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38회> 붉은 태양을 따라서 17
‘궁상각치우’ 혹은 ‘나너노누니’로 가락을 맞추는 가야금, 대금 소리가 랩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강남스타일’의 곡조와 기막히게 맞아떨어지자 유호성은 흥을 감추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술상을 벌이자마자 연거푸 들이마신 폭탄주 때문인지도 몰랐다. 언제부터인지 그는 물컵에 양주를 따라 벌컥벌컥 마시곤 했다.
“자, 우리 코-드라이버도 한 잔 마십시다.”
“나는 좀 천천히 마시렵니다.”
“어허! 드라이버께서 따라주는 술인데… 감히!”
“감히?”
기고만장, 가관이었다. 얼빠진 놈에게 감투를 씌워주면 능히 이런 사달이 벌어지곤 했지만 유호성의 꼴불견 짓은 유독 심했다.
“랠리 경기에서 드라이버는 곧 하느님이란 말이오. 아시겠어요? 우린 곧 같은 머신을 탈 운명이고 내가 드라이버니까… 내가 곧 하느님이란 말씀!”
“뭐가 어쩌고….”
딩가당, 삘리리~ 오빤 강남스타일, 어쩌고 하면서 질펀한 춤과 가락이 흐르는 요정 룸에서 유호성과 권도일은 벌써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아니, 신경전이라기보다는 유호성이 단독으로 꼴값을 한다는 표현이 옳았다.
“이걸 그냥….”
주먹이라도 날리려는지 오른쪽 어깨와 손을 한껏 뒤로 뺀 순간에 재벌 2세가 덥석 권도일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자, 권 전무. 살짝 읽어보세요.”
은근슬쩍 그에게 귀엣말을 흘리는 게 아닌가. 권도일은 즉시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러면 그렇지…. 뭔가 꿍꿍이가 있지 않고서야 이렇게 쉽사리 망가질 재벌 2세가 아니란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권도일의 손에는 어느새 쪽지가 쥐어져 있었다. 그는 테이블 밑으로 슬며시 손을 내렸다.
<작전이오.>
냅킨에 휘갈겨 쓴 글씨였지만 뜻은 분명히 전달받을 수 있었다. 작전이라….
“자, 뭣들 하십니까? 권 전무! 유호성 선수! 우리도 말춤을 따라 춰봅시다. 전 세계 10억 인구가 췄다는 춤 아닙니까?”
재벌 2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아가씨들 틈으로 끼어들었다. 때마침 아가씨들은 쭉쭉 뻗은 다리를 벌려 기마 자세를 취하던 중이었다.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어도 이를테면… 중요한 작전이 시작되는 모양이었다.
“자, 어서들 나오시라고!”
한껏 말춤을 따라 추던 재벌 2세가 일렬로 늘어선 채 기마 자세를 취하고 있는 아가씨들의 가랑이 사이를 또다시 헤집기 시작했다.
“아가씨들은 말춤을 추고… 우린 기차놀이나 합시다. 뭐해요? 어서 이리 나와 내 뒤를 따르세요, 대감들!”
“칙칙폭폭!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이걸 어쩌나…. 재벌 2세는 아가씨들의 가랑이 사이를 엎드려 기었고 유호성은 신이 나서 흔쾌히 그의 뒤꽁무니에 따라붙었다. 작전이라니 더 이상 방관할 수도 없었으므로 권도일도 유호성의 꽁무니를 따라 기어갈 수밖에 없었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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