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담보형 신용카드 12월께 도입 추진
카드대금 갚으면 한도 복원…반복 이용가능
대안신용평가로도 활용해 중저신용자 포용
카드사는 부실 낮추고 이용자는 신용 쌓고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취업하지 않은 대학생도 보증금만 맡기면 신용카드를 쓸 수 있다고?”
청년과 외국인 등 금융이력부족자(신파일러·Thin-Filer)가 일정 금액을 보증금으로 맡기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보증금 담보 신용카드’가 올 연말께 출시된다. 무조건적인 대출 지원과 달리 보증금이라는 안전장치로 연체 위험을 낮출 수 있어 신파일러의 제도권 금융 진입을 돕는 현실적 대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증금 담보 카드 연말 도입=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청년·외국인 등 금융이력이 부족한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 발급체계를 오는 12월 도입할 계획이다. 기존 금융정보만으로 상환 능력을 확인하기 어려울 경우 일정 금액을 보증금으로 맡기고 그 범위에서 신용카드를 이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보증금 규모와 이용한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카드업계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수렴한 뒤 세부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카드 발급 심사에는 통신요금 납부 이력과 온라인 쇼핑몰 이용 내역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도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보증금과 이용한도를 100만~200만원 수준으로 설정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보증금이 지나치게 많으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청년에게 또 다른 진입장벽이 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적으면 결제수단으로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층의 카드 이용 규모도 한도 설정의 참고 기준이 될 전망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의 ‘2024년 청년금융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의 월평균 카드대금은 147만원으로 집계됐다. 카드대금 구간별로는 ‘25만원 미만’이 50.4%로 가장 많았고, ‘100만~200만원 미만’ 16.2%, ‘50만~100만원 미만’ 11.2% 순이었다.
현행 개인 신용카드의 선불카드·선불전자지급수단·상품권 구매한도 역시 참고 기준으로 거론된다. 이들 상품은 현금화, 이른바 ‘카드깡’ 위험을 막기 위해 합산 월 100만원까지만 신용카드로 구매할 수 있다. 업계에선 이를 고려해 100만원을 기본 한도로 설정하고 카드사별 심사를 거쳐 최대 200만원까지 부여하는 방식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의 경우에는 소득 기준과 체류자격, 국내 잔여 체류기간 등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그동안 은행과 카드사들은 외국인에게 예·적금 담보 카드를 발급할 때도 체류기간 등의 조건을 까다롭게 적용해 왔다. 새 제도가 관련 문턱을 낮추면 카드사간 외국인 고객 확보 경쟁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보증금 맡겨 연체 막고 신용 쌓고”=일각에서는 보증금을 맡겨야 한다는 점에서 체크카드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체크카드는 결제 즉시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반면, 보증금 담보 신용카드는 보증금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일정 기간 신용을 공여받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예컨대 체크카드 계좌에 있는 100만원을 모두 사용하면 돈을 다시 채워 넣기 전까지 결제할 수 없다. 보증금 담보 신용카드는 카드대금을 결제일에 정상적으로 갚으면 사용한도가 다시 복원된다. 할인과 포인트 적립 등 신용카드의 부가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정상적인 신용거래 이력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대금을 제때 갚으면 정상적인 신용거래 이력이 축적돼 신용점수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동안 금융이력이 부족해 신용카드 발급이나 대출 이용에 제약을 받았던 청년과 외국인에게 일종의 ‘신용 사다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신파일러 카드 상품 다양해질까=카드사들도 제도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고객이 카드대금을 갚지 못하더라도 보증금에서 미납금을 상계할 수 있어 일반 신용카드보다 연체와 부실 위험이 작기 때문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청년층을 미래 고객으로 선점하는 동시에 국내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외국인까지 새로운 고객층으로 확보할 수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는 연체 위험을 통제할 수 있고 청년과 외국인은 신용거래 이력을 쌓을 수 있다”며 “금융회사와 소비자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부담이 쏠리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현재도 은행 예·적금을 담보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실제 이용은 제한적이다. 고객이 은행을 방문해 예금에 담보권을 설정해야 하는 데다 은행과 카드사 간 별도의 협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룹 내 은행이 없는 전업 카드사는 별도의 은행과 제휴해야 해 제도를 활용하기가 더욱 어려운 구조다.
이에 업계에선 보증금 담보 신용카드를 고객이 카드사에 직접 보증금을 맡기는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경우 전업 카드사도 별도의 은행 제휴 없이 상품을 출시할 수 있어 기존 예·적금 담보 카드의 번거로운 절차를 줄일 수 있다. 할인과 포인트 적립 등 카드사별 부가서비스를 결합한 더 다양한 상품 출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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