 베일 가려진 미 캠프 그리브스 기지… 이제 곤돌라로 언제든 간다
50여년간 아무나 갈 수 없던 곳이었다. 서늘한 긴장감이 스며 나오던 최전선 미군기지는 이제 봉인을 풀고 낯선 이들을 향해 품을 내어주고 있다. 칼날 같은 긴장감이 흐르던 강물 위로 곤돌라가 가로지르며 단절의 거리를 단숨에 좁힌다. 날 선 기억을 품은 막사들은 무용담을 간직한 노병처럼 세월의 흔적을 안고 있지만, 표정만큼은 한결 너그러웠다.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은 분단의 그늘은 ‘캠프 그리브스’의 서사를 한층 더 극적으로 벼려내는 배경이다. 임진각 평화 곤돌라, 단절의 강을 건너다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2㎞ 떨어진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 민간인의 발길이 오래도록 허락되지 않았던 이 땅에는 정전협정 직후인 1953년부터 2004년까지 미 육군 보병 제2사단 506연대가 주둔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배경이 된 바로 그 부대다. 2004년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에 따라 기지는 문을 닫았고, 전방 방어선은 한국군이 넘겨받았다
2026.09.01 11:50
파주에서 누리는 여유로운 캠핑생활…“몸만 오세요”
자유로 끝자락, 붉게 물든 임진강 물결을 따라 철책선 너머로 서늘한 바람이 스쳐 간다.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민간인통제선(민통선)에 닿는 이곳. 엄숙한 안보 관광의 무게를 짊어졌던 공간은 이제 주말마다 가족과 연인의 온기로 채워지는 체류형 휴식처로 거듭났다. 손끝에 닿을 듯 가까운 분단의 문턱에서 마주하는 일상의 평화이기에, 그 온기는 더욱 짙고 다정하게 다가온다. 긴장의 철책 너머 피어난 12만명의 쉼터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평화누리캠핑장은 2023년 경기관광공사 직영 체제로 전환된 이후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지난해 한 해에만 약 12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수도권 대표 캠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캠핑장은 9월 공간을 대폭 확장한 ‘카라반 스위트존’을 새롭게 선보이며 또 한 번의 진화를 예고한다. 새로 문을 여는 스위트존은 총 6동 한정으로 운영되며, 규격부터 기존 카라반과 확연히 차별화된다. 기존 카라반 사이트가 8×8m 또는 8×10m 규모였던 데 비해 스위트존은 8×12m로
2026.09.01 11:13
“몸만 오세요”…‘한정판’ 카라반에서 즐기는 여유 [트래블ON]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자유로 끝자락, 붉게 물든 임진강 물결을 따라 철책선 너머로 서늘한 바람이 스쳐 간다.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민간인통제선(민통선)에 닿는 이곳. 엄숙한 안보 관광의 무게를 짊어졌던 공간은 이제 주말마다 가족과 연인의 온기로 채워지는 체류형 휴식처로 거듭났다. 손끝에 닿을 듯 가까운 분단의 문턱에서 마주하는 일상의 평화이기에, 그 온기는 더욱 짙고 다정하게 다가온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평화누리캠핑장은 2023년 경기관광공사 직영 체제로 전환된 이후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지난해 한 해에만 약 12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수도권 대표 캠핑 명소로 자리 잡았다. 캠핑장은 9월 공간을 대폭 확장한 ‘카라반 스위트존’을 새롭게 선보이며 또 한 번의 진화를 예고한다. 새로 문을 여는 스위트존은 총 6동 한정으로 운영되며, 규격부터 기존 카라반과 확연히 차별화된다. 기존 카라반 사이트가 8×8m 또는 8×10m 규모였던 데 비해 스위트존은 8×12m로 면적을 넓혔
2026.08.31 11:02
50년간 베일에 싸였던 미군기지…이젠 곤돌라 타고 언제든 간다 [트래블ON]
