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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3년 잠복 SKT 해킹, 사이버 안보가 이토록 허술했다니
SK텔레콤 해킹 사태가 국가 전체의 통신·보안 체계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심각한 위기로 번지고 있다. 민관 합동조사단이 19일 발표한 2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커는 2022년 6월부터 무려 3년 가까이 SKT 서버에 잠입해 있었고, 유심정보 9.82GB(2695만여 건) 유출과 함께 개인정보 노출 가능성도 제기됐다. 사실상 SKT과 그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가입자 전체가 피해자가 된 셈이다. 조사단에 따르면 감염된 서버는 기존 5대에서 23대로 늘었고, 이 중 2대는 고객 이름·생년월일·전화번호·이메일 등 개인정보를 임시 저장하던 서버였다.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도 포함돼 있어 휴대전화 복제, 위치 추적, 금융사기 등 2차 피해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로그가 아예 남아 있지 않은 기간도 2년에 달해 실제 피해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상태다. 전문가들이 “국가 통신망에 사이버전의 지뢰가 묻혀 있었다”고 한 게 틀린 말이 아니다. 이번 침입에는 고도화된 백도어 악성코드인
2025-05-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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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빚투’에 토허제 해제 여파까지, 가계 대출 급증 불안한 신호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이달 들어 보름 만에 3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나란히 불어 월간 증가 폭은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규모다. 2월 서울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본격적으로 반영됐고, 금리 인하로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안이하게 넘겨선 안된다. 무엇보다 대출금리 하락이 결정적이었다. 코픽스(COFIX)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2.7%까지 떨어지며 2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KB국민은행 신용대출 금리도 3.57~4.57%로 3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리 부담이 줄자 대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실제 주담대는 지난달 말보다 1조7000억원 넘게, 신용대출은 1조원 이상 증가했는데 5월 초 연휴로 은행 영업일이 8일에 불과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증가세다. 2월 토지거래허가제가 일부 지역에서 해제되며 매수세가 뒤늦
2025-05-1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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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령층 생계형 창업 급증…주택연금 활성화 나서야
고령층의 자영업 진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자영업자는 210만명으로, 2015년보다 70만명 증가했다. 오는 2032년에는 248만명, 전체 취업자의 9%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은퇴 이후 생계를 잇기 위한 창업이 급증하고 있다는 뜻이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23.2%(무급 가족 종사자 포함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6.6%를 크게 웃돈다. 고령 자영업자가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며 2015년 142만 명이던 고령 자영업자가 지난해 210만 명까지 불었다. 앞으로 2차 베이비붐 세대(1964∼74년생)까지 은퇴 대열에 합류하면 자영업자는 더 늘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의 창업이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작되는 ‘생계형 창업’이라는 점이다. 통계에 따르면 60대 자영업자의 연 평균 매출은 3000만원, 70대는 2000만원으로 40대(4600만원)의 절
2025-05-1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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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0%대 성장’에 제조업 고용 비상, 근본 개혁 시급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다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석 달 전 1.6%에서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의 평균 눈높이와 엇비슷하지만 정부 산하 기관이 처음으로 0%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작지 않다.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KDI는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가 수출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정국 혼란이 소비와 투자를 짓눌렀다고 분석했다. 특히 관세 충격이 성장률을 0.5%포인트 깎았고, 내수부진도 0.3%포인트 끌어내렸다. 수출은 연간 기준 0.4% 감소, 건설투자는 -4.2%로 2년 연속 역성장, 민간소비 증가율은 1.1%로 전망했다. 사실상 내수, 수출, 투자가 모두 얼어붙었다는 말이다. 관세 영향이 더 커지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질 수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한 고용 악화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질 좋은 일자리의 핵심인 제조업 취
2025-05-1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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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복합위기 재정 균형점 찾아야”…‘퍼주기’ 공약경쟁 경고
고령화, 저성장, 대외불확실성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한국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재정 관리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제언이 나왔다. 경기가 나쁠 때마다 무조건 재정을 투입하기보다는, 단기적 시급성과 장기적 건전성을 고려한 적정 규모의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수백조원의 선심성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들이 새겨들어야 할 지적이다. 이태석 KDI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경제의 복합위기 속에서 재정이 지속 가능하려면 ‘한국형 재정관리 제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인구와 성장률 전망을 반영한 ‘적정 지출 증가율’ 기준을 도입하고, 위기 시엔 한시적으로 재정 규칙을 유연하게 조정할 예외 조항을 두자는 것이다. 정부와 분리된 독립 재정평가원 설립, 정기적 재정 투명성 보고서 발간 등 감시 체계도 제안했다. 미래세대 부담까지 고려한 중장기 전략의 틀 안에서 재정이 운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일할 인구
