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자영업자 상환능력 직격탄
저금리대환·소상공인 금융지원에도
신보 대위변제액 7월말 기준 1조7836억
고금리 국면 심화될수록 다중채무 부담↑
[헤럴드경제=서상혁 기자] 반도체 호황과 내수 부진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른바 ‘K자형 양극화’가 한국 경제를 덮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공급된 정책보증의 부실도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용보증기금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이 1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에 대한 일률적인 지원으로 금융 리스크를 키우기보다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등 ‘옥석 고르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9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시행된 ‘소상공인 저금리대환 위탁보증’의 누적 부실률은 올 7월말 기준으로 26.6%로 나타났다. 시행 초기인 2023년말 5.2%에서 2024년말 12.7%로 늘어나더니 2025년 22.1%로 급등했다.
소상공인 저금리대환 위탁보증은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가 보유한 연 7%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보증 상품을 말한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을 겪는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상품으로 2024년 12월 공급이 종료됐다. 총 공급액 1조6626억원 중 올 7월말 기준 보증 잔액은 1조911억원이다.
부실이 확산함에 따라 신보가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저금리대환 위탁보증 누적 대위변제액은 2023년 248억원에서 2025년 3295억원, 올 7월말 4067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위변제율은 2023년 2.2%에서 올 7월말 12.2%로 올랐다.
구상권을 청구했지만 돌려받지 못한 금액인 ‘미회수 금액은’ 같은 기간 204억원에서 2356억원으로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였던 2020년 5월부터 2021년 1월까지 공급됐던 ‘소상공인 금융지원 위탁보증’ 부실률도 상승하고 있다. 해당 보증의 누적 부실률은 지난 2022년 5.2%에서 2024년 18.2%, 올 7월말에는 19.5%로 나타났다. 총 7조4310억원이 공급됐으며 현재 보증 잔액은 2828억원이다.
누적 대위변제금액도 2022년 1831억원, 2023년 6905억원, 2024년 1조1634억원, 7월 말에는 1조3769억원으로 나타났다. 미회수 금액도 6134억원에 육박했다.
저금리대환 위탁보증과 소상공인 금융지원 위탁보증을 받은 차주 대신 신용보증기금이 갚아준 돈만 올 7월말 기준 1조7836억원에 달한다.
정책보증 부실이 확대된 시기는 자영업자의 금융 리스크를 보여주는 주요 정량 지표가 급격히 악화한 시기와도 맞물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다중채무자 중 저소득 혹은 저신용 가계 및 자영업자 차주를 의미하는 취약차주 비중은 2022년말 10.5%에서 올 1분기 12.8%로 늘었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5.91%에서 12.68%로 불었다. 전체 자영업자 연체율인 2.04%를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진 가운데, 소비 트렌드까지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 들어 반도체 호황에 따른 과실이 내수로 이어지지 않는 ‘K자 양극화’가 가속화되면서 자영업자 경영난은 더 심화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 중 제조업과 건설업 폐업률은 지난 2021년 각각 7.0%, 9.5%에서 2024년 7.0%, 9.4%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반면 숙박음식업은 16.3%에서 18.2%, 도소매업은 15.4%에서 17.5%로 비교적 큰폭 올랐다.
한은은 “상환능력 개선 지연, 금리 상승 영향 등으로 연체율이 다시 상승하거나 장기간 높은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정책보증을 통한 ‘저인망식’ 지원 보다 회생 가능성이 낮은 업체와 경쟁력을 갖춘 업체를 구분하는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일본의 경우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자영업자에게 금융지원을 이어가기보다 원활한 폐업이나 보증채무 정리를 지원한다. 프랑스는 자영업자 실업급여 제도를, 스페인은 자영업자의 사회보장 편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경제활동에서 이탈한 이들을 위한 안전망을 보완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빚 탕감 중심의 지원이 아니라 현행 정책 보증의 엄정한 심사와 회수 체계를 바로잡는 쪽으로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성훈 의원은 “정책보증으로 한 번 떠안고, 부실이 나면 대신 갚고, 이제 원금까지 탕감한다면 결국 모든 청구서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정부는 선심성 빚 탕감이 아니라 상환능력을 제대로 가려내고 정책보증의 부실·회수 관리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hyu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