[헤럴드경제(파주)=김명상 기자] 50여년간 아무나 갈 수 없던 곳이었다. 서늘한 긴장감이 스며 나오던 최전선 미군기지는 이제 봉인을 풀고 낯선 이들을 향해 품을 내어주고 있다. 칼날 같은 긴장감이 흐르던 강물 위로 곤돌라가 가로지르며 단절의 거리를 단숨에 좁힌다. 날 선 기억을 품은 막사들은 무용담을 간직한 노병처럼 세월의 흔적을 안고 있지만, 표정만큼은 한결 너그러웠다.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은 분단의 그늘은 ‘캠프 그리브스’의 서사를 한층 더 극적으로 벼려내는 배경이다.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2㎞ 떨어진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 민간인의 발길이 오래도록 허락되지 않았던 이 땅에는 정전협정 직후인 1953년부터 2004년까지 미 육군 보병 제2사단 506연대가 주둔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배경이 된 바로 그 부대다. 2004년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에 따라 기지는 문을 닫았고, 전방 방어선은 한국군이 넘겨받았다. 20
2026.08.31 10:22
단종 청령포, 폐광지 운탄고도…소멸의 땅에 부는 ‘새 숨결’
한 시대의 끝을 고하며 멈춰 선 자리에 다시 온기가 차오른다. 청령포에서는 열일곱 어린 임금의 시간이 멎었고, 운탄고도에서는 석탄 트럭의 굉음이 끊겼으며, 사북 막장에서는 광부들의 곡괭이질 소리가 잦아들었다. 존재가 사라졌어도 기억까지 지워지지는 않았다. 멈춘 시간의 틈새를 비집고 새로운 숨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소멸의 땅에 새로운 활력이 움트는 역설은 지금, 강원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강을 건너야 닿는 슬픔, 청령포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속 단종의 비운이 서린 청령포는 여전히 인파로 북적인다. 영화가 상영을 끝내 청령포의 인기도 식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청령포 인근 상점 직원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방문객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리조트 관계자 역시 “영월의 주요 식당마다 긴 대기 줄이 늘어선 광경은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모습”이라고 말했다. 청령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서강(西江)을 건너는 시간은 2분 남짓. 삼면을 두른 강물과
2026.08.25 11:35
단종의 청령포부터 폐광·리조트까지…소멸의 땅에 스민 ‘새 숨’ [트래블ON]
[헤럴드경제(정선)=김명상 기자] 한 시대의 끝을 고하며 멈춰 선 자리에 다시 온기가 차오른다. 청령포에서는 열일곱 어린 임금의 시간이 멎었고, 운탄고도에서는 석탄 트럭의 굉음이 끊겼으며, 사북 막장에서는 광부들의 곡괭이질 소리가 잦아들었다. 존재가 사라졌어도 기억까지 지워지지는 않았다. 멈춘 시간의 틈새를 비집고 새로운 숨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소멸의 땅에 새로운 활력이 움트는 역설은 지금, 강원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속 단종의 비운이 서린 청령포는 여전히 인파로 북적인다. 영화가 상영을 끝내 청령포의 인기도 식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청령포 인근 상점 직원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방문객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리조트 관계자 역시 “영월의 주요 식당마다 긴 대기 줄이 늘어선 광경은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모습”이라고 말했다. 청령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서강(西江)을 건너는 시간은 2분 남짓. 삼면을 두른 강물
2026.08.24 08:50
전쟁의 아픔·재생의 희망 동시에 품은 그 섬, 사이판
