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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병뚜껑이 유난히 안 열리는 날이 있다. “요즘 손에 힘이 없네” 하고 웃어넘기기 쉽지만, 의사들은 이 작은 신호를 가볍게 보지 말라고 말한다. 손아귀 힘, 곧 악력에 생각보다 많은 건강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의사들은 악력 수치를 상체뿐 아니라 하체까지 아우르는 전신 근력의 간접 지표로 본다고 보도했다. 마크 피터슨 미시간대 의대 재활의학과 교수는 “팔뚝 근육 자체가 궁금해서 재는 것이 아니다”라며 “악력이 매우 약한 사람은 전신 노쇠와 쇠약 위험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측정은 간단하다. 악력계라는 휴대용 장비를 몇 초간 힘껏 쥐면 계기판에 힘이 ㎏ 단위로 표시된다. 보통 양손을 두세 차례씩 재서 가장 높은 값을 기록한다. 검사는 몇 분이면 끝나고 장비도 비싸지 않아, 소비자용은 100달러 미만에도 구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50세 남성의 악력 중앙값은 약 48㎏, 여성은 약 29㎏이다. 다만 나이와 성별, 체격에 따라 차이가 크다.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센가가 아니라 누가 유독 약한가다.

악력계 [WSJ]
악력계 [WSJ]

피터슨 교수는 악력이 혈압보다 심혈관질환을 더 잘 예측하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악력이 약한 사람은 심장질환, 제2형 당뇨병, 골다공증, 뇌졸중, 치매 위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에게서도 악력과 심혈관·대사 건강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마이클 프레더릭슨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는 악력을 “또 하나의 활력징후”라고 표현했다. 미시간대 의대가 여러 진료과에서 환자의 악력을 재는 이유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근육을 잃는다. 특히 50~60대부터 이런 현상이 뚜렷해진다. 근육량과 근력, 신체 기능이 서서히 줄어드는 근감소증이 대표적이다. 악력은 이 위험군을 가려내고, 낙상과 일상생활 장애로 이어지는 노쇠를 미리 가늠하는 데 쓰인다. 린다 프리드 컬럼비아대 메일먼 공중보건대 교수는 “악력이 약하다는 것은 신체 기능과 이동성을 잃고, 넘어지고, 노쇠해질 위험이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힘을 미리 쌓아두는 일이 중요하다. 프레더릭슨 교수는 부상이나 입원으로 근력이 떨어져도 근감소증 수준까지 곤두박질치지 않도록 여유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그 수준까지 내려가면 상황은 매우 빠르게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악력만 키우면 될까.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피터슨 교수가 3년 전 발표한 연구에서는 악력이 강한 사람의 ‘생물학적 나이’가 더 낮았지만, 프레더릭슨 교수는 악력만 따로 높인다고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악력은 BMI를 대체하는 지표가 아니라, 기존 건강지표에 정보를 하나 더해주는 도구라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아귀힘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병뚜껑을 따고 뻑뻑한 자물쇠를 돌리는 일상에는 손과 팔뚝의 힘이 필요하다. 다만 라이언 맥그래스 노스다코타주립대 부교수는 “테니스공을 반복해서 쥐는 것만으로는 전신 근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은 내려놓고 덤벨을 들어 스쿼트를 하는 편이 낫다. 악력은 그 뒤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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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92357?sec=009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