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신분증 도용·면제 사유 해당” 불복 소송
법원서 패소…“확인 의무 다 한 것으로 볼 수 없어”
1심 판결 그대로 확정… 벌금 70만원 약식명령도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보여주고 카카오 인증서를 제시한 청소년들에게 술을 판매한 음식점 사장에 대해 영업정지 2개월 처분한 것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해당 사장이 나이 확인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단독 유영화 판사는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가 관할 구청장을 상대로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을 지난달 19일 A씨 패소로 판결했다. 소송비용도 A씨가 부담하도록 했다.
시간은 지난해 10월, 밤 10시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청소년 7명에게 주류를 판매했다가 적발됐다.
당시 A씨는 청소년들의 나이 검사를 하긴 한 것으로 조사됐다. 7명의 청소년 중 1명은 성인인 자신의 형 신분증을 자신의 신분증인 것처럼 A씨에게 보여줬고, 나머지 6명은 휴대전화로 생년월일이 적힌 카카오 인증서를 제시했다.
관할 구청 측은 A씨가 청소년 7명에게 주류를 판매한 부분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내렸다.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청소년 주류제공을 이유로 각각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던 점이 고려됐다.
구청으로부터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받자 A씨는 올해 4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청소년들에게 주류를 판매하긴 했지만 이는 청소년들이 성인의 신분증을 도용했기 때문”이라며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기망(欺罔·속임) 행위가 있었으므로 행정처분 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가게 사장이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했다고 하더라도, 청소년의 신분증 위조·변조 등으로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 확인하지 못한 사정이 인정되면 행정처분이 면제된다.
아울러 A씨는 “해당 음식점이 유일한 생계유지 수단인 점을 고려하면 영업정지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불이익이 더 크다”며 “재량권을 일탈한 위법이 있다”고 호소했다.
법원서 패소, 면제사유 해당하지 않아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의 사건이 면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며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한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반행위 당시 A씨는 도용한 신분증의 나이만 확인했을 뿐 신분증의 사진과 실물을 자세히 대조하거나 신분증상 주민등록번호를 외워보게 하는 등 추가적인 본인 확인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도용한 신분증상 인물과 청소년이 동일인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가 아니라 청소년이 단순히 신분증을 도용했으나 A씨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성인으로 착각한 경우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소년보호법상 나이 확인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나머지 청소년들에 대해선 휴대전화에 저장된 생년월일이 기재된 카카오 인증서를 확인했을 뿐 역시 본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카카오 인증서는 사기업이 운영하는 인증수단에 불과하므로 이를 확인한 것만으론 나이 확인 의무를 다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량권을 일탈했다는 A씨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해당 위반 행위가 사소한 부주의나 오류로 인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며 “식품위생법은 청소년을 유해한 환경에서 보호·구제하려는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에 목적이 있으므로 이러한 공익이 A씨의 불이익보다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현재 이 판결은 확정됐다. 1심 판결에 대해 A씨가 항소하지 않았다.
한편 A씨는 이 사건으로 벌금형도 선고받았다. 지난 1월,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약식명령은 별도의 공판이 열리지 않고 제출된 서류만으로 법원이 결론을 내는 형사 절차다. 징역형이나 금고형보다 벌금형이 타당하다고 검찰이 판단한 경우 약식기소를 하면서 동시에 벌금형에 처해달라고 청구하게 된다. 법원이 약식절차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거나, 본인이나 검찰이 약식명령에 불복할 경우 정식 재판이 열릴 수도 있는데 A씨의 약식명령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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