열매를 잃고 초라해진 야자수와 폐허로 남은 일본군 벙커. 하나는 4월 슈퍼태풍 ‘신라쿠’가 할퀴고 간 상처이고, 다른 하나는 82년 전 태평양전쟁이 남긴 잔재다.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어 두 재난은 사이판에서 공존하고 있다. 다른 점은 명확하다. 태풍에 꺾인 자연은 스스로 새순을 밀어 올리며 회복을 시작했지만, 일본의 야욕이 산산이 부서진 역사의 현장은 82년 전 그 순간에 멈춰 선 채 그대로 굳어 있다. 비행시간 4시간 반, 시차 1시간. ‘가장 가까운 미국’인 사이판은 ‘회복하는 자연과, 회복을 거부당한 역사’라는 두 가지 결을 가지고 여행객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태풍에 파괴된 자연, 스스로 살아난다 슈퍼태풍 신라쿠는 4월 사이판을 관통했다. 당시 최대 풍속이 시속 210㎞에 달했던 이 태풍은 660여 개의 전신주를 부러뜨리며 약 1만5600가구를 정전 속에서 고통받게 했다. 두 달 뒤인 7월, 슈퍼태풍 ‘바비’가 로타섬에 상륙하며 사이판에도 시속 161㎞를 넘는 돌풍을 몰고
2026.08.18 11:39
“위기를 기회로”…태풍이 바꾼 ‘사이판 여행 지도’
태풍이 휩쓸고 간 사이판은 심각한 피해를 봤지만, 역설적으로 관광 생태계의 내실을 다지는 전환점을 맞기도 했다. 섬 관광의 상징이던 마나가하가 회복을 위해 일시적으로 빗장을 잠그면서, 그간 개발에서 소외됐던 동부 해안과 산악 지대의 원시적 풍경이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인파가 빠져나간 해변과 숲은 사이판이 지닌 원시 자연의 가치를 웅변했다. 번잡함에서 벗어나 한적한 여유를 온전히 누리고자 하는 여행자에게 지금의 사이판은 확실한 안식처로서 ‘당장 가야 할 곳’이 되고 있다. ▶닫힌 마나가하, 이스트베이가 대안으로=사이판의 보석’이자 해양 액티비티의 천국으로 불리던 마나가하섬은 8월 초 현재까지 관광객의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섬 내 시설과 기반 시설 피해 복구는 물론, 섬 내부를 채우고 있던 대형 나무들이 태풍이 몰고 온 강풍에 무더기로 부러지면서, 이곳을 번식지로 삼던 바닷새들의 서식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된 탓이다. 마나가하섬의 부재 속에서 스노클링과 해양 액티비티를 대체할 새
2026.08.18 11:10
“위기를 기회로”…태풍이 바꾼 ‘사이판 여행 지도’ [트래블ON]
[헤럴드경제(사이판)=김명상 기자] 태풍이 휩쓸고 간 사이판은 심각한 피해를 봤지만, 역설적으로 관광 생태계의 내실을 다지는 전환점을 맞기도 했다. 섬 관광의 상징이던 마나가하가 회복을 위해 일시적으로 빗장을 잠그면서, 그간 개발에서 소외됐던 동부 해안과 산악 지대의 원시적 풍경이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인파가 빠져나간 해변과 숲은 사이판이 지닌 원시 자연의 가치를 웅변했다. 번잡함에서 벗어나 한적한 여유를 온전히 누리고자 하는 여행자에게 지금의 사이판은 확실한 안식처로서 ‘당장 가야 할 곳’이 되고 있다. ‘사이판의 보석‘이자 해양 액티비티의 천국으로 불리던 마나가하섬은 8월 초 현재까지 관광객의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섬 내 시설과 기반 시설 피해 복구는 물론, 섬 내부를 채우고 있던 대형 나무들이 태풍이 몰고 온 강풍에 무더기로 부러지면서, 이곳을 번식지로 삼던 바닷새들의 서식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된 탓이다. 마나가하섬의 부재 속에서 스노클링과 해양 액티비티를 대체할 새로
2026.08.14 11:12
전쟁의 아픔·재생의 희망 동시에 품은 그 섬, 사이판 [트래블ON]
[헤럴드경제(사이판)=김명상 기자] 열매를 잃고 초라해진 야자수와 폐허로 남은 일본군 벙커. 하나는 지난 4월 슈퍼태풍 ‘신라쿠’가 할퀴고 간 상처이고, 다른 하나는 82년 전 태평양전쟁이 남긴 잔재다.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어 두 재난은 사이판에서 공존하고 있다. 다른 점은 명확하다. 태풍에 꺾인 자연은 스스로 새순을 밀어 올리며 회복을 시작했지만, 일본의 야욕이 산산이 부서진 역사의 현장은 82년 전 그 순간에 멈춰 선 채 그대로 굳어 있다. 비행시간 4시간 반, 시차 1시간. ‘가장 가까운 미국’인 사이판은 ‘회복하는 자연과, 회복을 거부당한 역사’라는 두 가지 결을 가지고 여행객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슈퍼태풍 신라쿠는 지난 4월 사이판을 관통했다. 당시 최대 풍속이 시속 210㎞에 달했던 이 태풍은 660여 개의 전신주를 부러뜨리며 약 1만5600가구를 정전 속에서 고통받게 했다. 두 달 뒤인 7월, 슈퍼태풍 ‘바비’가 로타섬에 상륙하며 사이판에도 시속 161㎞를 넘는 돌풍
2026.08.14 1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