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7회> 붉은 태양을 따라서 (26)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방긋 웃어라 입 속을 보자.’
원래 사랑은 눈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겨우 열여덟 살에 불과했던 이몽룡도 사랑의 비결을 진작 깨닫고 춘향이를 눈앞에서 뱅뱅 돌리며 앞태를 보고, 뒤태도 보고… 하다못해 웃는 입 속까지 들여다보질 않았던가.
아무리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 유호성은 철저히 몸에 밴 한량기질을 발휘하고 있었다. 속곳도 없이, 적삼도 없이 뽀얀 어깨를 드러낸 꽃님이를 그는 결코 단숨에 취하려 들지 않았다. 마치 배부른 고양이가 생쥐 놀리듯 앞발로 톡, 꼬리로 톡톡! 건드리다가 한입에 삼키려는 것처럼 겁을 주기도 하고, 살살 침을 바르기도 하고… 누가 보더라도 유호성은 배부른 고양이, 꽃님이는 벌벌 떠는 생쥐였다.
“대감, 언제까지 이러고 계실 건가요?”
참다못해 꽃님이가 앙탈이라도 부리면,
“흐미, 귀여운 것. 아직 귀밑에 솜털이 보송보송하구나. 아직 껍질도 벗기지 않은 수밀도 같단 말이야.”
“그럼 어서 껍질을 벗기세요.”
“흐이고, 아무리 말랑말랑한 복숭아라지만 껍질은 까실거리거든? 조심하지 않으면 온 몸에 복숭아털이 박힌단 말이다.”
“아이 참, 오빠!”
몸이 달아오르긴 생쥐나 고양이나 매일반이었다. 아무리 대감놀이를 하는 중이라지만 몸이 먼저 달아올랐기 때문인지 꽃님이는 손톱을 세워 유호성의 가슴팍을 간질이기 시작했다. 유호성은 그제야 냉수를 한 컵 들이켜고는 여태껏 등에 매달려 덜렁거리던 호박끈 갓을 벗어 내팽개쳤다.
“그럼 이리 와서 내 품에 안겨라.”
말은 이렇게 했지만 마음이 급한 쪽은 유호성이었다. 그는 쥐꼬리처럼 늘어진 치마끈을 당기기 위해 무릎걸음으로 그녀에게 먼저 다가갔다. 한복치마란 것이 끈을 당기기만 하면 제풀에 훨훨 벗겨지게 마련이었으니 급한 놈의 속을 달래주기엔 제격이었다.
“오빠, 잠깐만! 약속 하나만 먼저 해주세요.”
이제 막 치마끈을 낚아채려는데 꽃님이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또 뭐야? 무슨 약속?”
“내일 아침까지 나하고만 함께 있겠다는 약속! 새벽에 귀요미가 찾아와서 아무리 사정해도 절대 문 열어주기 있기? 없기?”
“없기!”
이 대목에서 “있기!”하고 주접을 떠는 작자가 몇이나 될까? 그는 급한 김에 대충 대답하고 나서 드디어 그녀의 치마끈을 낚아채기에 성공했다. 치마는 거의 두 겹으로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녀도 유호성이 치마 벗기는 거사에 동참하기 위해 엉덩이를 슬쩍 들어주었다. 그러자 훌렁 벗겨진 치마 속에는…
“아… 아무 것도 걸치지 않…았군.”
이를테면 언더웨어를 입지 않은 알몸이 드러났던 것이고, 유호성은 제풀에 놀라 뒤로 잦혀진 것인데… 꽃님이는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조건을 제시하고 있었다.
“앞으로 나만 사랑하는 거지? 오빠? 다른 여자는 거들떠봐서도 안 돼!”
다른 여자… 마침 그 순간, 다른 여자임에 분명한 강유리는 유호성의 반경 100미터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정확하게 요정의 위치를 찍어준 결과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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