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투자가 석 달 만에 동시에 감소했다. 8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전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3%, 소매판매는 1.8%, 설비투자는 9.5% 줄었다. 7월 소매판매가 2.6% 감소한 데 이어 소비 부진이 이어졌고, 7월 7.5% 증가했던 설비투자도 한 달 만에 큰 폭으로 감소했다.
생산 감소는 제조업 부진의 영향이 컸다. 광공업 생산이 전월보다 4.8% 줄어든 가운데 기계장비 생산은 3.1% 늘었지만 자동차는 24.8%, 고무·플라스틱은 11.0%, 반도체는 2.2% 감소했다. 특히 자동차 생산 감소 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2월 이후 6년6개월 만에 가장 컸다. 7월 일부 완성차업체의 파업과 8월에 하계휴가가 집중된 영향이 컸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서비스업 생산이 정보통신과 전문·과학·기술업을 중심으로 0.5%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생산 전반이 일시에 위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자동차처럼 국내 제조업에서 비중이 큰 업종의 생산 차질이 전체 산업생산을 끌어내렸다는 점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자동차 산업은 수많은 부품업체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어 생산 차질이 중소 협력업체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내수의 흐름은 더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소매판매는 1.8% 줄어 7월(-2.6%)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했고, 승용차 판매는 13.6% 급감했다. 설비투자도 9.5% 줄었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 투자는 1.6% 늘었지만 선박·항공기 등 운송장비 투자가 32.8% 감소한 영향이 컸다. 여전히 내수 회복의 힘이 충분치 않아 보인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자영업자들은 손님은 줄어드는데 인건비와 임차료 등 고정비 부담은 커져 최저임금도 못번다고 호소한다. 고금리로 대출 상환 부담이 느는 것도 가계와 자영업자의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고용 사정 역시 녹록지 않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쉬었음’으로 분류된 40·50대가 67만4000명에 달했고, 15∼34세 ‘쉬었음’ 청년도 60만9000명에 이른다. 일자리가 없어 그냥 쉬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반도체 호황과 세수 증가에 들뜰 일이 아니다.
정부가 초과세수로 조성하는 미래대응기금은 이런 현실을 고려해 쓰임새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기금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만큼 이를 현금 지원으로 흐지부지 쓸 게 아니라 고용 기반을 확충하고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결국 일자리가 늘어야 가계의 소득과 소비가 살아나고 내수도 회복될 수 있다. 경제의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고 미래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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