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경상수지 흑자 990억달러
올해 750억달러에도 못 미칠 듯
기준금리 총 ‘4회 인하’ 전망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전년 대비 240억달러 넘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과 금리 인하가 5월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경기도 평택항 내 기아자동차 수출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 [헤럴드DB]](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8/news-p.v1.20250327.6cab4947d37345a4a0dfc583977f681c_P1.jpg)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관세전쟁 여파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240억달러 넘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지난해 성장률의 95%가 순수출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대규모 흑자 축소는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에 치명적이다.
통화당국 제1 목표인 물가가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에서 성장률 후퇴가 점쳐지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 ‘강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올해 2.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18일 한은 4월 경제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기존 전망치였던 750억달러보다 더 낮을 예정이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990억4000만달러로 역대 두 번째로 큰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사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240억달러 넘게 감소하는 것이다.
무역에서 문제가 생기면 성장률도 그만큼 낮아진다. 국내총생산(GDP)은 결국 내수(소비+투자)와 순수출(수출-수입)의 합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성장률은 2.0%였는데, 이 중 1.9%포인트가 순수출에서 나왔다. 내수의 성장 기여율이 5%에 불과했다.
5월 발표되는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사실상 예고된 셈이다. 다수 기관에서는 1%대 초반을 예측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간스탠리는 지난 16일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1.0%로 하향 조정했다.
통화당국이 제시하는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면 금리도 함께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성장 쇼크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막을 변수는 인플레이션 정도인데 현재 물가는 당국 목표치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경로로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근방에서 등락했고, 근원물가 상승률은 1%대 후반 수준에서 안정된 흐름을 지속했다. 하반기에는 경기둔화와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커지면서 소폭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1%대 중후반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경기 하방압력 증대, 유가 하락 등의 하방요인이 높아진 환율 수준 등 상방요인으로 일부 상쇄되면서 2월 전망(1.9%)에 대체로 부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변동성이 커지긴 했지만 환율의 방향성이 일단 아래인 점도 금리 인하 개연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7.8원 내린 1418.9원으로 집계됐다. 주간종가 기준으로 비상계엄 이틀 후인 작년 12월 5일(1415.10) 이후 최저다.
경제위기가 심화하면 미국 금리 인하 여부와 별개로 통화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신호도 있다. 미국보다 금리가 이미 상당히 낮은 상황이지만, 성장률 위기가 너무 심각하면 선제적 인하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 기계적으로 금리차를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없다”며 “2023년 넘어서는 미국 금리정책과 상당폭 디커플링해서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금리 인하가 늦어지면 한국도 금리를 낮추는 데도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나라의 경기 상황을 볼 것이고 기계적으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미 세계 각국은 미국 금리 정책에 탈동조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17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벌써 6차례 연속 정책금리 인하다. 이에 ECB 통화정책 기준인 예금금리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4.25∼4.50%)의 격차는 2.00∼2.25%포인트로 벌어졌다.
유럽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내리는 이유도 관세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경제성장에 하방 위험이 커졌다”며 관세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수출을 위축해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이에 연내 기준금리 인하 폭이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올해 초까지만 해도 총 2~3회 전망이 많았고 한은에서도 이에 공감했으나, 이젠 2월 인하를 포함해 총 4회 전망이 우세하다. 2.0%까지 기준금리가 내려간다는 것이다.
영국의 리서치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한국은행이 현재 연 2.75% 수준인 기준금리를 올해 말까지 2.00%로 0.7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도 한은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2.0%까지 내릴 것이라고 봤다.

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