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원 유안타증권 글로벌자산배분본부장
AI 사이클 적어도 2030년까지 이어질 것
한국 증시, 반도체 비중 쉽게 줄이면 안 돼
향후 4~5년 미국·한국·대만 투자 주목
[헤럴드경제=홍태화·송하준 기자] 유동원 유안타증권 글로벌자산배분본부 본부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인공지능(AI) 관련주를 단기 고점 우려만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AI 산업 확산과 생산성 향상이 적어도 2030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4~5년간 미국과 한국, 대만 증시를 중심으로 장기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유 본부장은 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헤럴드머니페스타 2026’의 ‘글로벌 증시의 새로운 기회와 유망 섹터 전망’ 강연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지금 팔았다가 2~3년 뒤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 생길 수 있다”며 “AI 사이클의 고점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판단 아래 관련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증시에서는 반도체 비중을 지나치게 줄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이외 업종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더라도 반도체를 얼마나 덜 가져갈지를 고민해야지, 반도체를 버리고 다른 업종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한국 산업 가운데 부채비율이 낮고 성장성이 높으면서 미국 소비와 연결돼 있고 수출 규모가 가장 큰 산업이 반도체”라고 말했다.
AI 거품론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유 본부장은 “AI 거품론이 벌써 2년째 나오고 있지만 새로운 산업은 현재 시점에서 언제가 거품의 정점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과거 인터넷 사이클을 보면 주가가 하락한 뒤 6~9개월 안에 이전 고점을 탈환한다면 해당 사이클이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1990년 10월부터 2000년 3월까지 인터넷 사이클에서 나스닥지수는 1489% 상승했다. 반면 챗GPT(ChatGPT) 등장 이후 AI 사이클의 상승률은 자료 작성 시점 기준 164%다. 현재 AI 서버 도입률은 약 14%로 추산됐다.
유 본부장은 “인터넷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데 약 30년이 걸렸지만 AI는 훨씬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적어도 2030년까지는 AI 사이클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향후 2년간은 AI 도입 효과가 기업 실적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는 단계를 넘어 신규 매출을 창출하면서 생산성 향상이 이익 증가로 연결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투자처로는 미국과 한국, 대만을 제시했다. 유 본부장은 “AI로 생산성 증가율이 임금 상승률보다 높아지는 만큼 채권보다 주식 비중을 높여야 한다”며 “앞으로 4~5년은 미국과 한국, 대만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구간”이라고 강조했다. 유안타증권의 국가별 포트폴리오는 미국 75%, 한국 13%, 대만 10%, 중국 2%로 구성됐다.
대표 투자 지수로는 나스닥100과 코스피, 대만 가권지수를 꼽았다. 그는 “AI 사이클이 높은 복리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면 단기적인 매매보다 해당 사이클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며 “AI 관련 업종 가운데 메모리반도체와 반도체 광학, 전력 등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 종목을 고르기 어렵다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100 ETF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장기 투자의 핵심 기준으로는 생산성과 펀더멘털을 제시했다. 유 본부장은 “글로벌 투자의 키워드는 생산성”이라며 “장기적으로 성장성을 유지하면서 생산성이 계속 높아지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 사고팔지를 고민하기보다 해당 기업이 얼마나 장기적으로 미래를 만들어갈지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낫다”며 “팔아야 할 때는 펀더멘털 스토리가 사라졌을 때”라고 강조했다. 과거 한국 증시에서 삼성전자에서 SK하이닉스로 시장의 관심이 이동한 것도 HBM 시장의 경쟁력 변화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성장 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기업을 사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그는 “한국에 투자한다면 철저하게 기업의 부채비율을 보면서 투자해야 한다”며 “부채비율이 낮은 기업이 투자를 잘하면 그것이 이익 증가와 투자자의 수익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증시의 상승 추세를 훼손할 경기침체 가능성은 당분간 낮다고 봤다. 유 본부장은 “앞으로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인플레이션이 2~3% 수준에서 유지되는지 여부와 향후 1~2년 안에 경기침체가 오는지 여부”라며 “적어도 향후 1~2년 안에는 한국에 경기침체가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미국은 그 가능성이 더욱 낮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이고 경기침체가 오지 않는다면 금리 수준과 관계없이 적극적인 주식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며 “지금은 생산성 증가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투자는 장기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지, 샀다 팔았다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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