2025-05-1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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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AI역량 강화”, 대선후보들은 경제계 100대 제언 응답하라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5단체가 11일 차기 정부가 역점 추진해야 할 100대 과제를 공동 제안했다. 성장 촉진 동력으로는 국가 차원의 인공지능(AI) 역량 강화가 가장 먼저 꼽혔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미래 먹거리가 부재한 상황에서 AI를 축으로 한 신산업 전략 외에 성장엔진을 되살릴 방법이 없다는 절박한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향후 3~4년이 AI 강국으로 도약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경고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경제5단체가 대선을 앞두고 공동으로 정책 제언집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저성장·고령화, 보호무역주의 확산, AI·기술혁명이라는 격랑 속에서 한국 경제가 점점 생기를 잃고 있다”며, 이번 대선이 ‘한국 경제라는 나무’를 다시 키울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AI를 제1과제로 내세운 것은 위기의식을 보여준다. 에너지·데이터·인재가 뒷받침되는 AI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기존의 제한적 규제 완화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규제 메가 샌드박스’
2025-05-1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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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 안보 연대’ 택한 美-英 협상…시사점 크다
미국과 영국이 자동차, 철강, 농산물 등을 둘러싼 첫 양자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 전통적인 자유무역협정(FTA) 형식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관세 인하와 시장 개방, 산업별 상호 우대 조치가 담긴 이른바 ‘경제안보 협력 프레임워크’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국이 미국의 경제 안보 체제에 편입되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고 밝혀 이번 합의를 단순한 무역 조정이 아닌 전략적 연대의 출발점으로 규정했다. 전면적 관세 정책을 시행한 뒤 미국이 개별 국가와 맺은 첫 합의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협상의 핵심은 철저한 실익 교환이다.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던 27.5%의 고율 관세를 10%로 낮추되, 연간 10만 대 수출 물량으로 제한했다. 영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매겨진 25%의 관세도 철폐됐다. 그 대신 영국은 미국산 농산물, 소고기, 에탄올, 기계류 등에 대해 5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민감한 통상 쟁점인 디지털세는 협상에서 제외됐다. 안건과 조건
2025-05-0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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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관세 불확실성에 美 금리동결, 한국도 ‘복합리스크’ 대비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연준은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을 주요 이유로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관세의 영향은 예상보다 크고,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며 금리 조정은 시기상조라고 못박았다. 이로써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로 유지됐다. 이번 금리 동결은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본격 발효한 뒤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준은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한층 더 커졌으며,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높아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이 지향해 온 ‘최대 고용’과 ‘2% 물가 안정’이라는 양대 목표를 함께 달성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율 관세가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기업의 고용 여력을 떨어뜨리는 ‘엇갈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2025-05-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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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팀코리아’ 원전 쾌거…AI·에너지안보 시대 경쟁력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오는 5월 7일 최종 계약만 남겨둔 이 사업은 26조원 규모로, 한국 해외 원전 수출로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이다. 이번 수주는 한국의 기술력, 가격 경쟁력, 시공 능력이 종합적으로 인정받은 쾌거다. 특히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 분쟁과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이의 제기 등 경쟁사들의 압박을 넘어 결국 수주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두코바니 원전은 2029년 착공에 들어가 2036년부터 차례로 가동될 예정이다. 체코는 지난해 기준 40.7%였던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50년까지 50%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외에 테멜린 원전 증설도 추진하고 있어 두코바니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따라 한국이 우선협상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무너져 가던 한국 원전 산업 생태계가 다시 세계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은 ‘팀
2025-05-0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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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GDP·세수 증가 효과”…반도체 직접 지원 검토 시급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매년 5조5000억원을 지원하면 국내총생산(GDP)이 0.33%포인트 증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덕파 고려대 교수는 반도체 지원이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을 확대해 매년 7조2000억원 이상의 GDP 증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GDP의 1% 수준인 22조원을 투입할 경우, 법인세 등 국세 수입이 매년 4조∼6조원 늘어나 5∼6년 안에 정부 지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이 실질적인 경제 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주목해야 할 점은 재정 지원이 없을 경우다. 투자 감소로 인해 GDP가 매년 0.16%포인트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투자 부진이 이어지면 연간 3조5000억원(0.16%포인트) 규모의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치명적 타격이 될 수 있다. 수출과 고용 창출 등 경제 전반에 큰 기여를 하는 산업이 뒤처지
2025-04-29 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